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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타페::

최근 경기들 보며 드는 생각들

온태 2016.09.07 20:28 조회 3,909 추천 33



1. 아센시오는 확실히 좋은 선수입니다.
 
볼도 잘 만지고 킥도 나쁘잖고 하메스코와 달리 폭발력도 있고 등등 장점이 많지만 가장 큰 장점은 줄때 주고 칠때 치는 간결함과 판단력이라고 보네요. 그 나이대의 볼좀 만진다는 친구들이 갖기 힘든 걸 갖고 있음. 때문에 팀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잔류시킨 거구요.
 
다른 분들도 말씀하셨지만 외질을 많이 닮았어요. 특히 레알 오기 전의 외질. 왼발잡이고, 볼도 잘 만지고, 스프린트 자체는 크게 특출나진 않지만 폭발력이 좋다는 것도, 특히 마무리 패스에 대한 감각이 빼어난 것까지 정말 많이 닮음. 당시 외질도 사이드에서 출전하는 비중이 꽤 많았구요. 마드리드에 입성한 타이밍이 향후 본인 플레이스타일을 완전히 정립해야 할 때라는 것도 비슷하군요.
 
외질과 다른 점이라면, 외질이 독일 국대-무리뉴의 마드리드을 거치며 완전한 플레이메이커로 자리를 잡은 것과 달리 아센시오는 수비를 직접 타격하는 프리 포워드로 방향을 잡았다는 겁니다. 제가 보기엔 괜찮은 선택이라고 봐요. 전체적인 게임 리딩은 크게 특출나다는 생각이 들지 않거니와 이 친구 성향이 볼을 주도적으로 자주 만지면서 게임에 개입하려는 성향은 아니라 굳이 필드 중앙에 데려다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 킥의 활용 빈도와 그 위력이 괜찮아서 수비를 상대할 때의 선택지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테구요.
 
개인적으론 2선에서의 패싱 센스가 돋보이되 그 능력이 찬스메이킹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전성기 ㅋㅋ가 오버랩되는데, 당시의 밀란이나 지금의 마드리드나 딱히 이 친구들에게 플레이메이킹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성장의 롤모델로 삼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네요(어디까지나 전성기 모습에 한해야겠지만...). 전성기 ㅋㅋ를 따라가기 위해선 상대 수비진을 부술 수 있는 크랙의 면모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볼을 자주 잡고 주도적으로 뭔가를 만들어보려는 성향은 딱히 없는 선수인 만큼, 팀이 필요로 할 때 확실하게 상대를 제압해낼 수 있어야겠죠. ㅋㅋ도 06/07 이전까지는 그런 성향의 선수였구요. 저 시즌부터는 팀이 전체적으로 노쇠화되며 기동력이 떨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주 나서야만 했던 거고...
 
어쨌든 이를 위해서는, 지겹도록 말하는 거지만 피지컬적인 향상이 필요합니다. 폭발력과 어질리티는 훌륭하지만 스프린트 자체는 크게 돋보이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거든요. 스피드의 범주에 속하는 것들은 대체로 타고나는 것에서 크게 개선하기가 힘들지만, 폭발력과 어질리티에 비해 스프린트 능력은 근육량이 늘어나면 약간은 개선이 되는 부분이기에 벌크업을 시작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인 근육량이 늘어나면 당연히 몸빵도 개선이 될 테구요. 파워와 어질리티를 크게 해치지 않는 선에서 실시되는 벌크업이라면 손해날 게 없다고 봐요. 팀에 유능한 피지컬 코치도 있고, 벌크업 성공사례인(롱런을 위해 일부 희생한 능력들도 있습니다만) 호날두도 있으니 도움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2. 셀타 전에서 고전한 이유는 팀의 중앙 경쟁력과 사이드 경쟁력이 따로 놀기 때문입니다.
 
크로스-카세미루-모드리치 조합은 그들만의 조합으로 보면 상당히 좋은 조합입니다. 앞쪽 두명의 부족한 수비 및 피지컬적 역량은 카세미루가 채우고, 카세미루의 부족한 빌드업 역량은 앞쪽 두명이 스위칭을 통해 해결합니다. 같은 라인에 뛰는 크로스와 모드리치는 그 시너지에 대해 우려가 많았으나 역할과 활동 반경을 최대한 분리시켜 역량 손실을 최소화해냈죠.
 
그러나 이 조합의 문제는 팀 차원에서 이들이 연동해줄 수 있는 영역이 굉장히 협소하다는 데 있습니다. 모드리치를 제외한 둘은 미들 라인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에서 볼을 잡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색한 친구들이죠. 더 깊이 들어가면 카세미루는 홀딩 라인 위쪽부터가 그렇구요. 모드리치도 사이드나 어태킹 써드에서 공을 잡는게 어색하지 않다 정도이지 그쪽에서 필드 중앙만큼의 플레이를 보여줄 수는 없는 선수죠.
 
때문에 팀의 분업화는 필연적입니다. 물론 이게 나쁜 건 아닙니다. 각자 잘하는걸 각자의 영역에서 한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선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것도 아니구요. 선수들의 퀄리티와 컨디션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된다면 팀 경쟁력은 충분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감독 입장에서도 이 편이 팀을 조탁하는 데엔 더 편하구요.
 
문제는 셀타 전처럼 선수들의 퀄리티와 컨디션이 유지되지 못할 때 일어납니다. 중앙의 세 선수는 다들 그럭저럭 자기 몫은 했습니다. 뛰는 양도 괜찮았고, 점유율도 잘 유지했죠. 그러나 공격진이 융합되지 못한 채 각개격파되고, 측면 공격을 책임지는 풀백들이 각각 컨디션 난조와 상대와의 매치업에서 고전하고 있는 와중에 미들 라인은 거의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전반 중반즈음 모드리치가 힘을 내 사이드로도 빠져보고 중거리도 때려보고 했지만 결과물은 없었죠. 여름에 놓친 포그바나 안드레 고메스까지 갈 것도 없이, 이스코만 있었어도 좀 나았겠죠.
 
그러나 이스코가 있었다고 한들 분업화에서 오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 기동력때문에 라인을 넘나들며 생기는 밸런스의 문제를 해결하긴 힘든 친구니까요. 그래서 영입을 원했고, 또 팀도 영입에 나섰던 거지만... 이제 와서 어쩔 수는 없는 부분이구요. 결국 지금 스쿼드에서 해결하기 위해서는 플랜 B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답은 이 경기 후반에 보여준 것처럼 하메스가 되지 않을까 싶구요.
 
하메스는 지금의 미들 라인에선 템포의 문제 때문에 활용하기 어렵지만, 미들 라인 윗선으로는 활동 영역에 거의 제한이 없다는 데에서 현재의 트렌드를 굉장히 잘 반영하는 친구입니다. 더불어 전방 플레이메이킹에 능수능란하단 점에서, BBC 중 한명 이상이 빠져 공격진의 위력이 떨어질 때 팀의 공격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도 굉장히 도움이 됩니다. 밸런스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밸런스는 미들 라인에서만 맞춰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개인적으론 팀의 수비 역량의 총량만 비슷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게 발현되는 위치는 크게 상관이 없다고 봅니다. 외려 앞쪽이면 더 좋겠죠. 루카스나 모라타는 수비를 굉장히 열심히 해주는 친구들이고, 베일도 수비 실력이 상당하죠. 이번처럼 BBC가 출동할 수 없고, 공격을 의지해야 할 친구가 없을 때 좀더 가다듬은 플랜 B로 상대를 맞이할 수 있다면 향후 팀 운용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분업화의 장점이 이런 걸 마련하기 쉽다는 데 있기도 하구요.
 
 
 
3. 카세미루의 빌드업 역량은 나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카세미루의 단점을 가리고 앞쪽 두 미들(특히 크로스)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빌드업 시 실시한 스위칭은 올시즌 들어 더욱 농익었습니다. 미들 라인으로 올라갈 때의 포지셔닝이 상당히 좋아져서 크로스와 모드리치가 상대 미들을 끌고 내려오면 수비수들이 이들을 거치지 않고 카세미루에게 바로 볼을 전달하는 경우도 종종 보이는 편.
 
다만, 이게 우리가 원하던 모습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시즌 전에 지단과 빌드업 트레이닝을 했다는 기사를 접했을 때 생각했던 건 으레 원홀딩이 하는 빌드업 시 축을 잡는 패스워크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카세미루가 홀딩 라인에서 이런 플레이를 해줄 수 있다면, 크로스나 모드리치가 내려오는 빈도가 줄어드는 만큼 더 빠르고 더 창의적인 공격 전개가 가능해지고, 팀에 차고 넘치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활용할 여지가 늘어나는 만큼 이런 식으로의 진화는 개인적으론 김이 빠집니다.
 
그렇다고 미들 라인에서 볼을 받은 이후의 선택지를 가져가는 데에서 개선점을 가진 것도 아닙니다. 지난 시즌에도 이것 때문에 캉테를 영입해 경쟁을 시켰으면 좋겠다고 하시던 분들이 많았는데, 위치선정에 비해 이 부분은 거의 개선이 되지 않았습니다. 캉테처럼 드리블을 치는 건 무리라고 보고, 크로스나 모드리치만큼은 아니더라도 좀더 공격적으로 볼을 받아놓고 앞쪽으로 더 과감하게 볼을 전달할 수 있다면 이런 스위칭이 조금 더 효과적일 텐데요.
 
카세미루가 충분히 잘해주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사람 욕심은 끝이 없나 봅니다. 위에서 얘기했지만, 중원 장악력이 나아진다고 해서 지금 팀에 크게 플러스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사실 더 세질 필요가 없을 만큼 강하기도 하고... 카세미루가 좀더 볼을 뿌리고 축을 잡을 수 있게 된다면 전술 다양성에서의 개선도 가능한 만큼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시즌 초반이니 기대가 큽니다.
 
 
 
4. 대부분의 마드리드 팬들이 그렇듯 저 역시도 라울에 대한 애정과 향수가 대단한 팬중 하나입니다. 포워드 라인이든 미들 라인이든 라울 같은 선수가 있다면 감독은 참 편하게 전술을 짤 수 있을 겁니다. 축구 지능 훌륭한 거야 다들 아시겠지만, 젊은 시절의 라울은 좋은 순발력을 기반으로 사이드에서도 뛴 경험이 있고 플레이메이킹에도 재능이 있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론 외부의 영향 때문에 이 재능을 100%로 발휘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망상이지만, 지단과 호나우두가 없었다면 라울은 지금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구요. 아무래도 저 둘이 영입되면서 라울의 플레이메이킹 능력이나 포워드 라인에서의 영향력은 조금 줄어들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하메스를 스쿼드에서 유독 아끼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친구를 보면서 라울이 오버랩되었거든요. 이 친구라면 라울처럼 뛰면서도 라울이 완전히 터트리지 못한 플레이메이킹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줄 수 있겠구나 하면서 한창 잘하던 14-15시즌 내내 흐뭇하게 지켜봤던 기억이 나네요. 입대하고 정신차리고 보니 벤치로 밀려있어서 굉장히 놀랐습니다.

하메스의 위기에 대해서는 이미 예전에 한번 다룬 바가 있습니다. 그 글에선 팀이 향후 플랜을 어떻게 짜고 이적 시장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하메스의 거취에 대해 언급했었는데, 이적 시장은 하메스에게 유리하게 흘러가지 않았습니다만 정작 하메스는 남았습니다. 하메스를 남기는 게 지단의 본의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중요한 건 하메스가 스쿼드에 남은 이상 지단도 하메스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때문에 어설프게나마 플랜 B를 만들어 하메스를 활용할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구요.

지난 시즌과 달리 지단은 하메스를 어태킹 써드에서 움직일 수 있게끔 쓰고 있습니다. 팀이 볼을 잡고 있을 땐 미들 라인에서 한칸 올라와 공격형 미드필더처럼 뛰고, 수비 시에는 내려와서 역삼각형 미들을 만듭니다만 그것도 팀의 라인이 일정 수준 이상 내려앉으면 적극적으로 수비에 참여하기보단 적절한 위치에서 역습을 준비합니다. 이런 움직임을 부여하면서 하메스는 적어도 역습 시에는 움직이면서 볼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경기 후반부에 내려앉으면서도 상대에게 한방을 먹이기 위한 지단의 중요한 카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역할만으론 하메스 본인이 원하는 만큼의 출장 시간은 얻기 힘들다고 보고, 제 2의 라울이 되어줬음 하는 제 바람도 날아가기 십상일 테죠. 하메스가 지단 체제에서 더 나은 입지를 보장받고 팀에서 오래 뛰고 싶다면, 개인적으론 압박 능력과 오른발 사용 능력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단이 하메스의 정체성을 인정해 지난 시즌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활약하는 만큼, 전방에서의 압박은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요소입니다. 하메스가 수비 가담이나 압박에 적극적이지 않은 선수는 아니지만, 그 수비 참여가 그렇게 효과적이진 않습니다. 열심히 쫓아가긴 합니다만 볼을 꼭 뺏어내겠다는 의지는 크게 없죠. 전술 상 지시를 받았으니 뛰는 것뿐. 하메스가 적극적으로 압박에 참여해 볼을 높은 위치에서 탈취할 수 있다면 본인의 발목을 붙잡는 수비 밸런스의 문제도 해결이 가능하고, 현재 팀에서 본인이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찬스메이킹도 더 적극적으로 발현할 수 있을 겁니다.

오른발 사용의 경우, 움직임이 자유롭던 안첼로티 시절엔 아쉽긴 해도 큰 흠은 아니었습니다만, 현 체제에서는 굉장히 치명적인 문제로 다가옵니다. 움직임이 제한되기 때문에 하메스는 수비를 떨쳐내고 볼을 받기가 힘든데, 때문에 상대 수비수는 쉽게 하메스를 쫓아가 왼발 터치가 이뤄지는 방향을 수비할 수 있습니다. 하메스가 중미로 기용되기 힘든 큰 이유 중 하나죠. 그래서인지 요새 예전보다 오른발을 쓰는 모습을 조금 더 찾아볼 수 있는데, 지금보다도 더 많이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볼을 받을 때 오른발로도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수비는 하메스의 다음 움직임을 예측하기 힘들어지고, 하메스는 지금보다 쉽게 압박을 벗어나 공을 만질 수 있을 겁니다. 오른발 원터치로 킬 패스를 찔러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일 테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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