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케스가 만든 바이언은 이제 끝났네요.
티키타카라는 완성도에서는 펩의 바르샤가, 조립된 역습 축구라는 점에서는 무리뉴, 안첼로티의 레알이 더 나은 부분이 있었지만 어떤 국면에도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플레이와 스쿼드 구성은 하인케스의 바이언이 압도적이었죠. 실제 승률도 축구 역사상 최고인걸로 압니다. 문제는 그 강한 팀이 정점에 이르렀을때 하인케스가 은퇴했는데 그 후계자들이 전혀 기대치에 못 미치는 활약을 하네요.
펩의 선임부터가 결과적으로 큰 실수였습니다. 펩의 선임 자체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죠. 일단 트레블이라는 원대한 목표를 이룬 시점에서 새로운 개혁과 동기 부여가 필요한 시점이었기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감독이 필요하기도 했습니다. 또 원래 하이브리드, 선이 굵은 축구와 세밀한 축구가 공존하는게 독일 축구였지만 사실 묵직한 플레이가 더 전차 군단의 상징이었죠. 제가 기억하는 선수 중 가장 독일스러웠던게 발락이었는데, 발락이 그랬듯이 호쾌한 킥력, 활동량, 단단한 피지컬 등이 독일 축구의 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펩의 바르샤가 축구 판을 지배하면서, 그리고 독일의 새로운 세대 들 중 테크니션이 많이 나오면서 피지컬 뿐만이 아닌 기술 축구를 바이언에 도입하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펩이 자기 축구를 바이언에 곁들이는게 아니라 바이언을 아예 자기식 팀으로 바꿔보려고 하는 점에서 톱니바퀴가 어긋났다고 봅니다. 사실 사비와 인헤, 붗이라는 역대급 진용이 바르샤에 버티고 있었기에 펩의 축구가 전성기를 맞이했던거지, 펩이 원하는 수준의 티키타카는 결코 손쉽게 이루어지지 않죠. 본인이 원하지 않았던 선수는 철저하게 못 써먹었고, 과도한 영입으로 기존 자원들도 이탈하고 말았죠. 그렇다고 데려온 테크니컬한 선수들이 바이언에서 핵심 선수로 자리 잡은 것도 아니고요. 트레블 자원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고 있는데 들어오는건 베나티아 알론소... 티아고도 사실 이번 시즌 안첼로티가 잘 만져줘서 그렇지 부상/부진은 아직 애송이죠. 크로스랑 매치된 이번 8강 1,2차전을 보면 둘의 클래스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비달이라는 파트너가 헤메면 갈팡질팡하는게 우습게 보일 정도로요. 크로스는 자기 혼자 수비하고 공격하고하느라 지금 몇시즌을 노예로 혹사당하고 있는데..
안첼로티도 이번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미진한 선수 기용과 교체 전략을 보여주었고, 흔들릴 때 엉망이 되는게 흡사 우리 팀에서 14/15 유베와의 경기를 보는 거 같았달까요. 물론 1차전에서 몇몇 불운과 호날두의 분전이 없었다면 원정에서 훨씬 여유롭게 경기에 임했을거고,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거라고는 느낍니다. 지단이 이번 8강 전에서 무슨 신묘한 전략을 보여주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정석적인 플레이에 임했고, 정석적인 교체로 무난하게 팀을 승리로 만들었다고 생각하는데 안첼로티는 오히려 지단보다 한 수 아래의 방심한 모습을 보여줬네요.
여담이지만 바이언 팬분들은 오심보단 오히려 비달, 알론소에게 분노하고 있네요. 특히 근래 4강 이상으로 못 올라간 이유를 알론소 탓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구요. 모 팀의 팬분들과 다르게 양식 있는 모습이 보기 좋더군요.
다음 시즌 람과 알론소는 은퇴를 확정지은 상황이고, 리베리와 로벤도 멀지 않았습니다. 아직 팀의 주축들이 건재하고, 바이언이 다음 시즌 제대로 된 보강만 한다면 여전히 챔스 우승 후보 급의 강팀을 유지할 수는 있겠죠. (하필 감독이 자기주장이 약한 안첼로티라 과연 잘될까도 싶지만...) 하지만 워낙 이 팀도 빈 곳이 많아 자칫 몇명만 영입실패해도 금방 부진의 고리를 못 끊게 될지도 모릅니다. 레바뮌이라는 트로이카에서 이탈하게 되겠죠. 보드진이 다소 보수적인 부분이 있고 EPL팀들이 미친 머니러쉬를 붓는 환경이라 리빌딩이 어려운 시기인데 바이언도 오늘의 패배가 나락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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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AM 2017.04.19저는 알론소보단 뮌헨이 이번에 우리에게 져서 탈락한건 1차전 하비마르티네즈/2차전 비달이 가장 컸다고 봅니다. 저 두선수가 멍청하게 퇴장만 안당했어도 정말로 모르는 싸움이였다고 봐요. 특히 1차전 하비마르티네즈 퇴장은 경고 2장을 정말로 쓰잘떼기없이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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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San Iker 2017.04.19@KAAM 저도 이게 승부를 가른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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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7.04.19@KAAM 저도 2번의 퇴장이 가른 경기라고는 생각하는데, 바이언 팬분들은 알론소가 너무 무기력했다고 보는지 알론소에 대해서도 거의 대괄호 치시더라구요. 교체 1순위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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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ckStar 2017.04.19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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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덕 2017.04.19뮌헨 팬분들 세대교체 문제 두고 굉장히 염려하시더군요. 당장 로베리도 세대교체하겠다고 이놈 저놈 영입한 게 벌써 몇 년 전인데, 아직도 로베리가 주축이니 초조할 만합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팀 스쿼드 문제는 비교적 간단해 보여서 다행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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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마에스트로쥐단 2017.04.19@골덕 레알의 마지막 갈라티코 베일을 추천하고 싶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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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7.04.19@골덕 바란, 크로스, 카르바할의 영입 성공 탓이 크죠. 저쪽도 키미히 산체스 코망 같은 애들이 터지면 또 편할텐데 키미히 빼고 영 아닌듯... 키미히도 요즘 별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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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2017.04.19로벤 뒤따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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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쿠 2017.04.19애초에 티키타카박살낸 뮌헨으로
티키타카를 하려한다는게;;
결국 우리팀에게 5대0..
하인케스때는 정말 넘사벽이었는데 말이죠 -
Sephie 2017.04.19하인케스 뮌헨이 진짜 독일스러웠죠
감독도 독일인 선수진들도 독일인 다수...
게르만답다 라고 표현할 만큼 압도적인 피지컬 활동량...
저도 발락 정말 좋아해서 레알 & 뮌헨 팬인데
제가 알던 뮌헨의 플레이를 과르디올라가 꾸레화 시키는걸 보면... 아쉽더라고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7.04.19@Sephie 그 피지컬 활동량을 기반으로 필요하면 텐백까지 하는거보면 진짜 대단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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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Froggy 2017.04.19@Sephie 그당시에는 너무 무결점이라서 소름돋았어요.. 지나치게 이성적인 플레이를 하는느낌? 정말 바르샤와도 레알과도 다른 신선한 축구였는데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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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히호호 2017.04.19감독 중엔 상황에 따라 전술을 바꾸는
감독과 본인이 추구하는 전술에
선수를 맞추는 감독이 있는데
펩은 후자라고 봅니다.
그 전술을 가장 잘 구현해냈던 게 바르샤고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7.04.19@이히호호 정도껏...해야한다는거죠. 사실 톱감독이면 전술적 고집이 없는 사람은 없어요. 안첼로티만 해도 항상 중원에 힘쓰는건 매번 똑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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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 2017.04.19사실 어느정도의 수준급 감독들도 자기의 것을 어떻게 녹여내려야 할지를 잘 판단하고 결과물로 만들어 내는것이 정말 힘든거같아요 겉으로 보고 말하고 비평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우리들이야 말로 하면 그만이지만 직접적으로 저렇게 노력하는데도 이상적인 결과물이 나오기 힘든걸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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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7.04.19@CR 당사자와 팬, 외부자와의 시점은 또 다른 법이죠. 근데도 진짜 베니테스 선임이나, 체리셰프 사건같은 어이없는 일이 또 일어나기도 하고 말이죠. 참 어렵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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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tti 2017.04.19결론적으로 펩선임은 뮌헨에게 악수로 작용한듯 싶습니다. 멤버로 보나 성적으로 보나 전성기에 트로피 확 땡겨야 할 시점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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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 2017.04.23하인케스 뮌헨은 진짜 충격 그 자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