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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베니테스의 유산

Elliot Lee 2016.01.28 16:07 조회 2,898 추천 5
베니테스는 매력적이었다.

단 나에게 있어서는 발렌시아 시절에만 매력적이었다. 리버풀에서는 AC밀란과 보여준 혈투를 통해 보여준 일시적 감동은 내게 매력포인트는 아니었다. 베니테스가 발렌시아를 떠나 리버풀을 시작으로 스페인 밖에서의 외유를 하면서 발렌시아에서 보여준 매력을 모두 잃어버린 것 같았다. 레알 마드리드에 왔을 때, 그렇게 환호하지 않은 까닭도 여기에 기인한다-나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베니테스의 원동력은 미드필더로부터 나온다. 바라하-알벨다가 아얄라와 마르체나와 같은 수비진들과 함께 단단한 기초를 세워줬으며 그 위에서 아이마르가 재간을 필 수 있게 해주었다. 킬리 곤잘레스나 비센테, 그리고 앙굴로와 같은 선수들을 측면에 배치시키면서 윙포워드처럼 기용했는데 사실 당시에 윙포워드는 잘 쓰지 않는 역할이었다는 점과 윙이 보통 미드필더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지금과 같은 공격수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2002년 월드컵과 2004년 유로를 거치면서 윙포워드의 개념이 다시 추세로 변화했다는 점등을 고려해보면 시대와 약간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리버풀에서도 이는 비슷하게 이루어진다. 제라드-마스체라노-하만-알론소-스미체르등 중앙에, 헤리 키웰, 루이스 가르시아, 리에라와 같은 선수들을 윙포워드로 기용한 모습도 아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러한 점들을 놓고 볼 때, 베니테스가 자신의 과거 모습을 다시 한번 반복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선수 배치와 역할분장은 큰 차이를 안보였지만 경기력 자체는 하향 곡선에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비슷한 배치를 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BBC는 자신이 원하는 윙포워드-아니 자신이 상상도 해보지 못한 윙포워드들을 가질 수 있었기에 베니테스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아마도 중원이었을 것이다. 카세미루가 천덕꾸러기에서 중용을 받는 위상이 된 것은포르투에서의 활약도 있지만 베니테스의 과거와 경험이 가져온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무리봐도 모드리치-크로스는 성에 찰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카세미루를 완전히 밀기에는 경험이 너무 일천했고 실력이 이들을 완전 밀어내기에 압도적이지도 않았다. 

거기에 아이마르 자리인 공격형 미드필더에 선수들이 박터지게 많았다는 점도 그에게는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안첼로티가 준비된 재료를 가지고 최대한 맛있는 요리를 만들려고 하는 '심야식당'의 주인이라면 베니테스는 '냉장고를 부탁해'의 샘킴과 같은 사람이다. 야채육수를 쓰며 자연주의를 표방하며 자극을 주지 않으려는 샘킴처럼 자신의 계획의 기반자체를 계속 유지해온 베니테스다. 그렇다고 내가 샘킴을 욕하는 것은 아니다-다만,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뿐.

베니테스를 통해 카세미루의 가능성을 확인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베니테스가 카세미루를 민 것은 아주 나쁜 것이 아니고 이것은 후임 감독에게 득이 되는 유산이었다. 베니테스가 윙포워드를 기용하기 좋아한다고 했지만 아무래도 예전의 윙포워드들은 지금의 윙포워드들과 전혀 다르다. 돌파와 크로스를 하는 클래식한 윙어와 득점을 주로하는 하는 현재의 윙포워드들 중간즈음이 베니테스가 경험했던 윙포워드들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베일과 호날두는 크로스보다 득점에 집중한다는 점을 아마 고려했을 것이고 그래서 루카스 바스케스를 시험해본 것 같다.

나초야 연달아 센터백들이 부상에 신음하면서 자연스럽게 기회를 잡았던 것이었다는 점도 감안을 해야겠지만 어쨋든 기회를 잡았다. 


Rafa Benitez he never connected with the Real Madrid dressing room (EFE)
선수들의 서클에서 벗어난 외톨이, 베니테스


베니테스가 주고 간 유산은 크게 가지다.

1) 유소년 출신 실험
: 이를 통해 후임 감독은 실험을 적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옥석가리기를 나름 해주고 갔다. 그리고 유소년 출신들을 기용해도 나름 괜찮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며 기존 외부 출신 선수들에게 영원한 주전은 없다는 어느 정도 경종을 울렸다. 물론 BBC는 예외.


2) 전술적으로 유연성 있는 감독의 중요성
: 안첼로티와 가장 큰 차이다. 적어도 베니테스와 같이 굳건한 고집을 부리는 감독에게 영입재량권을 어느정도 내주지 않는다면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었다. 베니테스가 원하는 선수들을 영입하고 방출했다면 달라졌을 수도 있으려나?

3) 소통의 중요성
상하관계를 유지하니마니의 문제가 아니다-하지만 대체적으로 상하관계를 유지하며 군림한 감독들은 2000년대에 레알 마드리드에서 오래버티지 못했다. 역할이 다른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는 감독들이 대체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선수들과 하나의 서클안에 있어야지 밖에 있으면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축구는 팀 스포츠이다. 좋은 극본을 써도 배우들이 좋은 연기를 하지 않으면 별볼일 없게 될 수 있듯 축구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실험과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후임 감독들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됬다. 베니테스의 유산은 뭐랄까.......어떠한 면에서 실패한 선구자의 모습과 같다고 할 수 있기에, 그리고 지단에게 조금 더 작은 문제들을 안겨주고 갔기 때문에 아주 값싼 교훈이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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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arrow_upward 무턱대고 7(호날두)를 나가라는분이 많은거같은대요; arrow_downward 안첼로티와 무리뉴의 레알중 어디가 맘에 드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