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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목요일 5시

심심해서 쓰는 베니테스 이야기

온태 2015.06.05 20:22 조회 5,166 추천 24
보통 6월 초는 대다수의 해외축구 팬들에겐 가장 심심한 기간입니다. 일부 국가대항전을 제외하면 경기도 없고, 오프시즌 초입이라 선수와 코칭스탭은 대부분 휴가를 떠나고, 그렇기에 언론들은 확실한 플랜도 모른 채 카더라만을 양산하기 때문이지요. 물론 우리팀은 감독 교체때문에 좀 분주했지만, 프리시즌이 시작될 때까지 아직 한달도 더 남았습니다. 이 무료한 기간동안 즐길 만한 유희거리라면 찌라시 탐방과 다가올 시즌에 쓸 전술에 대한 예상 정도가 있겠죠. 이중 전술에 대한 예상은, 비록 자세한 방향은 알 수 없겠지만, 이미 우리가 알 고 있는 것들(감독의 성향, 각 선수별 특징과 장단점 등)을 잘 버무리면 선수 배치정도는 충분히 떠올릴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이러한 선수 배치에 대한 예상을 통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테고, 이를 통해 구단이 어떤 선수를 영입해야할지 예측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이는 이 시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능동적 예측일 겁니다. 그런 만큼 뻘소리도 많을 테니 그냥 재미삼아 읽고 댓글로 서로 뻘소리를 교환하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선수 배치에 대한 얘기를 하기 전에 간단하게 베니테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그간 베니테스가 맡아온 팀들은 대체로 두가지의 큰 특성을 지닙니다.

- 중앙에서의 승리를 추구
- 선수들 간 역할 분배가 뚜렷한 분업화 시스템

중앙에서의 승리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안첼로티와 공통점이 있지만, 꽤 꾸준히 분업화를 활용해왔기 때문에 로테이션이 쉽고, 교체카드의 선택의 폭도 넓습니다. 부품 교체하는 것과 같으니까요. 실제로 14-15 나폴리는 우리팀과 같은 59경기를 소화했음에도 4천분대를 소화한 선수는 단 세명, 3천분대를 소화한 선수는 7명, 2천분대를 소화한 선수는 4명으로 상당히 균일한 분포를 보이고 있습니다(골리 제외). 2천분대를 소화한 선수가 아무도 없어 그래프의 가운데가 뻥 뚫린 우리팀과는 대조적이네요.

분업화를 추구하는 경우 선발 라인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토탈 풋볼에 비해 상당히 한정적이기 때문에 다양한 색깔을 내기 위해서는 그만큼 다양한 선수를 갖춰야만 합니다. 이런 점에서 무리뉴와도 비교해볼 만한 부분이 있는데, 중원에서의 승리보다는 역습을 더 중요시했던 무리뉴의 레알은 공격진을 그렇게 갖춰 활용한 반면, 베니테스의 나폴리는 중원 선수들에 대한 로테이션을 충분히 활용한 것이 눈에 띕니다. 무리뉴가 팀을 가장 잘 이끌었던 11-12시즌을 기준으로 삼으면, 공격진 전원이 30경기 2천분 이상 소화했고, 중원은 알론소를 고정으로 그 파트너를 간간히 돌려썼는데 그중 1옵션인 케디라가 42경기와 3천분을 소화하며 거의 주전의 입지를 꿰차고 있었습니다. 반면 14-15 나폴리의 경우 카예혼과 이과인은 거의 시즌 전경기를 출장했고 출장 시간도 4천분 이상 소화했으며, 공미인 함식과 레프트 윙인 메르텐스 역시 50경기 3천분 이상을 소화했습니다. 반면 중원은 1옵션인 다비드 로페스가 44경기 3,500분 가량을 소화했고, 나머지 옵션 3명은 모두 30여경기에 2천분대 초중반의 출장 시간을 기록했습니다.

물론 이러한 경향들이 썩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베니테스를 쫓아다니는 B급 선수 영입 전문이라는 말도 저러한 성향에서 기인한 것이며, 로테이션에 너무 심취한 나머지 유기적인 흐름을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로테이션 그 자체만을 중요시한다는 비판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전술적 목표에 대한 고집이 매우 강해 본인의 플랜에 들어오지 못하는 선수에겐 가차없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것들을 참조하면 우리는 베니테스가 이끌 팀의 윤곽을 약간이나마 엿볼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 몇가지 꼽자면, 팀의 총 인원수가 늘어날 것(토탈 풋볼을 추구한 안첼로티가 골리 제외하고 20명의 선수단을 운영한 반면, 무리뉴는 21명, 베니테스의 나폴리는 22명으로 선수단을 구성했습니다.), 중원 쪽에 더 다양한 색깔을 갖추기 위한 보강이 있을 것, 공격진에 보강이 있을 경우 나가는 선수도 분명히 존재할 것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자리에 영입/방출이 있을지 예상하기 위해 선수단의 특징을 거칠게나마 살펴봅시다.

- 수비진의 뎁쓰와 퀄리티가 유럽 최고 수준. 특히 풀백진의 퀄리티가 매우 좋음
- 미드필더진의 테크닉과 볼 회전 이해도 역시 유럽 최고 수준. 다만 육체능력은 열세
- 공격진은 파괴력은 굉장하나 수비 기여도가 떨어지고 밀집 공간을 공략하는 데 약점이 있음. 특히 사이드어태커의 스타일 획일화로 많이 고생함

위에 언급한 베니테스의 성향과 연계해 생각해보면, BBC+하크모를 한 경기에서 동시에 보는 건 더이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안첼로티는 이들을 사키식 8인 블록 체계로 엮어냈는데, 베니테스에겐 분명 익숙하지 않은 방식입니다. 물론 베니테스도 리버풀 시절 4-4-2로 시즌을 치른 경험이 있고, 분업화와 토탈 풋볼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아 8인 블록 체계를 도입할 가능성도 있겠지만, 그 안첼로티조차도 13-14시즌에 비해 저하된 커버의 범위와 밀도를 극복하는데 버거워하는 모습을 종종 보인 마당에 베니테스에게 그 밸런스를 기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한명 빼더라도 커버를 전문적으로 때려박을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 베니테스에게 훨씬 어울리고 또 가능성 높은 방안일 겁니다.

그럼 저들 중 누가 빠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깁니다. 지난 시즌의 고과를 반영한다면 베일이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베니테스가 플랜의 중심으로 쓰네 어쩌네 하는 얘기가 나오는 중이니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요. 그렇다면 다음 고위험군은 모드리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쿼드에서 모드리치가 갖는 특장점은 빌드업 리딩이고, 이는 특히 상대 라인을 넘나들 때 극대화됩니다. 그러나 이런 장면들 이후 원활한 찬스메이킹까진 기대할 수 없으며, 수비라인 앞쪽에서 해야 할 일들을 능숙히 처리하는 모습을 기대하기도 좀 애매합니다. 결국 분업화된 시스템에서 맡는 역할은 빌드업 리더로만 국한될텐데, 블록 구성에 대한 책임이 더 큰 4열 포메이션에서 모드리치의 전진은 제한되기 십상이고, 전진이 제한된 모드리치의 메리트는 '중원의 승리를 추구하는 분업론자'인 베니테스에겐 그리 크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안첼로티가 떠났음에도 베라티 루머가 끊이지 않는 것일 테구요.

그러나 블록 구성에 대한 부하를 해결할 수 있다면 모드리치는 여전히 최고의 선수이고, 베라티 딜이 불발되었을 때를 대비해 베니테스도 모드리치를 포함한 플랜을 구상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그중 가장 쉽게 생각할 만한 것은 3미들 기반의 포메이션이겠죠.

Real Madrid C.F. - Football tactics and formations

굳이 요새 도는 베일 중심썰이 아니더라도, 개인적으로 베니테스 마드리드에 가장 적합한 포메이션은 4-3-1-2라고 생각합니다. 빼어난 풀백진의 효율을 가장 잘 뽑아낼 수 있으며, 선수들에게 각각의 역할을 나눠줄 수 있고, 팀의 빼어난 미드필더들을 고루 활용할 수 있으며, 그것을 통해 중원에서의 승리를 쟁취하기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리딩 마인드가 충만한 선수들이 각 라인마다 포진해 역할 낭비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겠지만, 하메스는 리딩을 포기하더라도 찬스메이커와 득점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으며, 크로스도 피를로보단 알론소와 유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만큼 큰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그림에서 물음표로 표시된 선수로는 기본적인 볼 순환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매우 넓은 활동폭과 우월한 운동능력으로 커버 부하를 상당 부분 짊어질 선수가 적합할 겁니다. 우측면으로 볼이 넘어갈 때 라이트백이 속도를 붙일 수 있도록 볼을 지켜주거나 어그로를 끌어줄 수 있다면 더 좋겠구요. 현재 팀에는 적합한 선수가 없으니 외부에서 찾아야 할 겁니다.

그러나, 베니테스가 중원 장악을 위해 양측면의 교란을 필수적으로 생각한다는 점, 3미들을 활용해 시즌을 치른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실제 활용 가능성이 높은 선수 배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자의 경우 요새 유행하는 한쪽 측면 몰빵을 활용한다면 극복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만 베니테스가 그것에 호의적일지는 미지수이며, 후자의 경우 경력을 갑자기 쌓아올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선수 배치와 포메이션은 아마 이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Real Madrid C.F. - Football tactics and formations

베일을 더는 우측에서 기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제 짧은 식견에선 지금 당장 답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일단은 저런 형태를 가정해 봅시다. 크로스는 포백 앞에서도 충분히 월드클래스의 면모를 뽐낼 수 있다는 것을 올 한시즌동안 충분히 보여주었고, 하메스 역시 본인의 역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위치로 복귀합니다. 빌드업 리딩은 이 두 친구를 축으로 돌아가게 될 겁니다.

이 경우 크로스의 파트너가 될 물음표 선수는 위에 4-3-1-2에서 언급한 물음표 선수 유형이 딱 적합할 겁니다. 측면 선수와의 연계는 4-2-3-1인 만큼 상대적으로 덜 신경써도 되니 그 대상은 더 늘어날 수 있겠죠. 정 찾지 못한다면 급한대로 카세미루를 갖다놔도 팀이 못굴러갈 정도는 아닐 겁니다. 딱 그정도 수준일 것 같긴 합니다만...

우측 윙의 물음표 선수는 현재의 공격진과는 다른 유형의 선수가 될 겁니다. 측면에서의 속도 경합에서 우위를 쉬이 차지해 밀집 국면에 타격을 줄 만한 선수가 우선적으로 고려되겠지요. 기민함과 눈치를 갖춰 공수 전환 시 각 라인에 빠르게 가담할 수 있고, 이것을 바탕으로 전방 압박에도 활발히 참여할 수 있다면 베스트일 거구요. 그래서 저는 스털링 링크를 마냥 나쁘게 생각하진 않았습니다만, 가격에서 핵찌라시 스멜이 폴폴... 헤세만 멀쩡했어도ㅠㅠ

위 플랜에서 모드리치는 완전히 배제됩니다만, 앞서 언급했듯 모드리치는 여전히 매우 강력한 카드이고, 때문에 이를 활용할 방안도 찾아야만 할 겁니다. 4-2-3-1에서 그것이 가능케 하려면 이런 배치도 있긴 하죠.

Real Madrid C.F. - Football tactics and formations

국대에선 외질에 가려 중미로 자주 기용됩니다만, 하인케스 시절 크로스는 공미에서 본인의 포텐을 터트렸었죠. 다만 공미에서 뛴다고 그 둔함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근처 선수들이 크로스가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안배가 필요합니다. 바이언은 좌우 윙어들을 중앙으로 자주 끌어들이며 이것을 해결했는데, 우리팀은 호날두와 베일 모두가 폭을 넓게 확보해야만 힘을 내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다른 방안을 고려해야만 합니다. 생각할 수 있는 건 종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며 볼 순환을 도울 모드리치와 측면 공미를 소화할 수 있는 하메스를 활용하는 방법 정도가 떠오르네요.

다만, 이 경우 모드리치의 파트너로 선택될 만한 물음표 선수는 위에 제시한 물음표들보다 더 출중한 능력을 갖춰야만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모드리치에게 수비라인 앞에서 해야 할 것들을 능숙하게 처리하는 것을 기대하는 건, 물론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좀 어색한 것도 사실입니다. 때문에 그 파트너는 수비라인 앞쪽에서 해야 할 일들을 능숙하게 처리할 줄 알아야 하며, 모드리치의 오버랩을 감당할 정도의 커버 범위도 갖춰야만 하겠죠. 제 좁은 식견에서 이를 가능케 할 선수는...음...마티치나 마스체라노 정도 뿐이네요.


제가 생각해낼 수 있는 건 이정도네요. 제 기준에서 모드리치 이외에 위험해뵈는 선수들을 더 꼽자면, 이스코와 BBC 중 한명 정도? 이스코는 공미로서 리딩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단점이 뚜렷하고, BBC는 베일을 우측에서 기용하지 않는다는 게 사실이면 동시에 활용할 방법이 없어보입니다. 뭐 아직 오프시즌 초입이라 루머들만 무성한 시기이고, 프리시즌이 시작되어야 뭐라도 알 수 있을테니 벌써부터 이런 얘기 하는것도 주제넘은 짓이겠지요. 부디 보강 잘 해서 좋은 모습으로 시즌을 치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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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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