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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첼로티의 선수 배치 ② - 로테이션이 왜 부족할까?

온태 2015.04.18 03:59 조회 3,133 추천 9
부정기적으로나마 연재물로 만들고 싶었는데 소재가 없네여. 소재제공좀...






로테이션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커버 범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고 가죠. 선수 개인이 일정 시간동안 책임질 수 있는 공간의 너비를 가리켜 커버 범위라고 일컫습니다. 커버 범위는 선수의 활동 범위, 조금 풀어 말하자면 경합 국면의 참여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선수를 배치할 때엔 주변 선수 간 커버 범위를 잘 고려해야만 합니다.

이는 당연히 선수의 반응 속도, 순발력, 스피드, 지구력 등의 피지컬적 역량에 따라 좌우되는 능력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고, 선수의 성향과도 밀접한 관련성을 가집니다. 본인이 책임질 수 있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점유하려는 성향이 강할수록 커버 범위는 넓어집니다. 예컨데 바란의 경우, 커버 범위를 결정하는 피지컬적 역량은 굉장히 빼어남에도 플레이의 무게중심을 뒤쪽에 두려는 성향 때문에 커버 범위를 넓게 가져가지 못하죠.

지난 시즌에 비해 올시즌의 팀은 중원에서의 압도를 통한 정합적인 승리를 거두는데 더 적합해졌습니다. 미드필더진의 선수 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개인적으론 수평 시프트의 활용이 늘어난 것도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L자 대형을 형성하고 있다가 특정 상황이 되었을 때 크로스가 올라와 수평 시프트로 전환하며 중원에서 수적 우위를 형성합니다. 볼 순환에 도가 튼 선수들이 셋이나 중앙에 버티고 있으니 가패가 훨씬 원활하게 진행되지요.

다만, 중원 장악력 향상이 수평 시프트 활용의 목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볼 돌리는데 능한 선수들로 수평 시프트를 활용하면서 따라오는 부수적인 성과고... 가장 큰 이유는 디 마리아가 나가면서 생긴 커버 범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하메스와 이스코가 각자의 장점으로 디 마리아의 빈자리를 차고 넘치게 채워주고 있지만, 둘다 디 마리아만큼 빠르지는 않죠. 중원에 상대가 편하게 들락날락하는데도 방해할 수 없는 공간이 생긴 겁니다. 홀딩 라인의 크로스는 알론소에 비하면 약간이나마 커버 범위가 넓지만 홀딩 라인에서 혼자 있을 때 수비적으로 기여할 만한 점이 적죠. 그 알론소도 둔해서 드리블로 전진하는 상대와의 1:1에서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크로스는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때문에 미들 라인에서 커버 범위에 구멍이 생긴 경우 크로스는 홀딩 라인에 남기보단 즉각 전진해 공간을 메우는데 주력합니다.

그런데 이럴 경우 부하는 모조리 수비 라인이 떠안아야만 합니다. 지난 시즌의 경우 알론소가 홀딩 라인에 상주했기 때문에 미들 라인에서 1차 저지에 실패해도 상대 공격의 방향과 세기를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었지만, 수평 시프트가 가동된 경우 뚫리면 수비 라인과 바로 맞딱뜨리게 되죠. 때문에 올시즌엔 라모스-페페-카르바할 라인이 특히나 중요합니다. 커버 범위가 가장 넓은 선수들일 뿐만 아니라 필요 시 높은 위치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상대 공격을 저지하려는 강단이 있는 선수들이니까요. 바란은 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커버 범위도 넓지 않고 강단도 부족하며(성향의 문제이지 능력의 부족을 이야기하는건 아닙니다.), 아르비는 급격한 노쇠화로 본인 공간을 제대로 지키는데 급급해하고 있죠.

그래도 수비진은 사정이 좀 낫습니다. 지난 경기의 바란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줄 만한 능력은 있으니까요. 수평 시프트의 활용 빈도를 줄여줄 만한 선수도, 수평 시프트의 실패 확률을 줄여줄 만한 선수도 마땅찮은 미드진은 로테이션을 돌리기가 매우 까다롭죠. 이야라는 제가 기억하는 근 5년간의 레알 선수들 중 피지컬이 가장 허접한 축에 속하고, 플레이 성향마저 바란과 비슷합니다. 루카스 시우바는 그나마 괜찮아보이지만 아직 상황판단 속도 등에서 적응이 더 필요해보이고, 케디라야 이런저런거 다 떠나서 의욕이 아예 없고요. 이스코만이 수준에 부합하는데 그나마도 크로스의 백업은 소화할 수 없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러한 변화로 인해 경기 흐름을 주도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이겠죠. 몇몇 선수들이 장기부상으로 나가떨어지는 일만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하지만... 어려운 팀 사정에도 무너지지 않고 잘 버텨준 크로스에게 그저 고마울 뿐입니다.


p.s. 올시즌 아틀레티코 상대로 유독 고생하는 이유로 디 마리아의 부재를 꼽으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반은 공감하고 반은 공감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스코나 디 마리아나 전진드리블의 질에 큰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디 마리아가 빠른 드리블이 가능하다지만 그 특성상 사이드에 한정되기 마련이고, 이스코가 느리다지만 대신 중앙을 공략할 수 있죠. 찬스메이킹에 있어서는 하메스가 나으면 나았지 못할 게 없을 테구요. 둘다 패스&무브에도 능숙한데다 사람 많은 왼쪽에서 뛰니 사실 전진능력 자체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고 생각해요. 기실 디 마리아의 부재가 가져다주는 아쉬움은 이런 기술적인 면모보다도 커버 범위에 있다고 봅니다. 커버 범위가 넓다는 것은 그만큼 오버랩이 가능한 지역도 넓어진다는 의미니까요. 디 마리아가 위력을 가졌던 것은 상대 진영 깊은 위치까지 전진해서 찬스를 만들 줄 알았기 때문이고, 이는 이스코나 하메스에겐 기대하기 어려운 모습이죠. 그런 면에서는 저는 코엔트랑 출장이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으리라고도 생각합니다. 마르셀루보다는 조금 더 정력적이고 직선적인 성향을 갖고 있으니까요. 하메스나 이스코가 빌드업과 뒷공간 커버에 조금 더 신경쓰면서 코엔트랑이 상대 깊은 곳까지 속도를 붙여 전진할 수 있다면 또 괜찮은 그림을 기대할 수 있겠죠. 물론 정상적인 폼을 가정한 상황이니 먼 나라 이야기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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