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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타페화요일 5시

오랜만에 유스 이야기

토티 2017.05.25 17:07 조회 3,143 추천 47



맛살 주제로 써먹을지 머리 굴리다가 가급적 많이들 보실 수 있게, 또 많이 알리고 싶은 욕심에 몇자 적어봅니다. 전에 문장이 어려워 글이 안 읽힌다고들 하셔서 최대한 편하고 쉽게 풀도록 노력해볼게요.





# 1
카스티야 상황부터 짚을게요. 엉망인 시즌이었습니다. 승격 희망은 30라운드 즈음해서 끝났고, 시즌 내내 일관된 플랜 구축도 못해온 무능한 감독 솔라리는 대가를 적나라하게 치렀습니다. 기준을 알 수 없는 선수 선발과 방관에 가까운 전술 운용은 상대와 홈·원정 구분 없이 참담한 패배를 선사했고, 이에 그 어떠한 피드백이나 고민의 흔적도 끝끝내 내보이지 않은 팀 솔라리는 2010년대 카스티야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되었어요.

그렇지만 카스티야를 프로팀으로서의 단기 성과가 아닌 선수 육성 및 등용(칸테라)이라는 본연의 존속 목적과 역할에 집중해서 보자면 이번 시즌은 실패가 아닐 지 모릅니다. 1군 입성 페달을 가열차게 밟고 있는 아흐라프라는 괴물을 얻었으니까요. 졸전이 거듭되는 와중에도 현지 칸테라 전문가들과 저를 비롯한 팬들이 위안으로 삼는 꽉찬 원석이자, 보면 볼 수록 '될 놈이다'라는 확신을 갖게 하는 벅찬 재능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근본적인 목적이기도 하구요.

대부분 공감하실 것이, 특정 선수나 팀 경기를 일정 시간 이상으로 꾸준히-오래 보다 보면 (아무리 애정이 깊다한들)피지컬적 결함이나 플레이 패턴상의 한계가 눈에 보이게 마련이죠. 제 경험 상으로는 메드란이 그랬고, C팀 낙제생 시절의 체리셰프나 떠난 마요랄, 지금 1군에 자리 잡은 바스케스도 비슷했습니다. 물론 어린 나이 감안하면 예측 못할 변수나 도사리는 온갖 불확실성으로부터 예외일 순 없겠지만, 이 밑으로 신명나게 물고 빨 아흐라프는 전부 감안하고도 피지컬, 기술, 지능 모든 면에서 근 몇 년을 통틀어 이례적일 정도로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는 놈입니다.

처음에는 유소년 무대 갓 벗어난 선수라곤 믿기지 않을 만큼 탄탄히 완성된 피지컬 밸런스에 놀랐고, 이후에는 그 밸런스를 무너뜨리지 않는 기술 구사 수준과 폭발력에 홀렸습니다. 승부 포인트는 힘과 속도지만 지공 국면에서 유효타를 만들 정도의 질 좋은 킥력도 가졌고, 어느 정도의 공간과 폭만 확보되면 혼자 힘으로 측면을 부수는 변속과 방향 전환도 (뻣뻣해보이는 외형과 달리)나무랄 데 없이 유려한 수준이죠.

팀 플레이 측면에서 보면 공간을 쪼개면서 미드필더들과 협업으로 풀어나올 줄 아는, 패싱 게임에 군더더기 없이 조화를 이루는 선숩니다. 측면 유닛 플레이의 중추이자 엔진으로 기동해야 하는 위치에서 역할을 충실히 소화해냅니다. 이번 시즌 카스티야와 병행했던 구티의 유스 챔피언스리그 팀에서 모두 공격 전술 축으로 역할할 만큼 전술적 부피도 담아낼 수 있구요. 더 나아가면 1군이 측면 수비수들에게 요하는 비중과 영향력을 보여줄 그릇이 된다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여러번 되짚어봐도 우리 팀에 꼭 맞는 툴을 가진 친구라는 생각이고, 또 정말 좋은 재능이 다시 등용돼 기쁩니다.

관건이라면 레알 소속으로 부딪혀야 하는 상대들 특성상 수비/압박 밀도가 높아 머리 회전을 지속적으로-빠르게 해야 하는 게임 형태에 잘 적응하느냐인데 저는 크게 걱정하지 않습니다. 요렌테로 재미를 본 알라베스가 다음 시즌에 데려가기로 합의했다는 보도도 최근에 나왔는데, 2000년대 중후반 헤타페-2010년대 초중반 에스파뇰이 우리에게 해줬던 역할을 이제는 알라베스가 물려받는지도 모르겠네요. 어쨌든 팬들은 머지 않은 시점에 두 번째 카르바할을 기대해봐도 되겠습니다.




# 2
어쩌면 발베르데는 오랫동안 팬들이 갈증해왔던 기술 좋은 피보테(혹은 어쩌면 박스 투 박스) 퍼즐이 돼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카스티야는 사실 돈을 주고 외부에서 선수를 수급해오는 개념이 희미한 팀이었는데, 외데고르 영입을 기점으로 상식처럼 여겼던 이 관념이 깨졌습니다. 이후로 일반 상부 리그 팀들이 전력 보강에 쏟는 것과 대동소이한 거액의 영입이 무차별적으로 이뤄졌고, 또 다시 레코드를 경신한 발베르데에게 향하는 시선도 곱지만은 않았던 것이 사실이구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괜히 비싼 돈 들여 데려온 게 아니구나 싶습니다. 좋은 터치감과 운동 능력을 겸해 속도감 있는 전진이 가능하고, 수비적으로 전후방을 순환할 만큼 기동성과 지구력도 탁월합니다. 킥은 세트피스를 전담할 정도로 정교해 후방서 상대 뒷공간으로 절묘하게 때려주는 볼 줄기는 특히나 볼 때마다 감탄하곤 하네요. 역할은 6번, 8번을 병행하는데, 팀이 대개 중원 위로 싸먹힌 채 게임하는 경우가 많아서 거의 포백 앞에 딱 붙어서 플레이하죠.

아쉬운 점이라면 경기마다 플레이 리듬이 일정치 못하다는 건데, 지금의 카스티야는 팀 단위로 평가하기에 민망한 수준이라 다음 시즌 구티 체제에서 구색이 그럴 듯하게 갖춰지면 충분히 나아지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길쭉한 전진/운반 능력과 타고난 피지컬 등 무기들을 조금만 더 다듬는다면 1군서도 쏠쏠히 먹힐 법한, 여러모로 꽤 괜찮은 재능을 데려왔다고 봐요. 여담으로 우리나라서 개막한 U-20 월드컵에 우루과이 대표로 뛰고 있는데 시간이 나는 분들은 직접 보시는 것도 좋겠네요.

페바스는 조만간 임대나 이적을 통해 단기 성과를 기대할만한 유력 주자입니다. 이번 시즌 포함해 카스티야서 딱 두 시즌 채웠고 프로 입성 초기에 필요한 피지컬적·경험적 측면의 수양(?)을 그간 충분히 마쳤습니다. 라리가 구단들과 연결도 요즘 심심찮게 보이구요.

개인적으론 페바스가 본인 성장의 껍질을 이번 시즌에 완전히 깨고 나왔다고 보는데요. 온더볼 폭발력은 타고났지만 경기 관여도가 부족했고, 또 속도, 드리블 재능만 믿고 10번을 맡기기에는 공격포인트 생산력이 떨어져 애매했거든요. 그랬던 친구가 프로 경험이 점차 쌓이고 피지컬 성장도 거듭하면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 3선과 후방 아래서 터치를 자주 가져가며 경기 개입 빈도를 늘리고, 또 밀집된 수비 블록의 사잇 공간에서 장기인 유려한 탈압박과 속도로 상대를 괴롭힐 수 있는 나름 기대할만한 재목으로 한 단계 올라섰습니다. 앞으로 남은 과제라면 부족한 킥과 마무리 능력을 상쇄할만큼 부분 전술 수행력 및 플레이 패턴을 다양화 하는 것, 그리고 높은 지역에서 볼을 받았을 때 판단 속도를 높이는 것 정도를 꼽을 수 있겠네요. 행선지가 중요할텐데 모쪼록 현명한 선택하기를 바랍니다.




# 3
이걸 적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나중에 크게 성공하면 안목 팔이 하려고 글 마무리할 겸 넣어봅니다. 이에로가 감독으로 있는 레알 오비에도의 루카스 토로라는 선순데요. 임대 선수들 경기는 다 보지만 하부 리그 경기는 아예 안 봐서 구체적으로 파기는 힘들 것 같고, 아는 만큼은 꺼내볼게요.

190cm 건장한 체구의 수비형 미드필더인데요. 요렌테랑 주전 경쟁하다 14/15 시즌 후반기부터는 경쟁에서 아예 밀려났었습니다. 15/16 시즌은 부상으로 투명 인간이었고, 작년 여름에 오비에도로 건너갔는데 이번 시즌 평가가 꽤나 좋은 모양입니다. 붙박이 주전으로 뛰고 있고 팀도 승격 가시권이라 주가가 제법 오른 듯 해요. 물론 요즘에야 어떻게 뛰는 지 안 봤으니 모르고, 카스티야 시절 기억 더듬어보면 역시나 체구 앞세운 힘싸움에 경쟁력이 있는 편이었구요. 그렇다고 또 풋워크가 젬병인 수준은 아니고, 기본은 하되 여리여리하고 얌전하게 차는 양산형 스페니쉬들과는 플레이 골격에서 차이가 난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오비에도가 승격을 하면 그대로 올라올 것이고, 못하더라도 라리가 입성이 유력해보입니다. 아직은 우리팀 임대 신분이거든요. 비슷한 시기에 본인보다 뛰어났던 카스티야 동기들이 세군다로 건너갔는데, 개중 9할이 망하고 정작 아무 기대 없었던 이런 친구가 올라서는 것보면 칸테라 축구에 꾸준히 관심 갖고 지켜보는 것도 여러 측면에서 참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생각해오던 것들 오랜만에 텍스트로 담아봤는데 잘 전달이 될 지 모르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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