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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밥상의 그릇들은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Elliot Lee 2016.06.14 15:08 조회 2,564 추천 5
혈전이었다. 첫 만남에서 아틀레티코가 정규 시간동안 왕성한 활동량으로 인해 연장전에서 와르르 무너졌던 바 있는데 이번 경기에서 마드리드의 많은 선수들이 발이 무거워 보여 지난 2주간의 휴식이 무의미해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 와중에 군계일학의 모습을 보였던 선수들이 있다. 모드리치, 카세미루, 그리고 베일이 바로 그랬다.


모드리치 중심의 경기 운영
루카 모드리치를 중심으로 하는 경기 운영은 이미 예전의 글을 통해서도 예측해본 바 있다. 단순히 모드리치가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이 아니다. 모드리치는 지단이 선수로 활약했던 시절의 경기를 구현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선수이기 때문이다.

모드리치의 최대 장점은 키핑 및 돌파력, 패싱, 경기조율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해 단점도 있다. 
모드리치가 아주 높은 선으로 올라가서 편하게 공격작업을 할 수 있는 전술적 여건이 형성이 안되어있기 때문에 공격과 미드필더간의 간격이 넓어진다. 이 넓어진 간격을 매꿔주는 주역할을 하는 것이 벤제마인데 벤제마가 제 몫을 못하는 날이라면 상당히 경기 운영이 매끄럽지 못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 벤제마를 이스코로 교체한 것은 미드필더와 공격을 연결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선수가 필요했음이고 동시에 상대 진영을 휘저을 선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좀 더 모드리치에게 전술적 자유를 부여해야한다. 호날두와 베일은 체스에서 루크와 같다면 모드리치는 퀸에 가깝다. 지단은 자신이 중원에서 자유를 부여받았듯 모드리치에게도 그러한 실험을 해볼 필요가 있다.

모드리치-카세미루 라인은 거의 필수적이라고 했던 바 있다. 지단의 선수 생활을 찬찬히 기억해보자.(링크)

레알 마드리드에서 파비오 카펠로와 주제 무리뉴를 높게 개인적으로 평가하는데 그 이유는 단순하다. 수비부터 미드필더까지의 라인 다지기를 매우 중점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뿌리가 깊고 줄기가 튼튼한 나무가 클 수 있고 열매도 잘 맺을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물론 재미가 없다고 욕을 먹었지만.

지단은 대체적으로 공수 균형이 좋은 팀에서 뛰어왔고 그렇기 때문에 균형이 좋은 팀을 필연적으로 추구할 수 밖에 없다. 그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안정감을 찾아야 공격수들에게 기회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공격형 미드필더가 안정감을 갖기 위해서는 단단한 수비진뿐만이 아니라 수비적 부담을 나눌 수 있는 미드필더의 파트너들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스코와 하메스가 기용되지 않은 것이다. 두 선수 다 경기를 자신의 색으로 운영할 수 있는 능력을 아직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두 선수의 현재까지 경기성향으로만 보면 벤제마와 경쟁하는 것이 어울린다.

문제는 이러한 전술 기조가 언제까지 갈 수 있냐는 것이다. 모드리치가 1986년 생이라는 것을 감안하고 많은 활동량을 기록하며 부상도 심심치 않게 당한다는 사실만을 놓고 볼 때, 적절한 대체와 대비가 필요해보인다. 크로스가 그를 대처하기에는 모험심과 창조력이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페네트레이션과 공격에서의 패스 성공률은 후방의 수비진, 후방 미드필더들의 것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데 공격의 성공은 규칙성보다 불확실성, 즉 변칙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스루패스라는 것 자체가 변칙적인 패스로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크로스는 공의 배급을 안전하게 하는 관리자에 가깝다.

위에서도 말했듯, 하메스와 이스코에게서 모드리치와 같은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이스코는 볼 허거로 드리블을 좋아한다. '드리블의 목적이 무엇인가?'라는 기초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드리블은 공간이 없을 때, 공을 소유하며 공간을 만들기 위한기술이다. 본인이 직접 그 공간으로 들어가던지 아니면 드리블과 키핑을 통해 아군의 공간을 창출해야 한다. 어떤 것이 더 많이 해야한다고 딱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경기를 운영하는 공격형 미드필더는 적어도 후자의 드리블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플레이메이커의 주된 무기는 슛이 아니라 패스이기 때문이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모드리치 중심의 경기 운영은 유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크로스가 기동력을 더 가지고 있다면 좋겠지만지금 상태에서는 딱히 팀 내에 대안이 없다. 현 모드리치 중심 체제에서 더 보강되어야 할 것은 준족, BTB성향의 선수인 것 같다.

지네딘 지단, 구티 이후로 공수가 절단나지 않고 드리블링과 패싱을 기본으로 경기 운영을 하는 제대로 된 미드필더 중심의 체제를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물론 위의 이야기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의 변동사항을 예상하지 않고 현 선수단에서만의 이야기를 하는 것임을 분명히 하겠다.


여름: 밥상의 그릇들은 각자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항상 말해왔듯 이스코의 성장이 더 있다면 이것이 선수단의 균형이 무너지는 균열의 조짐이 될 것이다. 이스코의 폭발적 성장은 이스코의 야망과 함께 합쳐져 더 많은 정규적 출전을 원하게 될 것이고 연봉도 더 원하게 만들 것임이 분명하다. 한 선수의 성장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느냐에 대한 확신은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다. 레알 마드리드라는 구단에게 있어
이스코가 솔라리나 구티 정도의 실력과 위치를 가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 않나 싶다. 주전과 비주전의 간극을 줄여주는 역할을 그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같은 대형구단에 오는 선수 중 재능이 없는 선수는 없다-때론 있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그릇은 다양한 형태와 크기를 가지고 있다. 밥과 국, 그리고 주 요리의 그릇은 크고 넓고 가장 돋보인다. 하지만 전을 먹을 때 간장 종지가 필요하고 야채를 찍어먹을 쌈장, 된장 종지도 필요하다. 작은 그릇들도 각자의 역할이 있고 큰 그릇들은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기 힘들다. 여러 종류의 그릇들이 있어야 제대로 된 밥상이 나올 수 있다.

좀 더 가면 소주를 맥주잔에 마실 수는 있어도 맥주를 소주잔에 마시지는 않는다. 각자의 역할은 대체적으로 고유하다.

이런 시점에서 하메스는 매우 불필요해진다. 하메스의 몸값이나 현재 전술적 위치등은 애매하기도 하고 그 경쟁자가 너무 뚜렷하고 광범위하다. 예전에 하메스에 대해서 기술한 바 있기에 간단하게만 말한다. 하메스는 셰도우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선수이다.

이번 여름 어떤 이적이 실시 될지는 모르지만 선수단의 균형과 주전과 비주전과의 간극 감소, 그리고 미래 대비라는 여러 기조를 가지고 계획되고 실행되어야만 한다. 포그바가 BTB으로 더러운 일까지 할 수 있으며 자신의 화려함보다는 땀을 훈장으로 가지고 싶다면 적절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크로스의 위치가 상당히 불안정해질 수 밖에 없다. 카세미루는 필수 불가결하기 때문이다. 다만, 카세미루를 받쳐줄 수 있는 백업도 필요하다-이런 현재를 생각하면 구티와 솔라리는 충성스럽기도 했고 실력도 좋았고 여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보물이었다. 코바치치는 다음 시즌을 노려보는 것이 좋겠다. 아마도 임대를 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지단에게 기대를 거는 가장 큰 이유는 균형을 몸소 체득하고 그 혜택을 누린 사람이었기 때문이고 이번 여름 그의 선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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