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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타페화요일 5시

지단, 이적시장, 레매 이야기

라젖 2017.06.11 20:58 조회 1,823 추천 8
1. 지단 이야기
 지단에 관해서는 저번에 한 번 짧게 썼던 적이 있어요. 그리고 또 한 번 쓰려고 생각중이었는데 타이밍을 재다보니 어떻게 시즌 끝난 뒤가 돼버렸네요.
 지단에 대한 제 의견은 간단합니다. 님 짱, 오래 해먹으셈!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진데요. 첫째는 물론 능력입니다. 시즌 내내 운장 꼬리표를 달고 자격논란에 휘말려 온 우리 대머리였지만 이 시점에서 지단의 능력을 의심하시는 분은 아마 없으실 거라 생각해요.
 지단의 능력에 대해 디테일하게 얘기를 해보자면, 우선은 선수단 관리 능력이 가장 돋보입니다. 신체적, 정신적인 면 양쪽으로요. 호날두로 대표되는 노장 선수 케어, 가장 중요한 시기에 팀 핏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장기적인 안목의 로테이팅 시스템을 보고 있으면 이 대머리가 과연 감독 경력 2년짜리 대머리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옆동네가 그토록 자랑하는 MSN이 체력 문제로 고생하는 걸 보면 이런 능력은 소중한 장점입니다.
 정신적인 측면에서의 팀 관리도 그래요. 무리뉴 시절을 돌이켜 보면 자잘한 것부터 굵직한 것까지 정말 잡음 많았습니다. 그게 꼭 감독 탓만은 아니었지만, 팀의 총 책임자였던 무리뉴 감독의 팀 관리 역량에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은 온당하다고 봅니다. 지단호를 보면, 물론 모라타나 하메스 같은 선수들이 만족하지 못하고 팀을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모라타든 하메스든, 다른 누구든 최소한 대외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언행을 했던 기억은 없는 것 같아요.(혹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긴가민가하네요.) 다시 말해 불만이 있었던 선수들도 행동을 삼가는 정도의 분별력은 보여줬고, 여기엔 지단의 영향이 있을 겁니다. 선수들을 잘 구워삶은 거죠. 항상 각종 언론에 엊어맞고 사는 마드리드의 수장으로서 아주 적절한 능력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지단의 두 번째 장점은 "햇병아리"라는 겁니다. 커리어를 보면 수십 년은 감독을 해온 사람 같은데 이 사람 부임한지가 2년도 안 됐죠. 그 전의 감독 경력이래봐야 카스티야 잠깐 맡았던 것밖에 없고요. 햇병아리, 초짜, 신출내기...이런 말들을 부정할 수 없는 감독인 거죠.
 사람은 경험을 쌓는 만큼 성장합니다. 감독도 마찬가지예요. 실제로 요 짧은 시간 동안 지단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줬어요. 제가 지단이 한두 시즌 말아먹어도 봐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인데, 시즌 말아먹으면서도 뭘 배울 게 있는, 그런 애송이 감독입니다. 말하자면 유망주예요. 어린 선수들이 똥을 싸대도 미래를 믿고 지켜보는 것처럼 인내심을 가지고 기대를 걸 만한 감독입니다. 포텐셜은 분명히 보여줬고,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 발전할 거라고 확신해요. 그래서 지단을 오래오래, 적어도 5년 이상은 지켜보고 싶습니다. 그 동안 트로피 몇 개 더 가져온다? 벽에 똥칠 할 나이 돼도 기저귀 채워서 벤치에 앉혀두길.
 지단의 셋째 장점으로는 선수 보는 눈을 꼽고 싶습니다. 지단이 어린 시절부터 눈여겨봤다가 데려온 바란, 월드클래스를 눈앞에 둔 선수가 됐습니다. 지단이 호시탐탐 노리는 음바페, 젊은 선수 중 발군의 기량을 자랑합니다. 지단의 탁월한 안목은 이미 검증됐다고 봅니다. 레매 회원님들도 여러 차례 감탄하시는 걸 본 기억이 있네요. 올시즌이나 다음 시즌이 아니라, 향후 10년 20년을 좌우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스카우터든 스포츠 디렉터든 선수 보는 눈이 좋은 사람은 구단에 장기적인 공헌을 할 수 있습니다. 20세기에 이어 21세기에도 축구계 최고의 명문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이런 능력을 갖춘 사람이 구단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게 감독이라면, 그것도 오랜 시간 재임하게 될(희망사항입니다..ㅎㅎ) 우리의 레전드라면 최상입니다.
 사실은 전술적 능력과 상징성도 장점으로 꼽고 싶었는데요. 전술적 디테일을 논할 만큼 축구를 알지 못해서 생략합니다. 상징성이야 뭐, 말하면 입 아프죠.

 내용도 없으면서 장황하기만 한 잡설이 됐는데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1. 육체적 정신적 양면으로 선수단 관리 잘함. 2. 감독으로서 젊고 유망함. 3. 선수 보는 안목이 뛰어남. 4. 전술적 역량도 있고 레전드임. 5. 고로 오래오래 해주세요.

2. 이적시장 이야기
 요새 핫토픽이네요. 그럴 계절이죠. 크게 보면 요즘 축게를 달구는 이야기들이 골키퍼, 음바페, 모라타&하메스 이야기인 것 같아요. 제 생각을 가볍게 적어보려 합니다.
 골키퍼 영입에 관해서. 저는 돈나룸마를 선호합니다. '각'이 아주 잘 나왔어요. 젊고 검증된 자원을 데려올 환상적인 기회입니다. 나바스와 한두 시즌 공존할 수 있기에, 그간 많은 수모를 겪으면서도 팀에 헌신해 준 고마운 선수를 급히 내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장점이고요. 에이전트와 연봉 문제가 난감하긴 한데 사실 우리가 돈 없는 구단은 아닙니다. 고액 연봉을 받아도 잘만 해주면 아무 문제 없는 클럽이죠. 호날두 연봉이 아깝거나, 비싸다고는 아무도 생각 안 합니다. 돈나룸마가 탁월한 활약을 보여주면 기쁘게 고액연봉 주고 데리고 있으면 그만. 기대에 못 미치면 내보내고 다른 골리를 찾아보면그만이 아닌가 싶어요.
 음바페 영입에 관해서. 잡아야 합니다. 잡아야 해요. 가능하면 지금 바로 영입해서 베일을 대체하게 하는 게 이상적입니다만 베일이 처치곤란이라 난감하네요. 아무튼 꼭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본인도 우리팀 좋아하던데 다른 팀 가게 되면 음바페에게나 우리에게나 비극이라고 봐요. 좋아하는 감독 밑에서 우상과 함께 행복하게 축구하며 넥스트 발롱도르 위너가 되는 꽃길이 펼쳐져 있습니다. 빨리빨리 오길.
 하메스와 모라타에 관해서. 두 선수 모두 좋은 곳에 가서 행복하게 축구하길 바랍니다. 유스 출신인 모라타는 특히 아쉬워요. 한 시즌만 잔류하면서 기량을 끌어올리면 레알에서의 미래가 보일 것도 같은데 역시 선수에게 그건 희생이겠고, 요구할 수 없겠지요. 하메스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는데, 저는 기량미달보다는 스타일상의 부조화라고 보는 입장이네요. 놓치는 게 대실수일 만큼 엄청난 선수냐고 하면 그것까지는 아니겠습니다만 월드클래스라고는 생각해요. 본인도 팀도 야심차게 진행한 이적이었는데 씁쓸한 끝을 보게 되어 아쉽네요.
 + 베라티 이야기가 나와서. 베라티도 잡아야 한다고 봅니다. 베라티가 롱패스 숏패스 다 잘 하고, 피지컬이 뛰어난 건 아니더라도 굉-장히 적극적이고 파이팅 넘치게 뛰는 선수라 우리팀에 진짜 잘 맞는 자원이라고 보거든요. 모드리치를 대체할 최적의 선수인데다 지금 영입하면 라이벌 팀 발목도 잡을 수 있습니다. 그 위대한 MSN 데리고도 중원이 덜덜거려서 피보는 바르샤에 신의 한 수와도 같은 선수라고 생각해서 그쪽 가는 것만은 안 봤으면 합니다. 안 살거라면 하다못해 뻥카라도 쳐서 이적료라도 올려야 해요. 페레즈 회장이 꼭 고려 좀 해봤으면 합니다. 번역기라도 돌려서 팬레터 보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네요..ㅋㅋ

3. 보잘것없이 길기만 한 글이 돼서 죄송합니다. 참 내용없는데 장황하기만 하네요. 어쨌든 마드리드 팬 한 사람으로서 동지 여러분들과 생각 나누고픈 마음에 글 적어봤는데요. 이런 마음은 레알매니아 회원들 모두가 같지 않을까 해요. 같은 팀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재미있게, 유익하게 얘기해 보려고 글 쓰고 댓글 달고 하는거죠. 레매에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이 더 이상 즐겁지 않다면 레매질을 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런데도 레매에 글을 쓴다는 건 레매와 회원님들 자신의 여가시간을 망치는 일이 될 거예요.
 사실 사람 모이는 데는 다 그렇죠. 잡음이 없을 수가 없어요. 저도 꽤 오래 레매질 했는데, 10년 전에도 늘 다투시는 분들 계시고 만류하시는 분들 계시고, 지겨워하시는 분들 있으셨죠. 회원님들 한 분 한 분마다 생각이 있으시고 나름의 근거도 있으실테니 이야기하다 보면 흥분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글쓰기 전에, 댓글 달기 전에 딱 한 번만 마음 가다듬고 다시 읽어보시면 어떨까 해요. 말과는 다른 글의 장점이잖아요? 퇴고해볼 수 있는 거요. 더구나 여기 모이신 분들 모두 가슴에 왕관을 끌어안은 마드리디스모십니다. 라 데시마 때, 운 데시마 때, 그리고 바로 얼마 전의 더블 때. 여러분이 제 옆에 있으셨다면 술이라도 한 잔 사면서 밤새 떠들었을 겁니다. 우리 서로 좋아할 수 있지 않겠어요? 조금만 배려하고, 한 마디만 참으면 우리 참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예요. 이 레매에서요.
 뭣도 아닌데 건방 떨어서 죄송합니다. 함께 영원히 응원합시다, 할라마드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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