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르셀로나보다 경기를 잘했습니다.
일단 오늘 경기에선 크게 두가지의 흐름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가 경기 시작부터 실점 전까지이고,
두번째 흐름이 실점 후부터 동점골 전까지인데요.
일단 전반전엔 우리가 꽤 경기를 잘했고, 바르셀로나 쪽이 오히려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양상이었습니다.
메시가 아래로 많이 내려와서 공격을 풀어보려고 시도하는데, 수->공 전환이나 공->수 전환 상태에서 거의 도움이 안됩니다. 본인은 정적이고 볼만 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려고 하니 주변과의 연동이 제대로 되지 않았죠.
여기서 루쵸의 바르셀로나가 공격을 할 때 MSN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것이 다시 한번 드러났는데요, 2선에서 공격에 가담해주어야 할 고메스와 라키티치가 오늘 매우 부진했던 것과 맞물려, 거의 MSN 셋이서만 공격을 어떻게든 풀어나가는 모습이 계속 나왔네요.
2선에서 공격 지원이 시원찮으니, 메시가 밑으로 쳐져도 딱히 유효한 공격이 안나왔죠. 메시는 공 잡으면, 자리잡은 레알 마드리드 수비진 사이에서 뭐라도 해볼려고 움직이는 네이마르나 수아레스에게 길게 넘기는 거 외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게다가 고메스는 수비 전환 시에도 자리를 제대로 못 잡아서 레알 마드리드가 편안하게 하프라인을 넘어오도록 허용했죠. 덕분에 우리는 쉽게 상대의 압박에서 벗어나 공격 전개를 해나갈 수 있었습니다. 점유율은 좀 떨어지긴 했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대로 공격을 했으니 점유율 자체는 별 의미가 없었죠.
그리고 알베스가 세르지 로베르토로 바뀐 것도 레알 마드리드에겐 큰 행운이네요.
한참 때의 알베스가 적절한 타이밍에 공격 가담해주고, 앞에서부터 우리 팀 측면쪽에서 공격을 만들지 못하도록 끊어주던 그 능력이 무서웠는데, 세르지에겐 그만큼의 퍼포먼스가 안나옵니다.
레알 마드리드는 마르셀로, 카르바할이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볼을 전개해 나갔는데요, 주로 중앙쪽에서 측면 쪽으로 빠른 볼 전달을 통해 자연스럽게 공격을 전개했습니다. 이게 생각보다는 유효했죠. 결정적인 찬스는 없었지만, 바르셀로나 진영에서 충분히 우리의 공격을 해나갔다는 게 인상적이었네요.
바르셀로나는 네이마르 쪽 측면에서 간헐적으로 개인기를 통한 공격을 시도하는 것 외엔 딱히 위협적인 장면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공격이 지지부진했고, 안드레 고메스와 라키티치의 활약이 미미했다고 생각하네요. 역으로 말하자면 코바치치와 모드리치가 저들과의 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고 할 수 있고요.
그러다가.. 불의의 세트피스로 수아레스에게 실점을 하게 되었는데, 여기서부터 전술의 방향이 살짝 바뀝니다.
그전까지 레알 마드리드는 미리 자리를 잡고 공간을 선점해서, MSN이 패널티지역 안쪽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으면서 상대를 자꾸 밖으로 밀어내는 수비 전술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상당히 잘먹히고 있었습니다. 라모스와 바란도 수비에 있어서 상대 선수를 확실하게 묶어 주었고요.
그런데 실점 이후에 레알 마드리드는 기존의 자리잡고 지키던 수비위치보다 좀 더 높은 곳부터 압박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압박을 통해 볼을 빠르게 탈취해서 역습으로 나가려는 생각이었던 듯) 전체적인 무게중심을 앞으로 끌어올리게 되었죠. 골이 필요하니까요. 그 과정에서 모드리치와 코바치치의 위치를 끌어올리는 한편, 4백을 보호하기 위해 카세미루를 투입했습니다.
전반전에 모드리치-코바치치//이스코 이런 식으로 배치를 했다면, 실점 이후엔 카세미루//코바치치-모드리치 이런 식으로 중심을 더 앞으로 끌어올리고, 뒤쪽의 4백 지원은 카세미루에게 맡기는 듯한 배치로 바꾼 것으로 보이네요.
의도 자체는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카세미루의 폼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밑에서 잔실수가 좀 있긴 했습니다. 마지막에 실점 하나 막아내면서 겨우 역할을 해내긴 했지만, 기본적인 빌드업에서 미스를 보이며 불안불안했죠.
교체 이후, 어느 정도는 공격이 이루어지는데 마무리가 안되던 상황에서 결국 라모스가 해냈습니다. 뭐.. 이쯤되면 피파 온라인이나 FM등의 게임에서도 패시브 스킬을 하나 달아줘야 되지 않나 싶네요.
게다가 오늘 라모스는 수비도 훌륭했죠. 수아레스에게 거의 공간을 열어주지 않았고, 그 흔한 카드 한장을 안받았습니다. 완벽한 경기를 치렀죠. 오늘의 MOM이라고 생각합니다.
축게에 하메스 얘기가 많던데..
하메스를 안쓰는 건 베일이 없기 때문이기도 한데요. (뭐 베일이 있을 때도 별로 안썼지만..) 현재의 레알 마드리드는 중심을 3선으로 끌어내린 상태로, 수-공 전환시에 속도를 붙여 공격을 해 나가는 걸로 꽤 재미를 보고 있죠. 이걸 가능하게 해주던 것은 단독 전진이 가능한 베일의 존재와, 적절히 이루어지는 마르셀로, 카르바할의 오버래핑 덕분입니다.
아틀레티코전에서 호톱 밑에 이스코를 둘 수 있었던 것 역시, 3선에서 최전방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 베일의 존재 때문이죠. 이 경기의 세번째 골은, 이스코 패스 + 베일이 속도 붙이고 + 호날두가 마무리. 지단이 노렸던 공격 패턴이 그대로 구현되었던 골이었습니다.
그런데 베일이 아웃된 상태에서, 호날두를 원톱에 세워서 위치를 끌어올리게 되면, 공격 전환 상황에서 빠르게 볼을 운반할 선수가 없어요. 하메스는 오히려 볼을 뿌려주는 쪽이지 속도 싸움을 붙이는 타입이 아니죠. 그렇기에 벤제마를 최전방에 두고, 현 스쿼드 상에서 유일하게 속도를 붙일 수 있는 호날두를 2선 지역에서 플레이하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호날두 톱, 그 아래에 하메스라는 형태로는 수-> 공 상황에서의 템포 싸움을 이끌어가기가 어렵다고 판단해서 호날두 - 벤제마 이 조합을 선택한 듯 싶고, 현재 탈압박에 물이 올라있는 이스코를 하메스보다 우선기용한 것으로 생각되네요.
만약 후반전이 오픈게임 양상으로 흘렀더라면 하메스가 투입되었겠지만, 당시 우리팀 상황은 압박을 벗어나며 전진하는 플레이가 필요했기에 하메스가 아닌 아센시오가 투입되었던 것 같고요.
벤제마의 현재 폼이.. 참 문제이긴 한데, 베일이 없고, 크로스가 없는 현재로서 팀에 템포를 불어넣을 수 있는 선수는 호날두가 거의 유일한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호날두를 최전방에 묶어두는 것보단 넓게 움직이도록 풀어두는 게 좋죠. 그래서 호톱 + 하메스보단, 벤톱 + 호날두 이렇게 나설 수 밖에 없는 것 같네요.
오히려 뭔가 변화를 준다면.. 벤제마 자리에 마리아노를 넣는 게 지금으로선 더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 물론, 약팀과의 경기라면 호톱 + 하메스였어도 어느 정도는 좋은 경기를 할 수 잇겠지만 엘클에서 사용하기엔 좀 리스크가 있었고, 그래서 하메스가 오늘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여튼 경기 쭉 보면서 느꼈던 건...
우리가 잘하기도 했지만, 확실히 바르셀로나가 약해졌다는 겁니다.
한참 잘하던 펩의 바르셀로나 시절을 생각해보면.. 강한 압박과 활동량을 무기로 레알 마드리드의 빌드업을 계속해서 방해하고, 메시를 통해 패네트레이션을 걸어오고... 쟤네는 공격하고 우리는 막아내고. 참 무서웠죠.
이 때의 바르셀로나는 제로톱 메시를 제외한 양 윙포워드들이 활동량을 많이 가져가면서 적극적으로 앞에서부터 볼탈취에 나섰었는데요. 세얼간이 중원 라인은 완벽한 위치선정을 통해 우리가 볼을 돌릴 공간을 선점했었습니다. 사비나 이니에스타가 수비적인 능력이 좋은 선수가 아님에도 우리가 빌드업부터 그렇게 애를 먹었던 건, 이들이 정확히 자리를 잡고 있는 상태에서 양 윙포워드들과 윙백들까지 협력을 통해 압박을 걸어왔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저런 모습들이 현재는 보이질 않습니다. 아마 예전부터 경기보던 꾸레들도 비슷하게 생각할 거에요. 한 마리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였던 바르셀로나의 압박이.. 그 위력을 많이 잃었습니다. 그래서 캄프 누에서도 우린 빌드업을 우리가 원하는 만큼 할 수 있었고, 예전처럼 일방적으로 수비하다가 역습 한방에 거는 그런 양상이 사라진 겁니다.
메시가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것도 있고, 네이마르가 예전 비야나 페드로에 비해서는 수비 가담이 약하다는 것도 있고.. 세르지가 알베스만큼 성능이 안나오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안드레 고메스의 공이 큽니다. 꾸레에 오래 남아서 이니에스타의 후계자가 되어주기만을 바라네요.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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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영웅맥카 2016.12.04잘 읽었습니다.
확실히 예전의 강력함은 사라졌고
대체선수들도 이전의 선수들에 비하면 그들의 철학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더군요. -
라울☆날둥 2016.12.04바르까는 맨시한테도 진거보면 진짜 약해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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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or 2016.12.04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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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veoov 2016.12.04안드레 고메스 제발 닥주전으로 자리잡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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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포그 2016.12.04전개에 있어서 우리도 크로스, 베일이 빠져서 계속 공뺏기긴해도 수비조직측면에서 굉장히 우수한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그 중심엔 모드리치와 앙고가 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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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yfairy 2016.12.04주력이 모두 빠진 상태에서 선전했다고 보는게 맞긴하나 너무 수비적인 전술로 나와서 세트피스 외에는 위협적인 공격루트가 거희 안보이더군요 .. 비단 엘클라시코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 고무적입니다. 하루 빨리 다양한 공격루트를 찾아야 전술적 다양도와 우승경쟁에서 좀 더 우위를 점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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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2016.12.04정말 잘 읽고 갑니다.ㅊㅊ
저도 카세미루 투입을 이해는 했는데, 폼이 너무 아쉬웠네요. -
마요 2016.12.04마리아노가 마지막에 주저주저하는 걸 보고...지단이 한동안은 벤제마 쓰겠다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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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날두7 2016.12.04확실히 사비가 떠나고 이니에스타도 늙고 중원을 가져가기 보단 측면, msn 몰빵 축구가 2시즌은 성공적이었던 것 같은데, 올시즌들어 우측면의 넓은공간을 커버하던 라키티치 폼이 떨어지고, 메시가 중앙으로 왔을시 윙역할과 측면 빌드업을 돕던 알베스가 없으니 전만 못하네요 뭐 수아레즈, 메시가 나이를 먹은것도 있고.. 그리고 앙고 낚아채가준 것 정말 고맙네요ㅋㅋ 치치가 여러모로 상위호환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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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iStéfano 2016.12.05진짜 베일 있었으면 대참사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하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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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tmt97 2016.12.05저도 확실히 바르샤가 약해진걸 느꼈어요. 중원의 압도적인 포스가 전혀 없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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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 2016.12.08확실히 예전 무섭던 펩 꾸레만큼의 포스는 잃어버린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