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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스 딜레마

라그 2016.06.05 21:05 조회 3,780 추천 8

짬짬이 적다보니 글을 평어로 적었으니, 불편하시더라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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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뛰어난 클래스를 가진 선수나 스텝이라도, 레알 마드리드에 자리잡는다는 보장은 없다. 실력 외적인 문제, 즉, 연봉이나 처우, 불화 등의 문제가 아니라 할 지라도 말이다. 최근에는 외질이나, 이과인이 비슷한 경우를 겪었고, 한때 차기 에이스 소리까지 듣던 하메스 역시 그런 상황에 처해있다. 

 콜롬비아의 공격형 미드필더 하메스, 91년생으로 이제 전성기를 구가할 선수다. 포르투에서 오른쪽 윙어, 모나코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주가를 올렸고, 2014 월드컵에서 그의 모국 콜롬비아를 8강까지 끌어올렸고 5골을 터트리며 8강 팀의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득점왕이라는 영광을 얻었다. 당연히 베스트11으로 뽑히며 국제 대회에서 활약한 선수를 좋아하는 페레즈의 간택을 받고 레알 마드리드에 입성했다. 적응기 없이 왼쪽과 중앙을 오고가며 부상으로 일부 경기를 뛰지 못했음에도 리그에서만 13골을 터트리며 미드필더 중 가장 좋은 득점을 선보였다. 유니폼 판매 역시 호날두를 넘지는 못하지만 남미 버프를 받으며 레알 마드리드의 핫한 아이콘이다. 

 하지만 베니테스 - 지단 체계를 거치면서 그는 팀에서 가장 애매한 위치에 처해있다. 3미들에서도 윙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며 백업 자리 역시 이스코, 바스케스에게조차 밀려 경기에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 데헤아와 라모스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면 이번에는 하메스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가장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그의 에이젼트는 돈을 위해서 선수를 이리 보내고 저리 보내며 왠만한 빅클럽보다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슈퍼 에이젼트 호르헤 멘데스기도 하다. 페레즈는 잔류를, 지단은 이적을, 하메스는 처우 개선을, 멘데스는 이적을 원하는 제각각 상황 속에서 과연 하메스는 어떻게 될 것일지.

 하메스는 주변을 누구보다 잘 이용하는 선수이며, 다른 선수들로 하여금 자신을 이용하게끔 만들 수 있는 놀라운 센스를 지녔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뛰어난 킥 감각을 바탕으로 한 페너트레이션에서 슈팅과 패스, 공간 활용 등으로 피니시까지 갈 수 있는 능력을 지녔다. 그의 놀라운 어시스트 능력과 득점 능력은 여기서 온다. 킥의 정확도는 정밀한 기계라고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강력하고 빠르다. 깔끔한 트래핑에 이은 파고들은 상황에서 날리는 크로스와 세트피스, 중거리 슛 역시 그의 유효한 무기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축구 선수, 특히 미드필더에게 상시 요구되는 스태미너, 활동량과 수비 가담 역시 우수하며 빈 공간을 커버하는 능력 역시 훌륭하다. 비록 지금 경기 외적으로 좋은 멘탈을 보여주고 있지 않지만 경기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투지와, 팀이 불리한 상황에서 더 올라가는 집중력은 하메스가 가지는 1류, 월드클래스의 자질을 보여주는 요소다. 

 그렇다해서 하메스 역시 단점은 뚜렷한 선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건 오른발 사용이다. 오른발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스타일이기에 하메스 본인은 시야가 넓고 좋은 위치선정을 할 수 있음에도 공격 전개에 있어서 선택지가 적다. 박스 근처에서의 연계는 대표팀에서 콰드라도, 레알 마드리드에서 벤제마나 이스코 같이 하메스와 협력할 수 있는 선수가 없으면 수비 전술이 뛰어난 팀이 하메스를 유효한 공간에서 밀어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주력 역시 뛰어나지 않기 때문에 신체적인 빠르기로 수비진을 돌파할 수 없다. 볼을 다루는 테크닉이 미드필더 중에서 1류의 실력이라 하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낮은 라인에서의 빌드업에는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한다. 볼을 차내든, 혹은 직접 볼을 몰고 올라오든 마찬가지다. 그나마 다른 선수와의 빠른 패스를 주고 받으며 올라가는 것 정도가 가능하다. 

 우리 팀에서 최근 비슷한 위치에서 뛰었던 13/14 중반기의 모드리치, 13/14 후반기의 디마리아, 10/13의 외질과 비교해보자. 모드리치와는 성향이 많이 다르기에 사실 비교할 필요는 굳이 없다. 높은 위치에서 모드리치는 게임 메이커로서 전체적인 템포를 조절하며 특유의 깔끔한 패스로 침투하는 선수에게 볼을 찔러줄 수 있다. 하메스는 이러한 능력은 없다. 대신 모드리치에게 없는 2선에서의 연계 능력과 침투해서 날리는 슈팅은 충분히 위협적이다. 디마리아와의 대체자 격으로 들어온 선수지만 디마리아와도 많은 차이가 있다. 디마리아의 경이적인 드리블링 능력은 하메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수준이다. 낮은 위치에서 볼을 몰고 치고 올라와 수비진을 헤집고 날리는 디마리아의 크로스는 일품이다. 하메스의 페너트레이션은 디마리아에 필적하지만 공을 들고 파고들 수는 없다. 반면 디마리아는 박스 안에서의 피니쉬가 거의 없는걸 감안하면 하메스의 슈팅 능력은 디마리아와의 비교 우위에서 밀리지 않게 해준다. 외질의 경이적인 라스트패스 역시 하메스는 장착하고 있지 않다. 하메스도 많은 어시스트를 올리는 선수지만 박스 근처에서 찔러주는 절묘한 패스는 외질의 독보적인 능력이다. 하지만 외질의 저질 체력, 한 템포 접고 들어가는 트래핑, 없다시피한 활동량과 수비가담은 하메스가 외질과 다른 뛰어난 옵션임을 증명할 수 있게 해준다. 레알의, 혹은 레알을 거쳐간 1류 선수들이 각각 가지고 있는 주 무기를 하메스가 가지고 있지야 않지만 그의 또 다른 장점들은 그가 월드 클래스로 불리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걸 알 수 있게 한다. 

 그런 하메스가 지금은 팀이 리그에서의 질주와 챔스 우승까지 가는데 별반 도움이 되지 못했다. 바스케스 같이 그보다 명백히 격이 떨어지는 선수에게도 출장 횟수에서 밀리고 있다. 한때 그가 완전히 밀어냈던 이스코 한테도 마찬가지다. 팀에서 계속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고 하메스 본인조차 삐딱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지단 역시 하메스를 딱히 배려하지 않는 상황에서 하메스의 부활은 어려울 것 같다. 일반적으로 하메스의 문제점은 포지션과 전술의 탓을 한다. 이것이 딱히 틀린 말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메스의 장기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그것도 빌드업보다는 페너트레이션에 집중해야 진가를 발휘하는 선수다. 지금 팀에서 그러한 것은 베일과 호날두가 많이 움직이면서 가져가고 있고 마르셀루, 카르바할 등이 보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모드리치 대신 나왔을때 조금 높은 자리에서 뛰게 시켜봤지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본인의 진가를 보여주기 위해 집중력을 발휘하기도 했지만 인상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것은 반드시 지단, 그리고 433이라는 전술 하에서의 문제라 할 수 있을까? 최근의 결과로 인해 하메스의 가치가 지나치게 평가 절하 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메스가 본디 레알에서 자리 잡은 것은 1415, 442-433을 혼용하는 전술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점이 너무 간과되는 느낌이다. 물론 전술의 방향성이 다르다. 분명 카세미루를 배치하고 앉은 위치에서 크로스와 모드리치를 오고가게 하는 전술은 하메스에게 적합하지 않는 건 사실이다. 하메스가 할 수 있는 롤은 지금 절정의 폼인 모드리치가 대체하고 있는 상황인데, 하메스는 모드리치를 대체할 수는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하메스 클래스의 선수가 과연 전술적인 문제 만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생각이다. 과거 중앙에서의 주도권 다툼을 무엇보다 팀의 기조로 삼았던 안첼로티의 442-433 체계에서 왼쪽에서 중앙으로 파고 들며 2선 중앙을 커버하며 낸 그 능력이 과연 모드리치의 백업조차 맡기 어려울정도로 부족한 능력일까? 하메스에 맞춰진 전술이 아니더라도, 부분 전술의 수정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다. 433이라고 해도 카세미루의 포백 보호, 크로스의 빌드업과 활동량, 커버링, 하메스의 킥력과 페너트레이션이라는 조합은 이론상 충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전술이다. 

 이런 딜레마는 근본적으로 하메스의 스타일이나 클래스의 문제라고 보이진 않는다. 단순히 그 문제는 폼이라고 생각한다. 개막 이후 두달 간 부상으로 빠졌던 하메스는 베니테스 체계에서 폼을 끌어올릴 시간을 얻지 못했다. 특히 수비적인 교체를 중시하는 베니테스는 하메스를 자주 교체하며 불편한 관계를 만들었다. 이후 국대에서는 좋은 활약을 보여주면서도 클럽에서는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불손한 언행도 종종 보였다. 소위 남미 계열 선수들이 보여주는 리듬이 끊기고 슬럼프가 클럽에서 길어지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베일이 팀의 어느 자리에서든 놀라운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는걸 기억하자. 1415 어느 자리에서도 못하던 베일의 모습도 같이 말이다. 시즌이 바뀌고 감독과 조율하면서 본인의 폼을 끌어올린다면 충분히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다툼에 가담할 수 있는 선수이다. 

 하메스의 폼은 망가져 있고 정신적인 측면에서 미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본디 그는 포르투에서 오른쪽 윙어로 뛰면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선수이고 모나코와 국가대표팀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완성된 선수이지만 지단 마드리드에서 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단은 오른쪽 윙으로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여러번 기회를 줬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가능성의 편린이라면 충분히 보여주었지만 지단은 흡족하지 않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하메스가 보여준 14/15의 활약이 눈부셨고, 이만한 선수를 구하는데 얼마나 어려운지 최근들어 느끼고 있기 때문에 지단이 하메스를 남겨서, 다른 판을 짤 수 있기를 바란다. 챔스 우승을 했고, 리그에서 빛나는 성적을 거두기는 했지만 지금의 마드리드는 안정적이지 않다. 하메스라는 보석을 지단은 살려야한다. 하메스 역시 모난 성격을 가라앉히고 백업 자리에서도 자신의 가능성을 증명하길 바란다. 모드리치의 나이는 많다. 지금 미드필더에서 모드리치가 없다면 미드필더에서 하메스를 중심으로 팀을 짜는데 지단 역시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14/15 라리가 베스트 미드필더라는 그의 경력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기를 하메스와 지단이 증명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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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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