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차 팬의 시즌 감상 + 후기
갈락티코 1기 시절때 레알 팬질을 시작하신 분들 다수는 지단/배컴 등으로 들어오셨을텐데,
저는 오히려 꾸레 주장 출신인 피구를 통해 입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음 시즌 지단을 보면서 감동을 많이 받고, 속된 말로 지슬람으로 개종했습니다.
그때 이후로 17년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우승을 했습니다만, 우리 팀이 더블을 든 적은 없었습니다.
(코파 델 레이를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제외했습니다)
그래서 올 시즌이 정말 말도 안되게 훌륭한 시즌이었고, 앞으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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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첫 경기를 마치고 썼던 시즌 예상으로는
1. BBC에서 C가 정말 취약한 자리가 될 것 같다.
2. 카세미루와 모드리치의 이탈이 중요해질 것.
3. 서브들을 활용할때 승점이 얼마나 떨어지는가가 리그 우승 관건
중반에 썼던 팀의 문제로는
1. 센터백(특히 라모스)의 폼 저하
2. 공격진의 골 결정력
쓰진 않았지만 생각해뒀던 것은
3. 개인은 강력하지만 주전의 이탈의 파장이 크고, 서브의 활용도가 제한적인 미드필드 조합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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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피지컬 저하를 이겨낸 공격수는 없었습니다. 호날두는 지난 시즌과 이번 시즌 초에 눈에 띄게 부진한 보였지만, 후반기에 제가 틀렸음을 보여주며 화려하게 부활했습니다. 그동안 바빠서 리뷰도 제대로 쓰지 못했지만, 이번 시즌 호날두의 부활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한번 연구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혼자서 하기는 힘들것 같고, 뜻이 있는 분들끼리 협업을 해볼 기회가 있었음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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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미루의 부상 시기가 지단 감독이 가장 욕을 많이 먹던 시기였고, 팀 차원에서도 불안정한 스코어를 유지하던 때였습니다. 이때 지단 감독이 주로 꺼내던 카드는 라모스와 모라타였습니다. 후반에 체력 문제가 나타날때, 풀파워의 모라타가 역습으로 골이나 어시를 많이 적립했지요. 라모스가 수비를 못해도 골로 먹여살린 경기도 많았고요.
이 과정에서 지단 감독의 도박 내지는 승부수가 많이 먹혀들어갔었습니다. 상대가 9를 내면 10을 내고, 7을 내면 8을 내는 식으로, 정말 효율적으로 이겼지요. 좀 먹히더라도 더 집어넣을 방법을 찾으면 되는것 아니냐.. 하는게 도박은 도박인데, 충분한 근거가 있던 판단이었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시 통합 18골 정도만 넣어줘도 대성공이라고 생각했던 모라타의 퍼포먼스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다만 모라타가 여전히 주전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본인의 장점이 경쟁자에 비해 너무 적기 때문이고, 선수 본인도 자기계발이 안되면 언제든지 서브로 내쳐질 수 있다는 제 입장은 변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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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놀라웠던 부분은 코바치치와 이스코의 성장이었습니다. 그동안 지단 감독을 보며 일관되게 보이는 부분이 개인 주도의 전술능력을 선호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스코와 코바치치, 바스케스가 하메스보다 더 높은 가치로 인식되고 있는 이유가 그것이고요. 앞의 둘은 동료들과 협업하는 위치, 과정, 그리고 타이밍이 많이 개선되었다는 점에서 지단 감독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었다 봅니다.
그게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과감한 로테이션의 원천이 아닐까 싶네요. 이번 시즌 최다 출장시간을 기록한 선수는 토니 크로스인데, 지난 9년간 어디를 봐도 이렇게 출장시간이 낮은 1위는 없었습니다. 정말 파격적으로 로테이션을 돌렸지요. 모드리치의 공백을 훌륭하게 메꿨고요.
다만 위험요소가 있다면 크로스의 부재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인데, 하메스와 카세미루가 동시에 투입되는 쪽으로 임시방편을 세웠고, 나쁘지 않은 결과를 냈었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크로스의 부재를 대비한 옵션을 반드시 찾아야 할 겁니다. 그게 박스투박스 미드필더를 쓰는4231 시스템이 되었든, 또 다른 433 시스템이 되었든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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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기의 운영방식은 이랬습니다.
전반 : 사이드에서 우위를 점하고 많은 찬스를 잡는다.
후반 : 역습 특화 자원 (하메스, 모라타) 활용해 확실한 찬스를 만든다.
그러다 뮌헨전을 기점으로 이스코를 중용하는 4312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예전에 이거 괜찮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사실 자판기 리그 1차전을 보고 가능성을 봤었습니다. 풀백이 2인분이 되고 사이드를 고루 오갈 수 있는 공격수 2명이 있으니 이스코를 프리로 놔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만, 이스코가 기대에 많이 부응해줘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오프더볼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고, 볼을 끄는 모습도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지단 감독 개인의 경험이나 조언이 이스코에게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네요.
다만 이스코의 비중이 절대적이지요. 이스코를 넣어 중앙을 완벽히 장악하고, 그 유리함을 2선과 사이드 장악력으로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것이 이 전술의 목적인데, 거기 부합하는 움직임과 개인능력을 갖고 있는 선수는 이스코, 혹은 크로스가 공미로 쓰이지 않으면 알맞은 자원을 생각하기 힘들어요. 물론 로테를 많이 돌렸기에 후반기에 이대로 쭉 밀고 갈 수 있었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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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전체적으로 과감해서 말아먹을 뻔한 적이 몇 번 있었지만, 합리적인 판단이었습니다. 그게 완전히 꼬일뻔한 계기가 엘클라시코였고, 때문에 리그 우승 물건너갔다고 걱정했지만 제 기우였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사실 리그 우승이 문제였지 챔스에 대해서는 걱정을 별로 안했기에, 전반의 유벤투스가 조금 놀라웠을 뿐이에요.
시즌이 끝났으니, 일단 챔스 결승전을 글로 써보고, 그 다음에는 팀에 상관없이, 우리 팀을 포함해 유명 팀들의 괜찮았던 경기들을 찾아서 리뷰해보고 싶습니다. 경기들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회원분들 모두 고생 많으셨고, 이적시장을 지켜보는 재미를 다함께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추가로, 코엔트랑은 반드시 나가길 바랍니다. 양심이 있어야지.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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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스타크로스 2017.06.04맨시티 vs 모나코 혹은 유베 vs 바르사 1차전이 타팀 경기 중에선 리뷰하면 재밌을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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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vistart 2017.06.04@토니 스타크로스 5대3으로 끝난 경기랑 난쟁이가 쏘지 못한 공이군요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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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영웅맥카 2017.06.04다른 경기 리뷰들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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췍피고자습해라 2017.06.04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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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왕날둥 2017.06.04저도 피구와 호나우두 따라 레알 팬 됐습니다 그래서 포국 응원하다 호날두 보고 그 플레이에 반해 호날두팬 되고 레알 맨유 같이 응원했는데 호날두마저 레알 오면서 완전 레알만ㅋ어쨌든 감독 지단이 이렇게 잘해줄줄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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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 2017.06.04맨유의 유에파결승전 경기 부탁드립니다ㅎ시즌내내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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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늑대 2017.06.07잘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