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가 필요한 레알 마드리드(2)
지단 감독이 부임한 레알마드리드는 3경기에서 2승 1무. 썩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베니테즈가 워낙에 승점을 많이 잃어놓고 도망가버린 덕분에, 리그는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지만, 아직 완전히 리그가 끝났다. 라고 말하기엔 조금 이른 감이 있고,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순항하고 있기에 보완할 점을 빨리 보완하고, 어느 정도 올라오게 된 팀의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더 얘기해보고 싶은 건 "팀의 속도"입니다.
속도라는 걸 일단 두 가지 의미로 나누어서 생각해볼 수가 있습니다.
1. 역습 상황에서 빠르게 볼을 운반하기 위한 속도.
2. 지공 상황에서 한 순간의 틈을 장악하기 위한 속도.
첫번째 의미의 속도는 무리뉴의 11-12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두번째 의미의 속도를 잘 보여준 게 13-14 안첼로티의 마드리드 라고 할 수 있겠고요.
물론 저 두개의 의미의 속도가 아주 다른 개념은 아닙니다. 지공과 역습은 한 경기 안에서 얼마든지 같이 사용되는 공격법이고, 상황에 따라서 내려 앉은 상대에게 라인을 끌어올려 지공으로써 공략하느냐, 전진해오는 상대에게 역습을 주로 사용해서 공략하느냐 차이인 거죠.
11-12는 알론소-외질의 흐름을 살려주는 볼 전개, 그리고 상대방의 뒷 공간을 박살낼 수 있는 호날두의 존재로 인해 수비시 라인을 내린 상태로,좀 더 낮은 곳에서부터 볼을 탈취, 뒷공간을 효과적으로 공략했던 모습이 두드러지던 시즌이었고,
13-14는 13-14는 모드리치-디마리아-알론소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중원 + BBC 라인의 파괴력을 무기로, 자리 잡은 상대의 수비를 상대로, 한 순간에 "상대의 속도를 빼앗아" 일침을 가하는 모습이 잘 나타났던 시즌이었다. 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5-16 지단의 마드리드.
지금까지 세 경기에서 지단의 레알은 훌륭했습니다. 세 경기를 통해 드러난 지단 마드리드의 컨셉은 "공간의 효과적인 점유"와 "빠른 볼 순환"이라고 봅니다.
공격시엔 4-3-3 에서 4-2-3-1이 혼재된 형태로, 모드리치와 크로스가 중앙에서 볼을 배분, 베일은 오른쪽에서, 호날두는 왼쪽에서, 그리고 이스코가 이들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게 되죠.
수비시엔 변형된 4-4-2의 형태로 (베티스전에서는 베일이 결장했기에 데포르티보와 히혼전만 생각해서) 베일이 아래쪽으로 내려와 상대의 공격 루트를 함께 막고, 호날두와 벤제마는 베니테즈 때보다좀 더 아래쪽에 위치, 수비적으로 도움을 주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우선, 베니테즈의 레알과는 달리, BBC가 낮은 위치까지 내려와서 수비에 가담한다는 건, 두 가지 의미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베일과 호날두에게 수비적 가담을 거의 주문하지 않아, 그만큼 모드리치와 크로스에게 수비적 부담이 가중되었던 문제점을 보완한다는 것이고요,
두번째는 우리 지역에서 탈취해낸 공을, 낮은 위치에서부터 빠르게 운반하는 역습을 고려해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히혼전이나 데포르티보전, 우리 수비가 낮은 지역에서 볼을 탈취하면 호날두와 벤제마는 달려나가서 상대 수비와 라인 싸움을 하고, 베일이 그 중간에서 빠르게 볼을 운반하는 역습을 선보였고, 그 위력은 굉장했습니다. 상대 공격을 깊숙이 끌어들인만큼 생겨나게 된 뒷 공간을, 호날두와 벤제마가 공략해가고, 베일은 돌격대장 역할을 하는 형태였죠.
이는, BBC가 수비가듬을 하지 않은 상태로 상대 진영 높은 곳에 위치, 우리 진영에서 볼을 따낸 선수와 거리상으로 너무 떨어져있어, 역습시 한번에 길게 넘겨주는 부정확한 패스에 주로 의존하던 베니테즈 레알의 문제점을 보완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지단은, BBC-특히 베일-에게 수비 가담을 주문함으로써, 낮은 위치에서부터 탈취된 볼을 최전방까지 빠르고 정확하게 연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렇게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역습 시 속도와 정확성을 둘 다 잡는 전술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 거죠.
한편, 자리잡은 상대 수비를 두고, 빌드업부터 공격을 진행해나가는 경우를 보면요.
모드리치와 크로스가 중앙에서 볼 배분을 하고, 베일은 오른쪽, 호날두는 왼쪽, 벤제마는 가운데 (경기 중에는 잦은 스위칭이 이루어짐) 에서 각자의 영역을 넓게 움직입니다. 특히 벤제마와 베일이 2선에서 중앙까지 오고 가며 볼 순환에 도움을 주죠. 그리고 이스코는 크로스-모드리치와 동일선에서부터 2선의 BBC 라인까지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패스를 받을 선택지를 늘려주고, 볼의 순환을 도와줍니다.
앞선 2경기와 베티스전 후반에 우리가 좋은 공격을 할 수 있었던 1등 공신이 이스코라고 생각하는데요. 소위 이스코의 약점으로 지적되어 온 "지나치게 볼을 끈다"라든가, "패스 타이밍을 제 때 잡지 못한다" 든가 하는 것들은 결국 "공격의 속도를 늦춘다" 는 문제였거든요.
온더볼 플레이를 즐겨 하는 선수들에게서 어느 정도는 공통적으로 이런 모습이 나타납니다. 신체적인 탄력이 좋아서, 치고 나가는 속도가 아주 빠르지 않는 이상, 드리블로 운반되는 공의 흐름은 당연히 패스의 그것보다 늦을 수 밖에 없습니다.
수비적으로 준비되어있는 상대의 진영을 드리블로 돌파한다는 것은 잘 되면 흔들기가 될 수 있는 것이지만, 안되면 공격의 스피드를 낮출 수 밖에 없는 거거든요. 그래서 일류 드리블러는 드리블을 할 타이밍과 패스를 줄 타이밍을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앞선 세 경기에서 이스코는 아주 좋은 모습입니다. 자신의 역할이 중원과 BBC를 "연결"하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전반적으로 많은 오프 더 볼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측면에서부터 열고 들어오는 카르바할이나, 마르셀로를 잘 활용하더라고요.
(지단이 특히 카를로스, 살가도를 이용하는, 벌려주는 전개를 잘 했죠. 이런 부분을 이스코에게 강조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네요)
그렇기에 레알 마드리드는 크로스와 모드리치가 만들어낸 볼의 흐름과 속도를 그대로 앞선의 비비씨나 측면의 카르바할에게 전달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리드미컬한 공격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이렇게 봅니다. 이스코가 아주 잘해주고 있는 부분이죠.
그리고 베일과 카르바할.
이 두 선수가 우측 공격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베일의 플레이가 놀랍습니다.
이미 준비된 상대 수비 진영에서 한 순간의 틈을 만드는 능력이 좋더라고요. 전에 베일의 약점으로 지적받아 온 건 "공간이 없으면 위력이 없다" 였는데요. 지금의 베일은 "없는 공간도 만들어낼" 정도의 플레이를 보이더라고요.
측면으로 쳐진 곳에서 볼을 받아도, 상대 수비를 앞에 놓은 채로 빠르게 툭 친 다음에 양발로 크로스를 올려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어요. 오른발 크로스를 자주 시도하고, 그 위력도 나쁘지 않아서 베일을 마크하는 풀백들이 아주 곤혹스럽죠.
디마리아가 오른쪽 윙으로 나오던 때엔, 크로스가 왼발에 국한되어있기 때문에 결국 한 번은 접어야 하고, 수비수들은 그 방향에 중점을 두어 수비하면 되었었는데 베일의 경우엔 양쪽 방향을 전부 막아야 하니까요. 거기서 베일이 순간 속도를 이용해 수비진을 흔들 수 있는 공격을 시도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리고 카르바할 역시 적절한 타이밍에 오버래핑을 시도, 모드리치나 베일이 빠르게 넘겨준 볼의 흐름을 그대로 살려 한템포 빠른 크로스를 올려주더군요.
이런 게 별 차이가 없는 플레이처럼 보여도, 실제 경기에서 위력이 매우 큽니다. 다닐루 교체, 카르바할 투입. 이 한 수가 베티스전 전/후반의 양상을 완전히 바꿔버린 걸 다들 보셨으니까요.
레알 마드리드의 오른쪽 공격이 살아나고, 저쪽에서 공격의 속도를 주도한다는 건, 호날두에게도 굉장한 호재가 됩니다.
호날두의 신체 능력이 떨어졌다는 건, 경기 전체에 지배력을 미치던 그의 속도가 이제는 일정 상황에만 국한된다. 는 말이기도 하거든요.
트레이드 마크인 오프 더 볼 움직임도 결국 "한 순간에 상대보다 빠른 속도로 움직여" 상대 수비의 템포를 일그러뜨린 후 빈 공간으로 먼저 들어가는 것인데요, 예전만큼 온더볼에서의 속도가 안 나오고, 역습시 볼 운반할 때에도 전만 못한 스피드를 보인다는 게, 최근 호날두가 전술적으로 쓰임새가 전에 비해 줄어들었다. 라고 얘기하는 주된 이유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그의 라인 브레이킹이나 순간적으로 수비를 떨쳐내고 골에 가까운 위치를 "선점"하는 능력은 월드클래스. 따라올 선수가 없죠. 딱 피니셔로서 필요한 만큼의 속도는 충분히 낼 수가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면 이 무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호날두가 피니셔의 움직임에 주력할 수 있도록, 다른 곳에서 수비를 흔들어주어야 한다는 얘기가 되고, 그 비어있는 틈을 호날두가 공략하면 된다. 이런 애기가 되는 겁니다. 지금까지는 마르셀로가 공격에 가담한다든지, 벤제마와 2:1 패스를 주고 받는다든지 하는 플레이로 이런 것들을 해왔는데, 정작 강팀과 상대할 때에는 왼쪽 공간 자체를 완전히 틀어막아버리는 그들의 수비 때문에 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었죠.
하지만 우측면에서부터 베일이나 카르바할이 상대 수비를 흔들어주는 공격 방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그만큼 호날두는 상대 수비의 부담에서 자유로워지고, 그만큼 그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게 되는 겁니다.
카르바할과 베일이 만들어주는 한 순간의 틈, 거기를 공략할 만큼의 속도는 아직 갖추고 있으니까요.
결국 지단 감독은 , 이스코와 베일, 카르바할을 활용해서 지공시에도 상대 수비보다 빠른 타이밍에 공격을 시도하려는 전술적인 복안을 앞선 세 경기에서 제시해주었다. 이렇게 봅니다. 좌측면에 치우치던 공격에 베일과 카르바할을 끼얹어 밸런스를 맞춰주었고, 그만큼 필드 전범위에서 경기 흐름과 속도를 살리는 공격을 시도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것들이 잘만 물려 돌아간다면, 다시 말해 팀에 속도를 불어넣는 선수들이 큰 부상 없이 꾸준히 출전해준다면 후반기 레알 마드리드의 반격은 충분히 가능할 거고, 바르셀로나나 아틀레티코 등 리그 라이벌들의 경기에서도 꽤나 유효한 공격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 안에서 호날두의 가치는 생각보다 높다는 것. 여전히 그는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에 필수적인 선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네요.
지단의 마드리드가 강팀과의 대결에서도 이러한 리드미컬하고 빠른 공격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어차피 강팀과의 대결에서는 누가 유효한 공간을 "선점" 하는가, 그리고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전환, 즉 역습의 속도를 빠르게 가져가는가. 이런 것들이 전체적인 경기의 양상을 결정하게 될 테니까요.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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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파날두 2016.01.30공감합니다. 스피디한선수가필요한거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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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빈 2016.01.30젊은 크랙이 필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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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stian_O 2016.01.30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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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리가리날둥 2016.01.30굿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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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 2016.02.01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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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 2016.02.01잘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