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소시에다드의 도전

1970년대까지 라 리가의 주인공은 레알 마드리드였다. 1960년대 라 리가 5연패를 달성했던 그들의 매서운 기세는, 1978년에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회장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지속됐다.
하지만 라 리가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시대를 끝낸 팀은, 그들의 라이벌 클럽인 바르셀로나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아니었다. 바로 바스크 지방의 레알 소시에다드였다.
높이를 우선시하는 축구와 강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한 뛰어난 수비 축구를 선보였던 알베르토 오르메차 감독의 레알 소시에다드는, 레알 마드리드를 격파하며 클럽 역사상 최초의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그들은 1980년대 초반을 자신들의 시대로 만들며 라 리가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그 이후 레알 소시에다드는 라 리가 우승과 거리가 먼 팀이 됐다. 하지만 그들만의 독자적인 성공 방식은, 3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이제 그들은 오랜 기다림을 끝내며 다시 한 번 더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들이 날아오를 자리는,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을 확보할 수 있는 4위 자리다.

➀바스크 지방과 바르셀로나 철학의 결합
19세기 바스크 지방에 축구가 들어오게 된 계기는, 바로 영국 유학에서 돌아온 바스크 지방의 유학생들에 의해서였다. 그래서 그런지 레알 소시에다드와 아틀레틱 빌바오, 알라베스와 같은 바스크 지방의 클럽들은 영국 축구처럼 선수들의 피지컬과 몸싸움, 그리고 높이를 우선시하는 축구 철학을 가지고 있다.
기술력과 패스를 중시하는 다른 라 리가 클럽들의 철학과 상당히 이질감을 가지고 있었던 바스크 지방 클럽들은, 자신들의 철학을 유지하기 위해서 여러 방식을 선택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스크 지방 출신이나 국적을 가진 선수들만으로 팀을 꾸리거나, 바스크 지방 출신의 유소년 선수들을 중심적으로 육성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정책 덕분에 이들 바스크 지방 클럽들은 자신들의 철학을 유지할 수 있었고, 1980년대 라 리가를 장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레알 소시에다드는 아틀레틱 빌바오와 비교해보면 비교적 개방적인 팀이었다. 레알 소시에드는 자신들에게 황금기를 안겨준 알베르토 오르메차 감독 이후 바스크 국적 선수들만으로 팀을 구성하는 팀의 전통을 폐지했고, 기술력을 갖춘 라틴 아메리카를 비롯해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레알 소시에다드가 변화하는 클럽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재 레알 소시에다드의 감독인 에우세비오 사크리스탄 감독은, 이러한 클럽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호셉 과르디올라와 로날드 쿠만 감독 등과 함께 바르셀로나의 철학을 대표하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으로, 레알 소시에다드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축구 철학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 시절 에우세비오 사크리스탄 감독은 호셉 과르디올라와 로널드 쿠만 감독 등과 함께 요한 크루이프 감독의 ‘드림 팀’ 바르셀로나에서 뛰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의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사크리스탄 감독은, 2003/2004시즌부터 2007/2008시즌까지 프랑크 레이카르트 감독 밑에서 바르셀로나의 수석 코치직을 역임했고, 2011/2012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바르셀로나의 B팀 감독직을 맡았다.
바르셀로나에서의 경험은 에우세비오 사크리스탄 감독이 바르셀로나의 철학과 바르셀로나라는 클럽을 가장 잘 이해하게 만들었다. 그가 바르셀로나 B팀을 떠나기로 결정한 이유는, B팀에서의 성적 부진도 있었지만 자신의 능력을 더 큰 곳에서 실현시키고 싶은 욕심 때문이기도 했다. 이러한 사크리스탄 감독을 가장 필요시 했던 팀은, 다름아닌 레알 소시에다드였다.

레알 소시에다드와 바르셀로나의 철학은 기본적인 뼈대는 다르지만, 두 팀 모두 유소년 출신 선수들과 조직력을 중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변화가 필요했고, 이러한 변화를 주도할 수 있었던 인물은 에우세비오 사크리스탄 감독 뿐이었다.
에우세비오 사크리스탄 감독이 가지고 있는 철학을 만난 레알 소시에다드는, 그들에게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빠르게 적응했다. 사크리스탄 감독은 선수들에게 기존의 장점인 높이의 장점과 몸싸움을 주문했고, 팀이 볼을 소유하지 못할 경우 경기의 템포를 늦추면서 상대의 공격 전개를 답답하게 만드는 수비 방식을 요구했다. 반대로 팀이 볼을 소유한다면, 선수들에게 짧고 정확한 패스와 중앙에서의 강한 전방 압박, 측면에서의 공수 협력, 그리고 빠른 템포의 공격을 강조했다.
두 팀의 철학이 결합된 레알 소시에다드는 지난 두 시즌 동안 더욱 강한 팀으로 발전했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지난 시즌 라 리가 4위에 랭크됐을 정도로 강팀으로 발전했고, 최종적으로 라 리가 6위를 기록해 유로파 리그 진출권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잠재력이 높은 팀이다.

➁라 리가 최상의 조직력
이번 시즌은 에우세비오 사크리스탄 감독이 팀을 지휘한지 세 번째 시즌이 되는 해다. 감독의 부임 기간이 길어지면,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력이 예전보다 떨어질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어느 때 보다 조직력적인 부분에서 높은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필자는 레알 소시에다드가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등과 함께 라 리가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력을 갖춘 팀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오랫동안 팀에서 맹활약한 미켈 곤잘레스와 유리 베르지체, 카를로스 벨라 등을 제외하고 팀을 떠난 주축 선수들이 적다.
팀을 상징하는 선수인 사비 프리에토는 여전히 건재하며, 수비라인에서 중심 역할을 했던 이니고 마르티네즈는 이번 여름에 바르셀로나로 이적할 뻔했지만, 결국에는 잔류했다. 골키퍼인 헤르니모 룰리가 나폴리로 이적할 가능성이 매우 높지만, 에우세비오 사크리스탄 감독은 이미 확실한 대안을 마련했다. 즉, 팀의 전술적 시스템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선수들 대부분은 잔류에 성공했다.

두 번째로, 케빈 호드리게스와 알바로 오드리오솔라, 혼 바우티스타, 이고르 주벨디아 등과 같은 유소년 선수들이 이번 시즌 1군에 정식으로 승격했다. 이들은 유소년 팀에서 오랫동안 서로 손발을 맞춰왔기 때문에 서로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이다. 또한, 이들은 지난 시즌 후반기에 승격해서 1군 선수들과도 몇 차례 손발을 맞췄다.
그만큼 레알 소시에다드는 이적 시장에서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 보다 이들 유소년 선수들을 주전으로 기용하는 게 팀의 조직력을 비롯한 여러 부분을 향상시키는데 더 좋은 효과를 안겨줄 것이다. 이들은 레알 소시에다드가 직접 양성한 선수들인 만큼 클럽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레알 소시에다드의 이러한 높은 조직력은 전술적인 완성도에서 장점을 발휘할 수 있었다. 지난 두 경기 동안 치러진 레알 소시에다드의 경기를 보면, 그들은 조직력과 패스에서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그들은 비야레알과의 경기에서 87%에 달하는 높은 패스 성공률과 61%에 달하는 볼 점유율, 9번의 유효 슈팅을 기록하며 경기를 압도했다.

➂더 빠르게, 더 강하게
최소한 공격 전술에서의 완성도와 조직적인 부분에서만 놓고 본다면, 필자는 레알 소시에다드가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다음으로 라 리가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진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윌리안 주제는 연계와 득점력을 갖춘 공격수며, 후안미는 빠른 스피드와 침투력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진을 괴롭힐 줄 아는 선수다. 미켈 오야르사발은 다재다능한 선수다. 여기에 1군에 승격한 측면 수비수인 케빈 호드리게스와 알바로 오드리오솔라 등은 측면에서 속공과 더 많은 기회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당초 레알 소시에다드는 왼쪽 풀백인 유리 베르지체의 파리 생제르망 이적으로 인해 왼쪽 측면 공격력이 헐거워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케빈 호드리게스는 베르지체의 공백을 메우는데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관심을 받았던 알바로 오드리오솔라는 미켈 오야르사발과 함께 측면에서 팀의 득점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레알 소시에다드 선수들은 젊고, 파워풀하다. 이들의 축구는 이번 시즌 라 리가를 재밌게 하는데 상당히 큰 기여를 할 것이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필자를 즐겁게 하는 몇 안 되는 흥미로운 클럽이며, 필자는 이들이 이번 시즌 큰일을 해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만큼 그들은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➃약해진 경쟁자들
필자는 이번 시즌에도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세비야가 빅4의 위치를 지킬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레알 소시에다드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세비야와 함께 충분히 4위권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전반기 때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이번 여름까지 FIFA로부터 영입한 선수를 등록할 수 없는 징계를 받았고, 1월이 돼서야 영입한 선수들 등록이 가능하다.
문제는, 현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적잖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전술은 선수들에게 상당히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데, 그동안 시메오네 감독의 전술에서 핵심 역할을 했던 필리페 루이스와 후안프란, 가비 등 베테랑 선수들은 30대 초중반에 접어들었다. 이들은 이번 시즌 체력적인 부분과 급격한 노쇠화에 빠질 수 있다. 이미 후안프란은 노쇠화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선수층이 비교적 얇다보니 전반기에 핵심 선수 한두 명이 부상으로 이탈할 경우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선수가 적다. 12월까지 버텨야만 하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게 4개월이라는 시간은 상당히 길고 위험한 시간이 될 것이다.

두 번째, 세비야는 에두아르도 베리소 감독의 철학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베리소 감독은 셀타 비고 감독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철학은 전임 감독인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과 미세한 차이점이 있다.
호르헤 삼파올리 감독은 쉴 새 없이 상대를 몰아치는 공격 전술을 선보였지만, 에두아르도 베리소 감독은 볼 소유와 점유율을 우선시하는 축구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미세한 차이점이 있다. 세비야의 전력은 강하지만, 그들이 베리소 감독의 축구를 완전히 소화해내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필자는 앞서 언급한 이유들이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세비야의 발목을 크게 잡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앞서 언급했던 부분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불안 요소에 불과하다. 필자는 저 두 팀이 위닝 멘탈리티와 풍부한 경험을 갖췄기 때문에, 자신들에게 처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정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저 두 팀의 성적이 4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레알 소시에다드의 최대 장점인 체력과 높이에서의 우위, 조직력, 전술적인 완성도 부분을 쉽게 무시할 수 없다. 레알 소시에다드가 저 두 팀과의 싸움에서 승리한다면,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같은 팀들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들은 이번 시즌 충분히 4위권 안에 들어갈 수 있는 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보다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들이 꿈꾸는 목표를 이룬다고 해도 그 목표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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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os Vela 2017.08.30첫댓!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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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나 2017.08.30이런 팀을 호날두 없이 상대해야 한다 말입니까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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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 one 2017.08.30잘 읽었습니다 ^^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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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인이봉교 2017.08.30소형과 천수가 몸담았던 소시에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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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Lan 2017.08.30좋은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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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free03 2017.08.30연속 득점 신기록의 최대위기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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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n Odegaard 2017.08.30이 팀의 철학과 운영방식은 솔직히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는 1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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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 2017.08.31필리페 자리엔 세르지라는 좋은 유망주가 있고 뤼카도 레프트 가능, 토마스 파티도 최근 성장세가 좋은 편이구요
후안프란 자리에는 브르살리코
가비 자리에는 사울, 코케, 아우구스토 등
고딘 자리에는 히메네스, 사비치, 뤼카 등등
크게 문제는 안될것 같네요. 강팀과의 경기에서면 당연히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선수들이지만 요즘은 아닌 듯 합니다.
오히려 앙헬 코레아의 무서운 성장세와 생각보다 괜찮은 비에토 덕에 공격진 로테가 더 수월해진게 포인트일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