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ter_list
셀타 비고토요일 5시

말뫼와 비야레알 전으로 보는 베니테스 마드리드

라그 2015.12.14 15:23 조회 1,891 추천 6



 말뫼는 8:0으로 이기고 비야레알에는 1:0으로 패했습니다. 두 경기 다 부진하다는 크로스를 빼고 카세미루를 넣고 밸런스를 잡았는데도 결과가 이렇죠. 비야레알 전은 오히려 핵심인 모드리치와 라모스까지 나왔는데도 패했습니다. 저는 베니테스 마드리드를 설명하는데 아주 절묘한 결과가 이 두 경기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여러 팀에서 해온 베니테스의 전술 핵심은 크게 3가지입니다.


 1) 수비시의 631 블록
 2) 중원 싸움에 집착하지 않음
 3) 공격시 2선 이상의 역동적인 움직임


 4231 특성상 라인을 올려 뒷공간을 내주게 되는 약점에 대해 베니테스가 내놓은 해답은 라인을 아예 내려버리는 것과 2선의 적극적인 스위칭과 움직임으로 박스 근처에서 압박을 하는거였죠. 즉, 공격과 수비에 있어서 베니테스는 개개인별로도 분업화에 치중을 합니다만 거시적으로 봤을때 전술적으로도 크게 분업화가 심합니다. 그나마 분단된 2선과 3선 사이를 연결해주는 선수(바라하, 제라드) 만이 수비와 공격을 오가며 주로 전술을 펼치죠. 4231치고는 윙백의 공격가담도 약한 편입니다. 이게 베니테즈가 수비적인 감독이라는 평을 피할 수 없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입니다. 물론 새가슴 교체 역시 마찬가지지만요. 

 다만 2000년대 초반의 442를 격파하는데 있어서 공격수를 줄이고 선수 개개인의 창의성을 통해서 공격하는 방식은 수비를 탄탄하게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위력적인 전술이었고 아이마르나 미스타, 비센테 등을 잘 살릴 수 있었죠. 베니테스가 계속 말아먹다가 발렌시아에 와서 효율적인 리빌딩을 할 것은 선수와 전술 구성이 딱 적절하게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물론 발렌시아는 베니테스 오기 직전에도 챔스 결승에 두번이나 올라가는 등 쿠페 감독과 함께 결코 약한 팀이 아니었지만 재정상 다 뜯기고 있던 차였죠) 

 남들은 4명정도로 블록할때 6명이 블록에 가담한다는 것은 수비에 있어서 간단하게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할 수 있고 베니테스가 강력한 수비력을 자랑한건, 어찌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베니테스는 수비 라인을 아예 올려서 간격을 좁히는 기존 전술과 달리 6인 블록 체제를 좋아했고. 이것은 정적인 수비를 하게 만들었죠. 그렇기에 베니테스가 기존에 단단한 수비진을 구축하는데는 강력한 수비형 미드필더를 필요로 했습니다. 알벨다 - 바라하 라인과 마스체라노 - 알론소 라인이 대표적이죠. 마드리드의 수비를 혼자 도맡아 했을 정도로 뛰어난 수비력을 갖춘 알론소였지만 리버풀에서는 당대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인 마스체라노와 함께 했을정도로 베니테스의 6인 블록 체계는 굉장히 수비적입니다. (리버풀 재정상을 핑계로 베니테스가 알론소를 팔고 루카스와 배리로 대체하려다가 결국 이것도 말아먹습니다만...)


 또한 수비는 정적인데 반해 공격은 굉장히 동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제라드나 아이마르, 토레스도 그랬거니와 빠른 속도와 많은 움직임, 일사분란한 크로스와 라인브레이킹을 통해서 득점을 올립니다. 스피드를 통해서 한방에 무너뜨릴 수 있는 미스타나 토레스, 비센테가 베니테스와 함께 할때 가장 팀이 잘 나갔던 것처럼 베니테스는 전방에서는 굉장히 역동적인 전술을 펼칩니다. 


 자, 정리하면 한마디로 베니테스는 수비에 치중하되, 전방에서 많이 움직여서 공격을 해나가는 스타일입니다. 어떻게 보면 사키와 크루이프 이후 시대를 살고 있는 이 시기에 참 안맞는 감독이죠. 하지만 분명한 실적을 냈기에 1류 감독 소리를 들었고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까지 계속 부름을 받았죠. 그럼 왜 마드리드에서는 이게 안먹힐까요? (다른 팀에서는 먹혔던건 아니지만)

 간단하게 전술 자체가 낡은 점도 있지만 선수 구성이 이 전술을 도저히 굴릴 역량이 안됩니다. 베니테스가 오자마자 왜 베일이 좀 살아나고 벤제마의 득점력이 올라가고 호날두가 부진할까요? 물론 개개인의 폼도 당연히 연관이 있었지만 전술적인 역량이 큽니다. 아까 말했듯이 공격에서의 부분 전술 없이 유기적인 움직임보다는 개개인의 창의성과 활동량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전술입니다. 우리 BBC 중 가장 피지컬이 좋은 선수는 누구죠? 예전에는 호날두였지만 지금은 베일입니다. 그다음은 벤제마겠죠. 그 다음은? 호날두입니다. 호날두는 뛸 역량은 있지만 시즌 전체를 봐서 아끼는 경향도 있지만 일단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그렇죠. 3인(+1인)이 미친듯이 움직여서 공간을 만들어서 나눠먹어야하는데 호날두 본인은 공간을 못 만들어내요. 아직도 수비수 하나정도는 농락할 역량이 있지만(안 따라가면 당연 안되지만) 예전처럼 루니 테베즈와 스위칭하던 호날두가 아닌겁니다. 당연히 호날두만 혼자 고립되죠. (물론 슈팅대비 득점량과 기복은 호날두 본인의 문제도 당연 크다고 봅니다) 그나마 호날두를 꾸준히 도와주던 마르셀루와 하메스도 포지션이 난감합니다. 그렇다고 외질이나 디마리아 없어질때처럼 본인 폼으로 다 해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에요. 벤제마는 지금이 당연히 좋습니다. 호날두 위해서 아래로 내려갔다 위로 올라갔다 볼 넘겨주기 바쁜때보다 자기 맘대로 움직이며 창의성을 보여줄 수 있고 득점에 집중 할 수 있죠. 베일도 지난 시즌처럼 서툰 방향에서의 역습보다는 많이 움직이기라도 하는게 그나마 더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거고요. 

 수비형 미드필더도 당연 베니테스 스타일에 맞질 않습니다. 카세미루가 나름 좋은 수비력을 보인다지만 아직 미숙한 부분이 많고 볼 처리에 있어서는 떨어지죠. 이건 라모스가 지금까지 빠질때 더 심화되기도 합니다. 페페나, 나바스도 킥력과 볼처리가 좋지 않죠. 이 전반적인 흐름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되는데 과부하가 걸리고 수비력 자체도 떨어집니다.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크로스에 부하가 걸리는 것도 당연한거고요. 그러다보니 모드리치나 코바치치가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실제로 잘하지만)게 그나마 현 전술 하에서 제라드나 바라하의 롤을 맡는게 그 둘이다 보니 그 둘은 마음껏 날뛸 수 있게 된겁니다. 하지만 둘 다 수비력에 있어서는 미진한지라 전체적인 수비력은 또 하락한거고요. 그 결과 나바스의 하드캐리가 초반을 이끌었지만 그것도 분명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 왜 말뫼 전은 대승을 했을까요? 간단합니다. 스웨덴에서 시골팀 밟아누르던 우승팀보다는 라리가에서 비야레알이 오히려 더 고생하며 살았거든요. 강팀이랑 계속 붙어가면서. 비야레알은 미드필더와 수비진의 움직임이 훨씬 컴팩트하고 움직임을 유기적으로 가져갑니다. 공격진의 완성도는 당연 떨어지지만 전체적인 팀의 움직임은 매우 긴밀하죠. 우리 2선 이후가 그걸 격파할 능력이 안되는겁니다. 이게 현 선수단으로 꾸릴 수 있는 베니테스의 전술 한계고요. 선수가 전술을 등에 엎어야하는데 우리는 선수가 전술을 부숴야합니다. 말뫼는 굉장히 벌어진 공간에서 느긋하게 경기를 치뤘고요. 벤제마와 호날두가 말뫼를 8:0이나 난타할 수 있었던 건 팀의 수준차도 있지만 어떻게보면 팀간의 근본적인 스타일 차이가 큰겁니다. 이 둘(특히 호날두)는 공간을 넓게 가져가는 팀에게 절대적으로 강한거죠. 벤제마가 괜히 챔스의 사나이인 것도, 이번 시즌 챔스에서만 호날두가 다득점을 하는 것도 저는 여기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베니테스는 지금 선수 구성으로 원하는 전술을 굴릴 수 없다는걸 빨리 인정하고 영입을 요청하든지 아니면 전술을 바꾸든가 나가야합니다. 스타일대로 계속 유지를 하면 전방은 부진하고 과부하가 걸릴 것이며 승점은 계속 잃겠죠. 토너먼트 이후 승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요. 코파는 희망 안갖게 아예 미리 떨어져주셨고요. 바르샤가 비기면서 그나마 따라잡을 수 있는 기회를 더 벌려놓은 시점에서 이제 참 희망이 있긴 있는건가 싶네요. 부상자 핑계 댈 수도 없잖아요. 카르바할이 팀 캐리하던 선수도 아니고 있는 크로스는 벤치로 보내놨고. 

 무리뉴나 안첼로티가 참 대단한 감독이었다는걸 잘 느낍니다. 그 사람들은 본인 전술의 철학은 유지하면서 세세한 부분에서 선수진에 맞게끔 역량을 끌어내게 했는데 이 사람은 본인 전술 유지하느라고 선수단 폼을 깍아먹고 있으니....

format_list_bulleted

댓글 18

arrow_upward 다행이네요 arrow_downward 아직 비야레알전 시청 안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