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응변의 부재
유벤투스가 아주 잘해서 우리가 졌다 이런거면 차라리 그냥 아쉽고 실망하고 이러면 단데, 유벤투스도 뭐 그리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나 싶어서 참 슬프네요. 선발 라인은 완전히 실패했고, 경기 중에는 질질 끌려가다가 끝났습니다.
사실 상대적으로 우리가 강팀 입장일때는 안첼로티는 항상 소위 '강팀 축구'를 벗어나지 않는 편이죠. (아니 어떤 의미로는 우리가 약팀일때도 안 바뀌는 편이고) ATM에게 무승이 이어질때조차 안첼로티의 이런 감각은 한번도 변한 적이 없습니다. 그나마 자판기와의 2차전에서 약간의 선수 변화를 줬을뿐 본질적인 전술은 그대로였죠. 오늘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의미에서 사실 베일이나 라모스 선발이 크게 문제가 있었다고까지는 생각 안합니다. 비슷하게 수비에 강점을 가진 ATM 상대로 라모스는 좋은 활약을 했었고, 홈의 1차전인데 승리를 포기하고 수비만 고집하지 않을 유벤투스의 뒷공간을 찌르는 역할로 베일을 투입했다고 봅니다. 뭐 카르바할 마르셀로 이스코야 원래 못하는 선수들도 아니고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실패로 돌아갔는데, 이점에 대해 전혀 대응을 못 보여준게 정말 답답하네요. 치차리토 벤치 스타트는 오늘 원할하게 빌드업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치차리토 혼자 최전방에 고립될걸 걱정한게 아닐까 생각은 해봅니다만, 결과적으로 이것도 좀 아쉬운 판단이 되버렸네요.
사실 이것도 좋게 본다면 좋게 본거고, 유벤투스를 ATM 상대하는 감각으로 덤빈게 너무 티가 나서 좀 화가 나네요. ATM도 우리가 뭐 2:0 3:0으로 이긴 것도 아니고 말이죠.
사실 오늘 패배는 안첼로티가 지금까지 운영한 우리 레알에서 생기는 단점이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봅니다. 시즌 후반기의 연전을 못 버티는 체력, 밀리고 있을때 뒤집는 임기응변과 투지. 정말 잘할때는 한없이 잘하면서 못할때는 한없이 못해요.
먼저 최악의 라모스. 스코어링이나 최종수비는 몰라도 ATM보다도 중앙에서의 개싸움에 더 강한게 유벤투스고, 이건 비슷하게 압박과 중원싸움에 능한 도르트문트와 모나코와의 경기에서 잘 보여줬다고 봅니다. 압도까진 못해도 지저분하게 계속 들러붙어서 경기 흐름을 끊어줄 수 있는 팀. 라모스가 압박에 밀리는 것까지는 당연했습니다. 심지어 쉬운 볼 빼내는 것조차 철저하게 괴롭혀서 우왕좌왕하게 만들더군요. 압박당하는 라모스 본인도 이렇게 올라와서 전후좌우 신경쓰면서 플레이할 정도의 능력은 없고요. 그럼 바란과 교체를 시키든 부진한 카르바할과 교체를 시키든 라모스를 이번 경기에 활용할 방법을 얼마든지 있었을텐데 계속 유벤투스 밥으로 내줬습니다. 이건 정말 전술적으로 시청자 입장에서 납득이 안가더군요.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저는 카르바할의 PK와 라모스가 중앙에서 어버버한게 오늘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봅니다.
베일. 뭐 할 말도 없습니다. 전술적인 배려도 못받았고 본인의 능력도 안되는데 뭐 어떻게 하나요. 유벤투스가 멍청하게 라인 팍팍 끌어올리고 뒷공간 펑펑 내주는 팀이었다면 모르겠는데 그냥 최전방에서 잠수. 다른 날은 몰라도 오늘은 결정력이 헤세보다 약간 낫다는거 하나만으로 거의 풀타임에 가깝게 뛰었는데 이걸 믿음의 축구라고 해야할까요? 안 감독님이 계속 이런 식으로 쓸거면 얘도 언제까지 레알에 호의적일지 의문이네요.
카르바할. 큰 무대에서의 경험 부족? 사실 지금까지 경력을 보면 경험 부족이라는 소릴 들을 수준은 아닌데 오늘만큼은 불필요한 태클로 자멸했네요. 멀쩡히 잘 수비하다가... 얘는 전체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혼자 차분하게 막고 이런 능력은 아진 안되네요. 더 클 수 있는 선수니까 잘해주길 바랍니다.
이스코와 마르셀루. 개인적으로 오늘 마르셀루는 안첼로티 전술의 최악의 희생자 중 하나라고 봅니다. 수비야 뭐 원래 그리 잘하는게 아니니 까고 싶지 않고요. 바란이 마르셀로 수비 커버도 부족했고요. 평상시 페페 라모라면 어느정도 더 나앗을겁니다. 공격적으로 부실하긴 했지만 이건 중앙이 흔들린 탓도 크다고 보고요. 그나마 활로를 찾으려면 마르셀루가 사이드에서 공격전개를 해주는게 우리팀 주요루트니.. 어 근데 이스코를 빼네요. 이스코가 질질 끈다고 욕을 먹었는데 그나마 볼 소유라도 해주었고 압박에 적당히 대처했다고 봅니다. 마르셀로 - 이스코 - 호날두로 이어지는 공격루트를 왜 부순건지 이해를 못하겠네요. 아예 팀 컬러를 바꿀 생각이었으면 차라리 마르셀로도 코엔트랑으로 바꿔서 수비 안정화라도 노리지. 아니면 마르셀루를 아예 올리든가.
카시야스 페페 바란은 아주 잘했다고 까지야 못해도 욕하고 싶지야 않고 호날두 크로스 하메스는 자기가 할 역할 다 해줬네요. 에휴 모드리치와 벤제마만 있었어도 오늘 스코어는 3:0이 어울렸을텐데. 백업들이 못한다못한다해도, 백업들을 어떻게든 활용할 전술적 복안을 마련해두지않은 안첼로티한테 저는 기본적으로 비판조의 입장이에요. 다른 팀에서 커트 조우마같은 꼬꼬마가 뭘 그리 잘한다고 리그내 강팀 상대로 선발로 나오는게 아니거든요. 딱 백업이 백업 실력만큼을 해줄 수 있게 배치하고 모자른 부분을 잘하는 선수들로 메꿔야하는데 안되는걸 알면서도 잘하는 선수 롤을 그대로 쥐어주니...
이 얘기를 쓰려다가 선수들 총평하느라고 까먹었었는데, 선발 라인업이 실패로 돌아간 시점에서 전체적인 교제 타이밍이나 운용에 대해서 정말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바란이 마르셀로 커버를 못해줘서 왼쪽이 흔들거리는데 계속 내버려둔거하며, 라모스는 중원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는데 내버려두고 그나마 공격전개 하던 이스코는 빼버렸고, 시간 벌이를 할 생각도 아닐텐데 막판에 헤세를 집어넣었죠. 오늘 결과론적이긴 해도 바란을 빼고 치차리토를 넣고 라모스를 센터백으로 내리고, 라모스 자리에 이스코나 하메스를 넣고 그 빈 자리에 베일을 넣는게 무난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럼 최소한 수비진이 그렇게 막 흔들리지는 않았을거라 봐요.
뭐 오늘 경기는 아쉽지만, 우리가 2차전 맥없이 끝날거라는 생각 안합니다. 우리가 판을 잘 짜고 세밀하게만 대응했어도 우리가 이겼을거라 보거든요. 벤제마와 모드리치만 있었다면(저쪽이 포그바가 있었다쳐도) 오늘도 우리가 완승했을거라 보고요. 발렌시아 전 승리로 마무리하고, 2차전 3:0으로 결승갑시다!
댓글 7
-
KB9 2015.05.06화이팅!!! 2차전 3:0 !!
-
강민경 2015.05.06주전 선수들이 너무 지쳤습니다. 세비야전도 혈전까지 치루면서 간신히 이겼죠. 애초에 후보 선수들이 있는게 주전 선수들 체력 안배를 위해서 있는건데 그나마 쉽게 가는 홈 경기에서 조차도 후보 선수들 안 쓰고 주전 선수들만 주구장창 쓴다면 어느 선수가 기계도 아니고 한 시즌 내내 풀 타임 경기를 뛸 수 있는지 의문 입니다. 이번 시즌 무관으로 끝나면 후폭풍 거세질거라고 봅니다. 바르셀로나가 더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상당 부분 안첼로티 감독도 책임져야 될 겁니다. 라데시마 이룬 감독에서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라그 2015.05.06@강민경 이렇게 주전에만 의존하는 전술로 한 시즌 내내 우려먹으니... 주전 빠지면 경기력 급락하고 그나마 남은 주전들은 뭐 계속 구르다가 힘빠지고 백업&유스들은 못나와서 짜증내고 그런 상황인거죠 뭐. 오늘 경기랑은 별로 상관없는 얘긴데, 안감독은 어린 선수를 1군에서 키울 생각은 전혀 없는거 같아요.
-
태연 2015.05.062차전 대승과 함께 결승으로 -ㅅ-.. 화이팅 !!
참 이스코 교체는... 쩝..본문언급처럼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았던 경기입니다. -
호렌지캬라멜 2015.05.06완전 공감. 서론부터 결론까지 딱 제생각이네요
-
아더 2015.05.07체력이 너무 고갈인게 티나네요.. 그럼에도 열심히 뛰어주는 고마운 선수들..
-
Raul 2015.05.072차전 꼭 승리해서 결승 가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