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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타페화요일 5시

경기후기 + 호날두 득점력에 관해

임나영 2016.11.07 01:32 조회 4,209 추천 19

경기력 면에서는 오늘도 썩 만족스럽진 못했지만, 그래도 잡을 경기 확실히 잡아주면서 승점 3점을 획득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무실점 경기를 했죠. 
짚어볼 것들을 좀 짚어보자면.. 


1. 팀의 핵은 역시 3선

오늘도 느꼈지만 역시 팀의 경기력은 3선에서 나옵니다.  3선에 어떤 스타일의 선수가 어떤 식으로 조합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축구의 스타일이 달라지게 되죠. 
카세미루가 이탈한 이후, 크로스는 아래로 많이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현재로서 가장 안정적인 두명 - 코바치치와 이스코- 이 3미들을 구성하고 있죠.  이게 모드리치와 카세미루가 없는 상태에서 팀이 고를 수 있는 최적의 조합이었습니다. (전술 부분보다도 선수의 컨디션 측면에서) 


2. 그러면 왜 경기력이 답답할까?

첫째로, 이스코와 코바치치의 스타일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 둘은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한 점이 많아요.  가장 비슷한 건, 공을 잡아두고 플레이하기를 좋아한다는 거죠.  

이스코가 가장 많이 지적을 받는 부분이 "공을 끌어서 템포를 놓친다" 는 건 다들 잘 알고 계시는 사실이고, 코바치치의 경우엔 앞이 열려 있을 땐 전진 드리블로 효과를 발휘하지만 저 드리블이 발동되지 않을 땐 그냥 평범한 미드필더라는 단점이 있습니다. 

두 선수 모두 한번에 방향을 전환하는 패스를 넣어준다거나, 템포를 끌어올리는 패스를 하는 걸 별로 즐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조금씩 조금씩 전진하며 상대 진영을 먹어들어가는 플레이를 좋아하죠.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동료에게 준 볼이 자기에게 다시 돌아올 것"을 전제로 플레이한다는 얘기입니다.  


둘째로, 베일의 활용방법이 지난 시즌과 약간 다릅니다. 

지난 시즌 베일은 물론 주 자리가 오른쪽이었지만, 필드의 중앙 부분까지 넓게 움직이면서 볼의 순환을 돕고 여차할 땐 플레이 메이킹에 관여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베일 위주의 역습 전개나 플레이 메이킹 빈도가 꽤 많았죠. 

그런데 이번 시즌에는, 볼을 잡는 위치가 지난 시즌에 비해 높습니다.  이게... 아마 이스코나 코바치치가 2선쪽에서 플레이하는 걸 즐기기 때문에, 지단 감독이 베일과 코바치치 이스코를 함께 기용할 때 위치조정을 해준 것 같네요.  동선이 겹치는 걸 최소화하기 위해서요.  

그래서 베일은 지공 상황에 측면으로 빠져서 반대쪽으로 크로스를 날리는 플레이를 하거나, 박스 안으로 들어가서 득점을 노리는 플레이(우측 자리는 카르바할이 들어오게 되죠.)를 하는 데 국한되고 있습니다.  

첫번째와 두번째를 종합하면, 이스코-코바치치가 3선으로 나옴에도 불구하고 온더볼 플레이를 즐기는 스타일 + 베일이 플레이하는 위치가 윗쪽 측면 또는 박스 부근.   

이렇게 되기 때문에 중원이 비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봅니다.  이스코나 코바치치는 중앙 미드필더, 즉 3선 자원이니 애초에 공을 잡는 위치가 낮습니다.  그리고 BBC의 위치는 높죠.   근데 여기서 두 선수가 볼을 잡고 전진하는 걸 선호하다 보니 BBC의 오프더볼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BBC가 윗선에서 패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전진하는 것보다, 3선에서 2선까지 볼을 가져오는 템포가 더 느리기 때문에 BBC와 3선 사이의 공간이 텅 비는 것처럼 보이는 거라고 생각하네요.  볼을 빠르게 전진시키고, 방향전환을 빠르게 해줄 수 있는 토니 크로스는 밑으로 쳐져있는 상황이니 더욱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거죠. 

이럴 경우, 원톱 스트라이커가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고 이음새 역할을 해주면 좀 나아집니다.  벤제마가 실제로 이걸 아주 잘하기도 하고.  근데 이번 시즌엔 호날두가 안으로 침투하고 최전방으로 나온 벤제마-모라타가 측면으로 빠져주는 움직임은 많이 가져가는데, 적극적으로 내려와주는 모습은 많지 않더라고요.

아마... 호날두에게 박스 안으로 침투하게 하기 위해 지단 감독이 원톱들에게 지시한 전술적 움직임인 것 같은데..  저는 벤제마든 모라타든 횡적인 움직임보다 종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줄 때 팀의 경기력이 상승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벤제마가 종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위아래로 많이 움직여줄 때 팀 경기력도 좋았고, 벤제마에 대한 레매 분들의 평가도 좋았으니까요. 


3. 호날두의 득점력 문제

이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습니다.  
코바치치와 이스코의 스타일 상, 앞에 있는 베일-호날두와의 호흡이 썩 좋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저 둘이 베날두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일단 지난 시즌 포메이션을 생각해보시죠.  카세미루가 밑에 고정되고, 왼쪽에선 크로스 오른쪽에선 모드리치가 각각 공격을 만들기 시작했었죠.  토니 크로스같은 경우엔 본인이 볼을 잡아서 운반하는 플레이를 많이 시도하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볼을 오래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볼을 잡으면 바로 동료들의 위치를 보고 빠르게 넘겨줍니다. 

그러니 토니 크로스가 윗선에서 플레이하게 되면 볼의 진행이 빠르고, 방향 전환이 빨리 이루어지는 거죠.  플레이 자체에 군더더기가 없으니까요.  여의치 않을 땐 바로 반대쪽으로 열어주는 플레이도 일품이고요.  이렇게 만들어진 빠른 볼의 진행이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거고, 거기서 만들어진 틈으로 호날두가 쇄도해 들어가면 찬스가 열리게 되는 겁니다.  

모드리치는 토니 크로스에 비하면 온더볼을 좀 더 즐기긴 합니다만, 그럼에도 완벽한 패스타이밍을 알고 있는 선수죠.  즉 온더볼을 칠 때와 빠르게 볼을 넘길 때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드리블을 하는 것 같다가도 앞선의 선수가 좋은 위치를 잡으면 바로바로 좋은 패스를 넣어주는 거고요. 

오프더 볼이라는 게, 아무리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그 오프더 볼로 만들어낸 공간과 타이밍에 동료로부터 적절한 패스가 오지 않으면 아무 의미없는 움직임이 될 뿐입니다. 

그런데 카세미루가 없는 상태에서 토니 크로스는 후방으로 내려갔고, 앞에 있는 이스코와 코바치치가 볼을 잡으면 자신이 다루려고 하는 플레이를 즐기다 보니, 앞선에서 열심히 라인 따고 있는 호날두와 베일의 오프더 볼 움직임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고 생각되네요.

오늘 경기도 이스코- 코바치치가 있을 땐 좀 답답했죠.  창조성이 있는 패스가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스코에서 베일로 이어진 한번의 어시스트 (이것도 전반 내내 이스코 하는 거 없다고 욕먹다가 하나 나온 것.  그래도 이 패스는 정말 좋았습니다.  공간으로 침투하는 베일을 제대로 살려낸 패스였으니까요) 그나마 호날두가 오프사이드에 걸릴 때 그 두어번 정도?  

그러다 모드리치가 교체 투입되니까 확실히 달라진 걸 느낄 수 있었죠.  평범한 패스라도 그 타이밍이 훨씬 좋았고, 패스를 받을 동료선수를 선택하는 시야도 좋았고요. 


일단 이번 시즌 호날두가 박스 안에서 볼을 잡아 슈팅하는 횟수가 적습니다.  박스 안에서 슈팅으로 넣은 골들은 역습 상황에서 베일이 만들어준 찬스 + 마르셀로와 2:1로 주고받으며 만들었던 찬스뿐이에요. 

호날두는 거의 90분 내내 상대 수비랑 라인 싸움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 공격이 진행될 때 (특히 역습 상황에서) 빈 공간을 끊임없이 찾아 들어가요.  그걸 잘 살려준다면 득점이 늘어나고, 그렇지 못할 땐 기회조차 제대로 못 잡게 되는 거죠.  

그래서 호날두를 가장 잘 살리는 건 토니 크로스와 모드리치, 베일입니다.  이 셋은 볼처리를 간결하게 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우리의 플랜 A는 카세미루를 박아두고 크로스-모드리치를 전진시켜 공격 조립을 해나가고, 마무리를 호날두가 해주는 방식인 겁니다. 

그 과정에서 베일과 벤제마가 도움을 주고, 자기들도 각각 해결하는.  이게 잘 풀릴 떄의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이고, 챔스를 2회 들어올린 BBC의 제대로 된 활용법이라고 보네요. 

그런데 지금까지 이게 제대로 안되고 있고, 여기에는 이스코와 코바치치 - BBC(특히 베날두) 사이의 스타일 차이 때문인 게 크다.  이렇게 봅니다. 


오늘 모드리치가 잘 복귀했으니 이런 점들이 개선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네요.


+) 


"호날두의 득점이 적은 게, 이스코-코바치치 때문이다." 꼭 이말을 하려는 건 아니고, 지난 시즌까지 잘 이어져오던 "3선에서부터 만들어진 좋은 공격의 흐름에 호날두가 마무리를 해넣는 레알 마드리드의 필승 패턴" 이게 이번 시즌엔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다는 얘길 하고 싶었습니다.  팀의 경기력이 좋지 않으면서, 호날두가 좋은 찬스를 잡는 횟수도 함께 줄어들었다고 생각하거든요. 

호날두가 스코어러로 자리를 잡은 10/11 시즌부터 15/16 시즌까지, 감독마다 스타일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 빠른 템포를 이용해 상대 수비에 균열을 만들고, 그 안으로 호날두가 침투하여 마무리하는 공격.  이걸 주된 전술로 써 왔습니다.  그래서 레알이 쉽게 이겼던 경기들을 떠올려보면 호날두가 쉽게 득점한 경기들이 많았죠.  

이건 호날두의 폼이 좋았기도 하거니와, 경기 전체가 팀이 의도하는 대로 잘 풀렸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템포도 많이 죽고, 빠른 방향 전환도 잘 안나오고 있습니다.  이건 그만큼 상대 수비에 틈을 만드는 플레이가 안되고 있다는 이야기이고, 레알 마드리드가 그동안 자신들이 가장 잘해 오던 필승 패턴을 제대로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죠.   

이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마무리를 책임졌던 호날두에게 양질의 기회가 만들어지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이렇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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