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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피카::

잡생각들

토티 2017.10.08 21:02 조회 3,161 추천 18
요즘 머릿속으로 굴리던 잡생각들 텍스트로 풀어보려 합니다. 두서도 없고 중구난방일거라 이해해주시고 읽어주세요.




# 1
감독 구티는 학구파 성향 지도자에 가까워보입니다. 그쪽 냄새가 많이 나네요. 요즘은 감독별로 성향을 좌(ex-펩), 우(ex-시메오네)로 이념화(?) 시켜서 구분하기도 하던데 여지껏 제가 본 구티는 전자에 해당합니다. 이기는 데만 단순하게 집착하기보다 전술이나 선수 기용 등에 새로운 방법론을 지속적으로 도입하면서 그 과정과 수단에도 상당부분 힘을 쏟고, 그러면서도 본인 스스로 철학으로 확립한 것처럼 보이는 기본 플레이 기조는 팀에 확실히 덧입혀놓은 모습들을 보면 꽤 흥미롭습니다.

이번 여름 프리시즌에 Emka Ruhr-Cup이라는 국제대회를 인상깊게 봤는데요. 결승을 제외한 토너먼트 전 경기가 전후반 20분씩, 풀타임 40분으로 진행되는 단기 대회였는데 다채로운 선발 구성부터 경기마다 부분적으로 이루어지는 전술 변주, 용병술 성과 등이 아주 주목할만했습니다.

기본 포진부터 3-4-3, 4-3-3, 4-2-3-1 다양하게 운영하면서 상대 대응에 따라 4-4-2, 3-5-2 등으로 유연한 변주가 이루어졌고, 세부적으로는 중앙쪽 견제로 미들에서 볼 줄기가 안 돌 때 측면쪽 숫자를 늘리고 폭을 넓혀 속도전을 펼치는 등의 우회적인 형태로 맞수를 두기도 하구요. 더욱이 10번 성향의 선수를 3-4-3 윙백으로 배치한다던가, 포워드를 3선 아래에서 볼 전개를 시키는 대신 기존 윙백을 전진시킨다던가 하는 괴짜스러운 실험들이 지속되는데 선수 가용폭이 제한적인 유스팀에서 자기 전술색을 모험적으로 실험하면서도 성과는 성과대로 낸다는 데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결국 구티의 후베닐 A는 모나코, 샬케, 도르트문트 같은 팀들을 깨고 대회를 우승(4승 1무 1패)으로 마감했구요.
(클릭 * 경기마다 쓰였던 플랜들을 그림으로 첨부하려고 했는데 몇 개는 날아가고 없네요. 간략하게라도 참고하시라고 붙여놓습니다)

물론 정규 시즌에 들어와서는 실험색이 거의 빠지고 4-3-3을 골자로 한 기본 플랜이 자리를 잡았는데요. 어느 정도 점유와 높은 중원 밀도를 전제로 안정적인 전개가 이루어지고, 라인을 높게 형성하면서도 전후방 간격을 기계적으로 유지하면서 공수 전환에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합니다. 또 4-3-3에서 기대할 수 있는 측면에서의 수적 우위 활용이나 상대 하이프레싱에 순간적으로 측면 폭을 넓혀 시야를 확보하는 식의 패턴도 잘 뿌리가 내려있구요. 이 같은 플레이 기조는 상대나 홈, 원정 구분 않고 균일하게 나타나는데 최근 유스 챔스 도르트문트 원정에서도 3-5로 지고도 졌잘싸를 시전할만한 경기력이 담보된다는 거죠.

전에 갈락티코의 귀환이랍시고 데 라 레드, 모리엔테스, 솔라리 같은 선수 출신 감독들 유스에 한 자리씩 꽂아넣곤 했는데 구티는 저들처럼 기본도 없는 인물은 아닌 것 같아서 맘에 드네요. 감독 자리가 능력이 우선이어야지 간판만 내세워서 자리 차지하고 있으면 그게 맞나요.




# 2
시즌이 끝났을 때 마요랄의 입지에 대단한(긍정적인) 변화가 있다면 개인적으로 많이 놀랄 것 같습니다. 재능의 크기나 플레이 스타일상 이 팀에서 살아남기 매우 힘들 거라 보는 선수입니다.

실력적인 것 이전에 플레이 유형의 문제, 또 이 팀이 9번에게 요구하는 요소들을 수행할 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구요. 요즘처럼 벤제마가 빠졌을 때 메인플랜(4-3-1-2)에서 호날두와 투톱을 이루거나, 아센시오가 들어온 4-3-3의 중앙에서 연계를 비롯한 각종 포스트플레이, 몸을 이용하는 수비 견제 같은 경기 내적인 기여는 사이즈로 보나 볼터치 같은 기술 수준에서나 무리인 친구고, 또 그렇다고 스코어링에 한정해서 쓰기엔 아시다시피 아직 그만한 기량이 안 되구요. 활약이 괜찮았던 소시에다드전 직후로 기대가 높아진 모양인데, "벤제마가 없고 호톱도 답답한 데 마요랄은 왜 안 쓰냐"가 최근 분위기대로 "지단이 쫄보라서" 혹은 "바스케스나 아무개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경기 감각이나 플레이 리듬이 일정 수준으로 올라오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타입인 것도 한몫하는데요. 볼프스부르크 임대가 실패한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 안 할 거였다면 이번 여름에 레귤러로 뛸만한 팀으로 임대나 이적을 하는 게 최선이었는데 흐지부지된 게 아쉽구요. 떠난 마리아노와 달리 기량을 발휘하기까지 시간을 넉넉히 보장해줘야 하는 타입인데 여기선 꿈도 못 꿀 일이고, 피지컬이나 중앙 공격수로서의 수비 상대요령 같은 것도 경험을 축적하면서 키워가야 하는 부분인데 상황이 이러니 여러모로 힘들 거라 봅니다.

그나마 준수한 주력에 수비배후로 들어오는 움직임(소시에다드전 골장면이 정확히 보여준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이나 헤더, 양발 슈팅 같은 무기들은 잘만 다듬으면 2014-15 치차리토 같은 주전/비주전 구분이 뚜렷한 백업 스코어러로 쓸만할 수도 있겠는데 한 시즌 안에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네요.




# 3
루카를 우리팀 주전 골키퍼로 보게 될 일은 없어보입니다. 그래서도 안 되구요. 엔소는 2년 동안 경기력적으로나 프로 무대 경쟁력 면에서 팀에 모나지 않게 기여하고도 혈연이라는 시선의 족쇄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는데, 루카는 그보다 설득력이 더 떨어지니 참담합니다.

볼을 가지고 플레이하는 걸 참 좋아하는데, 주제 넘게 키패스를 시도 때도 없이 시도하다가 실점으로 직결되는 실수가 나오고 또 그걸 상쇄할만큼 세이빙이 출중한 것도 아니구요. 키퍼로서 작은 키에 리치도 짧아서 공중볼에 매우 취약하고 도대체 노이어가 뭔지 골문은 왜 자꾸 비우나요. 기본부터 하자가 심한데 정신은 영웅본능이 지배하고 있는 골키퍼. 조금 심하게 말하면 출신빼면 세군다에서라도 불러주는 팀이 있을까 싶네요.

15~16살 때부터 기대가 많았고 지난 시즌 후반기 깜짝 활약도 있어서 혹시!? 했지만 다 접었습니다. 혈연 이상으로 설명하기 힘든 선수. 이젠 틀렸어...




# 4
이번 임대생 중 성과를 제법 내고있는 건 외데고르(헤렌벤), 린하르트(프라이부르크) 정도고 넓혀서 보면 하부리그의 페바스(사라고사)랑 하비 무뇨스(로르카)까지 꼽을 수 있네요. 발베르데도 있긴한데 굳이 언급하고 싶지 않아서 생략하겠습니다.

외데고르는 확실히 내년 프리시즌에 시험을 받아볼 듯 합니다. 그 때 임팩트를 남긴다면 작년 아센시오처럼 남아서 천천히 담금질을 시작할 수도 있구요. 이 친구도 피지컬 형성이 서서히 끝나는 시기에 왔는데, 전체적인 골격이나 뼈대가 다행히 기술 밸런스를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잘 잡혀가는 모습이고 근육도 프리시즌 사이에 몰라보게 붙어서 보기 좋더군요.

헤렌벤에서 시작은 4-3-3 우측 포워드로 나와서 중앙동선 오가면서 드리블, 패스로 풀어주는 역할인데 플레이 전반의 안정감이 카스티야 때보다 확실히 좋아졌구요. 동료들과 부분전술 수행하면서 압박 풀어내고 패스 길목을 읽는 시야도 대폭 성장했는데 아쉬운 점은 역시나 공격포인트 생산력입니다. 동료들 수준이 허접한 걸 떠나서 마무리 상황에서의 판단력이나 성장했다곤 하나 여전히 아쉬운 킥력이 결정적이라고 보고 남은 시즌 동안 상쇄하는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아마 팀에 돌아오게 된다면 이스코 백업으로 왼발잡이 열화버전을 보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린하르트는 의외로 분데스리가에서 금방 주전으로 자리잡은 모양샌데 팀 상태가 메롱이라 온전하게 평가받긴 힘들구요. 프랑크푸르트의 바예호보다 개인 퍼포먼스에서도 처지는 편이고 직전 시즌 카스티야에서도 경기력이 아주 나빴던 편이라 우리 전력에 긍정적인 결과까지 가져오긴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전으로 쭉 뛰고 있으니 지켜는 보겠습니다.

페바스는 이미 가진 기량만으로도 라리가에서 경쟁력이 있는 친구고 실제 러브콜도 있었는데 스스로 세군다행을 택한 특이 케이스인데요. 다행히 세군다에서 적응 잘해서 뛰고 있고, 하부리그에서 에이스 놀음하다가 천천히 올라오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싶네요. 카스티야에서 했던 거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세군다 가자마자 스페인 U-21 뽑히는 거보면 역시 간판이 중요하긴 하더군요. 다만 똑같은 스타일로 완벽한 상위클래스인 세바요스가 여름에 와버려서 큰 변수가 없는 한 우리팀에 설 자리는 없어보인다는 게 아쉬운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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