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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피카::

알라베스 전 후기

라그 2017.09.24 20:27 조회 2,924 추천 9



0.
 개인적으로 초반 5라운드까지는 호날두, 라모스, 벤제마, 마르셀루가 순차적으로 빠짐으로서 생기는 팀의 전술 시스템적인 붕괴가 가장 크다고 생각했기에 공격수 영입이나, 마드리드 위기설에 별로 공감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잘 채비하고 나가면 소시에다드 전처럼 제대로된 경기 공략이 가능할거라 봤고, 레반테와의 경기도 운이 없는 부분까지 고려했을 때 아쉽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정도로 치부하고 있었습니다. 지단의 역량이나 스타일의 문제기도 하고, 팀 자체의 매너리즘 문제기도 하니까요. 알라베스와의 경기는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췄을 때에도 아직까지는 변명이 가능한 지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옆동네의 쾌진격 때문에 많은 분들이 부담스러워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게 계속되리라고도 생각하진 않습니다.
 
 물론 그와 별개로 너무 못했다 라는 부분은 감싸줄 부분은 아닙니다. 팀원 절반이 나가떨어져도 좋은 전술을 이끌어내야하는 것이 감독의 의무라고 생각하고요. 지단이 항상 이런 부분에서 부족한 것은 아쉽습니다. 16/17 리가 세비야 원정이나, 코파 셀타 2차전의 3백 같은게 좋은 예이고 장기적인 플랜이 아닌, 단기적인 임기응변이 부족한 것은 지단이 계속 지적받는 부분입니다. 사실 선수로서의 지단이 굉장히 번득이는 과감한 플레이를 했던 것을 생각하면 감독으로서의 지단은 너무 보수적이고, 학습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지난 시즌의 지단이, 어느정도 운이 따라준 부분이 있었다면 이번 시즌은 운이 따라주지 않고 있는데 이 조금의 운이 승점 5점 ~ 10점을 가린다는걸 생각하면 더 분발해서 여유를 만들어야합니다. 옆동네가 아무리 지금 메시에 기댄 오버페이스라고 해도, 우리가 못 쫓아가면 어떻게도 할 수 없습니다. 

 


1.
 마드리드가 지난 시즌부터 이번 시즌까지 어느 팀을 만나도 줄곧 우위를 점했던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볼 관리 능력입니다.  

 또한 벤제마, 모드리치, 크로스, 마르셀루, 이 넷의 공통점을 말하라고 한다면 마드릿의 주된 볼 회전을 담당하는 축이라는 겁니다. 물론 카르바할이나 라모스, 이스코도 일정 부분 지분을 차지하지만 이 넷의 비중이 가장 큽니다. 문제는 알라베스 전에서는 이 넷이 모두 결장하면서 당장 팀의 볼 흐름의 정밀도가 하락합니다. 카르바할 역시 극단적으로 부진하면서 공수 모두 만족스럽지 않았고요. 

 지단을 이것을 대체하기 위해 세바요스와 이스코의 중미 기용을 이끌어냅니다. 코바치치가 없기에 별다른 대안이 없고 이스코 혼자 볼 운반을 맡기기에는 이스코에 가해지는 부담이 크기에 전진성이 강하고 활발한 세바요스를 통해서 아센시오 - 세바요스 - 이스코 - 바스케스로 페너트레이션에서 순간적인 수적 우위를 만들어내서 압박이 헐거운 알라베스를 공략하려고 했다고 봅니다. 알라베스의 압박이 그다지 특출난 것도 아니고 활발한 넷이 측면과 중앙을 통해서 계속해서 공략한다면 (최전방에 호날두도 있고) 무난하게 득점을 할 수 있을거고 이스코나 카르바할 정도를 벤치로 불러들여서 체력도 보전할 수 있었겠죠.

 여기서 오산이 있었다면, 바스케스와 아센시오 양 측면이 중앙으로 돌파하지 못하고 고립된 것이었겠죠. 알라베스가 강한 압박을 하진 않았지만 중앙 수비가 뒷공간을 허락하지 않고 각기 측면 공격수를 밀어냄으로서 2선 이상이 모두 분단되고 말았죠. 다행히 세바요스가 온더볼, 오프더볼 가리지 않고 알라베스를 흔들어주며 직접 득점을 하긴 했으나 이건 세바요스의 개인 능력, 어떻게 보면 플루크인지라 이겼다고해도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하긴 어렵습니다. 

 또한 세바요스와 이스코가 볼을 전진시키는 것은 문제가 없었지만 어태킹 써드까지 들어간 시점에서 플레이메이킹을 하는 능력은 확실히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이스코는 체력적인 문제고, 세바요스는 아직 역량의 문제겠지요. 전체적으로 오프더볼도 좋지 않아 패스를 주는 쪽도 받는 쪽도 느려 알라베스는 수월하게 수비 진영을 짤 수 있었습니다. 플레이메이킹이 안된다면 차라리 박스 안까지 침투해서 호날두에게 공간을 만들어줬어야하는데 그것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서 호날두만 계속 박스 앞뒤로 왔다갔다하며 억지로 골을 만들어내려고 했죠. 볼을 많이 쥐고 있었음에도 효율적인 공격 부분 전술이 부재했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공을 뺏기거나 실점으로 이어지는 바스케스의 턴오버가 일어났다고 봅니다. 공수 전환 자체도 느렸구요. 



2. 
 여기서 아센시오의 극단적인 부진이 이어집니다. 아센시오는 현재 팀에서 가장 닮은 선수를 따지라면 호날두고, 외부에서 따진다면 수비진을 직접 타격하고 득점과 어시스트를 노릴 수 있는 선수라는 점에서는 카카와 흡사한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볼을 가지고 직접 경기를 주도 하려는 성향이 없다는 점에서 소위 측면 플레이메이커와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지요. 전자의 능력을 살리든 후자의 능력을 키우든 어떻게 하나의 무기를 더 만들어야 마드리드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아직 그게 안되기에 알라베스 전에서 아센시오는 극단적으로 부진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알라베스도 그걸 알기에 아센시오에 대한 대인 방어를 철저하게 유지했는데 이게 효율적으로 먹혀들어갔다고 봅니다. 

 박스로 침투해서 골을 노리기에는 크로스와 마르셀루가 없고, 측면에서 공을 받아 침투하자니 좋은 패스가 들어오지 않자 볼을 받는 것 자체가 더 낮은 자리에서 수비진과의 경합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거기에서 밀려서 점점 아래로 내려오게 됩니다. 그렇다고 아래로 내려와봐야 아센시오의 스프린트나 몸싸움으로는 경기에 유의미한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차라리 하메스처럼 주변 선수를 벽으로 삼아서 공간을 만들어내거나 세바요스, 이스코와의 패스 앤 무브를 통해서 어태킹 써드까지 들어가면 좋은데 그것도 안되니 볼을 갖지도 못하거나 볼을 가져도 무리한 돌파를 통해 공격권을 넘겨줍니다. 

 바스케스는 여전히 직선적인 움직임 밖에 못 가져가고 주변이 호응을 안해주니 크로스나 볼 회전조차 제대로 못해서 실점의 시발점까지 됩니다. 



3.
 개인적으로 오늘 최악이었던 것은 외적으로는 지단이고, 내부적으로 바란과 루카스, 카르바할이라고 보지만, 바란은 몰라도 바스케스는 지단이 실력 이상의 것을 요구했다고 보기에 다소 동정적입니다. 물론 실점 상황에서의 턴오버는 변명할 것 없는 실책이지만 바스케스가 카르바할의 도움 없이 뭔가 해결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단 한번도 없기에 풀타임으로 출전하면서 독박을 썼다고도 생각이 듭니다.

 지단이 후반 1점차 상황에서 바스케스 대신 베일이나 마요랄을 넣지 않은 것은 다소 의아합니다. 베일이야 도르트문트와의 경기를 위해서 아꼈다고 하더라도 마요랄이 설마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낙점되어 경기에 뛰지 않은 것도 아닐테고 오히려 경험을 쌓기 위해 많은 경기를 뛰는 것이 필요할 때인데 왜 계속 바스케스를 고집한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바스케스가 그렇게 많은 기회를 창출한 것도 아니고 아센시오 역시 부진했기에 포지션을 바꿔줌으로서 상황을 변화할 여지가 있었을텐데, 이 부분은 고민해봐도 딱히 답이 나오지 않네요. 

 사실상 유스나 다름없는 하키미 테헤로 마요랄을 올린 시점에서 지단도 별로 손 쓸 방법이 없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챔스 결승에서 보여준 전술 변화는 어디로 간걸까요. 베티스 전이 지단 말대로 '골이 안 들어간 경기' 였다고 하더라도, 이번에는 경기력 측면에서도 거의 완패나 다름없었는데 지단이 어떻게 수습을 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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