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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피카목요일 5시

지로나 전 단상

온태 2018.03.20 00:43 조회 2,718 추천 17
1. 백3를 쓰는 팀을 4-4-2로 완벽하게 잡아냈다는 점에서, 이번 경기는 앞으로의 일정에 있어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올시즌 이 팀은 좋지 못한 경기를 꽤 자주 한 편인데, 엘 클라시코를 제외하면 개인적으로 가장 보기 힘들었던 경기가 백3를 상대하던 경기들입니다. 전반기 이 팀의 메인 플랜이던 4-3-1-2와 상성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백3 전술은 횡으로는 넓고 종으로는 컴팩트하다는 특성을 갖는데, 이는 횡으로는 좁고 종으로는 깊은 4-3-1-2와 완전히 대비됩니다. 공교롭게도 전반기 이 팀의 풀백들과 공격진이 최악의 폼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대비점이 전부 약점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로나는 리가에서 가장 완성도있는 백3 운용을 하는 팀입니다. 이미 본인들의 홈에서 이 팀을 잡아낸 전적이 있는 팀이기도 하고요. 이런 팀을 상대로 공격에선 6골을 넣고 수비 시엔 오픈 플레이에서 위협적인 장면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는 점은 시사점이 뚜렷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반기에 이 팀을 유독 고생시켰던 백3를 통해 걸어오는 전환 싸움에서도 명확한 해답이 생겼다는 의미니까요.

비록 첼시와 토트넘이 떨어지면서 챔스에서 백3를 들고나올 팀은 거의 없겠지만, 4-3-1-2를 저격하기 위한 깜짝 백3같은 카드를 꺼내기 한층 부담스러울 거란 점에서 이 경기는 충분한 의미를 갖습니다. 다시 말해 상대가 세명의 센터백으로 페널티 박스를 지키며 호날두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한방 역습으로 이 팀을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할 확률이 줄었단 얘기입니다. 따라서 이 팀은 보다 능동적으로 경기 플랜을 짤 수 있게 될 겁니다. 홈&어웨이로 치루는 토너먼트에서 이는 상당한 이점이죠.



2. 코바치치는 꽤 준수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이 경기 코바치치의 롤은 철저하게 '보조'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크로스 위주로 진행된 후방 빌드업 과정에선 크로스보다 윗선에서 대기하며 볼을 전진시킬 수 있는 선택지가 되었고, 본인이 볼을 소유했을 땐 뭔가 만드려는 욕심을 내는 대신 중앙으로 접근하는 양쪽 윙어들에게 간결하게 내줬으며, 공격 전개 중 포지션을 많이 이탈한 선수가 있을 경우 역습에 대비해 그 공간을 미리 커버하는 움직임도 자주 가져갔습니다.

제법 길게 떠들었지만 사실 이건 중미에게 기대되는 일반적인 요소들입니다. 이걸 준수하게 해내는 것이 뭐가 대단하냐고 반문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걸 혼자서 다 해내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전술적 시야, 기술, 운동량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 갖춰지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거든요. 이걸 한번에 갖춘 선수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은 팀들이 3미들을 채용하거나, 혹은 불완전한 선수들로 2미들을 구성해 중원에서의 주도권을 다소 포기한 시스템을 구성하는 것입니다.

물론 책잡힐 구석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상대 공격을 저지하는 상황에선 썩 좋지 못해 카르바할이 고생을 많이 했고, 사이드 지원 역시 아쉬웠습니다. 그러나 이정도의 실책은 공으로 가려줄 수 있는 범위라고 봅니다.

저는 주욱 코바치치에 대해 비관적인 시각을 가져왔고, 여전히 이 친구가 이 팀의 주전급 포텐을 가지진 못했다고 확신합니다만, 본인의 창의성을 희생해 동료들을 편하게 해주는 모습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네요. 기실 이런 모습이 영입 당시부터 제가 바랐던 모습이기도 하고요. 꾸준히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면 코바치치를 팔아야 한다는 제 입장에도 변화가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더불어, 코바치치가 4-4-2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줄수록 마요와 세바요스에게 갈 기회는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두 선수 모두 코바치치보단 특정 상황에 특화된 선수들이니까요. 이 경기에 두 선수가 대신 투입된 상황을 각각 가정할 경우 마요는 전진이 쉽지 않아 이야라 시즌 2가 되는 그림을, 세바요스는 커버가 되지 않아 중앙에 고속도로가 열리는 광경을 쉽게 예상할 수 있죠.



3. 갓갓갓갓갓갓 갓갓갓 갓갓 갓갓갓 갓갓갓갓이란 수식어가 요즘만큼 잘 어울리는 시기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최근의 호날두는 대단합니다. 제가 지켜봐왔던 호날두의 모습들을 되짚어봐도 요즘같은 포스를 내던 시기가 있었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로요.

지난 시즌 챔스에서의 역대급 캐리로 안겨줬던 큰 감동이 여름의 재계약 파동과 전반기의 역대급 부진으로 인해 큰 실망으로 변질되었었는데, 최근 퍼포먼스는 다시금 실망을 감동으로 끌고 가게 하네요. 어떤 역대급의 선수가 만 33세에 전성기에 준하는 포스를 다시 낼 수 있을까요. 그저 대단할 따름입니다.

올시즌은 이 팀 팬질하며 간만에, 사실 제대로는 처음 느껴보는 절망적인 시즌이었는데, 최근 호날두의 활약을 보면 그게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점점 듭니다. 부디 믿음에 부응해 팬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길 바래 봅니다. 외쳐 갓갓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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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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