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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목요일 5시

"나는 즐라탄이다"

라그 2014.11.30 12:21 조회 3,606


 




 즐라탄 자서전을 읽었습니다. 처음에 자서전 나왔다고 하길래 사진으로 반쯤 차고 글자가 자갈만한 얄팍한 책일줄 알았는데, 책을 집어보니 500쪽이 넘는 분량에 사진은 거의 없는 순수하게 이야기로 가득찬 책이네요. 대필작가와 번역가, 그리고 감수자(한준희옹)이 즐라탄의 느낌을 잘 살려서 이야기 책으로 읽기에 재밌습니다.

 뭐 자세한 내용이야 즐라탄과 그의 에이젼트의 축구 일대기니 넘어가도록 하고, 역시 인상적인 부분은 과르디올라를 까는 내용이네요. 얘기가 자기가 축구를 시작하고, 프로축구단에 입단하고 여러번 이적하는 과정과 시합에서 있었던 일을 쭉 풀어나가는 얘기인데 프롤로그 격인 1장이 과르디올라를 까는 챕터입니다[.....] 거기다 한번 까는게 아니라 나중에 바르셀로나에서 뛸 때 다시 한번 깝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다 쓸데없이 말만 늘어놓는게 철학가 같다 선수와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스타선수를 질투하는 것 같다 경기에 진 걸 다 내 탓으로 돌린다 등등 과르디올라 까는 내용만 모아도 한 몇십 페이지는 나올 것 같습니다. 바르셀로나 시절 분량은 그리 길지도 않은데요.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하기 위해서, 꿈을 이루기 위해 바르셀로나로 갔지만, 과르디올라 때문에 꿈은 이루어짐과 동시에 부서져버렸다 라고 서술하고 있네요.

 이런저런 까는 사람이 많지만 그나마 모라티, 무리뉴는 꽤 좋아하네요. 초기 인터밀란에 있었던 파벌문제에 대해서 모라티가 직접 나서서 해결해줬을 때나, 무리뉴가 처음 와서 즐라탄을 조련하는 과정 등을 보면 둘에게 굉장히 호의적입니다. 즐라탄이 바르샤로 가기 위해 굉장히 적극적으로 모라티에게 어필을 하는 바람에 결국 에투와 엮어서 (카카보다 약간 더 비싸게 맞춘 가격-_-...) 가게되는데, 마지막에 무리뉴가 꽤나 아쉬워했다고 하면서 그때 나눴던 대화도 써있네요. 

"이봐 이브라, 챔피언스 리그를 우승하고 싶어서 바르셀로나로 가는거야?"
"네. 그래요."
"어쩌냐. 다음 시즌 우승하는건 우리 팀인데."



 모지와 칼치오폴리를 옹호하는 내용도 있고(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일까지 모두 다 조작으로 몰렸다..라는 식의 얘기입니다, 아예 누명이라고 까진 안하지만), 모두까기인형이라고 할 정도의 즐라탄의 독특한 성정이 있어서 읽다보면 그러면 그렇지 싶은 부분도 있지만,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축구 구단의 분위기나 선수, 에이젼트의 업무 같은게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무리뉴라든가 카펠로, 과르디올라의 팀을 이끄는 방식, 모라티나 [베], 모지, 라포르타 같은 구단 최상부들의 움직임 같은 것도 흥미롭네요.

 축구 문화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합니다. 요즘 몇몇 허접한 기자들이 가쉽 모아서 쓴 책보다는 훨씬 볼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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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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