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 데 헤아 사가, 이성적 성실과 요식행위
데 헤아 이적은 결국 무산으로 돌아갔다.
어떤 기적도 놀라움도 없었다-경악은 있었다. 깔끔하지 못한 일처리에 대해서 책임 공방이 있었다. 좋아하는 구단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제거해보고 이 상황을 바라보고 싶었다. 여기서 나는 몇가지 경우에 대해서 추측을 해보고 싶다-많은 사람들이 각자 응원하는 구단이 피해를 봤다고 하니 말이다.
누구의 잘못인가?
양 구단 모두의 실수다. 합의와 계약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적인 것이다. 맨체스터는 머리가 좋게 이적을 요청했으나 행정적인 부분과 마드리드의 대응으로 인해 이적이 불발된 것이라고 하면서 데 헤아를 달랠 명목을 만들 수 있다. 마드리드는 반대로 하겠지만. 조금 더 추측해보자면, 많은 돈을 지불 할 의향이 없으며 자유계약도 고려했던 멘데스와 친한 마드리드와 자신들이 책정한 가격 이하로 내려가면서 손해보고 싶지 않으며 재계약을 거부한 미래가 유망한 선수에게 혼쭐을 내주고 싶은 맨체스터 사이에 실질적인 합의는 없었다는 결론을 조심스럽게 내려보고 싶다.
표면적으로 내렸지만, 이적을 위한 행정적인 과정을 서로 밟았지만, 합의는 했지만 이는 모두 하나의 축구적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명분은 얻을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페레스가 스스로 말했듯, 불가능했고 누가봐도 말 안되는 일이었다면 굳이 왜 진행했을까? 아주 조그마한 가능성때문에? 물론 그것을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페레스와 같이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아주 조그마한 가능성과 시도 후 불러올 수 있는 큰 위험부담을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있었을까?
합리적인 사업가가 택하기에는 무리인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모든 아주 작은 가능성과 높은 위험부담을 굳이 택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나는 명분과 향후 도모할 길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맨체스터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이런 생각은 둘 다 돈이 궁하지 않은 구단이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제 값쳐줘서 이문을 남기면 좋지만 크게 돈에 구애를 받지 않는 몇 안되는 구단들이다. 때론 장기적 이익과 미래의 이익을 위해 단기적 손해를 감수할 수 있는 구단들이라는 점을 한번 곱씹어보자. 특히, 이부분을 생각해보면 맨체스터는 데 헤아를 팔 생각 자체가 없었다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 서로 나온 성명서와 페레스의 인터뷰만이 공개되었으니 이를 사실이라고 짜맞추면 말이다.
성명서를 통해 서로의 실수를 결국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 상대 탓처럼 말하면서 우리는 다 행정적으로 열심히 했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이거 아닌가. 예전에 호나우두가 인테르 밀란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올 때도 비슷했다. 페레스는 그때 대놓고 영입 없을 것이라고 하고 데려왔다. 시장 종료 바로 직전에 말이다. 페레스가 맨체스터의 미숙함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코엔트랑 때도 그랬다고 스스로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대로 처리할 수 있으리라 믿었을까? 이점은 좀 이해가 안된다.
가장 이해가 안되는 것은 페레스가 그토록 원했고 기회가 열렸다면 왜 좀 더 적극적으로 이적에 관한 행정과정에 개입하지 않았을까? 페레스는 영입에 아주 열정적인 사람이다. 협상 수완도 좋다고 정평이 나있는데 기회가 주어졌고 모든 합의가 되었는데 상대가 시간을 끈다면 닥달이라도 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너무 조용하지 않았던가?
이번 이적 무산이 맨체스터에게 이로웠을까 아니면 이롭지 못했을까? 마드리드에게는 어땠을까? 누구에게 제로섬 게임이었을까? 나는 둘 다 잃을 것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맨체스터는 이미 많은 키퍼를 보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데 헤아의 실력은 분명 1순위에 둘만하다. 마드리드도 카시야스가 나갔지만 빠르게 키코를 영입을 했다. 나바스의 마드리드에서의 활약은 전무에 가깝지만 그래도 그전의 모습들을 믿고 가려고 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이적 시장 초의 모습과 본격적인 거래가 준비하는 시점에서 그들은 데 헤아가 없어도 버틸 수 있게 이미 충분한 투자를 해놓았고 이 상황에서 데 헤아만이 고래싸움에 등터진 새우처럼 되어버렸다.
냉정하게 말하면-마드리드 팬이라는 점을 분명히 제외하고라도 데 헤아 이적 무산으로 현 시점에서 조금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한 쪽은 맨체스터이다. 올 1월부터 이적시장 마감인 8월 31일까지 나오지 않았던 재계약에 대한 이야기들이 스멀스멀 나오고 있다. 재계약 의사가 절대로 없었던 데 헤아가 재계약을 할 수도 있다는 자세가 된다면 이것은 맨체스터 입장에서 선택지를 하나 더 가질 수 있는 기회임으로 호재다. 또한, 데 헤아 이적 무산을 통해 미래에 비슷한 일을 일으킬 생각이 있는 선수들의 머리를 제대로 정리시켜 줄 수 있는 경고였다는 점에서 나름의 이득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당장은 마드리드가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데 헤아가 이번 맨체스터의 시장 종료 말미에 이적을 제시했다는 점에 '어차피 보낼거 하루만 빨리보내주지' 라고 생각하며 화가 났다면 추후에 있을 이적에 마드리드가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데 헤아가 맨체스터에만 화가 나있어야 한다는 절대적 전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시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처럼 보이는 건 나바스와 데 헤아다-그 둘의 행위에 대한 특정구단의 팬으로서의 기분을 빼면 말이다. 나바스는 그래도 성공이다. 구단으로부터 사랑과 함께 재신임을 받았으니-데 헤아는 지금 좌불안석 그 자체일텐데.
이성적으로 성실하게 양 구단은 과정에 임했고, 선수들은 감정적으로 이적에 임했다. 결국 이성은 감정을 지배하는 것일까? 여기서 큰 상처를 입지 않은 것은 그나마 멘데스 뿐이다. 그만이 진정한 승자일 수도. 이번 여름 그가 이적시킨 최고 이적료 선수 3명만 합쳐도 158M 유로이다. 양 구단에 비싼 선수들을 배치시키고 있는 멘데스는 줄타기를 적절히 성공했다. 마샬 이적으로 데 헤아 이적에 신경쓸 겨를이나 있었으려나. 마샬 이적이 좀더 일찍 일어났다면 멘데스는 좀 더 돈을 벌 수 있었을텐데 그건 보이지도 않았을 수도.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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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RRATTI 2015.09.04좋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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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rahimovic 2015.09.04진짜 멘데스 완전 마피아네요 영향력이 장난 아님 보라스 정도는 애처럼 느껴질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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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체스콜리 2015.09.04막판에 그냥 멘데스한테 두 구단 다 갖고 놀려진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슈퍼 에이전트의 위용을 유럽에서 가장 큰 구단들에게도 여지없이 발휘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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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varo Morata 2015.09.04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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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은새 2015.09.04코엔트랑 딜 실패는 정확히 어떻게 된 건가요?
서류가 늦게 왔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단순히 맨유에서 서류 늦게 보내준 게 끝인가요? -
추경헌 2015.09.04지금 상황은 레알에 불리하게 돌아가고있는건 분명한듯.
클럽에 매력을 잃어서 떠나려는 선수를 출장기회를 빌미로 재계약협박하는 추악한 짓에 정말 회의감까지 느껴집니다 -
추경헌 2015.09.04더커기사로 맨유대변인은 출장기회로 재계약협박은 말도 안된다고 했지만 지금 상황돌아가는거 보면 언플같네요. 뒤에선 협박질 장난아닌가봐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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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시야신 2015.09.04댓글은 당신의 인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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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 2015.09.04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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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니 2015.09.04다맞는 말이네요...만약데헤아가 재계약한다면 맨유의 성공이고 프리로 데려온다면 계획한대로라 딱본전이네요. 긁어부스럼 사건이라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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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naldo No.9 2015.09.05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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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 2015.09.05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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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희 2015.09.06힘내 데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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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stian_O 2015.09.06데헤아생각은 눈곱만큼도 생각안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