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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수나::

모두의 책임

Benjamin Ryu 2018.10.21 02:20 조회 2,766 추천 13

경기 끝난 직후 글 쓰면 감성적이 될 것 같아서 좀 냉정해 지려고 시간이 지나서 글 씁니다.

 

지금 팀이 부진의 부진을 거듭하는데, 존 토샥 감독이 시즌 중반에 경질됐고 소방수로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투입됐던 1999/2000시즌 이후 최악의 스타트가 아닌가 싶네요.

 

솔직히 CR7 매각이야 뭐 몇 년 전부터 스멀스멀 나온 이야기였고 지난 시즌 전반기 때 극심하게 부진했었기에 결국 결별할 때가 왔었다고 봅니다. 매각 자체에 대해서는 언젠가 올 게 드디어 왔다이런 느낌이라 사실 큰 아쉬움은 없습니다. 문제는, 그 이후 경영진이 보여준 행보가 너무 답답했다는 거죠.

 

리옹 시절부터 벤제마 팬질 했던 사람으로서 벤제마에 대한 안 좋은 글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지만, 저 역시 지금의 벤제마가 골 엄청 못 넣는다는 거 알고 있고 받아들입니다. 종종 코멘터리 창에서 그래서 챔스 4강전 골 누구? 결승전 골 누구?” 이러면서 벤제마 쉴드 쳐주지만, 저 역시 벤제마가 예전 같지 않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이제 인정합니다. 여기에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키핑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보니 장점이었던 연계 능력도 서서히 떨어지고 있고요. 그래도 경험이 있다 보니 뛰어난 축구 지능을 바탕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능력은 아직 있는데,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벤제마의 골 결정력은 2015/2016시즌 후반기부터 하락했고 지난 2시즌을 경험하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벤제마의 득점력은 늘 레알 마드리드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챔피언스 리그에서 귀신 같이 맹활약해도 리그에서 부진을 거듭했기에 여름 이적 시장 때만 되면 이카르디나 케인 같은 선수들 데려와야 한다는 글이 문전성시를 이루었죠.

 

그래도 경영진은 벤제마를 남겼습니다. 뭐 이해는 가는 게 아무래도 팀의 핵심이었던 CR7 떠났는데 여기에 벤제마까지 떠난다면 조직력이라든가 이런 부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보니 벤제마는 남길려고 했으리라 추측은 해봅니다.

 

문제는, 그동안 벤제마가 이 팀에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본인의 결정력보다 CR7 중심 시스템이었던 이 팀의 공격진을 조합하는 능력과 조력자라는 점이 컸다고 봅니다. 그런데 CR7이 이적한 이후부터 이 시스템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죠.

 

팀의 득점력을 오랫동안 책임졌던 선수가 빠지면 팀의 전술은 물론 선수들의 역할에서도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고 이 과정을 극복하는데 엄청난 자본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동안 그 시스템에 최적화된 선수들도 하나둘씩 떠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새로운 시스템을 입혀줄 수 있고 득점력 문제를 최소화 시켜줄 수 있는 공격수 영입이 절실했다고 보는데, 이 팀의 경영진은 그냥 손 놓고 가만히 이적 시장을 보냅니다.

 

또한, 거의 없는 선수다 다름없는 바예호가 남다 보니 실질적으로 가용한 중앙 수비수는 3명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그중 2명이 유리몸은 아니지만, 종종 부상으로 이탈하는 선수들입니다. 그리고 라모스는 이제 나이가 들어서 노쇠화를 염두에 두어야 할 시점이고요. 중앙 수비수 영입의 필요성도 있는데, 이 팀의 경영진은 공격수는 물론 중앙 수비수 문제도 그냥 가만히 지켜만 보고 끝냅니다.

 

지난 4시즌 동안 이 팀의 경영진은 이 팀은 강하다. 지금의 전력을 강화시켜줄 수 있는 선수는 없다라면서 이적 시장에서 소극적으로 임합니다. 2015/2016시즌은 말 그대로 주전과 벤치 모두 강했고, 그다음 시즌도 마찬가지였다고 봅니다. 문제는, 2017/2018시즌이죠. 결과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페페와 하메스, 그리고 모라타 등이 떠났는데 공격과 수비에서 이렇다 할 보강이 없었습니다. 지난 2시즌 동안 지적됐던 문제점들이 이때 하나둘씩 나타났고 이게 그대로 이어져서 이번 시즌 부진의 일차적인 문제였다고 보는 편입니다. 특히, 바예호는 거의 없는 선수였고 이번 시즌도 그렇게 되는 것 같네요.

 

어쨌든 3시즌 동안 이렇다 할 보강이 없다 보니 팀은 팀대로 늙어가고 에너지 하락은 물론 동기부여의 상실로 연결됩니다. 이번 시즌도 오드리오솔라와 쿠르투와, 마리아노 디아스 등을 영입했지만, 팀의 결정적인 약점인 골 결정력과 최후방 수비력을 메워줄 수 있는 선수는 없었습니다.

 

결국, 지금의 부진은 페레즈 회장의 책임이 상당 부분 있다고 봅니다. 그가 레알 마드리드를 위해서 많은 것을 이루어준 것은 부정할 수 없고 저 역시 칼데론 회장 시절을 겪었고 이 사람만큼 뛰어난 회장을 본 적은 없는 지라 그래도 페레즈 회장이라며 그를 지지하는 편입니다. 문제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죠. 과거 잘했다고 이번 시즌의 부진이 만회되는 건 아닙니다.

 

물론, 페레즈 회장이 마냥 손 놓고 놀았느냐면 이것도 아니죠. 음바페야 뭐 주급 문제 때문에 최종 결렬 됐지만, 어쨌든 노력은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팀들이 채 가기 전에 희망시우스와 호드리구 같은 유망주들을 영입해서 장기적인 노선을 선택했죠.

 

장기적인 정책은 제가 자주 공감했고 찬성했던 사람인지라 딱히 비판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그래도 비판을 하자면 그 유망주 정책조차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상당 부분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제 이전 글에 매우 자세히 다루었기에 여기에 다루지 않겠습니다.

 

어쨌든 이 모든 게 다 페레즈 탓이야라고 할 수 있겠으나, 로페테기 감독도 비판의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이유들과 이적 시장에서 로페테기 감독이 원했던 티아고 알칸타라나 왼발 중앙 수비수 영입이나, 호드리고 모레노 등의 영입이 없었던 점, 그리고 부상자들이 너무 많았다는 점, CR7이 떠났다는 점 등에서 로페테기 감독을 변호해줄 수 있지만, 이런 이유들을 제외하면 그래서 로페테기 감독이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느냐라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초반에 정말 뛰어난 경기력을 선보였지만, 세비야전을 기점으로 부진에 부진을 거듭합니다. 그런데 오늘 레반테뿐만 아니라 이전 경기 내용을 모두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역습 상황에서 너무 쉽게 수비수들이 실책을 범하거나, 한 방에 무너지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승리했을 때 경기도 다시 살펴보면 라인이 너무 높게 형성되어 있다 보니 상대가 공간을 얻으면 그 공간을 너무 쉽게 넓혀주는 게 지금 레알 마드리드입니다.

 

뭐 첫 경기야 그럴 수 있지 이러지만, 이런 경기 내용이 계속 이어지면 아니, 대체 왜 이런 거야?”와 같은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막말로 지단 감독 시절에도 후방 빌드업에 대한 약점이나 수비수들과 나바스의 실책 문제 등이 자주 나왔지만, 지금처럼은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최소한 지단 감독 시절에는 A매치 기간 이후 팀이 개선된 점들이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이는 지단 감독이 그만큼 A매치 기간 동안 준비를 잘 해왔다는 점도 있겠죠.

 

그런데 A매치 기간 이후 보여준 경기력을 보면 로페테기 감독은 대체 뭘 한 거야와 같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달라진 게 없어요. 물론, 여전히 카르바할이 부상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뭔가 나아지거나 개선되려는 시도조차 안 보입니다.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이 팀 선수단 능력은 예전만큼 강하지 않을 뿐이지 여전히 충분히 강해요. 라리가는 물론,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게 이 팀입니다. 그렇다면 약팀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나 결과라도 좋아야죠. 솔직히 라리가에서 이 팀만큼 좋은 선수들 갖춘 팀들이 얼마나 됩니까.

 

아무리 유망주가 많아도 그 유망주들조차 어디 이름 모르는 그런 선수들이 아니라 타팀에서 잘했거나, 매우 촉망받는 선수들입니다. 다른 팀 가면 충분히 핵심 맡을 수 있는 선수들이에요.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술적인 측면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만 하지만, 그런 선수들을 가지고도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실망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 선수단 성향이 로페테기 감독에게 안 맞는 점도 있지만, 로페테기 감독은 결국 이 팀을 이끌어야 하는 선장이고 이미 배는 출항했습니다. 그렇다면 배와 바다의 사정에 맞게 항해해야죠. 그런데 지금 상황은 나는 계속 항해할 테니 너희들이 나에게 맞춰이런 느낌만 듭니다.

 

그렇다고 뭐 선수 육성이라도 잘하는가?”라면 그것도 아니죠. 올드 팬들이라면 침울하다고 느끼시는 2008/2009시즌 때 선수들이 부상으로 나가떨어지는 바람에 경기력도 별로였고 결과도 나빴던 적이 많았지만, 이때는 그래도 곤살로 이과인 같은 유망주들이 엄청난 성장을 보여주면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이라도 보여줬죠. 그런데 지금 로페테기 체제에서는 이과인과 같은 선수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공교롭게도 지금 선수단에 유망주들은 지금 엄청 많죠.

 

아무래도 로페테기 감독 입장에서는 자신이 언제 경질될지 모르다 보니 희망시우스나 발베르데, 마르코스 요렌테 같은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기보다 지난 시즌 전반기 지단처럼 베테랑 선수들에게 더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또한, 우리보다 더 가까이서 관찰하는 사람이라서 더 잘 알겠죠. 그래서 그 선수들은 왜 기용하지 않는거냐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로페테기 감독이 보여준 모습만 놓고 본다면 기대했던 유망주들의 육성 부분이나 다른 점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시즌은 길고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아있지만.

 

이번 시즌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내년에 봐야 알겠지만, 현재까지 보여준 경영진과 로페테기 감독의 행보만 놓고 본다면 모두에게 다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그만큼 실망스러운 시즌이고요.

 

물론, 최소 3~5년은 지금과 같은 부진을 거듭하리라 보는 사람인지라 승패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렇다면 승패를 떠나서 일단 과정이라도 좋아야죠. 공은 둥글고 경기에 질 수 있습니다. 진다고 뭐라고 욕하는 게 아니에요. 질 수 있죠. 그런데 지더라도 뭐 패배를 통해서 배우는 게 있고 그걸 기점으로 개선해서 승리를 쟁취해야죠. 그런데 지금 이 팀은 위닝 멘탈리티 상실은 물론 "더 나아져야만 한다" 같은 분함이라든가 이런 거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금 이 팀의 과정이 좋냐고 한다면 아니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게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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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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