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末大必折 : 모로 이야기
종가를 떠난 이들이 잘나가면 종가가 무너진다는 의미의 말대필절(末大必折)은 레알 마드리드에게 익숙한 말이다. 이 글을 쓰면서도 생각나는 선수들이 몇 명된다. 라 리가에서는 사무엘 에투와 루이스 엔리케가 가장 대표적인 선수로 기억되고 있다.


챔피언스 리그도 예외는 아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도 두번의 고배를 전(前) 마드리디스타들에게 당했다. 모리엔테스(모로)와 모라타가 그 주인공이다. 그리고 둘 다 토너먼트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만나서 한 건씩 해줬다. 모라타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가 많이 안다고 생각되서 과거 레알 마드리드를 이끌어 나갔던 공격수인 모로에 대해서 논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페르난도 모리엔테스는 레알 마드리드의 주축 공격수였다. 원래는 알바센테 출신이었지만 사라고사에서 두 시즌 동안66경기에서 28득점을 하며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라고사 시절 공격 파트너였던 다니는 레알 마드리드 유스 출신 선수였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선택한 사라고사의 공격수는 모로였다. 마드리드 이적 후, 모로는 페쟈 미야토비치나 수케르와 같은 기라성같은 선수들과 한 솥밥을 먹으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나갔다. 그 결과, 라울과 함께 레알 마드리드의 주포로 활약했다.

사실 모로하면 아직도 각인되는 순간은 바로 01/02시즌 라스 팔마스와의 경기이다. 7-0이라는 기록적인 대승을 거둔 레알 마드리드의 중심에는 5득점에 성공한 모로가 있었다. 작금의 축구에서도 한 경기 5득점은 아무리 상대가 하위권 팀이라도 힘든 일인데 모로는 그것을 성공시킨 선수이다. 이런 모로는 페레스 회장의 갈락티코 정책으로 인해 희생양이 되게 된다. 02/03 시즌 당대최고의 공격수인 호나우두를 영입하면서 모로는 사실상 전술적으로 배제되었다. 페레스와 팬들에게 세계적인 유명세는 덤인 골게터로 완성된 호나우두의 등장은 모로의 가장 큰 장점인 피지컬과 헤딩을 잊게 만드는데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레알 마드리드는 피치치를 다투었던 모로라는 공격수는 언제든지 대체할 수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마드리드의 선수영입능력을 입증함과 함께 충성심이 있는 선수도 언제든 내칠 수 있는 용단을 가졌음을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나마 레알 마드리드 이적 직후부터 그를 지켜봐왔던 델 보스케마저 페레스의 갈락티코 정책에 의해 잘려나가면서 그의 입지는 더욱더 좁아졌다.

결국 03/04시즌 그는 이전에는 생각치도 못했던 AS 모나코로 임대이적을 가게 되었다. 모나코 시절에 모로가 가장 득점으로 자신을 증명했던 대회는 바로 챔피언스 리그였다. 모로는 친정팀 레알 마드리드를 8강에서 만나 집같은 베르나베우 원정에서 1득점, 모나코에서 1득점에 성공하면서 레알 마드리드 4강 진출 좌절에 비수를 꽂았다.
모두가 그때 아 '모로!' 라는 탄식을 내뱉다고 해도 큰 과장은 아닐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AS 모나코의 8강전에서만큼은 모로가 호나우두보다 더 득점했고 더 중요한 모습을 해주었다. 그렇지만 이것이 그의 금의환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04/05시즌 마드리드 복귀 후, 마이클 오웬이 갈락티코 정책에 정점으로 영입되면서 그는 더욱 곤란해졌다.
그러고 모로는 리버풀, 발렌시아등에서 조용하게 사라졌다. 레알 마드리드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는 누구의 기억 속에도 남지 못하고 사라졌다. 솔직히 모로가 호나우두보다 지단보다 더 많은 우승을 레알 마드리드에 남겨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빅이어를 3번이나 든 선수는 왜 우리는 잊혀보낼까?
실력과 충성심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에 필요했던 전술적인 선수를 스타성 하나때문에 내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그렇지만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실력있는 선수 그 이상을 원한다. 참 빡빡한 구단이다. 그런 기준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화려한 레알 마드리드의 역사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절대로 역사의 화려한 용마루는 아니지만 이를 바쳐주고 있는 석까래들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들이 없었다면 레알 마드리드의 현재도 없었을 것이다. 이들에 대한 재조명은 아마 레알 마드리드 팬이라면 지속적으로 그들을 모르는 이들 위해서 말해줘야할 것이다. 이는팬으로서 우리가 그들의 노고에 고마워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아닐까?

어쨋든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었던 선수를 레알 마드리드의 적으로 만나는 것은 가장 두려운 일인 것 같다. 2차전에서 모라타는 또다른 모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까? 레알 마드리드로 다시 돌아와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 모로는 모라타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참 묘한 일이다.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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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그 2015.05.11지난 시즌 득점 2위인 선수를 두고 호나우두를 영입한건 단순히 갈락티코 정책이었을까요, 아니면 그 전 시즌의 무릎 부상을 염려했던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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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Elliot Lee 2015.05.11@라그 개인적으로는 이후 페레스의 행보를 놓고 볼때 갈락티코 정책이라고 봅니다. 단순히 부상만 고려했다면 과연 호나우두는 모로보다 더 안전한 선택이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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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알&맨체스터 2015.05.1101-02 시즌 경기는 엘리엇님이 직접 본 경기인가요? 모리엔테스를 레알 마드리드때부터 본 저같은 팬들은 모리엔테스하면 막연하게 라울처럼 레알 마드리드에서 자란 선수로 알고있는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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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Elliot Lee 2015.05.11@레알&맨체스터 제가 직접 본 경기죠. 그래서 기억에 더 잘 남아 있느 것 같아요.
라울처럼 유스 때 마드리드로 넘어온 건 아니지만 나름 하위팀들에서 훌륭한 모습을 보여서 당당하게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레알 마드리드에 입성했죠. -
Raul.G 2015.05.11라스 팔마스전에 한골 더 넣으라고 페널도 몰아줬지만 실축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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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champ 2015.05.11저에게는 라울-모로 가 영혼의 투탑이었습니다. 모나코에서 열린 슈퍼컵 때 떠나는 게 기정사실화된 상황(당시에는 바르셀로나 임대설도 있었으나 결국 모나코로 임대갔죠)에서 라울이 골세러머니 할 때 보여주려고 모로 관련 속옷을 입었던걸로 기억합니다(그 경기에서 라울은 골 못넣어서 세러머니 실패ㅠ) 모라타도 좋아했던 선수지만 모레 경기에서는 그냥 못했으면 좋겠슴다. 오늘따라 라울과 모로가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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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 2015.05.11모로의 철퇴 이후에 귀신같이 팀이 16강 마드리드가 됐지만 모로로서는 소속팀에 충실 한거니까 오히려 많은 우승 트로피를 안겨준 모로를 떠나 보낸 레알 마드리드가 미안해 해야 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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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 2015.05.12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모로 덕에 임대 보낼 때 레알과의 경기 출장 불가 해놓은거 보면 그 당시 이팩트가 강했나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