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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버리기 전에 빠르게 쓰는 로마전 후기

베일매니아 2016.02.18 07:59 조회 2,214 추천 6

1. 초보 대머리 vs 두목 대머리


이제 첫 챔스 데뷔전을 치룬 지단과 경험많은 스두목의 전술 대결이 볼만했습니다. 

지단은 통상 하던대로 4-3-3 전술을 기본으로 해서, 좌측에 호날두-마르셀로, 우측에 하메스-카르바할, 중앙에 이스코-모드리치-크로스를 두는 통상의 전술을 사용했고, 
스두목은 제코를 빼고 페로티-엘샤라위-살라 이 세명을 앞에 배치, 두꺼운 중원 압박을 토대로 볼을 탈취하면 (주로) 살라를 통해 역습을 전개해나가는 수를 두었습니다. 

전반엔 레알이 로마의 페이스에 좀 말리는 듯 했죠.  그도 그럴 것이,  같은 대머리라도 지단이 초임장교급 짬이라면, 스두목은 거의 대대장급 짬이니, 당연히 준비는 스두목이 더 잘해왔겠죠.  지단은 이제 챔스 첫 경기를 치룬 초보 중의 초보니까요.  

그래서 경기는 레알이 주도권+점유율을 잡고 있되, 로마가 날카로운 역습으로 응수하는 형태를 띠게 되었습니다.  양팀 모두 신중하게, 그리고 확실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다 보니 전반전엔 두팀 모두  유효슈팅이 단 한개도 없었습니다.  다만 치열한 공방전은 계속되었죠. 


여기서 승부를 가른 것이 후반 이른 시간, 호날두의 선제골.  
후반전 공세에 나선 로마의 뒷공간을 마르셀로가 후벼파듯 패스를 보냈고, 호날두는 상대 수비와 대치, 현란한 백숏으로 슛할 공간을 만든 후 한방에 쾅.  가히 최고의 타이밍에 최고의 골을 뽑아주었습니다.  이 골을 기점으로 경기의 양상이 뒤틀리게 됩니다. 

지단은 골이 터지고 5분도 되지 않아 이스코를 빼고 코바시치를 투입합니다.  그리고 코바시치는 후반전 기운빠진 로마의 진영을 휘저으며 역습과 전진을 주도하죠. 

두번째 교체카드는 하메스<->헤세.  헤세는 레알 마드리드 8강 진출에 청신호를 켜는 추가골을 터뜨립니다.  이 두장의 교체카드가 아주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하네요. 

반면 스팔레티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제코, 데로시, 토티였는데요.  어느 하나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어내진 못했습니다.  제코가 두어차례 좋은 기회를 잡긴 했으나 무위에 그쳤죠. 


고로 이번엔 지단 감독의 손을 들어주고 싶네요.  초반에 스팔레티가 아주 잘 준비해왔으나, 공방이 오고가는 와중에 호날두의 원더골이 터졌고, 거기에 지단 감독이 빠르게 대처한 점이 아주 좋았다고 생각하네요.  두골 차이로 벌어지자 바로 카세미루를 투입한 것도 좋은 선택이었고요. 



2. 될성부른 나무 코바시치.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하던데, 딱 그 말이 맞아 떨어지지 않나 싶습니다. 
전반기는 어느정도 라리가에 적응해가는 때였다고 한다면, 지난 빌바오전부터는 자신의 면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빌바오전에서 몇몇 아쉬운 장면들, 패스 타이밍이 조금씩 어긋난다든지, 공격에서 수비로 전환될 때 약간 어벙뜨는 모습이라든지.. 하는 것들은 있었지만, 전진 드리블과 역습 전개만큼은 확실하게 해주더니,  이번 로마전은 사실상 후반전의 핵심 플레이어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베일이 스쿼드에서 빠져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의 역습 속도가 100퍼센트 발휘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홀로 역습을 전개하고 볼을 앞으로 운반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네요. 

크로스와 모드리치가 오늘 경기에서는 안정감을 중시하는 플레이를 보이면서 뒤에서 받쳐주고, 윗선에서 코바시치가 상대 진영 깊숙이 공격해 들어가면서 벤제마나 호날두에게 볼을 건네주는 것이 후반전의 주된 공격패턴이었고, 꽤나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전반기에 눈에 띠는 모습이 아니었기에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확실히 모드리치나 크로스와는 차별화된 자신의 장점이 있는 선수인 것 같습니다.  계속 기회를 주면서 경험을 쌓게 해준다면 정말 유용한 자원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3. 승리의 1등 공신은 라모스-호날두


두 베테랑 플레이어가 경기를 승리로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네요.
 
스팔레티가 아주 잘 준비했던 로마의 전반전, 강력한 압박을 통해 볼을 탈취하여 살라에게 연결, 살라는 속도를 살려 레알 마드리드의 측면-중앙으로 역습.  굉장히 위협적이었습니다.  살라가 정말 빠르긴 빠르더군요.  거의 이 원패턴 + 가끔 엘샤라위에게 넘어가는 한방의 패스. 이게 로마 공격의 전부였다고 봐도 좋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라모스의 날이었습니다.  라모스는 아주 노련한 수비로 살라의 마지막 한끗을 확실하게 방어해냈고, 여러 차례에 거친 로마의 위협적인 역습을 무위로 만들었습니다. 
원정 무실점의 1등공신이라 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는 활약이었죠. 


호날두는 뭐...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선제골을 터뜨려 주었습니다. 그것도 원정에서.  
 
이러니 저러니해도, 역시 우리가 갖고 있는 최고의 무기는 호날두더군요.  시종일관 로마의 측면 수비를 괴롭히더니, 결국 한 번의 기회를 엣지있게 살려내서 천금같은 골을 터뜨렸죠.  
팽팽하던 경기 양상이, 이 선제골을 기점으로 레알 쪽으로 넘어오게 되었고, 지단은 준비했던 교체카드를 적절히 사용하면서 끝까지 주도권을 쥘 수 있었던 거죠. 

16강 1차전이 끝난 지금 호날두의 챔스 득점은 12골입니다.  허허. 
12골이면요, 다른 시즌들 같았으면 챔스 득점왕에 오를 만한 숫자에요.  13-14때 호날두가 17골이라는 인간같지도 않은 기록을 세워놔서 그렇지.. 12골이면 거의 이 부근에서 득점왕이냐 아니냐가 결정되는 골 수입니다. 

뿐인가요.  아직 2차전 홈경기가 남아있고 8강, 4강과 그 이후까지 생각한다면 신기록도 기대해볼만한 페이스입니다. 

한 시즌 최다골인 17골. 이걸 누가 깰 수 있을까 햇는데, 지가 세워놓고 지가 도전하는군요.
대단합니다.  말해 뭐하겠나요. 



4. 정리 


아주 만족스러운 경기력이었다.  라고 말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감은 있었지만, 결국 우리는 최상의 결과를 얻어내고 베르나베우로 돌아갑니다.  토너먼트 원정에서 2:0 승리.  이건 사실 승부가 8할은 기울었다.  이렇게 봐도 무방하거든요.  

챔스 토너먼트에 오른 팀이 만만한 팀도 아니고, 홈에서 데포르티보나 히혼, 빌바오를 두들겨 패던 그 경기력을 기대할 순 없죠.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냈냐 못냈냐가 핵심이고, 그 부분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100점짜리 경기를 했다.  이렇게 평가합니다. 


2차전에서는 이번 시즌에 에이스급 활약을 보이는 베일이 돌아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 홈이기도 하거니와, 제 컨디션을 찾은 베일이 가세한다면 오늘 경기보다 더 스피디하고 박진감있는 경기력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카세미루를 선발로 내세워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는 있겠으나, 지단은 아마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되네요.  크로스와 모드리치를 배치하고, 전방에 이스코나 하메스, 베일, 호날두를 내세워 적극적으로 로마의 뒷공간을 노릴 겁니다.  로마는 골이 필요하니 베르나베우에서 엄청 공격적으로 나오겠죠.  그 부분을 노려서 끝까지 공격적인 스타일을 유지하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늦은 시간까지 경기보느라 고생하셨고, 100점짜리 결과를 얻어낸 우리 선수들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죠.  2차전에서도 긴장 풀지 않고, 효과적인 축구를 해서 8강에 안전하게 진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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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

arrow_upward 이야 원정에서 깔끔한 승리 좋네요 arrow_downward 올시즌 원정경기중에 젤 괜찮았던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