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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타페::

우리의 순진한 레전드 카시야스에 대한 단상.

마르코스 요렌테 2016.08.21 14:22 조회 3,535 추천 5

2012년 유로 결승전에서
선수의 이른 부상으로 이탈리아는 적은 숫자로 스페인과 30분을 넘게 싸워야만 했죠.
4:0완패로 경기가 거의 굳어지고 추가시간이 시작될 무렵.
카시야스는 주심에게 이탈리아를 존중해서 빨리 경기를 끝내달라고 외치죠.

어쩌면 이 모습이 카시야스란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이 모습을 좋게 평가하지 않습니다만ㅎㅎ)
순진하고 착한 모범생 같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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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인가, 99년부터 레알의 팬이었는데, 그당시는 조금 띄엄띄엄 봤긴 했지만
99년부터인가 레알의 주전골리를 차지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굳건한 건 아니었습니다. 세자르가 주전을 차지한적도 있었죠. 특히 초반기에는 공중볼에 굉장히 취약점을 드러내며
불안한 모습을 자주 노출했지만 2002-3 시즌 부터는 부동의 주전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갈락티코중기-말기 시절, 다른팀보다 배가 넘는 유효슈팅을 막아내던 시절부터는 최고의 키퍼라 불리기 시작했죠.
사모라상은 발데스 혹은 다른팀에서 가져갔지만, 발데스는 절대 카시야스의 국대 주전자리를 넘볼 수 없었죠.

개인적으로 가장 빛났던 순간을 뽑으라면
첫번째는 유로2008 이탈리아와의 승부차기(스페인대 이탈리아 보다는 부폰대 카시야스로 유명했던...)
두번째는 월드컵2010 결승에서 로벤의 1대1찬스를 두번 선방한 것입니다.
스페인의 유로와 월드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선수입니다.
그 콧대높은 바르셀로나 팬들도 레알에서 유일하게 데려오고 싶은 선수는 카시야스라 하곤 했었죠.

지금에 와서 개인적으로 부폰에 못미친다고 평가하기는 하지만,
사실 2000년대후반부터 2012년까지
최고의 키퍼는 부폰보다도 카시야스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역사상 최고의 키퍼 중 한명으로 자리매김하리라 믿었지만,
어느순간부터 내리막을 타더군요.

사실 라울이 떠난 이후 주장을 맡은 이후부터 카시야스에게 비판은 종종 있었습니다.
부드럽긴 하지만, 주장이 가져야 할 카리스마, 투쟁심 이런게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이 있었죠.
특히 개인적으로 골을 먹히고 나서, 세상잃은 것 같은 표정을 늘 짓는게 보기 싫었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아마 무리뉴와의 대립부터였을 껍니다.
바르샤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던 무리뉴 부임초기의 레알 마드리드.
선수를 갈구고 독려하며 잠재력을 끌어내던 무리뉴의 지도방식은 모범생 타입인 카시야스와는 극도로 맞지 않았죠.
(무리뉴의 지도방식은 첼시에서 다시한번 한계에 부딪칩니다.)

어떻게 보면 꽃길을 걸은 선수입니다.
10대시절에 이미 세계최고 클럽의 주전이었고,
그 후 그 입지가 크게 위협받은 적은 거의 없었죠.
본인이 받은 대우가 정당하지 못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폼이 떨어졌다고 해도, 아단보다는 분명 월등했었죠.

하지만...
뭐랄까, 두덱, 산체스, 아단, 로페즈...이런 친구들이 그의 뒤에 있었던 것을 조금이라도 생각했었더라면.
카시야스의 태도는 아쉬움 그 자체였습니다.
눈빛은 총기를 잃었고, 마지못해 경기에 나서는 모습이었지요.

무리뉴와 카시야스의 대립에서 전 어느편을 들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감독이 보다 더 최종적인 권한을 갖고 있지만, 그는 치졸했고.
카시야스는 소심하고 어리석었지요.

그후, 감독으로 부임한 안첼로티 역시 리그에서는 로페즈를 기용함으로
카시야스의 기용문제가 단지 무리뉴와의 갈등때문은 아닌것임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조용히 팀을 떠나 포르투에서 말년을 보내고 있죠.
 
내리막이 급했던 탓인지, 여기저기서 노이어나 부폰과는 한수 아래인 키퍼다. 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만.
그러한 평가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봅니다.

- 프리메라리가 우승5회
- 챔피언스리그 우승3회
- 유로우승 2회(2008, 2012), 월드컵우승 1회(2010)

이보다 훌륭한 커리어를 갖고 있는 키퍼는 현역중에는 없죠(단순히 커리어로만 보자면 발데스가 비슷할지도 모르지만).
단순히 커리어만이 아니라, 10여년동안 레알과 스페인국가대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1999-2000 챔피언스리그 결승 출전 최연소 골키퍼 기록이 있죠. 만 19세...그리고 우승했습니다.
2002년이후부터 12년동안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주전 골리였고요.(발데스, 레이나 안습)
스페인의 2000년대 이후 모든 국대 우승경기에서 주장은 이케르 카시야스였습니다.
모래알과 같다던, 스페인 국가대표팀내의 화합을 주도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높게 평가받아야 마땅하지요.
동시에 레알마드리드의 최다출장골키퍼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최다출장기록은 라울...)

이리저리 쓰다보니 두서없는 글이 되어버렸지만, 이 스페인과 레알의 레전드 키퍼는
응당 받아야할 정당한 평가를 못받고 있는 것 같아 늘 아쉽습니다.

무리뉴랑 대립한 레알선수가 한둘도 아니건만, 가장 대표주자로 욕을 얻어먹는게 카시야스죠.
물론 카시야스가 아무 잘못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동시에 무리뉴 역시 성인군자는 아니었죠.
정치야스니 하는 비난의 집중포화를 받으며 까내림 당하는 것에는 분명 무리뉴의 팬덤과 어울려 지나친 부분이 있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우리의 순진한 레전드 카시야스가 언젠가 돌아오게 된다면(아마 선수의 모습은 아니겠죠)
그래도 레알 팬들에겐 큰 환영과 존중을 받게 되길 기대합니다.(당연한 소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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