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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피카목요일 5시

유스팜을 관통하는 공격수 기근 이야기

토티 2018.07.14 15:51 조회 3,698 추천 28
5월부터 구티의 후베닐A 시즌 리뷰를 쓸까하다가 범위를 좀더 확장해서 우리 유스 각급 카테고리들이 오랫동안 공통되게 공유하고 있는 문제 가지고 정리해서 의견 나눕고자 시작해봅니다. 너무 마이너하고 매니악한 주제라 재미는 없을텐데 그래도 관심있으신 분들은 읽고 짧게나마 귀중한 의견 주시기를 바라며...



# 상황
후베닐A 이야기로 시작하죠. 지난 시즌 자국대회 3관왕을 이룩했던 구티호는 올시즌은 2주 전 코파 결승을 지면서 무관으로 마쳤습니다. 리가는 3위 마감, 유스 챔스 8강 탈락입니다. 실패 원인을 찾자면 복합적이지만 공격진 부진이 가장 커보입니다. 3관왕이었던 지난 시즌은 다니 고메스(24골)와 오스카르(18골)라는 걸출한 득점원 둘이 선봉에서 이끌었지만 올시즌은 새로 올라온 공격수 중 아무도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지 못했습니다(페드로(4), 이스마(9), 디에고(5)).

빈공에 시달리던 구티는 결국 미드필더 세사르와 바에사를 시즌 중반부터 변칙 제로톱으로 활용했고, 둘은 각각 11골씩 분담하며 직무태만 공격수들의 뒤를 성심성의껏 닦아주었습니다. 상대적으로 퀄리티가 좋은 미들·풀백 자원들 덕에 스리백도 시도해보는 등 플랜을 다양하게 운영하면서도 방점을 찍어줄 피니셔의 부재는 번번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지난 시즌 구티호의 성공을 이끈 두 명의 탑 에이스 고메스와 오스카르는 카스티야에서의 프로 첫 시즌을 -대다수 유망주들과 다르지 않게- 유소년과 프로 사이 간극을 넘어서지 못한 채 실패로 마쳤습니다. 지난 시즌에 4배나 떨어진 6골로 시즌을 마친 고메스는 최근 유스에서 배출되고 있는 특별한 재주 없이 골만 양산해내는 9번들의 전형이기도 합니다. 선수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기엔 어린 친구들이 겪고 있는 문제의 유사성도, 이 공격수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기간도 길어서 나름의 고찰도 해보고 분석도 해본 결과를 갖고 작게나마 논의의 장을 마련해보고자 적는 이야기니 꼭 끝까지 읽어주세용..



# 성공조건
유스 공격수들이 1군 입성은 차치하고 리가 안에서라도 커리어를 쌓는 선수가 되려면 단순 득점력 이외의 무기가 있어야 합니다. 매 해 월반하면서 골을 얼마나 넣었는지에 집착하는 건 의미가 없죠. 기근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현상화 된 최근까지 배출된 대부분의 공격수들은 모두 그저 그렇거나 근황조차 알 수 없는 프로선수로 남아있습니다.

무기라고 한다면 온몸을 슈팅 도구로 쓰고 골냄새 맡는 감각이 평균 수준보다 뛰어나서 득점력을 극대화했다던가(솔다도, 마리아노), 득점은 떨어져도 타고난 신체조건과 프레임이 월등하고 그걸 잘 활용한다던가(네그레도, 호셀루), 그것도 아니면 민첩한 발놀림에 영리한 움직임으로 수비를 괴롭힐줄 안다던가(알폰소, 카예혼, 호드리구) 등 잘하는 포워드들이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는 메리트를 말합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유스 공격수들이 리가에서 경쟁력 있는 선수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최소 자격을 말하는 거구요. 포워드로서 득점력이 떨어진다면 차라리 가진 강점을 특화시켜 저렇게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게 낫습니다. 무난한 사이즈에 무난한 볼터치, 패스워크, 피니쉬 가지고 후베닐 카데테 등에서 골 좀 넣는다고 프로 올라와서 절대 그대로 먹히지 않습니다.

경기당 1골 수준으로 넣으면서 간판이라고 할만한 골잡이들은 지금도 각 카테고리마다 최소 한두 명씩은 있습니다. 수비수/공격수 할 거 없이 작고 왜소한 스페인 축구 꿈나무들은 어려서부터 패스와 점유의 중요성을 강조 받고 실전에서 체득하면서 성장합니다. 최소 반급수 아래의 지역 약체팀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점유와 주도권을 쥔 채 손쉬운 경기를 하며 이런 환경에서 공격수들은 수비를 단독 기술로 부수기보다 후방서부터 짧은 패스로 전개된 볼을 문전에서 받아넣는 플레이에 익숙해있습니다.

신체능력이 탁월한 것도, 기술이 뛰어난 것도, 그렇다고 볼 주변 움직임을 잘하는 것도 아닌 그저 패스 뿌려주면 뒷공간 파고 받아서 마무리하는 수준의 피니셔들. 포워드로서 개성이나 매력은 하나도 없는 거죠. 물론 빌드업에 대한 관여나 세밀한 부분전술 수행력, 연계 등은 이 친구들만이 갖게 되는 특수함일 수는 있지만 그 크기가 고만고만한 수준이라면 그건 강점이 아니라 어중간한 거죠. 이런 친구들은 대개 16~17살 전후까지 경기당 1득점 수준 유지하다가 위로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기록 떨어지고 카스티야 올라오면 시즌 5~6골 넣고 3부리그나 세군다로 팔려갑니다. 유소년 훈련 체계나 방법론 같은 걸 가지고 더 자세히 접근하면 좋겠는데 찾아지지도 않고 아는 게 없으니 답답하네요. 여튼 그간 소리소문 없이 사라거나 저연령 때의 기대에 못 미치고 도태된 공격수들 전부가 똑같은 문제로 그 좁디좁은 울타리를 벗어나지 못해 실패했습니다.

가장 가까운 사례인 마요랄은 몸은 뻣뻣하지만 문전에서 기민한 움직임으로 골 기회를 포착하는 탁월한 눈을 가진 친구였고 후베닐C에서 한 해에만 50골(34경기) 넣고 월반해서 다음 해 후베닐A선 2~3살 많은 형들이랑 뛰면서도 40골(31경기)을 때려넣은 위의 ‘득점력 극대화’ 사례에 해당합니다. 근래 우리 팀이 배출한 몇 안 되는 스페인 연령별 엘리트 공격수이기도 하고 여러모로 기대할 여지가 많은 친구였는데 독일 임대 실패하고 올시즌까지 이래저래 꼬였죠. 물론 이건 프로 데뷔 이후 상황이고 주제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니 길게 할 얘긴 아니고, 단순히 성공조건이 이만큼 까다롭다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유스에서 왜 괜찮은 선수가 안 나올까? 기대치를 정말 많이 낮추셔야 합니다. 모라타·헤세급은 차치하고 리가 상대 팀에서 이름 한두번 들어봤을 법한 선수들도 유스 시절에는 적수 없이 씹어먹다가 프로 올라가면서 맞는 자리 찾아간 겁니다. 누구한테나 S급으로 인정받았던 친구들이 리가 하위권에서라도 커리어 쌓고, 개중 부상으로 운빨 안 트인 케이스들은 세군다나 여타 중소리그로 가며, 특 S급으로 인정 받은 재능·기량에 부상 없고 당시 1군 경쟁자 상황 등으로 감독 눈에 들어 아다리 맞은 극소수 엘리트들이 1군 3~4옵션이라도 비벼볼 기회를 얻습니다.



# 불균형
여지껏 비관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뤘지만 우리 유스팜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떨어졌냐거나 골짜기 세대냐하면 그건 아닙니다. 수비, 미들쪽에는 양질의 재능들이 꾸준히 수급되고 있고 리가에서 실적도 좋습니다. 후안프란(데포르티보), 디에고 요렌테(소시에다드), 바스케스(현 1군), 후안카르(말라가), 모스케라(데포르티보), 메드란(헤타페), 체리셰프(비야레알), 마르코스 요렌테(알라베스), 에르모소(에스파뇰), 린하르트(프라이부르크) 등등에 극단적인 사례지만 오마르도 카스티야 강등시즌(13-14)에 뛰었던 낀 세대지만 독일에서 잘 커서 바이백 짤짤이로 구단 주머니에 이바지했구요. 나열하면 사례는 이렇듯 많고 많습니다.

이쪽은 전망도 좋습니다. 스페인 U-17부터 주요 연령별 대표 수비진은 거진 우리 유스들이 꿰차고 있고 미들도 최소 두어 명씩은 꾸준히 배출 중이죠. 후베닐(U-17~)부터는 준프로급 카테고리로 분류하는데 센터백, 풀백들 대부분 타고난 것도 좋고 잘합니다. 기본기는 물론이고 수비 스킬이나 집중력, 빌드업, 또 상황별 대처나 판단력에 순발력까지 부상만 없으면 리가에서 무난히 살아남겠다 싶은 친구들입니다.

수비, 미들에 골키퍼까지 괜찮은 선수들이 곧잘 수급되는데 공격쪽 상황은 빈약한 이 불균형이 지속된지는 꽤 됐습니다. 상기에 언급했던 마요랄이 그나마 전후로 없는 연령별 대표 레귤러이고, 위에서 설명한 플레이 습관 못 벗어난 친구들이 스탯빨로 단타 승선했다가 금방 한계 드러내고 내려왔습니다. 모두 현재진행형이구요. 경기를 보면서도 참 볼 잘차고 기술 좋은 어린이들이 저렇게 많은데 왜 공격수는 못할까 아쉬워하곤 하네요.



# 전망
이 가뭄이 앞으로도 계속될까? 시야를 넓게 열어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는 싶지만 안타깝게도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게 제 예상입니다. 앞서 언급한 ‘카테고리마다 한두 명씩은 있는 간판 공격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더더욱 그렇구요.

파블로(후베닐B/25경기 19골), 라타사(후베닐C/33경기 31골), 파블로수(카데테A/25경기 26골), 살라(카데테B/29경기 39골), 아브라함(인판틸A/25경기 37골), 카테고리별 주요 득점원이라고 할만한 선수들입니다. 기록에서 차이가 보이시나요. 연령대가 높을수록 경기당 득점이 떨어지죠. 성공조건 단락에서 실컷 이야기한 프로에서 안 먹히는 공격수들의 전형적인 루틴입니다만, 멋모르고 저 어린 친구들에게 암울한 소리나 퍼붓고 있는 제가 나중에 진성축알못 소리 들으며 손가락질 받게끔 다들 잘 성장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프로에 가까워서 체감이 잘 되는 후베닐A, B는 특히나 많이 암울한데요. 첫 단락에서 나열한 후베닐A 공격수들 기록보시면 다음 시즌 카스티야 성적도 기대하긴 글렀다는 게 보이실테고, 후베닐B에서 A로 올라올 친구들은 그간 숱하게 묻힌 공격수들과 직접적으로 비교해도 기록, 재능 모두 부족합니다. 로컬에 기대를 걸 수 없는 상황이면 영입에 의존해야 하는데 우리 구단이 그런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비니시우스나 호드리구야 엄연히 1군 중추까지 내다본 투자고, 우리 유스에 재능 불균형이 몇 년째 지속되고 있음에도 뾰족한 묘수나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움직임은 지지부진 하니까요.

하지만 전부 한낯 저의 얕은 안목으로 하고 있는 넘겨짚기에 불과하고 유망주들 성장엔 예상 외 변수도 많은 만큼 여기 적은 모든 예측들이 보기좋게 빗나갔으면 좋겠네요. 해서 내년 이맘때는 ‘쏟아지는 포스트 라울 & 부트라게뇨’ 제목으로 설레발 한가득 실은 글 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길고 재미없는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견해나 평가, 방안 등 부담없고 자유롭게 짤막하게라도 남겨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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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2

arrow_upward 네이마르 음바페 아자르 오면좋지만 못와도 스트라이커 영입은 필수죠 arrow_downward 만약 네이마르 영입하면 무조건 전방에만 짱박혀서 플레이시켜야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