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가지 잡설
1. 레알 팬으로서 여러가지 바라는 것들이 있지만, 제일 강하게 원하는 것 하나만 꼽으라면 저는 '지단의 장기집권'을 꼽고 싶습니다. 근 10년간 레알마드리드의 역사를 보면 감독 잔혹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슈스터, 라모스, 페예그리니, 무리뉴, 베니테스, 안첼로티. 역량 부족이었던 감독도 있었고 유능한 감독도 있었고, 그리고 전부 다 잘렸죠. 우리도 맨유의 퍼거슨 같은 감독을 하나 가질 때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 서너 시즌 무관이어도 좋습니다. 지단이 퍼거슨이 되어준다면요. 지단에게 배운 소년들이 지단의 선수가 되어, 지단 스타일로 축구하는 마드리드가 보고 싶습니다. 구단 출신 레전드가 감독한다는 게 그림도 참 좋지 않나요.
늘 감독이 바뀌어 온 만큼 팀 컬러도 항상 바뀌어 왔죠. "레알" 하면 곧장 떠오르는 축구가 있으신가요? 저는 없습니다. 물론 이기면 장땡입니다. 우리 선수단이 어떤 스타일의 축구든 잘 해낼 수 있는 퀄리티 높은 선수들이라는 뜻이기도 하죠. 그래도 저는 확고한 팀컬러를 가진 레알이 보고싶네요. 지단이 마드리드의 크루이프가 되지 못하리란 법도 없겠지요.
2. 최고의 강팀이 탄생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 뭘까요? 저는 "유망주의 동시다발적 폭발"이라고 봅니다. 하필 재수없게도, 우리 라이벌에게 그런 일이 벌어졌죠. 메시, 사비, 이니에스타, 부스케츠, 끼워넣자면 피케까지, 한 세대의 유망주들이 바르셀로나를 최강팀의 반열에 올렸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지켜보기가 괴로웠었죠. 늘 처참하게 발렸고요. 게다가 메시의 시대는 아직까지도 길게 이어집니다.
이런 일이 몇 년 후에 마드리드에서 일어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선수들이 정말 많아요. 특히 아센시오에겐 큰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인데도 최고 수준의 시합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걸 증명했죠. 부디 부상 없이 순조롭게 성장해 주길 바랍니다.
위에 말한대로 지단이 오래도록 감독하면서 젊은 선수들을 세계 최고로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욕심내지 않을테니 적당히 본인 선수시절 정도로만...
3. 페레즈 회장은 성공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늘 비전을 제시하며 확고한 원칙을 가지고 있고, 행동력이 있지요. 페레즈 회장에게 비판적인 분들도 계시겠지만, 현재의 레알을 있게 한 데는 페레즈의 공이 절대적이라고 봅니다. 전임 회장 시절을 생각해 보면 레알의 위상 변화는 놀랍기까지 하죠. 페레즈 부임 전까지만 해도 20세기 최고의 클럽, 축구계의 황가 마드리드라는 이름에 비해 실제 축구팀으로서의 실력은 빛 좋은 개살구 소리를 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죠. 16강 광탈이 예사였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리버풀 리저브팀에 있던 포베르도 충격의 영입이었죠.
페레즈가 바꿨습니다. 우리가 노리는 선수는 포베르, 훈텔라르에서 호날두가 됐습니다. 16강을 넘어 우승컵을 두 번이나 들었죠. 페레즈의 공이라고 봅니다. 많은 분들이 애정하시는 호날두, 이스코, 크로스 전부 페레즈가 데려왔죠. 매시즌 이적시장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사람입니다. 회장으로서 레전드급 인물이라고 봅니다.
4. 마르셀로는 레전드입니다.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해요. 한때 바르셀로, 마르셀로나 하면서 역적취급 받기도 했는데 어느 시점에선지 축구의 신이 돼버렸습니다. 주목을 못 받는 포지션이라 그렇지 사실상 발롱도르 탈 만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몇시즌째 꾸준하기도 하고요. 빠르고 스킬 좋고 경험 많고 기복 없고 성격 좋은 이 친구가 팀에 애정까지 있으니 어떻게 안 좋아하나요. 좋은 풀백이 많이 없는 시절인데 마르셀로 덕분에 풀백 걱정은 해본적도 없습니다. 세상에 마르셀로를 원하지 않는 감독이 없을 거예요. 항상 고마워요 마르셀로.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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뵨쟈마 2017.05.02*공감합니다ㅎ 다만, 매시즌 트로피는 하나 이상 따와줬으면 좋겠군요 :)
세계 최고의 클럽이기 때문에 무관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되기 힘들지요ㅎ -
타브리스 2017.05.02지단에게 있어서 제일 중요한게 앞으로 한달간의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올해 더블에 성공한다면 장기집권의 초석이 될 수 있고, 무관으로 끝난다면 경질을 피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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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 2017.05.02개인적으로 퍼거슨의 장기집권이 맨유에게 그렇게 이득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가는 부분은 아니라 장기 집권 자체도 그렇지만, 지단이 장기 집권할 만한 감독인지에 대해서도 좀 의문이 있습니다. 어떤 팀컬러를 갖춰야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감독 교체와 팀 컬러는 크게 상관없다는 생각도 들고요. 사실 지단이 가장 비판받는 부분이 독자적인 전술안이나 철학이 없다는 점인데, 그런 의미에서 지단의 장기 집권이 레알에 어떤 철학이나 팀컬러를 가져올 거라고도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건 감독보다는 구단에서 장기적인 방향성에서 갖춰나가야한다고 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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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Adidas 2017.05.02@라그 퍼거슨이 장기집권해서 맨유에게 이득이 안되었다는말은 도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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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라젖 2017.05.02@라그 퍼거슨이 맨유에 도움이 안 됐다는 의견을 가지신 분이 있을줄은 몰랐네요. 상당히 흥미로운데,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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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호빵두 2017.05.03@라그 퍼거슨이 가져다준 우승컵이 몇개인데.. 진짜 국내 축구 커뮤니티에서는 처음보는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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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7.05.03@라그 따로따로 댓글 달지 않고 공통적으로 달겠습니다. 도움이 안되었다는게 아니라, \'장기 집권\'에 대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퍼거슨이 맨유를 세계적인 강팀으로 끌어올리고 맨유를 세계적인 브랜드화를 만드는데 일조한 점에 대해서는 당연히 맨유에게 큰 이득을 안겨준 사람 맞습니다. 오랜 기간 감독으로 있으면서도 능수능란한 전술을 구사했다는 점에서 우수한 감독도 맞고요.
다만 장기집권이 무조건 맨유에게 득이 되었나요? 퍼거슨이 무려 26년간 장기집권하면서 챔피언스 리그를 몇번 들어올렸죠? 고작 2번입니다. 퍼거슨의 집권 시기 동안 우리는 챔피언스 리그를 5번을 들어올렸죠. 심지어 이건 우리는 전성기인 50년대가 빠지고 암흑기가 들어간 시기입니다. 그렇다고 퍼거슨이 장기집권하는 동안 어떤 맨유만의 팀 컬러가 만들어졌나요? 그것도 아니죠. 오히려 퍼거슨 식의 독자적인 운영이 시스템 화되지 않아 후임 감독들이 고전하고 있고요. 국내에서 퍼거슨이 신격화 되면서 무조건 장기집권이 좋고 감독이 길게 운영하는게 좋다 이렇지만 대부분의 팀이 그걸 몰라서 안하는게 아닙니다. 그게 아니니까 안하는거에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젖 2017.05.03@라그 설명해주신 것 보니 맞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친절한 피드백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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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두의 호우주의보 2017.05.02라그님 말에 전적으로 동의 하지만 올해 두개중 하나의 트로피를 가져온다면 내년까지 지켜보는게 낫지않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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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 2017.05.02전반적으로 동의합니다ㅡ매번 감독자르면서 팀 체질이 계속해서 변화하는게 영 마뜩치않네요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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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a Madrid! 2017.05.02퍼거슨은.. 항상 느끼는건데 진짜 천재에요.. 막판엔 리그 중하위권 스쿼드를 가지고도 그 빡센 epl을 계속 우승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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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 나달 2017.05.02일단 BBC철밥통이 깨져야한다고 담시즌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수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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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M 2017.05.02올해 더블 든다면 무조건 장기 집권 가야죠 전술 깊이는 얼마든지 시간이 지나면 깊어질 수있어요. 근데 레알이라는 팀에서 선수들을 장악할 수 있는 감독은 정말 몇없죠. 정말 어렵고 큰걸 지단은 쉽게 가져가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올 시즌 성과 좋으면 최소 5년 이상은 맡아야 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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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딘지단 2017.05.02레알의 축구하면 근 몇년간은 \'빠른 역습의 축구\' 아니었나요.
팀 축구의 색깔은 나름 있었다 봅니다.
지단 장기집권에 대해서는 아직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다음 시즌까지만요.
지단도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이적에 있어서는 아무런 모습을 볼 수 없었죠.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젖 2017.05.03@지네딘지단 오히려 저는 이적에 관해서라면 지단이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이적료 협상이라거나 하는 부분은, 감독이 전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차치하겠습니다만 선수의 퀄리티와 잠재력을 파악하는 능력이라면 지단이 현역 감독 중에 손꼽히지 않을까요? 영입에 지단이 영향을 미쳤던 선수들-대표적으로 바란이 있지요. -은 실패한 경우가 없고, 지단이 원했으나 영입에 실패한 선수들 거개가 다른 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지 않나요? 선수 이적 부문에서 지단은 최상급 실력자라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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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c 2017.05.02개인적으로 지단만의 스타일이 무엇인지는 아직까지 전혀 모르겠어요. \'레알\' 하면 곧장 떠오르는 축구 또한 지단이 집권한 현재에도 없다고 느껴지고요. 구단 출신 레전드가 감독으로 장기집권을 하는 그림이 매우 좋은 그림이긴하나 장기집권도 지단이 그만큼 유능해야 가능한거죠. 심지어 서너시즌 무관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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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레하겔 2017.05.02누구나 유효기간은 있습니다. 페레즈의 과거 공을 무시하진 않습니다.
과거에 좋았다 한들 미래를 보장할 순 없습니다.
아스날의 벵거도 공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이젠 유효기간이 지났죠 -
깨달음을주는회장페레스 2017.05.02나머지는 다 동의하는데 현 맨유보면 장기집권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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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2017.05.02댓글은 당신의 인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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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 2017.05.05저도 너무 팍팍 자르지말고 레알에서 한 3~4년 감독하는 지단의 모습을 보고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