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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스와 코바치치의 문제

베일매니아 2016.08.10 20:49 조회 3,593 추천 7

축구는 결국 템포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공격에 있어서는 4-2-3-1이든, 4-3-3이든, 4-4-2이든 혹은 그 여타 다른 전술이든, 선수들의 위치와 역할의 배분문제가 있을 뿐, 큰 틀은 결국 템포를 만들고, 그걸 순간적으로 끌어올리거나 내려서 수비에 균열을 주고, 유효한 결과를 얻어내는 거라고 생각해요. 

팀이 하나의 유기체로서, 기본적인 공격 템포를 공유하는 상태로, 적절한 타이밍에 이를 자유롭게 변형시켜(템포를 끌어올리거나 낮춰서) 공격할 수 있는가.  이게 공격이 잘되는 팀과, 아닌 팀을 판가름하는 기준이라고 봅니다.

우리 팀의 기본 템포는 주로, 크로스가 만들어냅니다.  선수들끼리 주고받는 짧은 횡패스와 종패스는 전부 이걸 위해서 하는 거죠. (이 과정에서 라모스나 카세미루가 크로스를 돕기도 하고요) 공간을 선점해서 패스의 선택지를 늘려주고, 한쪽에서 반대쪽으로 빠른 방향 전환을 가져가는 게 전부 이 작업을 위해서입니다.  

크로스가 공을 자주 만지고 쉬운 패스(처럼 보이는)들을 자꾸 돌리고 다시 받아주고 하는 게 팀의 기본 템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봐요.  공격 속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거죠.  팀은 이 기본적인 템포를 공유하게 되는 거고요. 

프리시즌에 경기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크로스가 없으니 이게 잘 안됩니다.  프리시즌 경기들을 보면, 주로 측면 (특히 마르셀로)을 활용한 공격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중앙에서 공격을 조립하고 템포를 조절해줄 토니 크로스가 부재한 상태에서 이 역할을 카세미루한테 맡겼던 것 같아요.  실제로 저 부분을 프리시즌에 훈련시켰다는 기사도 있었고.  근데 이게 잘 안되었기 때문에 전체 팀의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이 풀백인 마르셀로, 측면의 아센시오한테 많이 넘어가게 된 거죠.  중원에서 팀의 기본적인 템포조절을 해줄 수 없는 상태, 그러니까 공격의 속도를 제어할 수 없게 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 역할을 측면이 대신했다.  그래서 우리 공격은 측면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었고 코바치치와 카세미루가 공기처럼 보였다.  저는 이렇게 봤습니다. 

잘될 때의 우리 공격은 크로스가 팀의 속도를 통제하고, 모드리치가 그걸 보조하면서 , 3선에서 공격 템포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모드리치는 3선에서 2선, 상대 박스 근처까지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볼을 직접 운반한다거나, 우리 팀 2선이나 풀백들과 볼을 주고받으며 템포를 더욱 살려나가는 역할을 하죠.   크로스가 기본적인 팀의 템포를 제어한다면, 모드리치는 그 템포를 순간적으로 변형시켜 (동료들과의 주고받는 패스에 속도를 붙이거나 직접 돌파하면서) 2선이나 최전방으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네요.  


그렇다면, 코바치치는 왜 어려울까.  

일단, 중앙 미드필더치고 전체적인 공격을 조립하는 데 취약합니다.  크로스와 코바치치는 다른 유형이긴 합니다만, 중원에 서있는 미드필더라면 적어도 위치 선정을 통한 패스 길을 만들어주고, 2선 혹은 풀백과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기본적인 공 순환에는 기여해줘야 하는데, 코바치치의 경우엔 포지셔닝도 좋지 않고,  공과 함께 앞선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타이밍도 좋지 않아요.  그래서 지난 시즌에 크로스랑 같이 세워놔도 답답, 카세미루랑 세워놔도 답답.  경기장에서 혼자 겉도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보네요. 

게다가, 얘의 거의 유일한 장점이 순간적인 가속을 통한 전진 드리블인데..   이게 잘될 때는 모드리치의 냄새가 살짝 날 때도 있습니다.  근데 모두가 아시다시피 그 다음 선택이 아쉽죠.  기껏 팀의 템포를 상승시켜 놓고, 그 하이템포를 주변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합니다.  

현재 우리 팀 중원 3미들의 역할 분담은 비교적 명확한데, 4백보호+커팅 // 조립+분배 // 전진 을 각각 카세미루, 크로스, 모드리치가 맡고 있죠. 

코바치치는 저 셋 중에 어느 하나도 만족스러운 수준이 못됩니다.  전문 수미가 아닌 중미기 때문에 적어도 저 조립과 분배에 기본적인 도움은 주면서, 자기 스타일상 공격의 템포를 확 끌어올려 그걸 앞선에 전달해주어야 하는데, 그게 제대로 안되는 게 문제.  

지단이 이 선수를 자꾸 쓰면서 기회를 주고 있긴 한데.. 일단 순간적인 가속은 되는 선수고, 팀 속도를 확 끌어올리는 능력은 갖고 있으니, 경험치가 쌓이면 이걸 주변과 잘 연동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요.  

저는 솔직히 경험을 쌓는다고 저게 잘 되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얘를 남긴다고 해서 우리가 원하는 기간 안에 (레알 마드리드는 원래 기다려주는 팀이 아니니) 원하는 만큼의 퍼포먼스를 끄집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 정도로 성장이 가능할지, 아니 애초에 저 능력이 성장시킨다고 되는 건지에 대해 회의적이네요. 


다음은 하메스. 

3선에서 팀의 템포에 관여하는 선수가 크로스와 모드리치라면, 2선에서는 베일이 그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우리 팀에서 유효한 공격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중의 핵심이죠.  3선에서 만들어준 기본적인 템포를 이어받아서, 그걸 순간적으로 확 폭발시켜 수비에 균열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지금의 4-3-3에서 하메스가 싸울 수 있는 부분은 결국 앞의 3자리 중 하나인데, 벤제마 자리는 하메스가 넘볼 수 없고 (역할부터 다르고, 하메스 제로톱을 쓴다고 해도 실효성 역시 미지수), 결국 호날두와 베일 자리 중에 하나를 차지해야 한다는 얘기가 되죠. 

하지만 베일과 비교했을 때, 속도를 만들어주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물론 하메스가 베일보다 나은 장점들도 많아요.  하지만 현 전술에서는, 하메스가 가진 장점들을 발휘할 여건이 못되죠.   현 전술에서 하메스가 한자리에 들어간다면, 결국 팀의 템포에 관여하면서 수비에 균열을 내는 크랙의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 역할이 하메스의 스타일과는 맞지 않기 때문에 지단이 쓰지 않는 거라고 봅니다. 

게다가 지난 시즌 하메스는 부상 여파에 이은 몸상태 저하, 기복있는 경기력으로 자신의 최대 능력치에 미치지 못하는 퍼포먼스를 보였어요.  반면에 경쟁자였던 바스케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플레이를 해주는 상태였고요.  

둘은 다른 유형의 선수이고, 각자 장점이 다르고, 선수로서의 완성도를 따지면 하메스 쪽이 더 클래스가 있지만, 팀의 필요성에 맞아떨어지는 건 바스케스였죠. 

결국 하메스를 살리기 위해서는 중앙 공미 자리를 하나 만들어서, 모드리치와 크로스가 가져온 공격 템포를 앞으로 전달하는 역할로 사용하는 방법밖에는 없고, 실제로 이 역할을 하메스가 잘하기도 하죠.  오늘 경기에서도 어느 정도는 발휘가 되었고요.  

4-3-3의 3선에서 이루어지는 플레이 메이킹과 템포 조절을, 좀 더 앞선으로 끌어올려서, 공미인 하메스를 저 플레이에 자주 관여시키는 것, 즉 하메스 위주로 팀의 공격을 만들어가는 것이 하메스를 제대로 쓰는 방법인데, 이럴 경우 전술의 대폭 수정이 필요해집니다.  

저걸 안해본 것도 아니에요.  지단이 처음 부임하고 이스코-모드리치-크로스를 통해서 비슷한 방법을 시도했었죠.  근데 수비 밸런스 문제가 자꾸 생기니까 팀의 중심을 밑으로 내리고, 카세미루를 기용하고, 앞선에서 템포에 변화를 주는 역할을 베일과 모드리치에게 맡긴 겁니다.  결국 필요에 의한 전술적 선택이었던 거죠. 


정리해보면, 코바치치는 전반적인 중미로서의 기량 미달, 하메스는 전술적인 선택으로 인한 도태.  이렇게 보네요.  현재의 4-3-3 전술이 유지되고, 선수들의 역할이 변하지 않는 이상, 하메스와 코바치치는 16-17에도 굉장히 고전할 거라고 개인적으로는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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