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아재의 넋두리
교복이 아직 어색했던 2002년 월드컵,
당시 스페인을 보면서 굉장히 놀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결국 애석하게 탈락을 했었지만 시종일관 우리나라를 압도하던 그때의 스페인이란
팀은 저에게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왔었거든요.
98년도 월드컵 전/후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같은 학교 축구부 친구에게 제가"축구선수들은 국가대표팀 경기 없으면 평소에 뭐해?"라는 질문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만큼 어렸을 적 축구선수란 오직 국가대표 뿐이었고 평소에는 다들 백수로만 사는 줄 알던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소년이 바로 저였지요.
2002년 월드컵이 끝나 스페인에 대한 좋은 인상과 동시에 스포츠신문에 호나우두가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한다는 소식을 봤을때도 호나우두가 국적을 옮기는 줄 알았습니다.
" 뭐 호나우두 브라질 사람 아니야? 레알마드리드라는 듣도 보도 못한 나라로 귀화를 하나?"
그렇게 찾아보면서 클럽축구라는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고 자연스레 어렸던 저도 이름을 들어본 선수가 제일 많았던 레알마드리드의 팬이 되었습니다.
1년이라도 늦게 해축에 입문해서 호나우딩요를 봤다면 아마 꾸레가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항상 합니다. 즉, 레알마드리드의 팬이 된것은 무슨 고상한 이유나 축구적인 분석이 있어서가 아니라 순전한 우연이었지요.
여하튼 그렇게 02/03 시즌부터 아프리카 방송과 선수 구별도 힘들 정도로 저화질의 외국 케이블 채널을 통해 경기를 알음알음 챙겨보는 것을 시작으로 이번시즌까지 15년간 레알마드리드 팬질을 해왔습니다.
언제나 레알마드리드 9번은 호나우두일 줄 알았고 레알의 7번은 저 죽을때까지 라울일 줄 알았는데 그러한 선수들도 다 떠나고 은퇴하면서 갈락티코 1기의 사이클이 끝났을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이과인도 오고 마르셀로도 오고 여러 선수들을 접하게 되었고 레매에서는 활동하지 않았었지만 각종 카페와 싸커라인,알싸를 돌면서 거쳐가는 많은 선수들을 바라보며 레알마드리드를 꾸준히 응원했지요.
결국 2009년 호날두의 영입을 시작으로 카카도 오고 알론소도 오고 벤제마도 오고 시끌벅적해지면서 갈락티코 1기 멤버들과의 이별의 슬픔은 조금씩 희석되었고 새로운 스타들이 그 자리를 채워가면서 처음 호나우두가 레알로 오며 팬질을 시작했을때 느꼈던 기쁨을 다시금 맛보았습니다.
근데 이제는 그 사이클도 끝을 향해 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나름 올드비 팬이라는 저는 두 사이클을 이렇게 겪었고 호날두 세대부터 팬이 되신 분들은 이제는 생애 첫 사이클의 종료를 맞이할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그러나 너무 절망하고 슬퍼하지는 마세요.
이에로,살가도,카를로스를 죽어도 대체 못할 줄 알았던 마르셀로,라모스,페페 같은 애송이들이 이제는 그 선수들 이상이 되어 노장이 되었고 지단,호나우두,피구만한 선수들은 죽을 때까지 안나올 줄 알았는데 모드리치,호날두,크로스가 와서 그 이상을 해주고 이제는 노장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 진짜 역사라는게 반복되긴 하더이다.
사이클의 끝은 언제나 슬픕니다.
하지만 이별은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라는 말도 있지요.
우리는 나중에 올 새로운 이를 위해 떠나가는 이도 잘 배웅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마치 과거의 제가 호나우두와 이별을 했었기에 호날두도 만날 수 있었던 것 처럼요.
그러기에 마음을 가다듬고 계속 응원을 해나갈 수 밖에 없는게 팬 아닐까 싶네요.
호나우두가 ac밀란으로 간다고 했을때 저는 제가 밀란 팬이 될 줄 알았습니다. 피구가 인터밀란을 갈때도 마찬가지고 라울이 떠날때 저는 샬케팬이 될 줄 알았지요.
그런데 지금까지도 이렇게 레알팬으로 남아 근 9년간 호동생 노릇을 하였습니다. ㅎㅎ
이제는 호나우두 조카,라울 조카,호날두 동생이 아닌 누군가의 형이 되어 팬질을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팬질은 누군가의 삼촌, 누군가의 할아버지가 될때까지도 계속 되겠지요?
넋두리라 그런지 뭐 주제도 없고 감동도 없지만 이 두서없는 이 글을 한줄로 요약하자면
"호날두가 떠나서 미칠듯이 우울하고 슬프지만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며 웃자!!" 입니다.
올드비라 덜 슬프고 뉴비라 더 슬픈게 아닐거에요.
모두가 슬프지만 웃으면서 배웅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하루 정도 남았습니다. 그때까진 호날두 우리 선수이니 많이 이뻐해주고 사랑해줍시다!
재미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레매 분들 그리고 모든 레알팬 분들 저 포함해서 모두 화이팅 ㅎㅎ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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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손 백언 2018.07.06추천 눌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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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자 2018.07.06와우..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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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NO.7 2018.07.06좋은 말씀 해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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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곰 2018.07.06흐아... 내공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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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키 2018.07.06위안이 되는 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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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on d\'Or CR7 2018.07.06상쾌한 금요일의 아침을 맞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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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송 2018.07.06와.. 멋진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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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bano 2018.07.06저랑 비슷한 사이클의 레알팬이십니다 ㅎㅎ 라울, 피구에 빠져 레알팬이 되었고 수많은 스타들을 떠나보내기도 했지만 호날두는 정말 많이 아쉽습니다. 팀 성적이나 리빌딩의 방식 등을 떠나서 그냥 레알 전성기의 아이콘이 떠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슬프고 우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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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ic 2018.07.06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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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numbra 2018.07.06감동적인 글이네요.
누군가의 형, 누군가의 삼촌이 되어 그 선수를 응원하는 모습이 해외에선 일상화 된거 같아요. ㅎ -
마리모 2018.07.06전 호날두세대고 그때부터 레알팬이되서 지금 상황이 너무 슬픕니다.. 라데시마 들고 웃고 웃었던 그때가 주마등처럼 스쳐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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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족Madrid 2018.07.06저도 2002년 7살 꼬맹이때 팬질 시작하였는데 사이클의 끝은 언제나 슬프다는말 너무 공감됩니다 또 어떤 사이클이 시작될지 두렵기도 기대되기도 하는 감정이 교차되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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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nished 2018.07.06유로 2000 보고 피구 빨다가 피구 이적과 함께 레알로 갈아탔는데 말씀하신대로 갈락티코 몰락도 봤고 16강따리 암흑의 터널도 지나왔고 라울 구티 카시야스 유스 3인방도 이별해 봤고요. 다만 호날두는 디 스테파노 이후 최고 레전드고 챔스 4회의 영광을 안겨준 주역에 기량도 한참 남았는데 이렇게 보내다니 충격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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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 2018.07.06너무 공감하네요.. 비록 2006년부터 팬질해서 1기를 겪진 못했지만.. 정말 라울 구티 떠날 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는데ㅠㅠ 라울의 7번은 어느덧 기억이 흐릿해지고 레알의 7번은 날두가 당연한 느낌이 드는 지금이 되었죠.. 날두를 기점으로 곧 모드리치 라모스 등도 언젠가 떠날텐데ㅠㅠ 참 슬프지만 마테오님의 글을 읽으니 옛 기억이 다시 나네요.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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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0 2018.07.06너무 공감함. 마치 호날두 없으면 팀이 같이 무너질거처럼 말하는사람들 참.. 웃김 ㅎㅎ 뭐 호날두 없었으면 언제 그때 탈락했다 라는식인데 호날두 없으면 호날두 자리의 골넣을 누군가를 항상 데려왔던게 레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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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맥킨 2018.07.06@0720 굳이 이런글에까지 이렇게 댓글 다셔야하나요? 글쓴이분의 취지는 이런게 아닐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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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Vanished 2018.07.06@0720 그렇게 따지면 호날두 보내도 승승장구 할거라는 낙관론에 빠진 님도 웃겨요. 대체자도 없이 보내는 형국인데 16강따리 시절은 다 잊었다봐요? 우리도 지금 4스날 맹구마냥 조리돌림 당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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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C.Ronaldo[7] 2018.07.06@0720 0720님이 분문의 글쓴님과 똑같이 생각할지언정, 이런식으로 댓글 쓰시면 아무한테도 공감 받지 못합니다. 본인께서 공격적인 어투로 논란 유발하게끔 글 적으시고 공감 받길 원하시나요? 저는 호날두가 이 팀을 떠나지 않았음 하는 사람이지만 본문 글쓴님의 이야기는 백번, 천번 공감합니다. 그러나 0720님의 말씀은 정말 정이 떨어지듯 공감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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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날두외질b 2018.07.06@0720 너무 공격적인 댓글이라 반박하고 싶진 않지만, 굳이 덧붙이자면 호날두 없었으면 그 많은 우승컵 중 최소 1,2개는 물건너 갔을 겁니다. 볼프스전이나 뮌헨전 생각하면요. 물론 그 우승도 호날두 혼자 이뤄낸건 아니지만, 다른 선수가 그자리에 뛰었다면 그런 퍼포먼스를 보여주진 못했을 가능성이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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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영드리치 2018.07.06@0720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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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no.1_좌절금지 2018.07.06*@0720 0720님 와~ 이런 멋진글에 이런 댓글이라니
참,...웃김~ ㅋ -
호날두부김치 2018.07.06전혀다른문제라 생각하기에동의는 되지않지만 취지는 이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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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 2018.07.07짬에서 나오는 vibe
추천 꾹 누르고 갑니다 저는 호날두 유벤 가더라도 응원하려고요 언제까지나 레알 레전드인건 분명하니까요 부메랑 맞을 마음의 준비도 좀 해두고.. 우리팀 상대로 골 넣고 세리머니 안하고 존중해주는 모습도 사실 궁금하네요 호날두가 우리팀에 얼마나 소중했는지 다시 떠올려보게될 것 같고요 -
RockStar 2018.07.07다시한번 보면서 느끼는 거지만 글이 정말 인상적이네요. 저랑 비슷한 싸이클이신거 같은데, 굉장히 간결하면서 내공이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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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머 2018.07.07팬이라는게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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핳라마드리드 2018.07.08짬에서 나오는 vibe....
저의 첫번째 싸이클은 이렇게 끝이 나지만 말씀대로 너무 슬퍼하지 않겠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