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라고네스가 감독이 된 후 스페인 대표팀에서는 전과 다른 젊은 선수들이 많이 중용받고 있습니다. 라모스, 비야, 레예스 등이 그 주인공, 반면 그전까지 활약했던 스타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줄줄이 입지가 줄어들었는데 비센테와 모리엔테스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때문에 아라고네스가 선수 선발 과정에서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고 게중에는 황당한 것도 일리있는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비판을 떠나서 한 가지 확실한건 아라고네스가 스페인의
세대 교체를 이뤘다는 점입니다.
지금 스페인 대표팀의 평균 나이는 25.3세로 월드컵에 참가한 국가들 중에서 가장 어린 편에 속합니다. 단순히 나이만 어린것이 아니라 고참 선수들의 기량을 능가할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갖춘, 그리고 스타 선수들을 명단에서 제법 탈락시키고도 베스트 11을 도저히 판가름하기 힘들 정도로 두터운 스쿼드를 완성했지요. 이 세대교체가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월드컵이 끝나봐야 알 수 있겠지만 유로 2008이라든가 앞으로의 대회에서 더욱 강력한 팀을 만들 발판을 잡은 것은 확실합니다.
젊은 선수들 중에서도 토레스와 라모스는 한국식으로 하면 "아라고네스의 황태자"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총애를 받고 있습니다. 아틀레티코에서, 그리고 대표팀의 몇몇 경기에서 볼 수 있었듯이 토레스의 재능은 정말 뛰어나고 기세를 타면 믿을 수 없는 것을 해낼 수 있는 선수임이 분명합니다. 이제 고작 20살의 라모스 역시 레알 마드리드가 2700만 유로를 쏟아붇고도 그 돈을 하나도 아까워 하지 않는 것처럼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난 선수입니다. 이 둘을 경험을 쌓는 것은 앞으로의 스페인 대표팀을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다만 문제는 그에 따른 위험부담이겠죠. 아직은 보완할 점도 수두루 뺵빽한 토레스가 득점에 가장 중요한 원톱의 확고부동한 주전인 것은 아무래도 위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장 토레스가 해매면서 승리를 따내지 못한 월드컵 예선의 수많은 경기를 떠올려봐도 그렇구요. 라모스, 그리고 그 외의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젊은 선수들이 모여 만들어진 이 팀이 얼마만큼의 힘을 낼수 있을지, 증명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힘을 끌어내기 위해 여러가지 포메이션을 점쳐봤지만, 정해진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아라고네스는 월드컵 조별 예선 경기를 전술 실험의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어요.
브라질과 같이 우승을 노리는 강팀들은 월드컵 개막이 아니라 4강 이상의 일정에서 최고조에 이르도록 컨디션 조절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별 예선에서는 의외로 주춤할 때도 있구요.
스페인이 지금 준비가 되지 않은 팀이란 것은 명백합니다. 조별 라운드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리란 기대는 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 관문을 잘 헤쳐나가서 16강을 통과하고 팀을 완성시킬 수 있다면, 한번 큰 걸 노려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기를 치루며 8강, 4강에서 팀이 완성된다면 그때부터 발휘될 이 팀의 잠재력과 기세는 대단할 거라 봅니다.
공격적인 축구를 보여주려다 수비의 허점을 드러내며 어이없이 무너졌던 과거와는 달리 아라고네스는 수비를 중요시하고 있는것도 토너먼트에서 희망적인 부분입니다. 2006 독일 월드컵의 스페인은 모 아니면 도가 될거라고 예상합니다. 가능하면 모가 되길 바라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