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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피카목요일 5시

선수를 까지 않는 이유...

맛동산 2018.04.10 01:24 조회 3,801 추천 15
전 왠만하면 선수들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쉴드를 많이 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03-04 시즌부터 라데시마까지 무려 10년간 정말 긴 굴욕의 세월을 겪었거든요. 10년간 리가 단 3회 우승, 챔스는 광탈, 메시는 날라다니고... (코파는 생략할게요)

그래서 아직도 챔스 2연속 우승이 실감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델레알피가서 네드베드한테 유린당하고, 지금은 어디서 뭐하는지도 모르는 살라예타한테 골든골 뚜드려 맞고 탈락한 게 엊그제 같은데, 삼대떡 승리에 오버헤드골을 박아주는 장면이란... 믿을 수가 없죠.

그래서 간만에 선수 칭찬글좀 써볼게요. 수비 위주로 3인만 꼽았습니다.

1. 세르히오 라모스
올드팬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에로가 은퇴한 레알 마드리드에서 갈락티코스와 함께 따라붙는 말이 '고질적인 수비 문제'였습니다. 당시 레알은 많은 비판은 뒤, 당대 정상급 센터백이었던 왈테르 사무엘을 영입하지만 개망하죠. 거기다가 우드게이트라는 흑역사까지 남기게 됩니다.

하지만 2,700만 유로 바이아웃의 라모스가 오면서 달라집니다. 레알의 수비 안정의 시작은 라모스 영입부터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전술 이해도가 좋아서? 아닙니다. 당시 라모스는 어린 유망주에 불가했습니다. 다만 라모스가 차원이 달랐던 부분은 '피지컬'이었습니다. 그때 전 깨달았죠. 스킬이고 전술이고 피지컬이 갑이구나... 주력도 좋고, 중심도 잘잡고, 스킬도 좋고, 운동 능력까지 좋아 워낙 아크로바틱한 수비도 잘해냈습니다. 라모스 말고도 엘게라, 칸나바로, 페페, 바란, 알비올, 메첼더 등 많은 센터백을 봐왔습니다만 라모스는 정말 뭔가 달랐습니다. 칸나바로 왔을 때도 라모스 보다 특별한 건 없네? 라는 느낌도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전성기는 아닌 걸 감안할 때 단순 비교는 아니고요)

저에게는 떡잎부터 달랐던 라모스가 이제 피지컬+스킬+경험을 갖춘 센터백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챔스 우승을 견인하는 득점까지 해냈고요. 물론 이에로는 제가 많이 못봐서 누가 더 좋았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만, 라모스는 이에로 은퇴이후 지금까지 15년간, 다른 센터백과 확연한 차이가 날 정도로 최고 수준의 센터백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2. 카세미루
마지막으로 이번 시즌에 욕도 많이 먹었던 카세미루 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면 전 사비 알론소보다 카세미루를 선호합니다. 그리고 라모스처럼 최근 15년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단순히 실력만 따지자면 전 당연히 사비 알론소를 택할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세미루를 최고로 치는 것은 레알이 필요로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 상에 꼭 맞는 스타일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마치 칸테라때부터 맞춤 인재로 키운 것처럼요.

레알 마드리드는 모두가 아시다시피 굉장히 공격 지향적인 팀입니다. 많은 분들이 착각하시는 게 공격적인 팀이니 수비에 특화된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데, 공격적인 팀일 수록 공격 재능을 갖춘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수비만 잘하는 선수로 세워두면 공격 시에는 1명없이 뛰는 것과 다름 없으니까요.

사비 알론소도 정말 유일하게 아쉬웠던 부분이 공격 전개시 빠르게 치고 나와 도와줄 수 없다는거죠. 수비 전환도 느리고요. 에메르손, 디아라, 파블로 가르시아 등 비슷한 사례는 차고 넘칩니다. 그래서 레알 마드리드에 필요한 수비형 미드필더는 육각형의 두루두루 잘하는 스타일입니다. 라쓰와 에시앙이라는 소소한 실험을 거친 뒤 나온 첫 프로토타입이 케디라였는데, 공격이나 수비 모두에서 이도저도 아니게 되다 보니 결국 이적했죠.

그리고 카세미루는 두 번째 프로토타입에서 완성체가 되었습니다. 공격을 구티만큼 잘하는 건 절대 아니고, 패스를 사비 알로소만큼 잘하는 것도 절대 아니고, 수비를 마켈렐레만큼 잘하는 것도 절대 아니지만, 전부다 '왠만큼 해준다'라는 게 중요합니다. 필요할 땐 공격도 어느 정도 해주고, 어려울 땐 수비도 어느 정도 해주는 선수죠. 게다가 피지컬이 좋아서 공수전환 만큼은 사비 알론소, 마켈렐레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패스 미스때문에 욕을 많이 먹습니다. 그런데 저는 솔직히 이해가 됩니다. 레알처럼 공격 지향적인 팀에서는 최후방 미드필더에게서 패스 미스가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크로스와 모드리치가 좌우에서 올라가면 카세미루가 혼자 남게 되는데, 압박이 들어오면 가끔 패스 미스를 하거나 볼을 빼앗기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봐요. 공격적인 전술을 펼치면 당연히 약점도 생깁니다. 리스크가 아에 없는 전술은 없으니까요.

라데시마 시즌 때 도르트문트 원정 떠올려보시면, 사비 알론소가 어이없는 패스미스해서 골먹고 0:2까지 가서 끝까지 긴장하면서 경기봤죠. 사비 알론소가 못해서가 아닙니다. 공격 지향 전술에서는 알론소 자리가 위험 상황에 노출되는 빈도가 가장 높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미스는 시즌 중에도 적지 않게 나왔습니다. 사비 알론소처럼 정상급 선수도 어려운 환경에서 카세미루 정도면 잘해주고 있다고 생각이 드네요. 거기에 공격 가담까지.

(여담으로 마켈렐레도 레알 있을 때 패스 못한다고 카세미루보다 훠얼씬 심하게 까였습니다. 파트너가 지단이다보니 더욱... 심지어 아스, 마르카에서도 줄기차게 깠죠. 20미터 드립도 있었습니다. 근데 첼시가서 보니 이게 왠걸..? 패스를 꽤 하더군요.)

3. 마르셀루
간단히 말할게요. 호베루트 카를로스는 정말 강력한 공격 옵션이었습니다. 하지만 마르셀루는 차원이 다릅니다. 많은 플레이 메이킹이 마르셀로부터 시작하니까요. 풀백이 플레이 메이킹을 한다? 솔직히 전 다른 선수는 안빨아도 마르셀로 만큼은 정말 축구 역사에서 손꼽힐만한 수준의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잘해서가 아니라, 그냥 차원이 다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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