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무리뉴. 개인적인 단상.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축구를 보면서 무수히 많은 선수들과 감독들을 눈에 담았습니다. 그 중에서 선수로써는 즐라탄을, 감독으로써는 무리뉴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하면 제 취향이 어느 쪽일지는 대충 짐작이 가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누군가 오만하다는 비난을 날리더라도, 실력과 결과로 모든 비난을 일축시키는 장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좋아합니다. 경기장 밖이 아닌 곳에서는, 제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는 보기 드문 장면이기에 더 그렇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회 생활을 하고 계신 많은 분들이 느끼시겠지만, 나도 때로는 즐라탄처럼, 무리뉴처럼 건방지고 뻣뻣하게 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회 생활을 하고 계신 많은 분들이 느끼시는 것처럼, 이런 종류의 사람들은 참 주위를 피곤하게 만듭니다. 좋은 결과를 내도 따라오는 구설수에 지친 주변인들은 이들을 멀리하고, 어쩌면 태생적으로 그런 것일지 모를 성격 탓에 고립된 이 사람들은 스스로를 압박하는 것을 넘어서서 주위 사람들에게도 히스테리를 부리죠. 강력한 카리스마와 독선적인 꼰대는 한 끗 차이인 것이라, 이 사람들의 몰락이 더욱 극적으로 느껴지는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지나친 감정 이입이 아니냐고 물었을 때 할 말은 없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무리뉴를 더욱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성격만 뻣뻣하지 능력은 그에 못따라오는 저같은 사람은 비록 성격을 죽여가며 살지라도, 세상 어딘가에는 본신의 능력만으로 그 비난을 이겨내는 사람이 있기를 바랬으니까요. ‘스페셜 원’이라는 단어를 스스로의 별명으로 만들어가며, 그라운드에서 길길이 날뛰고 눈물을 흘려가며 트레블을 달성해나가는 무리뉴의 드라마틱한 모습이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킬 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도 그 때문이였습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지금 무리뉴의 연이은 몰락이 더욱 서글프게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레알 마드리드라는 팀에서 무리뉴가 고군분투해가며 본인의 스타일로 오랜 성공을 거두는 것이 그 인생의 찬란한 방점이 되리라 생각했지만, 첼시로의 극적인 복귀도 그리 나쁜 여정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세상 사는 일이 여기나 거기나 비슷하고, 압박에 몰린 이들이 자멸하는 모습은 여기나 거기나 큰 차이가 없었네요. 주변인과 다투고, 성과가 떨어지고, 더 상급자의 신뢰를 잃고…
무리뉴와 그토록 반목했던 카시야스가 압박을 이겨내는 태도에 대해 발언한 것은 제게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여기에선지 어디에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카시야스가 늘 “나는 카시야스다. 나는 언제나 최고의 모습을 보여야한다. 그러나 그것이 나를 힘들게하진 않는다.” 라는 생각을 했다는 인터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최고의 반열에 오른 이들의 비슷한 생각인 것일까요, 참 다르면서도 같은 그들을 나타낸 것일까요. 서로 다른 모양새로 팀을 떠난 두 사람이 보여주고 있는 서로 다른 행보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고, 영 시원찮게 굴러가는 레알 마드리드의 모습이 그 단상에 쓴 맛을 더합니다.
무리뉴가 마드리드로 복귀하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고, 설령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만류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서로에게 좋지 않은 결과만을 낳을 것이 뻔하니까요. 무리뉴가 새로운 둥지를 틀게 된다면 레알 마드리드는 그의 전전 클럽이 될 것이고, 레알 마드리드에 베니테즈 다음의 감독이 온다면 무리뉴는 마드리드의 전전전 감독이 될 것입니다. 관계는 그렇게 희미해져 갈 것이고, 무리뉴에 대한 과도한 그리움도, 과도한 거부감도 그 색을 잃어가겠죠.
그렇게 서로에게 너무나 먼 사이가 되기 전에 글을 씁니다. 마드리드도, 무리뉴도 그들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 독이 되어 목을 죄고 있는 상황입니다. 마드리드도 하루 빨리 이 상황을 타개하기를 바랍니다. 선수 중에는 즐라탄을, 감독 중에는 무리뉴를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클럽 중에는 레알 마드리드를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이 이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라는 이름이 갖고 있는 아우라는 그 나름의 빛으로 저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른지 50년이 훌쩍 넘은 역사가 있는 클럽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 난관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응원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무리뉴도 하루빨리 돌파구를 찾아 저를 끌어당긴 과거의 그 빛을 되찾길 바라고 있습니다. 늦은 회식을 끝내고 들어오니, 무리뉴 경질이라는 뜻 밖의 기사가 떠있어서 싱숭생숭한 마음에 두서없고 개인적인 글을 씁니다.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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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백곰 2015.12.18일단 선추천박고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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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사랑백곰 2015.12.18무링요라는 자를 감독이기전에 사람으로서 좋아하는 이유가 매우 와닿습니다. 저도 사실 사회생활하면서 무링요같은 사람은 꺼릴것만 같은데도, 성격만 못났지 능력은 그의 백만분의 일도 안되는 저로서는 묘하게 무링요에게 마음이 갔었나봅니다. 다만 이제 무링요도 나이가 들어가는만큼 조금만 유하게 운신의 폭을 넓게 가져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이래봐야 종국엔 내편하나 없고 순 적들만 남을테니까요..(하긴 이게 무링요가 원하는 바일지도....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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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Hospital 2015.12.18그 무리뉴의 날카로움 특유의 오만함이 장점이 되고 단점이 되네요. 그래도 첼시시절의 뼈아픈 실패를..딛고 좀더 현실을 직시하고 유하게 나갔으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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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의레알 2015.12.18\'베\'가 너무 싫지만 지금 복귀는 시기상조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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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을 부탁해 2015.12.18무리뉴의 애증이 느껴집니다 ㅎㅇ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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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 2015.12.18추천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독이라 읽으면서 사회에 대한 비유도 너무 와닿았고 우리팀에서의 지난날들이 떠올라서 울컥.. 좋은글 감사드립니다. 감정이입되서 보게 되네요.. 저는 꼭 무링요 감독을 우리팀에서 다시 봤으면 좋겠습니다.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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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의레알 2015.12.18저보다 능력이 뛰어난데 성격 좀 그런 사람 만나면 서로 피곤하죠... 뭐 그 사람의 능력을 동경하기에 미워하기도 그렇고 좋아하기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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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 2015.12.18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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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2015.12.18지금 선수단과 어느정도 마무리가 안 좋았기에...
저 역시 좋아하는 감독이긴 합니다 -
Raul 2015.12.18복귀는 힘들죠.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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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미넴 2015.12.18복귀는 힘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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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마호리코 2015.12.21지금 당장은 오지 않겠지만은 안첼로티도 레알에서 짤렸다가 다시 왔던걸 생각하면 아예 안올것같진 않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