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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타페화요일 5시

하메스 딜레마

라그 2017.01.05 19:06 조회 2,951 추천 11


 개인적으로 지단에 대해 1년정도 보면서 느끼는 것은 그가 굉장히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최소한 선수 기용과 전술에 대해서는요. 다른 말로 치면 정석적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예전에 지단은 철저하게 준비된 감독이라는 얘길 했는데 확실히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소위 무리뉴나 펩, 안첼로티, 클롭, 시메오네 같은 감독들은 자기의 독자적인 방법론으로 자신의 스타일을 확립하고 성공을 거뒀죠.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고집을 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지단은 (물론 아직 감독 경력이 길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어떤 자기 고집을 보여주기 보다는 방향성이 다양합니다. 카스티야에서, 부임 초기에, 지난 시즌 말미에, 여러 위기 상황에서 사용하는 전술은 어떤 특정한 방향성이 있다기 보다는 그야 말로 전술의 백화점입니다. 비슷하게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는 안첼로티나 하인케스도 몇몇 부분에서 자기 색채가 분명한걸 감안하면, 지단의 전술은 자기 색깔보다는 다양한 감독의 색채가 느껴집니다. 그러면서도 도전적이거나 파격적인 부분은 없습니다. 가령 특정 선수의 포지션 전환이나 경기 중 포메이션을 무너뜨리는 공격적인 선수 교체 이런 것을 선호하지 않죠. 임기응변을 좋아하지 않고 자기가 준비해놓은 무대를 선호하는 경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즉, 이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거냐면, 지단은 풍부한 지식과 연구를 바탕으로 한 레퍼토리를 가지고 있고, 그 원칙을 중시하는 성격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지단의 선수 기용 방침에 대해 저는 임의로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1. 주전/교체 자원/비주전의 명확한 구분
2. 주전은 타 선수들보다 중시되며, 자기 능력을 살릴 수 있게 더 많은 기회를 받음
3. 비주전은 차별 없이 공평한 기회, 유스든 누구든
4. 교체 자원은 주전 부재시 꾸준한 출전


 여기서 주전은 나바스, 바란, 라모스, 마르셀루, 카르바할, 크로스, 호날두, 베일, 모드리치, 벤제마 등을 말합니다. 이 선수들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부상이나 휴식이 아닌 바에야) 항상 선호되며, 현재 자기 폼을 유지 못하고 있어도 꾸준히 기회를 주며 회복 단계를 거치게 합니다. 이번 시즌 못했거나 못하는 중이어도 꾸준히 출장시키며 자기 기대치를 채울 수 있게끔 유도합니다. 카세미루, 벤제마 등이 이런 경우에 해당합니다. 한때 벤제마가 지단 비디오로 협박하고 있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모라타가 벤제마보다 잘하던 시절에도 벤제마를 꾸준히 선발 출장시켰죠. 그때도 몇몇 분은 (벤제마가 싫긴해도) 벤제마 없이 시즌을 치루기는 어렵고 (나중에 팔더라도) 지금은 벤제마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고, 실제로 벤제마는 폼을 지금 많이 끌어올렸습니다. 지단의 선수 관리가 빛을 발하는 대표적인 예시가 되었죠.

 교체 자원은, 이미 주전은 아니지만, 롤이 명확하게 주어진 선수들을 말합니다. 카시야, 페페, 나초, 다닐루, 바스케스, 모라타, 마리아노 등이 해당합니다. 이 들은 주전이 아니지만, 주전 부재시 우선해서 출전합니다. 

 비주전은, 현재 전술상 명확한 자리가 없거나 어정쩡한 폼으로 어디에도 명확하게 자리 잡지 않은 선수를 말합니다. 아센시오, 하메스, 이스코, 코바치치 등이 해당합니다. 이들은 주전이나 교체 자원 부재시, 혹은 전술적 필요가 있을때 시험적으로 투입되며 포지션이나 롤이 상당히 유동적입니다. 현재 코바치치와 이스코는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자기 자리라고는 할 수 없으며 아직 확정적은 아닙니다. 이들은 특정 상황에서 기회를 받으며 그 상황에서 잘하면 비슷한 자리에 계속 투입하고, 못하면 다시 잘 기용하지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마지막 리가 경기였던 데포르티보 전과 이번 세비야 전에서는 아센시오/하메스는 두 경기에서 둘 다 선발 출전했지만 세비야 전에서는 서로 자리를 바꿨습니다. 데포르티보 전에서는 두 선수 모두 부진했고, 그 결과 세비야 전에서는 서로 자리를 바꿔나온 것이지요.

 갑자기 왜 이런 분류를 했는가 하면은, 왜 지단이 하메스를 잘 기용하지 않는가? 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하메스의 출전 여부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았고 저 스스로도 하메스의 훈련 태도가 불성실해서, 혹은 플랜에 없기 때문에 지단이 하메스를 더 홀대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하메스를 투입할만한 상황이 있어도 굳이 하메스를 투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오늘 세비야 전처럼 하메스가 오른쪽 윙으로 투입되는 것은 몇몇 교체 상황을 제외하면 팀에서 잘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지단 부임 초기에 몇번 시험해보고서는 거의 쓰지 않았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하메스는 생각보다 많은 기회를 받았습니다. 공미, 중미, 측면 등 꽤나 다양한 전술과 위치에서 다양한 롤을 받아서 실험했죠. 하지만 코파 레오네사전 같은 약체가 아니고서야 많은 부분 기복을 보이거나 수비 가담이 게으르거나 하는 모습을 보였고, 결국 마땅한 자리를 얻지 못했습니다. 실험삼아 한번 써보고 별로다 싶으면 내쳐졌던 것이죠. 그래서 실질 중요한 클럽 월드컵 결승, 엘 클라시코 등에서는 철저히 배제 당했죠. 최근 부상병동인 공격진 상황에서조차 하메스는 상당히 우선순위가 낮았습니다.

 즉 간단히 정리하면 여러 자리에서 얻은 기회를 하메스는 전혀 살리지 못했다는 겁니다. 코바치치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이스코는 스윙맨으로 나름 가능성을 보여줬음에도 지금 입장이 어정쩡한데 하메스는 그보다 더 심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마르카에서 말한 지단의 얘기는 꽤나 인상적입니다. 저는 지단의 말을 이렇게 해석했습니다. '너가 가능성을 갖고 있는 선수기에 남아서 뛰길 바라지만, 나는 공평하게 모두에게 기회를 줄 것이기에 출전 시간은 보장할 수 없으며, 지금 폼으로는 확정적인 멤버로 자리 잡을 수 없다' 라고요. 하메스 입장에서는 상당히 섭섭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충분히 합리적인 태도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저는 사실 이러한 지단의 태도에 대해 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폼이 안 좋은 벤제마는 계속 밀어줘서 끌어올리고 핵심으로 쓰는데, 제가 벤제마와 동급의 가치를 가진 선수라고 생각하는 하메스는 거의 다른 유스 자원들 실험해보는 수준의 대우거든요. (물론 벤제마는 대체하기 어려운 자원이고, 하메스는 대체 자원이 득실득실하기에 지단의 이런 결정이 불합리하다는건 아닙니다, 지극히 합리적이죠) 즉, 이건 모두에게 공평한 대우이긴 하나 하메스의 가능성을 생각하면 더 출전시켜주고 전술적으로 밀어줘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 선수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하메스의 경우 국대에서 보이는 폼이나 14/15의 모습을 보면 꾸준히 자리 잡고 적합한 롤을 받아 뛰면 좋은 능력을 보여줄 선수라고 생각하는겁니다. 물론 호날두나 베일 같이 하메스보다 우선하는 선수들이 당연 있지만, 하메스에 대한 편애가 좀 더 있어도 될 정도의 선수라고 생각하는거죠. 현재 지단이 자주 비판받는 경기력 부분의 주된 이유들은 부분전술의 부재, 일부 선수들의 컨디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전술 스타일, 2선과 3선 간의 분리 같은 부분을 많은 부분 커버할 수 있었을 겁니다. 실제 하메스가 레알에서 가장 잘했던 14/15에서 보여준 모습은 대부분 그런 모습들이었고요.

 그러기에 이번 세비야 전에서 하메스의 2득점(1골은 PK지만)은 꽤 고무적입니다. BBC가 없는 환경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타 선수들을 적절하게 방패막이로 사용하면서 연계로 얻은 득점은 많은 팬들이 레알이라는 팀에서 원했던 모습일거라고 봅니다. 더욱이 하메스는 자기가 에이스급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걸, 강팀인 세비야 전에서 보여줬고 심지어 하메스가 많이 취약한 오른쪽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준거니까요. (물론 이건 중원/측면을 완벽하게 틀어막은 2선 이하 모든 선수들의 공이기도 합니다) 

 하메스는 오늘 성공에 너무 방심하지 말고 좀 더 밑으로 내려오면서 활발하게 압박해주는 모습을 보여주면, 공격 옵션으로서 메리트가 생길거고 실험이나 시간 땜방이 아닌 지단의 전술적 교체 공식에 포함될 수 있을거라 봅니다. (물론 공격에서의 활발한 움직임은 당연 전제되야 합니다) 현 전술에서 직접적인 경쟁자인 호날두, 베일이 얼마나 폼을 유지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전으로 도약할 가능성도 아직 없다고는 못하고요. 개인적으로 마르코스 요렌테의 복귀와 맞물려 모드리치의 팀내 비중을 줄이고 지금 나타나는 문제인 중원에서의 전진성 약화를 해결할 카드가 영입된다면 그 상황에서 하메스가 기회를 잡을 가능성도 꽤 크다고 봅니다. 단, 그럴려면 이적하지 않고 남아서 어느정도 활약을 보여줄 때나 가능하겠지요. (개인적으로 이번 시즌 포그바 영입에 성공했다면, 꽤나 재밌는 그림이 그려졌을 거라고 봅니다. 수비력과 전진성을 갖춘 선수인 포그바와 크로스가 중원에서 버티면서 하메스가 어태킹 써드에서 공격진을 리드하는 초 공격적인 팀 운영을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고요) 
  
 아무튼 한 경기로 뭐 하메스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입니다만, 중요한 코파의 길목에서 3:0 승리를 거두었다는건 정말 다행인거 같습니다. 2:0은 몰라도 3:0은 사실 뒤집기 매우 어려운 점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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