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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목요일 5시

반추(反芻) ① - 로테이션의 부재

온태 2015.05.20 20:55 조회 2,726 추천 31

22연승과 클럽 월드컵 우승 등 전반기의 좋은 기세에도 불구하고 결국엔 메이저 대회 무관으로 시즌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즌은 또 돌아오고, 실패에 좌절하기보단 이번 시즌의 실패를 거울로 삼아 다음 시즌에 반복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할 겁니다. 그래서 쓰는 반추 2부작 첫번째 글은 올시즌 실패의 원인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로테이션 부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통계로 확인하는 로테이션 현황


통계로 축구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실관계는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계는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더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최근 5시즌간의 기록을 함께 기재해 비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1. 기준


일단 로테이션의 정도와 혹사도 등을 알아보기 위해 확인해야 하는 자료는 출장 빈도에 관한 것이겠죠. 논란을 피하고 보시는 분들이 직접 교차검증이 가능하도록 저는 출장 시간과 경기 출장 횟수 모두를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분류 기준에 대해서는, 요새도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전에 제가 한창 fm을 즐겨할 땐 선수 입지를 핵심 선수-주전-로테이션 멤버-후보 선수-유망주 등으로 나누었던 기억이 나는데요. 유치하지만 저는 저것을 끌고오도록 하겠습니다. 그 분류값은 핵심 선수-시즌 전체의 85% 이상 소화, 주전-70% 이상 소화, 로테이션-55% 이상 소화, 후보 선수-40% 이상 소화, 유망주-25% 이상 소화로 잡았습니다. 그러나 시즌별로 경기수와 시간이 다 다르기 때문에, 편의상 5시즌의 경기 수와 시간을 모두 더해 5로 나눈 평균값을 분류에 활용토록 하겠습니다. 아래는 시즌별 경기수와 시간, 그리고 평균값입니다.

10/11시즌 : 59경기, 5,340분
11/12시즌 : 58경기, 5,250분
12/13시즌 : 61경기, 5,520분
13/14시즌 : 60경기, 5,430분
14/15시즌 : 58경기(+1), 5,220분*

평균 : 59.2경기, 5,352분

*아직 한경기 덜 치름


1.1.1. 출장 시간에 따른 분류


스쿼드 총 인원수는 겨울 이적 시장 종료 후 리가에 등록된 인원수를 기준으로 합니다. 다만 예외로 12/13시즌은 나초와 모라타가 25번 이상의 등번호를 달고 있음에도 어느 정도 스쿼드 플레이어로서 기능했다는 점을 인정하여 저 둘을 포함합니다.


핵심 선수 - 4,550분 이상 소화 (골리 제외, 85~100%)

10/11시즌 : 1/21
11/12시즌 : 1/21
12/13시즌 : 1/21
13/14시즌 : 0/20
14/15시즌 : 1/20

주전 - 4,550분 미만~3,750분 이상 소화 (골리 제외, 70~85%)

10/11시즌 : 5/21
11/12시즌 : 4/21
12/13시즌 : 1/21
13/14시즌 : 5/20
14/15시즌 : 4/20

로테이션 멤버 - 3,750분 미만~2,940분 이상 소화 (골리 제외, 55~70%)

10/11시즌 : 4/21
11/12시즌 : 4/21
12/13시즌 : 7/21
13/14시즌 : 6/20
14/15시즌 : 6/20

후보 선수 - 2,940분 미만~2,140분 이상 소화 (골리 제외, 40~55%)

10/11시즌 : 3/21
11/12시즌 : 2/21
12/13시즌 : 5/21
13/14시즌 : 2/20
14/15시즌 : 0/20

유망주 - 2,140분 미만~1,338분 이상 소화 (골리 제외, 25~40%)

10/11시즌 : 1/21
11/12시즌 : 3/21
12/13시즌 : 4/21
13/14시즌 : 4/20
14/15시즌 : 3/20

이외 - 1,338분 미만 소화 (골리 제외, 0~25%)

10/11시즌 : 6/21
11/12시즌 : 7/21
12/13시즌 : 3/21
13/14시즌 : 3/20
14/15시즌 : 6/20


1.1.2. 출장 횟수에 따른 분류


핵심 선수 - 50경기 이상 출장 (골리 제외, 85~100%)

10/11시즌 : 5/21
11/12시즌 : 6/21
12/13시즌 : 5/21
13/14시즌 : 5/20
14/15시즌 : 4/20

주전 - 50경기 미만~41경기 이상 출장 (골리 제외, 70~85%)

10/11시즌 : 4/21
11/12시즌 : 3/21
12/13시즌 : 6/21
13/14시즌 : 6/20
14/15시즌 : 6/20

로테이션 멤버 - 41경기 미만~33경기 이상 출장 (골리 제외, 55~70%)

10/11시즌 : 3/21
11/12시즌 : 4/21
12/13시즌 : 3/21
13/14시즌 : 2/20
14/15시즌 : 3/20

후보 선수 - 33경기 미만~24경기 이상 출장 (골리 제외, 40~55%)

10/11시즌 : 3/21
11/12시즌 : 3/21
12/13시즌 : 3/21
13/14시즌 : 3/20
14/15시즌 : 2/20

유망주 - 24경기 미만~15경기 이상 출장 (골리 제외, 25~40%)

10/11시즌 : 3/21
11/12시즌 : 2/21
12/13시즌 : 3/21
13/14시즌 : 4/20
14/15시즌 : 4/20

이외 - 15경기 미만 출장 (골리 제외, 0~25%)

10/11시즌 : 3/21
11/12시즌 : 3/21
12/13시즌 : 1/21
13/14시즌 : 0/20
14/15시즌 : 1/20


1.1.3. Top 5

1.1.3.1. 출장 시간 (골리 제외)

10/11시즌

1. 호날두/4,616min
2. 알론소/4,244min
3. 마르셀루/4,237min
4. 카르발류/4,105min
5. 라모스/4,050min

11/12시즌

1. 호날두/4,900min
2. 알론소/4,506min
3. 라모스/4,498min
4. 페페/4,007min
5. 외질/3,830min

12/13시즌

1. 호날두/4,631min
2. 알론소/3,791min
3. 외질/3,543min
4. 라모스/3,539min
5. 모드리치/3,289min

13/14시즌

1. 라모스/4,348min
2. 페페/4,222min
3. 모드리치/4,055min
4. 벤제마/4,025min
5. 호날두/4,023min

14/15시즌

1. 호날두/4,580min
2. 크로스/4,500min
3. 마르셀루/4,077min
4. 베일/4,031min
5. 이스코/3,754min

1.1.3.2. 출장 횟수 (골리 제외)

10/11시즌

1. 호날두/54경기
2. 외질/53경기
2. 디 마리아/53경기
4. 알론소/52경기
5. 마르셀루/50경기

11/12시즌

1. 호날두/55경기
2. 이과인/54경기
3. 외질/52경기
3. 벤제마/52경기
3. 알론소/52경기

12/13시즌

1. 호날두/55경기
2. 모드리치/53경기
3. 외질/52경기
3. 디 마리아/52경기
5. 벤제마/50경기

13/14시즌

1. 이스코/53경기
2. 벤제마/52경기
2. 디 마리아/52경기
4. 라모스/51경기
4. 모드리치/51경기

14/15시즌

1. 크로스/54경기
2. 이스코/53경기
2. 호날두/53경기
4. 마르셀루/52경기
5. 베일/48경기



1.2. 해석


올시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출장 시간에서 후보 선수에 해당하는 선수가 아예 없다는 점입니다. 보통 이정도 시간대는 유용한 교체자원이나 포지션 경쟁이 매우 치열한 자리의 선수들, 세번째 옵션 등이 포진하는 곳이고, 그렇기에 그리 많을 필요는 없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선수들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5년간 데이터를 보더라도 트로피 수집에 성공한 시즌엔 2~3명의 선수들이 포진한 반면, 무관인 시즌엔 너무 많거나 아예 없네요.

이 문제는 이러한 시간 분포가 아니라 출장 시간 순위로 살펴보면 더 심각한데, 골리 제외하고 11위인 페페와 12위인 모드리치의 출장 시간 차이가 무려 1,150분입니다(페페 3,145분, 모드리치 1,995분). 2천분대를 소화한 선수가 아무도 없어요. 지난 시즌 요 시간대를 소화한 이야라와 아르비는 올시즌 각각 1,654분과 1,889분밖에 소화하지 못했습니다. 아르비야 마르셀루의 부상이 적어 레프트백 알바를 나갈 일이 거의 없었으니 그렇다 쳐도 이야라의 출장 시간 결핍은 팀에게 더 뼈아픈 결과가 되었습니다.

다시 시간대별 통계로 돌아오면, 이 후보 선수 그룹에서 빠진 선수들이 바로 밑 유망주 그룹이 아니라 이외 그룹으로 들어갔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한 대목입니다. 그런데 출장 횟수는 예년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이는 결국 안첼로티의 교체가 직전 시즌에 비해 늦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모두가 알 만한 배경지식을 좀 섞자면, 케디라와 코엔트랑 등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된 선수들이 지난 시즌보다도 훨씬 팀에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의미하기도 하죠.

그외 제가 정리한 통계에서 확인할 만한 것은 무리뉴나 안첼로티나 핵심 선수들은 빡세게 굴린다는 점, 출장 횟수만을 보면 오히려 안첼로티 쪽이 주어진 스쿼드를 더 잘 활용한다는 점, 출장 시간이나 횟수나 top5 등 모든 요소를 고려했을 때 가장 균형잡힌 시즌은 13/14라는 점 정도가 되겠네요. 역시 더블은 그냥 한게 아니었다는 것을 이런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군요. 이런 것을 보면 안첼로티에게 변화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짓는 것도 그다지 옳지 않음을 통계는 말하고 있습니다.





2. 전술적 관점에서 본 안첼로티의 실패



http://realmania.net/bbs/zboard.php?id=openbbs&no=6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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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realmania.net/bbs/zboard.php?id=openbbs&no=64220
http://blog.naver.com/wakano4/90157743032

안그래도 지저분해진 글 더 난잡하게 하기 싫어 저 링크의 글들을 미리 전제로 깔아놓고 가고자 합니다. 번거로우신 분들을 위해 거칠게나마 요약하자면

1. 전술 조류에는 토탈 풋볼을 지향하는 일원론과 스페셜리스트들을 활용한 분업화를 지향하는 이원론이 있다.
2. 케디라와 이야라는 스페셜리스트 기질이 강한 선수들이다.
3. 4-2-3-1은 4-3-3이나 사키식 4-4-2에 비해 분업화에 더 적합한 포메이션이다.
4. 수비 시 4-4-2계열의 포메이션은 8인 블록 체계의 8+2형태를 취하고, 4-2-3-1 포메이션은 6인 블록 체계의 6+3+1형태를 취한다.

정도가 되겠네요.


올시즌 안첼로티는 지난 시즌에 비해 더욱 일원론스러운 선수 배치를 가져갔습니다. 여전히 포지션에 따른 기본적인 역할 분배는 있지만, 지난 시즌처럼 디 마리아가 커버 부하를 대부분 책임지고 알론소는 포백 앞에서 미드필더의 축을 잡는 식의 분업화를 올시즌엔 거의 찾아보기 힘들죠. 결과적으론 실패로 귀결되었지만요.

미시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저는 이 일원론적 선수 배치의 실패 원인이 전방 압박의 실종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미드필드는 볼 흐름을 주도하면서 상대를 압도하는 정합적인 방식으로 더 나아갔는데, 상대를 가두기 위한 전방 압박이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니 미드필더들에게 부하가 걸리고, 이 부하가 가중되면서 간격이 벌어지죠. 그러면서 수비진까지 그 부하가 전가되고요.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수비진의 커버 범위는 유럽 최고 수준이기에 이를 감내할 수 있었고, 안첼로티도 그것을 믿고 메인 플랜을 이런 식으로 구성했지만, 모드리치나 하메스의 이탈로 미들 라인에서 정합적인 승리가 요원해지자 이는 팀에게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왔지요. 미들에서 정합적인 승리를 추구하는 일원론은 일반적으로 체력 소모가 적다는 평을 받지만 많은 부상으로 딱히 그것도 아니게 되었습니다. 수비가 불안하다고 많이들 말씀하시지만 제가 보기에 수비진은 지금보다는 조금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가치가 충분합니다. 얘네가 아니었음 그 위기에 이만치나마 지탱이 되지도 못했겠죠.

그리고, 그렇기에 베일의 부진은 더 뼈아프게 다가옵니다. 예년에 비하면 호날두도 무릎 부상으로 활동 반경과 수비 기여가 많이 떨어졌지만, 어차피 호날두야 8+2의 2에 속하는 선수이니 큰 문제는 아닐 겁니다. 허나 베일은 그게 아니고, 몸도 건강했죠. 제가 지난 시즌 베일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꽤 큰 사이즈와 그만큼 떨어지는 민첩성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유연성과 스피드, 지구력으로 수비 시 네번째 미드필더 롤을, 전방 압박시 세번째 공격수의 롤을 정말 잘 소화했기 때문입니다. 근데 올시즌은 그 유연성과 지구력을 잃었고, 그러면서 저런 수비 시 기여도를 기대할 수 없었죠. 2~3월이 되어 라모스-하메스-모드리치가 모두 빠져나가며 팀이 작살나기 직전이 되자 부랴부랴 네번째 미드필더로 기능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저런 육체능력을 잃은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전방 압박 시 둔하고 적극적이지 못한 것은 여전했구요.

물론 이런 상황에 대한 감독의 전술적 안배에 대해 의문을 갖는 것은 타당합니다. 일원론과 이원론, 그리고 절충형인 실용노선에 대해 자세히 아시는 분이라면 시즌 운영에서까지 일원론을 고집한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실 수도 있겠죠. 보통 일원론쪽은 경기 내에서는 다양한 국면을 연출하고 또 그것에 대처할 수 있지만, 시즌 운영에선 그만큼 선수 풀을 갖춰야 하기에 그 유연성이 떨어집니다. 이원론쪽은 부품을 갈아끼우는 식으로 선수를 바꾸는 것이 가능하니 그 반대구요. 하물며 안첼로티의 감독 커리어를 살펴보면 고집 센 감독이라는 일각의 평가와 정반대로 팀마다 일원론, 실용노선, 이원론을 자유로이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요.

그렇다면 안첼로티는 왜 이렇게 딱딱한 모습만을 고집했을까요? 그 답은 백업을 구성하는 선수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라와 케디라. 이 두 친구는 마켈렐레처럼 딱 잘라 스페셜리스트라고 칭하긴 어렵지만, 이들을 활용하는 데에 여러 제약조건이 따른다는 점에서 이원론에 더 적합한 선수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의 활용은 자연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으며, 활용하더라도 그 역할은 한정되기 마련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그들이 잘할 수 있는 몇몇을 제외하면 동료들이 그 부담을 떠안고, 대신 그들은 동료들의 커버 부하를 좀더 떠안는 식이었죠. 그러나 그들은 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이들의 활용법에 대한 얘기도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스페셜리스트 기질이 뚜렷하면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해왔다는 것은 이들의 스페셜리스트로서의 능력이 상당한 수준임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만약 장기부상을 당한 선수가 모드리치가 아니라 크로스였다면 저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었을 겁니다. 실제로 지난 시즌 초반의 모-알-케를 생각해보세요. 케디라는 잠시나마 레알 마드리드 이적 후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고, 이야라도 u-21 당시 알론소 위치에서 굉장한 활약을 보였으니 알론소 위치에서 천천히 감각을 끌어올리면 나쁜 그림은 아니었을겁니다. 그러나 이것은 철저히 모드리치가 있기에 가능한 조합이기도 합니다. 세도르프를 연상케 하는 다재다능함에 저들에게 부족한 빌드업 리더로서의 역량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저정도 클래스의 선수들을 활용할 수 없었는가에 대한 의문을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 이번엔 아예 직접 감독이 되었다고 상상해봅시다. 모드리치가 없고, 크로스는 휴식을 취한다는 전제조건을 달아보죠. 우선 스페셜리스트 두 선수를 활용하기 편한 4-2-3-1을 기본 포메이션으로 설정해야 할 겁니다. 수비진이야 딱히 나무랄 데가 없으니 그대로 가구요. 2에는 이 두 선수를 배치해야겠죠. 케디라 입장에선 이야라가 괜찮은 파트너이나 이야라 입장에선 동일 선상에 놓기엔 자기보다 오버랩이 잦고 보디가드가 되어주지 못하는 케디라와의 궁합이 좀 걱정되긴 합니다만, 커버 범위가 깡패인 수비진의 도움을 좀 받기로 합시다. 허나 누가 오버랩을 하든 빌드업 리딩이나 연결고리 역할을 크게 기대할 수 없는 선수들이기에, 공미에 서는 선수는 공격 조립만큼이나 빌드업 리딩에 도움이 되는 선수여아만 할 겁니다. 크로스가 제격이지만, 휴식을 취한다는 전제가 있으니 아쉬운 대로 하메스가 들어와야겠죠. 그런데 월드컵때처럼 하메스를 공미로 100% 활용하기 위해서는 콰드라도처럼 옆에서 누군가가 개인 능력이나 부분전술을 통해 하메스에게 여유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때문에 이스코가 3의 한자리를 차지해야겠구요. 이제 남은건 두자리인데, 톱에 벤제마가 들어간다고 치면 한자리를 놓고 우리는 두명의 선수를 고민해야 합니다. 무릎이 성치 않아 넓은 폭과 6+3+1의 3의 부하를 소화할 수 있을지 의심되는 호날두와 최악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베일이죠. 일단은 호날두를 고릅시다. 이제 남은건 호날두와 이스코의 위치입니다. 둘다 왼쪽을 선호하기 때문에 한명은 희생을 해야 하는데, 이스코가 왼쪽으로 가면 호날두의 득점력을 활용하기 힘들고, 호날두가 왼쪽으로 가면 오른쪽 공격은 거의 포기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풀백들의 부하는 지금보다 더 커지겠죠. 이야라와 케디라 조합으로 이미 한번 부하를 떠안은 수비진에 짐이 또 늘었군요. 이것이 현재의 4-4-2에서 저들을 활용하는 것보다 뚜렷히 나아보이시나요? 저는 아닌 것 같습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모드리치의 대안이 되었던 또 다른 선수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AT전 라모스인데요. 월드클래스의 운동 능력에 풀백, 중미 등의 멀티 포지션 경험이 더해졌을 때 어떤 모양새가 나오는지, 또 그런 모양새가 다른 선수들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는지 보여줬습니다. 비록 전문 미드필더가 아니라 이후 경기들에선 썩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또 그 퍼포먼스가 케디라나 이야라가 한창 좋은 모습을 보일 때보다 월등히 낫지도 못하지만, 이러한 유형이 충분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죠.

결국 그 고집의 원인은 백업 선수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백업 선수들의 기량이라기보단 성향이겠죠. 허나 우리는 일반적으로 이것을 뭉뚱그려 기량이라고 얘기하곤 합니다. 넓은 의미에서 보자면 틀린 얘기는 아니겠지만, 이것이 종종 의미의 혼동을 일으키지요.

얘기가 멀리멀리 돌았는데 올시즌 안첼로티의 실패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전술적 역량이라기보단 매니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라고 봅니다. 축구 커리어 내내 헤드코치-단장 시스템을 경험했던 사람이고, 첼시에서 딱 2년간 매니저 역할을 수행했는데 리빌딩에 능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듣는게 좀 억울할 만도 합니다만, 어쨌든 지금 레알 마드리드는 매니저 시스템과 유사한 체계를 갖추고 있으니 충분히 책임을 물을 수 있겠지요. 페레스의 스포츠적 조언자가 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해 필요한 선수들을 잡거나 보강하지 못한 점, 이로 인해 지독한 부상 불운(이것이 물론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지만)에 대한 유비무환의 자세가 부족했던 점, 아예 전력 외 판정을 받은 몇몇 선수들의 프로 의식을 제대로 고취시키지 못한 점 등은 총 관리자로서 충분히 비판받아야만 하는 것들입니다. 그 밖에 교체 문제 등도 충분히 지적받을 수 있겠구요.

그러나 이런 것들이 안첼로티의 한계인가란 질문엔 아니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문제는 비교적 명확한 편이기에 남은 계약 기간은 마저 채우게끔 했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베라티 수준의 s급이 아니더라도 비교적 제약이 적으면서 다양한 국면에서 활약이 가능한 선수들-특히 좋은 피지컬으로 커버 부하를 해결할 수 있다면 더 좋겠죠.-로 백업진을 물갈이한다면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리그 운용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교체도 실용노선을 걷던 무리뉴에 비하면 확 나아지진 않겠지만 지난 시즌 수준으로는 회복할 수 있을 테구요. 이러한 선수진 변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②편에서 마저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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