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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하메스냐 카세미루냐의 문제입니다.

베일매니아 2016.06.06 10:15 조회 4,031 추천 15

하메스의 이적과 관련된 많은 얘기들이 있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하메스 본인은 지단이 본인을 중하게 써주지 않는다면 이적하겠다는 뉘앙스 (에이전트인 멘데스의 영향도 클 듯) 를 풍기고 있고, 지단 감독은 굳이 하메스만 특별대우할 일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페레스 회장 및 구단 보드진은 하메스의 잔류를 원하는 상황이죠.

결국, 이건 다음 시즌 하메스의 전술적 가치, 즉, 하메스가 베스트 11에 들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 이 문제로 귀결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단이 어떤 그림을 그리느냐에 따라 하메스가 다음 시즌에도 레알에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나게 되는 거죠. 

단적으로 얘기하면, 다음 시즌 레알마드리드가 선택하는 선수가 '하메스냐 아니면 카세미루냐' 결국 이 얘기인 겁니다.   이 문제를 생각해볼 때, 고려해야할 몇가지 포인트가 있는 것 같은데 거기에 대해서 좀 짚어보고자 글을 쓰게 되었네요. 


1. 지단 감독의 전술변화

지단은, 부임하는 순간부터 인터뷰를 통해 레알의 색깔을 살린 공격축구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본인은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지 않는 중앙 2미들을 선호한다고 밝힌 바가 있죠.  그에 따라 처음에는 4백, 크로스-모드리치, 공격형 미드필더(또는 하프윙) + BBC 이 전술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두경기에선 쏠쏠한 재미를 봤죠. 

그러나 부임 후 2~3달 정도 지나면서 그는 카세미루에게 집중합니다.  
그래서 카세미루와 크로스, 모드리치 3미들이 중원을 구성하는 방식이 선택되었고, 이 전술은 레알 마드리드에게 열한번째 빅이어를 안겨주게 되죠. 

이 때, 변화의 계기가 된 것이 크게 두가지. 라고 생각합니다 


1) 베일의 부상

사실, 초기 지단의 전술 아래에서 하메스는 이스코와 경쟁, 한자리를 차지하면 되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다만 피지컬적인 문제와 (당시 하메스는 부상 복귀한지 얼마 되지 않았음) 이스코의 이적문제 (이스코는 유벤투스와 겨울 시장에서 이적설이 진하게 나던 상황) 등이 작용해서, 이스코가 먼저 선택을 받았던 거죠. 

이스코+BBC는 꽤 돌아간 적이 있고, 유효한 성과도 보였습니다. 데포르티보와 히혼을 줘패던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 축구는 아름다웠고, 아 이게 지단이 원하는 레알의 스타일이구나. 싶었으니까요.

그런데 여기서 베일이 부상을 당합니다.  
이게 하메스에게는 굉장한 악재로 작용하게 됩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후반에 교체 투입되며 폼을 끌어올리고 있었는데, 급하게 베일이 플레이하던 우측 측면에 선발로 투입되는 상황이 생겼기 때문이죠.  그리고 베일이 하던 플레이를 주문받게 됩니다. 

그러니 하메스로서는 잘해낼 재간이 없었던 거죠.  당시 베일은, 템포를 확 끌어올려 마지막 공격을 만드는 플레이를 했으니까요.   스타일 상, 하메스는 저 플레이를 해낼 수가 없습니다.  측면에서도 뛸 수 있고,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은 갖고 있으나, 그 사용법이 베일과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죠. 
 
그래서 처음 몇경기동안, '오른쪽 측면 공격수' 하메스의 퍼포먼스는 극악에 가까웠습니다.  
당연한 결과죠.  피지컬적인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서, 익숙하지 않은 역할을 맡았으니 잘하는 게 이상합니다.

그래서 점점 바스케스에게도 그 자리를 내주게 되었고요.  
하메스를 제대로 쓰려면 BBC+공미의 전술을 유지하며, BBC와 하메스를 "함께" 써야 합니다.  이게 하메스가 레알에서 빛나는 방법이에요.  그런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베일과 벤제마의 잦은 부상, 특히 베일의 부상 때문에.  베일의 부상은 하메스에겐 더없이 악재가 되고 만 거죠. 


2) 마드리드 더비. 

이 경기를 기점으로 해서, 지단은 크로스-모드리치 2미들에 공미+BBC를 쓰는 전술을 포기합니다.

그럴법도 한 게, 경기력이 너무 처참했으니까요.  중심을 앞에 두고 유효타를 계속 먹이려는 노림수는 완전히 박살나고 오히려 역습만 허용, 홈에서 부끄럽게 지고 말았습니다.

이때 구성이 "벤제마(중앙) 호날두(왼쪽) 하메스(오른쪽) 그 아래 이스코 + 크로스-모드리치" 입니다.  하메스도 이스코도 최악의 퍼포먼스를 보였죠.   공미는 측면으로 돌고, 앞선에서는 공 회전도 안되고, 속도의 차이 역시 만들어내지 못하고, 시종일관 아틀레티코 수비에 시달리다가 역습 맞고 지는.  상상했던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말았으니까요. 

후폭풍은 거셌죠.  하메스는 이 때를 기점으로 바스케스에게 완전히 자리를 내줬고, 이스코는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해고되었습니다.  새롭게 지단의 구세주로 떠오른 것이 "카세미루",  레알 마드리드의 전술은 완전히 바뀌게 됩니다. 

그 이후엔 모두가 아시다시피, 볼프스부르크와의 1차전 위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에서 카-크-모 조합은 날개단 듯 순항했고, 리그에선 12연승(레반테전-최종 데포르티보전까지), 챔스에선 빅이어.  환상적인 결과를 냈습니다.  

자연스럽게 하메스와 이스코는 밀려나게 되었죠.  윗선의 공백은 호톱과 바스케스로 메꾸게 되었고, 그나마 중앙 미드필더의 자리에서는 출전 기회가 있었는데, 이건 중앙 미드필더로서 대기해야 할 코바치치의 기량이 너무나 수준 미달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기회 역시, 하메스보다 이스코에게 더 많이 주어지게 되었고요. 

  

2. 반전의 여지는 ?


저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음 시즌에도 이 전술이 그대로 유지될 확률이 가장 높고, 그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만, 반전의 여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사용되는 카세미루-크로스-모드리치.  이 3미들이 진정 지단이 원하는 축구 스타일이냐. 이 부분을 확신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단 부임 초기에 토티님이 올려주신 "카스티야에서의 지단" 이나, 지단 본인의 인터뷰 등을 참고했을 때.. 지단은 공격형 미드필더를 기용하는 전술을 굉장히 선호한다.  고 생각이 됩니다.  물론 이번 시즌 1군에서의 경험이 그의 축구관을 바꾸었을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보면요, 지단이 부임하고 AT전을 치루기 전까지.  카세미루는 거의 전력 외의 취급을 받고 있었거든요.  바스케스와 카세미루는 완전히 전력 외였죠.  아예 경기에서 보기도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팀에 부상 악재가 겹치고 (특히 베일과 벤제마), 하메스와 이스코는 계속해서 실망스러운 퍼포먼스를 보이고.  바스케스하고 카세미루를 써보니 어?! 괜찮네?!  이렇게 된 겁니다. 
상황이 맞아떨어져서 그 둘은 핵심선수가 된 거에요.  그 상황이 카세미루에게는 아주 호재로, 하메스에게는 아주 악재로 작용했기에. 


지단은 시즌 중반에 왔어요.  
아예 남이 만들어놓고 반쯤 망쳐놓은 판을 이어받아서 그걸 어찌어찌 봉합해서 시즌을 치룬 겁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전술을 완전히 녹여낼 시간적 여유가 매우 부족했죠. 

게다가, 이미 망한 시즌인 줄 알았더니, 어?! 챔스에서 대진운도 따라주네?!   엘클 이후에 리그 승점이 1점차이로 줄어들었네?! 지단과 팀을 둘러싼 상황까지도 매우 급박하게 돌아갑니다.  

그렇기에 지단은, 본인이 원하는 전술을 꾸준히 입히려고 하기보다는, 지금 상황에서 가장 밸런스가 맞는, 가장 유용한 "카세미루 체제" 를 선택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라는 추측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음 시즌은 달라요.  충분히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습니다.  프리시즌부터 시작해서, 모든 커리큘럼이 지단의 통제 하에 진행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공미+BBC를 차근히 실험해볼 여유가 있다는 거죠. 

이런 부분 때문에, 이번 시즌에 아주 잘해주었던 카세미루라도, 다음 시즌엔 어떻게 될지 100퍼센트 확신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물론, 당연히, 성과를 낸 3미들 체제가 주 전술이 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기존의 전술을 유지하는게 8이라면 공미를 사용하는 처음의 전술로 돌아가는 확률이 2 정도랄까요.)

하메스에게는 이런 부분이 '작게나마' 반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3. 하메스를 위해서


말씀드렸듯이,  이번 시즌 BB 두 선수의 잦은 부상은 하메스에게 더없는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물론 본인의 부상으로 인해 피지컬적 하락, 경기 감각의 하락을 겪은 것도 문제였습니다만, BB의 부상 덕분에 하메스는 "자기 자리"를 잃어버렸어요.

베니테즈때만 생각해봐도 하메스 나쁘지 않았습니다.  부상 전까지는 에이스급으로 활약했고, 부상 후에도, 세비야전에서는 복귀하자마자 추격골을 넣었으며, 엘클 후반전 때에 하메스를 빼니까 "왜 잘하고 있는 애를 빼냐" 이런 반응들이 많이 나왔으니까요.

근데, BB가 부상을 당하면서, 특히 베일의 부상으로 인해서 하메스는 "공미에서 뛸 기회"를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바스케스를 측면으로 기용하고, 이스코 대신 하메스를 공미로 썼더라면 상황은 다를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지단은 하메스를 측면에 기용했고, 이스코를 공미로 썼으며 이 전술은 결국 폐기되었습니다 .

즉, 하메스는 BBC 아래에서 공격형 미들로 뛴 적이 거의 없다는 거죠.  하메스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BBC와 함께 기용되어야 하는데,  그 성공여부를 판단할 만한 자료가 너무 부족합니다.   끽해야 교체로 들어와서 십분 또는 이십분 가량. 

여기까지 하메스가 몰리게 된 데에는, 본인의 섣부른 언론플레이, 망가진 폼과 떨어진 경기감각 등 자초한 면들도 있죠.  하지만, 공미 하메스와 그 위의 BBC의 연계.  이 카드는.. 포기하기에는 구단에게나, 감독에게나, 팬들에게나 너무나 달콤한 카드입니다. 



4. 카세미루를 위해서


너무 하메스에만 치우친 얘기를 했는데, 
단순한 사실은, 카세미루 쪽이 더 잘해서 중용되었다는 거고, 선택받았다는 겁니다.  

초반에 무리뉴-안첼로티 거치면서 자리 못잡고 팬들한테는 못한다고 욕먹다가, 포르투에 가서 드디어 축구에 눈을 뜨고 자기를 증명하며 금의환향했는데, 자기를 꽤 기용해주던 베니테즈는 시즌 절반 정도 하다 짤리고 새로 온 감독은 수미를 안쓴다니. 

레알에서 한자리 차지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돌아왔지만 반시즌만에 완전히 벤치 멤버로 전락, 다음 시즌에는 같이 가느냐 마느냐도 불투명했던 상황을 오로지 실력으로 완전히 뒤집은 선수가 바로 카세미루입니다. 

물론 약간의 행운도 따랐죠.  베일과 벤제마가 시즌 내내 제 컨디션이었다면 BBC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는 전술이 제대로 돌아갔을 거고, 베티스전이나 그라나다전, 말라가전 등의 경기에서 레알 마드리드가 그리 고전하진 않았을 테니까요.  AT와의 더비에서도 훨씬 좋은 결과를 받았을 수도 있고. 

하지만 측면 하메스와 공미 이스코 전술은 완전히 망했고, 그나마 경쟁자였던 코바치치는 갈수록 전력 외의 모습.  기회가 온 거죠.  그리고 그걸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 부분은 완전히 실력으로. 

유럽을 제패한 이 검증된 선수를 벤치로 보내면서까지 지단이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할까.  사실 가능성이 매우 낮은 얘기입니다.  오히려 하메스보다는 이 친구 쪽이 더 드라마틱해요.  이적료가 하메스의 1/13 정도라서 그렇지.



5. 칼자루는 지단에게.


물론 카세미루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훨씬 높습니다.  여기에 새로운 중앙 미드필더의 영입이 더해진다면, 레알 마드리드가 굳이, 굳이 공미를 두는 전술로 회귀해야 하는가.  하는 필요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결국 이건 어디에다 무게를 두느냐의 문제가 되는데요 .

카세미루-크로스-모드리치 조합을 사용해서 "3선에 무게 중심을 두고", 3명의 미들로 안정감을 꾀하며 앞선의 BBC와 모드리치를 이용해서 공격을 가할 것인지.

아니면 크로스-모드리치로 중원을 구성, 3선의 안정감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공미를 두어 BBC와 연결고리를 삼으며 "2선~1.5선에 이르는 지역에서 승부를 볼 것인지." 

전자는 본인이 딱히 선호하던 전술은 아니었지만, 상황에 맞추어 써봤더니 유럽을 먹어버린 지금의 전술이고, 후자는 지단 감독 본인이 선호하고, 처음에 레알에 입혀보려던 전술입니다.


일반적으로, 정해진 11명의 틀 안에서 수미를 두느냐 공미를 두느냐 하는 것은, 팀을 수비적으로 안정시키느냐, 공격적으로 강화하느냐. 일장일단이 있는 선택이죠. 

다만 우리 팀의 경우엔, 카세미루를 놓고 크로스-모드리치-BBC 이렇게 두더라도,  우측에서 넓게 움직이면서 물이 오른 베일 + 세계 원탑급 기량인 모드리치 이 두 선수의 조합이 공격적인 약점을 충분히 보완하고도 남는다는 것이 특징이고요.

반대로, 수비시 4-4-2가 제대로 물려 돌아간다면, 토니 크로스의 수비력에 대한 약점을 팀 전체가 보완해줄 수 있게 되고, 팀은 더욱 더 정교하고 다채로운 공격을 할 수 있게 된다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 메리트입니다.  

시즌은 길고, 3개 대회의 우승을 노리는 레알 마드리드이기에, 두 전술의 공존은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우선 순위의 문제는 분명히 있습니다. 

이 판단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다음 시즌에도 하메스가 같이 가느냐, 아니면 본인의 바람대로 더 많은 출전 시간과 중요경기에서의 주전을 보장하는 팀으로 이적하느냐가 갈리게 되겠죠. 

결국 이건 팀의 전술과 선수의 전술적 스타일 부합 문제니까요.  월드클래스의 감독과 월드클래스의 선수가 만났는데, 전술적 차이를 보이며 갈라서게 된 사례들은 많습니다.  크레스포와 무리뉴, 과르디올라와 즐라탄, 카펠로와 베컴이 그러했습니다.  오웬과 레알마드리드 역시 그랬고요.  저 선수들이 못해서, 장점이 없어서 팀과 이별한 건 아니죠.  단지 감독이 그리는 그림과 맞느냐 맞지 않느냐의 문제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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