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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타 비고토요일 5시

활동량이라는 수치의 명암.

라그 2016.04.15 16:58 조회 2,152 추천 2

 넓은 히트맵, 활동량, 성실한 수비가담소위 많이 뛰는 것은 축구 팬들에게 있어서 좋은 미덕으로 간주됩니다. 확실히 많이 뛰는 것은 좀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해낼 수도 있기도 하고 결정적인 수비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11명이라는 한정된 수로 경기를 뛰어야하는 경기에서 어떠한 국면에서 1명이 더 추가된다는 것은 매우 유익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활동량은 실제 축구 선수를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축구 선수의 성실함을 판단하는 요소로 쳐서 활동량이 적거나 수비가담이 적다면 이기적인 선수, 열심히 하지 않은 선수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실제 선수들 중 수비가담을 좋아하지 않는 선수들이 많고, 특히 모난 성격의 소유자나 에이스 기질이 강한 선수일수록 그런 경향성이 더 심화됩니다. 현역 중에서는 수비가담 때문에 감독과 마찰을 (공식적인 인터뷰에서) 일으킨 아자르가 대표적인 경우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활동량이 많은 선수를 우리는 보통 사랑하고 아낍니다. 팀을 위해 열심히 뛴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겠죠. 박지성이나 차두리가 한국 팬들에게 있어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활동량이라는 것이 반드시 유익한 것만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활동량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움직임'입니다. 그 얘기는 해당 경기에만 그만큼 선수의 체력, 스태미너를 소모한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즉, 활동량이 많다는 것은 그 선수의 체력적인 우월함을 증명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반대로 그만큼 스태미너를 쓰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스태미너를 과도하게 소모한 선수가 맞는 결과를 우리는 자주 봤습니다. 부상, 퍼짐, 경기력 저하... 마땅한 백업이 없었던 09/10 마르셀루가 과도한 출장시간을 가진 이후 잦은 부상에 시달리게 된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하듯이요. 

 활동량과 출전시간는 다르지 않냐라고 반문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선수의 피지컬적인 체력은 여러 요소에 따라 변합니다. 출장 수, 출전 시간, 선수 그 자신의 폼, 활동량 등에 다양한 요소에 따라 변하지요. 또 경기 중 풀타임을 소화할 수는 없지만 회복은 빨라 리그 중 전경기 출장은 가능한 타입이 있는가 하면 풀타임은 잘 소화하지만 시즌 막판만 가면 뻗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극단적으로는 많이 뛰면서 풀타임 전경기 출전이 가능한 선수도 있는 등 선수에 따라서 타입마저 많이 다릅니다. 그러기에 저는 근본적으로 활동량 역시 선수의 피로도를 감안하는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경기에서도 후반, 혹은 경기가 끝날 무렵이 되면 움직임이 극단적으로 나빠지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14/15 벤제마처럼 전술적으로 많이 뛰는 경우 특히 그러하고, 외질처럼 풀타임을 소화할 체력이 안되는 선수같은 경우도 있죠. 라데시마 당시 그 단단했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연장전에서 피로를 못 이기고 4:1로 참패를 당했던 것을 떠올리면 경기 중 스태미너 관리 역시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걸 단순히 정신력이나 개인의 이기심으로만 모는 것은 부당하다고 봅니다. 

 가령 지금 논란이 되는 메시나, 수비가담 안한다고 매일 까였던 우리 팀의 호날두를 봅시다. 이 두 선수는 팀에서 득점을 책임지는 역대급 에이스이며, 그러기에 승리를 위해서 경기 중 풀타임을 가급적 소화해야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개인 기록을 위한 것도 물론 있습니다) 그러기에 무리뉴나 안첼로티, 펩 등은 이 둘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팀의 중심을 맞춰주었습니다. 가령 호날두의 경우 수비가담을 하러 오지 않는대신 마르셀루가 전방으로 자주 올라와 공간을 메워주고 알론소가 왼쪽으로 빠지며 마르셀루의 공백을 메워주며, 수비범위가 극단적으로 넓은 라모스와 페페 역시 필요에 따라 왼쪽과 위로 올라가며 나머지 공백을 메웠습니다. 이러한 전술적 배려가 있기에 호날두라는 역대급 선수를 우리는 더욱 잘 쓸 수 있었습니다. 이 것은 에이스가 수비가담, 많은 활동량으로 인해 소모하는 것보다 공격에 집중하는 것이 팀에 더 이득이 된다고 보는 판단 하에서 이루어집니다. 

 가령 메시가 12km를 뛰었다고 가정해봅시다. 만약에 메시가 이렇게 많이 뛰다가 후반전에 부상을 당했다면? 이날 오버워크의 여파가 나머지 리그 경기에 미쳐서 계속 부진해진다면? 저는 다른 선수 모두의 경우를 여기에 끼워맞추고 싶지는 않지만 메시의 경우는 그 경기력을 경기 중 내내, 그리고 시즌 내내 유지하지 위한 적은 움직임이라고 봅니다. 사실상 메시가 비난받아야하는 부분은 경기력 그 자체죠. 일부 언론이 추측하듯 탈세 여파로 인한 심적 압박이 문제인지 남미 예선이 문제인지야 알 수가 없겠지만 메시는 열심히 안뛰어서 문제인게 아니라 그냥 몇경기동안 못했습니다. 그리고 패배는 에이스 뿐만 아니라 팀 전원이 짊어져야할 몫이구요. 

 사실 1경기 뿐만 아니라 짧게 보면 1시즌, 길게 보면 선수 생활 내내를 고려해야하는 상황이기에 이러한 활동량 및 체력 관리는 전술적으로도 언제나 중요했습니다. 선수나 감독 입장에서 모두요. 아리고 사키가 선수의 체력의 한계를 알기에 효율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 사키이즘을 만들어냈고, 센셔이셔널한 전술로 변방 축구팀 이었던 첼시를 일거 챔스 우승권팀으로 끌어올린 무리뉴도 자신의 근원적인 4-5-1 압박 전술에서 윙어가 체력적으로 역습과 압박의 부담을 모두 짊어지지 못한다는 걸 깨닫고 역습과 볼 순환의 방향성을 바꾸기도 했지요. 

 위에서도 말했지만, 활동량이라는 수치는 어떻게 보면 낭비이기도 합니다. 가령 바르셀로나의 경우 보통 볼을 많이 점유합니다. 그러기에 굳이 많이 뛰면서 압박을 하기보다는 패스워크로 볼만 돌리는 것이 이득이죠. 아틀레티코는 볼을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를 쫓아다니며 압박해주는 전술을 사용합니다. 관점을 바꾸면 바르셀로나는 볼을 돌리며 아틀레티코를 똥개 훈련 시키는 거나 다름 없는겁니다. 두 팀 간의 활동량 차이는 선수 개개인의 스타일보다도 전술적인 부분도 또 고려해줘야할 부분이라는 거죠. 어찌되든 최선은 적게 뛰고 이기는 것이지요. 많이 뛰고 지는 것만큼 불필요한 것은 없을테고요.

 물론 이것이 적게 뛰는 것을 무조건 합리화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에이스 기분에 젖어서 적게 뛰거나 이기적으로 적게 뛰는 선수도 있을 것이며, 그것이 팀이나 자기 자신에게 보탬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활동량이 낮은 것이 부정적인 요소만은 아니라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 적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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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9

arrow_upward 뮌헨보다는 AT 가 더 나을것 같습니다. arrow_downward 메시의 활동량과 경기력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