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클래스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줄어드는 이유
얼마 전, 한화 이글스의 김성근 감독이 2017년 WBC에서 한국 국가 대표 팀이 무기력하게 탈락하자 “내가 예전부터 이야기하지 않았는가? 한국 야구는 위기다.”라고 이야기했었다. 김성근 감독은 한국 야구의 문제점으로 더 이상 김광현과 류현진과 같은 투수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등 한국 야구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 지적했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위기를 겪는 게 단순히 한국 야구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 년 동안 MLB와 NPB 등과 같은 해외 리그에서도 이러한 위기설이 나돌고 있다. 특히, MLB인 경우 2013년 드래프트에 지명된 크리스 브라이언트 이후 ‘역대급’이라고 할 수 있는 천재가 등장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좀 더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MLB는 브라이스 하퍼와 매니 마차도, 맷 하비, 크리스 세일 등이 지명된 2010년 드래프트 이후 ‘역대급 드래프트’가 없는 상황이다. 이는 올해 있을 드래프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종목이 이처럼 재능의 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뛰어난 재능이 가장 많이 나온다고 하는 축구와 NBA 역시, 8, 90년대 황금 세대의 플레이를 지켜봤던 올드 팬들의 눈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제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오늘날 월드 클래스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줄어드는 이유는 뭘까?’ 그리고 ‘정말 월드 클래스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줄어드는 것일까?’를 말이다.
1)선진국들의 출산율 감소
어떤 이들은 예전만큼 스포츠계를 주름잡고 있는 선진국들의 출산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예전만큼 월드 클래스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십만 명의 사람들과 경쟁하면서 끝가지 살아남은 한 명이 만 명의 사람들과 경쟁하면서 끝까지 살아남은 한 명 보다 더 뛰어난 것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확실히 대부분의 선진국들의 출산율이 예전만큼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경제 위기를 겪고 있는 남유럽 국가들인 경우, 경제 위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 프랑스와 도이칠란트 등과 같은 서유럽 국가들이 출산율이 증가하는 이유를 많은 이들이 그들의 체계적인 복지 제도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시리아 난민을 비롯한 이슬람 문화권으로부터 넘어온 이민자들의 유입과 과거 프랑스의 지배를 받았던 아프리카 대륙 사람들의 이민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사실상 스포츠계를 주름잡고 있는 선진국들의 출산율이 감소하는 이유는 당연한 현상이라고 봐야만 한다. 왜냐하면 높아진 물가와 불안한 경제 체제, 그리고 소수의 부자들만이 부를 독점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의 심화로 인해서 선진국의 출산율이 자연스럽게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2차적인 문제다. 필자가 생각하는 진짜 문제는 출산율 문제가 아닌 다른 것을 뽑고 싶다.
2)미디어의 발전과 막대한 자본의 유입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오늘날의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다. 오늘날의 스포츠는 선수들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물론, 그만큼 선수들에게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선수들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오늘날의 스포츠가 선수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게 된 이유는, 아래에서 설명할 전술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 있지만, 선수들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이 늘어난 것과 함께 인터넷과 미디어의 빠른 발전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인터넷과 미디어가 빠르게 발전하게 되면서 대중들은 어느덧 전문가 못잖은 스포츠 지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중계권 문제만 없다면, 언제 어디서든지 간에 TV 중계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고, 인터넷 뉴스와 블로그를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 매체들을 통해서 그 팀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스포츠 게임의 등장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 가장 대표적인 스포츠 게임 회사인 EA SPORTS, 2K, KONAMI, SEGA 등 때문에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경기를 컴퓨터 게임과 같이 인식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이 자연스레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필자가 알고 있는 몇몇 이들은 선수들이 왜 게임처럼 플레이할 수 없는지에 대해서 의아함을 나타내기도 한다.
무엇보다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부가 축적되면서 경기장에 찾아가는 사람들의 수요도 자연스레 증가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클럽은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또 더 많은 수익을 거두기 위해서 선수들의 영입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선수들의 몸값은 오를 수밖에 없었고, 선수들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눈높이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바로 이 몸값이다. 선수들의 몸값이 기하학적으로 늘어나게 되면서 대중들은 그 선수의 장점 보다 단점을 더 집중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는 유소년 클럽들이나 고등학교, 대학교 등에서 육성되는 유망주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다재다능함을 갖추는 게 필수가 되었다. 문제는, 이에 따라 선수들이 과거 8, 90년대에 뛰었던 황금 세대의 선수들처럼 자신들만의 확실한 강점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스포츠는 오늘날처럼 육각형 모양의 다재다능한 선수 보다 어느 정도 약점은 있어도 몇몇 부분에서만큼은 확실한 강점을 가지고 있었던 삼각형에 가까운 선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스포츠에 막대한 자본이 유입되면서 선수들의 몸값이 증가하고, 미디어의 발전으로 대중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게 되면서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 비판받는 빈도가 예전과 달리 극대화되는 경향이 생겼다. 또한, 이들에게 막대한 연봉을 지불하는 스포츠 클럽들 역시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보다 다재다능한 선수를 요구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러한 현상은 어린 선수들에게 매우 좋지 않다. 어린 선수들은 코치들로부터 다양한 교육을 받지만, 그 이전에 자신만의 확실한 강점을 갖추는데 주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스포츠가 자연스레 선수들에게 다재다능함을 요구하게 되면서 선수들은 자신만의 확실한 강점을 갖추는 것보다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하는데 주력하는 빈도가 늘어났다. 그렇게 해야 자신들이 프로 무대에 데뷔할 확률이 높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후 살아남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다재다능함 어느 정도 버린다면,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좀 더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3)빠른 전술의 변화와 조직력을 중요시 하다
막대한 자본의 유입과 미디어의 발전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지만, 필자는 빠른 전술의 변화와 조직력을 중요시하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오늘날의 스포츠 전술은 종목을 막론하고 변화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그리고 확실한 전술적 철학을 가지고 있는 감독들의 숫자가 자연스레 증가하면서 그 속도가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감독들은 자신들의 철학에 맞는 선수들을 선발로 내세울 수밖에 없고, 선수들은 선발 출전을 위해서 그 감독에 맞는 선수로 변화하고자 한다. 또한, 감독들이 “팀 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라는 논리를 확고히 하면서 팀의 조직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생겼다. 이에 따라 팀을 분열시킬 수 있는 선수들이 아무리 뛰어난 기량을 갖춘다고 해도 팀을 떠나는 현상이 늘어나게 되었다.
문제는, 이처럼 빠른 속도로 전술이 변화하는 점과 조직력을 중요시하는 부분이 무조건 좋은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어제만 해도 월드 클래스 기량을 갖췄다고 평가받았던 선수들이 몇 가지의 단점 때문에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는가 하면, 현대 스포츠에 맞지 않다는 좋지 못한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 때문에 필자는 월드 클래스 선수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이러한 급격한 전술적인 변화 때문에 예전만큼 월드 클래스 기량을 갖췄다고 평가받는 선수들의 숫자도 함께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선수가 하메스 로드리게스와 메수트 외질이다. 이들 모두 월드 클래스 기량을 갖춘 선수들인 것은 사실이지만, 오늘날 축구의 전술과 그들이 가지고 있는 몇 가지 단점 때문에 몇몇 이들로부터 계륵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또한, 오늘날에 들어서면서 재평가를 받는 월드 클래스 선수들도 많아졌다. 가장 대표적인 선수가 1950년대와 1960년대 축구계를 제패했던 페렌츠 푸스카스와 수비형 미드필더의 교과서로 평가받는 클로드 마켈렐레 등이다. 선수 시절 왼발로 축구계를 정복했던 푸스카스는 몇몇 이들에게 ‘왼발 밖에 사용하지 못 하는 반쪽짜리 선수다. 그가 오늘날 축구계에 뛴다면 그는 계륵과 같은 선수로 전락할 것이다.’라는 평가를 받는가 하면, 마켈렐레는 ‘수비력과 폭넓은 활동량은 인정하지만 플레이 메이킹과 빌드업 능력, 패스 능력에서는 아쉬운 선수다. 그가 오늘날 축구계에 뛴다면, 계륵이나 다름없다.’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예전에는 지금처럼 패스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해도, 또 양발을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또 수비력이 좋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뛰어난 장점이 있었다. 아니, 전술과 조직력을 중요시하는 측면이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선수들의 약점이 지금처럼 치명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전술이 발전하면서, 또 조직력을 중요시하는 측면이 강해지면서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약점이 치명적으로 작용하기 시작했고, 감독들은 승리하기 위해서, 또 자신들의 철학을 위해서 자신과 맞는 선수들, 그중에서도 뚜렷한 강점은 적지만, 그만큼 약점이 적은 다재다능한 선수들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러한 선수들의 선례는 어린 선수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린 선수들은 선배들의 사례를 보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을 포기하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단점을 보완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너무나 빠른 속도로 전술이 변화하고 있다 보니 어제까지만 해도 각광받았던 선수가 오늘이 되면 계륵이 되는 선수로 추락할 수 있다. 감독들 역시 마찬가지다. 어제까지만 해도 뛰어난 전술가로 각광받았던 감독이 오늘이 되면 시대에 뒤처진 감독으로 추락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이러한 전술적인 변화 때문에 선수들과 감독들이 현역에서 은퇴하는 시기가 늘어나기보다는 앞당겨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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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칸 2017.03.18인터내셔널 클래스가 비교적 많아졌겠네요, 글의 흐름대로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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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 2017.03.18비슷한 예로 저는 인자기를 꼽습니다. 요즘 같이 톱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은 시대에 인자기가 뛰었다면 아마 지금 받는 평가(..도 과대평가라고 보지만)의 반도 못 받았을거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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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도비노비 2017.03.18@라그 플러스 트레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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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im Benzema 2017.03.18멀리갈거없이 카세미루만 봐도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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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rgeMendes 2017.03.18막연하게 생각했던 주제가 명쾌하게 잘 정리된 글이네요. 거기다가 바로 윗 분의 카세미루 사례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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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리가리날둥 2017.03.18DNA 분석 책 읽고있는데 후세의 다변화된 인스턴트 식품 섭취와 전자파로 인한 다분한 능력치 하락이 있습니다. 면역성과 암세포 정복에는 다소 다원화된 현대 피지컬 이지만. 기본적인 하드웨어는 하등시스템에 가까워 지고 있습니다..인류가 식품 섭취양에 비해서 심장의 기능과 신장이 커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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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vistart 2017.03.18*@와리가리날둥 인스턴트 식품은 영양학적 밸런스가 깨지니 그렇다 치더라도, 최근의 유소년 프로그램부터는 영양부터 훈련까지 모든 것들이 과학화되고 철저히 통제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전자파가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수십년이 지나도 역학조사조차 입증이 안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전자파는 물리치료로 쓰이고 있고, 오히려 근육 통증 완화 등에 쓰이고 있고요.
말씀하신 부분은 유사과학으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사이비 과학의 영역이라고 보여집니다. -
vistart 2017.03.18*현대 축구가 요구하는건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이기 때문에 개성이 뚜렷하지 않는다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그게 기량의 저하로 볼 수는 없습니다.
원래 종목이 발전하기 전에는 기술적 수준이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종목이 발전하면서 기술적인 수준은 상향평준화가 되기 마련입니다. 복싱부터 하다못해 스타 롤 같은 e스포츠에서도 나타나는 공통적인 변화입니다.
상대적으로 특출난 선수의 숫자가 없다는 말에 공감할 수는 있지만, 월드 클래스의 기량 자체가 적다는 주장에는 동의를 못하겠네요. 당장 레이카르트의 바르셀로나보다 지금 도르트문트의 평균적인 기술적 수준이 훨씬 우월합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Hala Madr!d 2017.03.18@vistart 공감합니다. 평균 기량의 상승으로 인한 착시현상이라 봐요. 근데 확실히 예전 90년대 2000년대 중반까지에 비하면 참 슈퍼스타가 없기는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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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Gago 2017.03.18월드클래스라 평가하는 방식이 옛날 기준에 맞추어져있는건 아닌지 한번 생각도 해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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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오빠 2017.03.18예전에는 특출난 재능 한가지만 있어도 얼마든지 뛸수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완벽한 육각형 선수들을 원하니 자연스레 도태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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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 2017.03.24최근엔 워낙 다양한 재능을 많이 요구해서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