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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목요일 5시

팀 공격력에 관한 고찰

온태 2014.12.19 04:25 조회 4,238 추천 42
아르벨로아 투척!
제목은 거창하게 써놨는데 원래 공미 얘기나 하려던 글이 이런저런 얘기를 막 붙이다보니 엄청 난잡해졌습니다. 글쓴이가 글쓴이인만큼 재미도 없으니 그저 뒤로 안가시고 끝까지 읽어만 주셔도 만족합니다.





최근 팀의 연승가도에 영향을 미친 요소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것은 압도적인 팀 공격력입니다. 가타부타 말할 필요 없이 정규시즌 27경기 87골이라는 엄청난 수치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지요.

재밌는 것은, 득점과 관련된 통계에선 오히려 지난 시즌보다 감소된 수치들이 꽤나 보인다는 점입니다. 리가 기준으로 지난 시즌보다 슛도 적게 때리고, 드리블도 적게 치고, 상대 진영에서 머무르는 시간도 줄었지만(각 19.6→18.3, 11.6→11, 31%→27%) 경기당 평균 득점은 올시즌이 거의 1골 가까이 많습니다(2.7→3.7). 이는 경기당 유효 슈팅 갯수의 증가와 볼 뺏김 갯수의 하락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텐데요(각 7.9→8.7, 8.9→7.6).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팀의 공격 과정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공격 과정은 크게 빌드업-페너트레이션-피니시의 세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팀의 공격 과정을 표현하면, 라모스-페페-크로스가 빌드업의 축을 잡고, 모드리치가 전반적인 빌드업을 리드하되 하메스와 크로스가 이를 보조하며, 벤제마와 하메스가 페너트레이션 과정에서 공격의 질서를 잡고 팀 공격력을 응집시키면 호날두와 보조 피니셔들이 나서서 공격을 마무리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이중 볼 뺏김 갯수의 감소는 빌드업 리딩 단계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지난 시즌의 알론소는 빌드업 시 축을 잡는 능력은 매우 빼어났지만 모드리치의 빌드업 리딩을 돕는 등 그 이상의 것을 기대할 수는 없었고, 디 마리아는 빼어난 볼 운반원이자 찬스메이커였지만 그 특성을 살리기 위해서는 사이드로 돌아나가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죠. 때문에 빌드업 리딩은 전적으로 모드리치가 담당해야만 했습니다. 물론 모드리치는 이러한 부담을 다 짊어질 역량이 충분했지만, 그 여파로 인해 월드컵부터 이번 시즌 초반까지 많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올시즌의 크로스와 하메스는 이러한 모드리치의 부담을 잘 나눠쥐고 있습니다. 크로스는 빌드업 시 알론소의 롤을 그대로 이어받으면서도 보다 우월한 기동력과 압박 대처 능력을 앞세워 보다 전진된 위치에서도 볼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며, 하메스는 훌륭한 오프 더 볼 능력과 측면과 중앙을 고루 오갈 수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중앙에서의 볼 지배력 강화에 일조하고 있지요. 중원에 둘, 타이트한 전방 압박 때문에 알론소가 내려가야 하는 경우에는 한명만이 남아있던 때와 달리 안정적으로 세명의 미드필더가 중앙에 배치되는 지금의 팀이 볼 뺏김 수치가 적은 것은 당연합니다. 이런 시스템이 있기에 모드리치의 이탈 이후에도 팀이 어느 정도 돌아가는 거구요.

얘기가 나온 김에 모드리치 얘기를 조금 더 이어가봅시다. 개인적으로 꼽는 모드리치의 최장점은 방향성의 제약이 없다는 점입니다. 온더볼이 뛰어나 상대의 라인 간을 비교적 자유로이 오갈 수 있으며, 양발을 고루 사용하기에 횡 방향으로의 움직임에도 제약이 없지요. 여기에 볼 회전에 대한 이해도와 시야, 판단력마저 월드클래스 급으로 갖췄으니 감히 현 시점 최고의 빌드업 리더라 칭해도 이견을 찾기 힘들 겁니다.

문제는 이런 선수가 장기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했다는 거고, 세트피스와 몇몇 선수들의 크레이지모드로 꾸준히 승리를 챙기고는 있지만, 빌바오를 우주 끝까지 보내버리거나 엘 클라시코를 완벽한 승리로 장식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경기력은 떨어진게 사실입니다. 물론 모드리치를 대체한 이야라와 이스코는 나름대로 제 몫은 다 하고 있긴 하지요. 허나 역량 차이가 너무 많이 납니다. 이야라는 볼 회전 이해도는 상당히 좋지만 시야와 판단력이 아쉽고, 볼을 달고 라인을 넘나드는 모습은 아예 기대하기 어렵죠. 이스코는 정반대로 볼을 달고 라인을 넘나드는 데에 매우 능하지만, 볼 회전에 대한 이해도와 판단력은 아쉬운 수준이고, 시야는 안타까운 수준입니다. 그나마 두 선수 다 수비적으로는 모드리치보다 약간이나마 낫긴 하지만, 이들을 기용함으로서 부담을 더 짊어지게 된 하메스와 크로스를 편하게 해줄 정도는 아니었고, 결국 하메스도 나가떨어지게 됐지요.

그 이후에 펼쳐진 최근의 세 경기는, 철저히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자면, 상대가 쉬워서, 카시야스가 너무나도 잘해줘서 참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이스코-크로스-이야라 조합은, 일견엔 각 선수별 상성이 괜찮은 듯 하지만, 페너트레이션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해요. 특히 이스코는 두 경기 연속으로 원더골을 뽑아내긴 했지만, 그 이외의 플레이는 썩 좋게 봐주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즌 그 위치가 하프-윙의 성격을 띄고 있었다면, 올시즌은 하프-공미의 성격을 띄고 있어요. 각각 주전으로 뛰었던 디 마리아와 하메스의 플레이 특성에서 기인하는 차이지만, 이스코 역시도 본디 공미 출신임을 감안하면 오픈게임 양상에서 무작정 드리블만 치는 모습이나 한쪽으로 몰아넣는 수비 방식을 취하는 팀을 상대로 제대로 된 사이드체인지 하나 보여주지 못하는 모습은 많이 실망스럽더군요. 지난 시즌부터 지적된 문제인데 딱히 나아지지 않는 모습을 보면 차라리 중미로 돌리는게 가장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로이스 이적설이 마냥 억지는 아니겠구나 싶더군요. 아센시오의 영입도 그렇구요.

이러한 페너트레이션에서의 공격 조립에 있어서, 올시즌 하메스는 확실히 빼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제가 위에서 하메스의 롤을 하프-공미로 지칭한 이유이기도 하지요. 공미만이 해결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주로 이런 것이니까요. 이게 제대로 되지 않을 때 팀의 공격은 파편화되어 그 위력이 매우 감소하고, 그 위력의 부족을 수로 메우려다 수비가 아작나버립니다. 좋은 예로 챠비가 맛이 가기 시작한 13년부터의 바르셀로나와 괴체의 공백을 귄도간-로이스-레비로 찢어가려다 둘 이상이 팀에서 이탈해버리자 완전히 답이 없어진 올시즌의 도르트문트가 있겠네요.

때문에, 요새는 많이 줄긴 했지만, 드리블의 부재를 들어 하메스의 역량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제게는 온당치 않아 보입니다. 바로 위 문단에서도 얘기했지만, 팀이 공미에게 원하는 것은 팀의 공격을 한데 모으는 것이니까요. 소위 탈압박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그것의 실현을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죠. 실상, 월드클래스급 공격 조립 능력을 갖췄으면서도 그 드리블을 통한 탈압박까지 완벽하게 갖춘 선수는 메시 한명밖에 없습니다. 기대치를 조금 낮췄을 때도 실바 정도만이 들어올 뿐이구요.

더구나, 그 파괴력에서는 조금 떨어질지언정, 하메스는 이전에 팀을 거쳐갔던 스네이더나 외질에 비하면 똑같이 주위의 도움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본인의 영향력을 가장 잘 발휘하는 선수입니다. 3미들의 한 자리를 무난하게 소화할 만큼 다른 라인에서도 범용성을 가지고, 측면으로 돌아나가는 데에도 이질감이 딱히 없으며, 그렇게 골문과 먼 위치로 나가서도 킥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데다 문전침투 후 마무리에도 능숙한 모습을 보이죠. 물론 드리블의 부족이 아쉬움의 대상이 될 수는 있습니다. 허나 실현 도구 중 한가지가 기대 이하라고 해서 선수의 역량 자체가 폄하될 필요는 없겠죠. 다른 실현 도구들도 충분히 갖췄는데 말이죠.

쓸데없는 얘기가 길었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지난 시즌에 이걸 거의 홀로 도맡았던 벤제마가 4,5월을 거치며 완전히 방전된 모습을 보여줬는데, 하메스의 가세로 이런 타입의 공격수가 아니더라도 벤제마의 백업을 충분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혼자 하던걸 둘이 하게 되니 그 질이 나아진 것은 더 말할 나위도 없구요. 더불어 올시즌 유효 슈팅 갯수의 증가도 이 페너트레이션의 질적 향상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피니셔들의 기술적 향상도 이유가 될 수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슈팅 개수가 한개 이상 줄었음에도 유효슈팅 개수가 한개 가까이 늘어난 이 불가사의한 상황을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애초에 기술적 향상을 더 기대하기 힘들 정도로 높은 클래스의 선수들이기도 하구요. 그것보다, 더 효율적이고 질 높은 페너트레이션 과정을 통해 피니셔들이 슈팅하기 보다 편하고 확실한 기회를 잡고 있다고 설명하는 쪽이 조금 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하네요.

이러한 질적 향상에 하메스가 큰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 한명 더 언급하고 싶은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호날두입니다. 개인적으로 올시즌 호날두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가 페너트레이션 이해도의 증가라고 봅니다. 전반적인 흐름을 읽는 감각이 크게 좋아졌고, 때문에 박스 바깥에서의 무리한 슈팅이 상당 부분 줄었습니다. 공을 주고 받으며 더 좋은 위치에서 볼을 받아 슈팅할 줄 알게 되었다는 뜻이죠. 이는 통계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슈팅 개수는 줄었지만(7.2→6.3) 유효슈팅 갯수는 오히려 증가했습니다(3.1→3.8). 팀 흐름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지요. 이러한 과정 속에서 키 패스와 어시스트가 늘어난 것은 덤이구요. 개인적으로 진즉부터 이러한 변화를 바랐었고, 또 이러한 변화가 매우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기에 호날두의 변화를 더욱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네요. 물론 아직 혼자서 이러한 작업을 리드하기엔 무리가 있고(e.g. 루도고레츠 전), 스타일 상 훌륭한 조력자 이상은 힘들지 않을까 싶기는 합니다만 그정도만 되더라도 롱런에 큰 힘이 될 거라는 사실은 자명합니다.

이와 같은 팀의 발전은, 그러나 아직 미완성이라고 봅니다. 베일의 존재 때문인데요. 개인적으로는 플레이의 효율성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성장하길 바랐지만, 팀은 베일의 파괴력을 더욱 늘리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경기 중에서도, 통계상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들 라인 바로 위쪽에서 착실하게 볼을 받아주던 지난 시즌과 달리 보다 수비수와 가까운 위치에서 볼을 받는 장면이 늘었고, 그에 따라 전반적인 수비 스탯과 롱패스 빈도, 드리블 갯수의 감소(인터셉트 0.7→0.1, 파울 0.7→0.3, 롱패스 1.3→0.8, 드리블 시도 4→3.3), 유효 슈팅과 부정확한 볼터치, 오프사이드 빈도가 증가했습니다(각 1.1→1.9, 1.1→1.6, 0.4→0.9). 비록 이러한 변화는 신체 밸런스에 문제가 있는건지 아직까지는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고, 변화에 따른 수비가담과 돌파 빈도의 저하로 인해 경기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지만, 그 와중에도 꾸역꾸역 득점에 성공하여 지난 시즌과 비슷한 득점 비율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희망을 갖게 합니다. 얼마 전 축게에서 단일 시즌 200골에 대한 댓글을 봤는데, 베일마저 확실하게 자리를 잡는다면 이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신체 밸런스를 되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겁니다. 민첩성과 유연성을 회복해내면 자연히 슈팅 갯수도 지금보다 증가할 것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더 많은 득점으로 이어질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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