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ter_list
벤피카목요일 5시

바이언 전 플랜과 실제 경기 양상에 대해

온태 2018.04.26 22:26 조회 4,800 추천 45
리뷰를 써볼까 하다 귀찮아서...

Bayern Munchen vs Real Madrid - Football tactics and formations

바이언은 경기 전 유출된 훈련 라인업을 그대로 들고 나왔습니다. 레알은 유베와의 1차전 후반에 썼던 조합을 들고 나왔는데, 제 기억에 이 조합이 선발로 나온 것은 올시즌 처음입니다.

하인케스가 이렇게 공격적인 라인업을 덥썩 내밀 수 있었던 건 레알이 4-3-1-2를 절대 쓸 수 없다는 걸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근거는 뚜렷하게 스트롱 사이드를 특정할 수 없는 본인들의 강력한 양쪽 날개 때문일 테고요.

지단이 4-3-1-2로 상대의 측면을 막는 메커니즘은 수비 시 이스코를 상대의 스트롱 사이드로 붙이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미들 중 가장 전진된 이스코가 지연 작업을 해주는 동안 아래의 3미들이 수비대형을 갖추고, 어느 정도 지연이 된 이후 이스코가 내려와서 4-4-2로 대형을 전환합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거의 대부분의 팀이 양쪽 측면을 비대칭으로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양 측면 모두에 크랙을 확보할 수 있는 팀이 거의 없고, 빌드업 시에도 양 측면을 고루 활용할 만한 시스템을 갖추기가 어려울 뿐더러, 양 측면을 모두 공격적으로 활용할 경우 팀의 밸런스를 잡기가 매우 까다롭다는 결정적인 이유 때문에 대다수의 팀들은 한쪽 측면에 자신들의 역량을 집중하는 편입니다. 당장 이 팀만 하더라도 왼쪽에 팀의 공격 역량이 집중되어 있고요.

그러나 바이언은 윙어로서 올라운드면서도 수비가담까지 성실한 로베리라는 희대의 사기 조합을 갖춘 팀이고, 이를 뒷받침할 만한 시스템 역시 잘 갖춰져 있습니다. 때문에 기본적인 측면 저지력이 빈약한 4-3-1-2로는 바이언의 측면을 막는 게 상당히 버거울 거란 발상은 산전수전 다 겪은 하인케스에겐 너무나 쉬운 일이었을 겁니다. 그렇기에, 바이언의 플랜은 철저히 레알의 4-4-2를 공략하기 위해 짜여졌습니다. 레알 4-4-2의 약점인 1.5선~2선에서 1선으로 침투하는 선수에 대한 마크가 약하다는 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티아고 대신 이런 식의 침투에 능숙한 하메스와 뮐러를 동시에 선발로 기용합니다. 상대적으로 헐거워질 중앙의 짜임새는 미들에서의 수적 우위와 측면의 로베리 배치로 레알의 양 윙이 중앙으로 밀집하지 못하도록 안배하는 것으로 해결합니다.

지단의 선발 라인업은 이 결정이 하인케스와 정확히 같은 지점에서 출발했음을 알려줍니다. 바이언의 양 측면을 4-3-1-2로는 도저히 막아낼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지단이 섣불리 4-4-2를 꺼낼 수 없었던 건 바이언에 앞서 언급한 4-4-2의 약점을 너무나도 잘 활용할 수 있는 토마스 뮐러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원정에서 더더욱 안정적인 게임 운영을 추구하는 지단의 토너먼트 전략 상 중앙에 두명만을 배치하는 플랜은 스코어의 우위가 없는 1차전에서 쓰기엔 더욱 부담스러운 플랜이었습니다.

때문에 지단은 공격 전개에서의 단순함을 감수하고 과감히 벤제마를 배제한 채 전방에 호날두만을 배치하는 4-1-4-1을 꺼내듭니다. 크로스와 모드리치를 동시에 기용해 볼 전개에서의 안정감을 살리고, 양 측면에 모두 선수를 배치해 바이언의 측면 공략을 저지하며, 상대의 2선 침투는 카세미루로 대처합니다. 다만 아센시오의 경우 전방의 지원이 없을 경우 스타팅으로 나와서 윙질을 해줄 수 있는 선수는 아니기 때문에, 그리고 벤제마가 없으므로 미들에서 전방으로 볼을 집어넣을 방법론을 만들기 위해 레프트에 이스코를 배치해 2선에서의 징검다리 롤을 맡겼습니다.

물론 게임 양상은 로벤의 이른 부상 때문에 양팀이 준비한 플랜과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바이언은 로벤 대신 티아고를 투입하며 뮐러를 우측으로 보냈습니다. 로벤이 워낙 빨리 교체된 터라 확신한다고 말할 순 없지만, 저는 이 교체가 오히려 바이언에게 호재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떨어지는 미들의 짜임새를 티아고-비록 투입 직후엔 실수가 많았지만-가 메꿀 수 있었고, 로벤의 아웃으로 왼쪽이 자연스레 스트롱 사이드가 되어 레알의 수비 플랜을 흔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기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홈팀인 바이언이 잡았습니다. 라인의 높이를 레알보다 훨씬 높은 곳에 형성했고, 전방으로 볼을 투입하는 방법 역시 레알보다 다양했기 때문에 손쉽게 미들을 장악할 수 있었습니다. 바이언은 이 미들에서의 우위를 본의 아니게 주공이 된 본인들의 왼쪽에 집중시켰고, 때문에 전반전은 바이언의 왼쪽과 레알의 오른쪽 간의 치열한 공방전으로 전개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놀랐던 건 리베리의 활약이었습니다. 요새 잘한다 컨디션좋다 말만 들었는데 카르비와 뤀바가 모두 선발로 나왔음에도 이 정도로 미쳐날뛸줄은 몰랐습니다. 공을 잡으면 끊임없이 전진하여 레알의 라인을 뒤로 물러서게 했고, 수비 시에도 미친듯이 쫓아오며 카르비를 고전하게 만들었습니다.

레알은 기본적인 라인을 그리 높게 형성하지 않았고, 풀백들의 오버랩도 평소에 비해 자제시켰습니다. 미들은 중원을 적극적으로 장악하려는 시도보다는 대형과 간격을 유지하는 데 집중했고, 전방압박 역시 상대를 적당히 방해하는 선에서 무리하지 않은 채 진행되었습니다. 딱 원정에서 하던 운영 그대로 들고 나왔습니다.

레알에서 아쉬웠던 선수는 이스코입니다. 물론 게임이 예상보다 우측에서 훨씬 많이 진행되었고, 바이언도 이스코가 레알 전진의 키맨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우측에서 좌측으로 넘어가는 사이드체인지가 쉽게 진행되지 못하도록 방해를 잘 해준 감도 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좌측-전방에서의 영향력은 아쉬웠습니다. 어차피 와이드한 폭을 확보할 수 없는 선수라는 점을 감안할 때, 중앙으로 들어오며 마르셀루가 전진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건 좋았지만, 수비 전환을 지나치게 의식해 미들 라인 아래쪽까지 너무 자주 내려오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로벤이 빠진 시점에서 좌측면을 다이렉트로 찌르는 플레이가 거의 불가능했다는 걸 감안하면 보다 전진된 위치에서 보다 와이드하게 움직이며 2선에서의 영향력을 확보했다면 바이언을 보다 물러서게 만들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기 후 지단 인터뷰를 보니 몸이 좋지 않았다고 하는데, 적극적이지 못했던 건 그 영향일 수도 있겠네요.

이런 아쉬움을 저만 느낀 건 아니었는지, 지단은 하프타임에 이스코 대신 아센시오를 투입시킵니다. 바이언의 오른쪽이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럼에도 레알의 왼쪽에서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약했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결정이었다고 봅니다. 이스코에 비해 윙어놀이가 보다 익숙한 아센시오가 투입되었기 때문에, 레알의 중원은 양 측면을 보다 골고루 활용할 수 있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후반 초반 중원의 지배력을 일부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지단이 준비도 대처도 잘한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경기력에 대한 비판도 많고 뮌헨의 결정력 덕에 승리를 당했다는 반응이 많지만 어느정도 주도권을 내준다는 마인드로 들어온 경기였고 기회 올 때 살리는 것도 엄연한 능력입니다. 근래의 맨체스터 더비가 그러했고 굳이 거기까지 갈 것 없이 전반기의 이 팀이 이러한 능력의 부재를 뼛속까지 겪었던 팀이죠. xG에 대한 얘기도 많은데 understat처럼 슛 하나하나에 대한 데이터가 상세히 나오는 게 아니라서 확언은 할 수 없지만 시간대별 그래프와 실제 경기를 확인해보면 상당량의 xG는 세트피스로 기록한 xG인데(개인적으론 절반 가량 봅니다.) 이건 게임 플랜과는 어느 정도 유리되어있는 부분이죠. 물론 이건 세트피스 수비가 허접했다는 얘기도 되겠지만 적어도 레매에서 그런 류의 비판은 딱히 못봤던 것 같고... 리베리에게 고전하긴 했지만 비교적 사이드로 활동반경은 제어를 잘 한 편이고 그 미쳐날뛰던 수준에 비해 2선이나 최전방과의 연계가 수월했던 편은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점은 칭찬해줄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날이 와서 미쳐날뛰는 것까지 컨트롤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요.

뭐 경기 초반에 상대 핵심 선수들이 두명이나 실려나가고 세트피스를 감안해도 xG와 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까지 운이 아니라고 정신승리할 순 없지만, 운도 실력이 있고 준비가 된 자만이 결과로 이어나가는 겁니다. 오전에 사롱이 말씀하신 것처럼 잘해서 이긴 거니까 당당하게 승리를 만끽하셨으면 좋겠습니다.
format_list_bulleted

댓글 29

arrow_upward 뮌헨 2차전때문에 긴장되서 잠이 안 오네요. arrow_downward [marca] 카르바할 2차전 결장 (2~3주 아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