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이프이즘과 바이언의 만남 - 로마vs뮌헨 리뷰 (스압)
엘 클라시코를 하루 앞둔 이 시점에 남의 팀 얘기를 올려도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축구 커뮤니티고 또 상당히 흥미롭게 볼 만한 경기인 만큼 올려 봅니다. 사진이 좀 많은 글이라 스압이 장난아닐 것 같은데, 우리팀 경기 후기는 매번 날로 먹으면서 남의 경기에 뭘 이렇게 신경을 썼냐고 하신다면 죄송합니다. 변명을 좀 해보자면 우리팀 경기는 레매분들이 많이 보시니 글만 써도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만 뮌헨 경기는 챙겨보시지 않는 분들도 꽤 되실 것 같아서 그랬네요.사실은 시험 다 끝나고 시간이 남아돌아서...ㅠㅠ 제목에서도 밝혔지만 크루이프이즘과 뮌헨, 그리고 펩 얘기 위주의 글이 될텐데, 아무래도 여기가 레매다보니 이런 주제를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으실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실 분들 중에 그런 분들이 계시다면 미리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1. 크루이프이즘과 크루이프 시스템
인간 크루이프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굉장히 갈릴 만 하지만, 이 사람의 축구적 업적에 대해서는 아마 축구팬이라면 거의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선수로서는 토탈 풋볼의 핵심으로 활약하며 월드컵 트로피가 없음에도 시대의 아이콘으로 꼽힐 만큼의 대천재였으며, 감독으로도 그의 은퇴 이후 한동안 사장되었던 토탈 풋볼을 부활시키며 아리고 사키와 함께 현대 축구를 탄생시킨 장본인이니까요. 아리고 사키의 '사키이즘'처럼 크루이프의 축구 철학에도 '크루이프이즘'이라는 명칭이 붙었습니다. 이 크루이프이즘의 아이덴티티는 '볼 소유권'입니다. 토탈 풋볼의 적통답게 크루이프는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었으며,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볼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명제를 본인 축구의 기본 전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수비 라인을 높게 끌어올리고, 삼각형 개념을 도입했죠. 높은 수비라인은 볼을 뺏기더라도 최대한 높은 위치에서 재탈취하여 수비 시간을 줄이게끔 해주었으며, 삼각 대형은 그의 선수들에게 어렵지 않게 짧은 패스를 주고받을 수 있게끔 만들었습니다. 삼각 대형에 기반한 연속적인 짧은 패스는 그의 팀에게 높은 포제션 수치뿐만 아니라 다른 장점도 제공했는데, 바로 체력적인 우위입니다. 압박에서 기인하는 토탈 풋볼의 체력적 약점을 크루이프의 스승인 미헬스는 이를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며 휴식을 취하는 식으로 해결했는데, 크루이프는 이를 한번 더 이용하여 그의 팀에게 볼을 끊임없이 돌리게 함으로서 볼을 쫓아다니는 상대팀을 지치게 만들었죠.
이처럼 삼각 대형은 크루이프이즘을 실현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론이었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크루이프는 다양한 대형을 실험합니다. 초창기에 사용한 포메이션은 4-3-3입니다. 4-3-3은 전 선수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어 공수간의 단절이 일어날 가능성도 적은데다 빌드업 시 가장 중요한 위치에 홀딩이 배치됨으로서 상당히 효율적으로 빌드업이 가능합니다. 허나 크루이프는 센터백 두명이 플랫 라인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빌드업 시 한명이 잉여자원이 될 수 있다는 약점을 파악하고 새로운 포메이션을 만들어 냅니다. 그것이 바로 위에 언급한 '크루이프 시스템', 맨양어선 선장인 반 할은 3-3-3-1이라고 칭하는 다이아몬드 3-4-3 포메이션입니다.

4-3-3에서 센터백 한명을 끌어올려서 완벽하게 균형잡힌 선수 배치를 이끌어 낸 이 포메이션은 딱 보기에도 상당한 수의 삼각형을 만들 수 있으며, 매우 효율적으로 공간을 커버할 수 있습니다. 특히 메디아푼타와 피보테에게는 대충 그려도 6개나 되는 선택지가 놓여 있는데, 이는 이들을 기반으로 게임을 풀어갈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크루이프의 드림팀에서 이 위치는 라우드럽과 펩 과르디올라의 위치였죠. 이들이 당대 최고의 미드필더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에는 이러한 전술적 배치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크루이프이즘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blog.naver.com/wakano4/90154871107 이 글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2. 경기 리뷰

양팀 전형입니다. 홈팀인 로마는 여전히 훌륭한 펄스 나인인 토티를 중심으로 상당히 공격적인 형태로 3톱을 배치한 4-3-3을 들고 나왔습니다. 뮌헨의 포메이션이 상당히 참신한데,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3-5-2로 표기했지만 저는 3-4-3으로 표기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봅니다. 수비 시에는 초록색 선을 기준으로 플랫형 3-4-3과 비슷한 형태를 형성했으며, 공격 시에는 노란 선처럼 3-3-3-1, 즉 다이아몬드 3-4-3을 형성했으니까요.

<빨간 원이 괴체와 데 로시. 괴체는 볼이 로마 진영에 있을 땐 데 로시를 마크했으며, 볼이 뮌헨 진영으로 넘어와서야 퍄니치를 상대했다.>

<로벤이 뮐러와 스위칭을 가져간 모습. 로벤은 수비 시에는 베르나트처럼 풀백을 마크했지만, 공격 시에는 베르나트와 달리 주로 공격 쪽 선수들과 스위칭을 시도했다.>
일반적으로 3백은 원톱 혹은 3톱 전술에 약한 편입니다. 스토퍼 두명과 스위퍼 한명으로 구성된 중앙 수비진이 가운데의 한명만을 상대하게 되어 수적 낭비가 발생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그라운드 다른 곳에서 팀이 수적 열세에 빠지기 때문이죠.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의 뮌헨의 포메이션은 3-3-3-1이었고, 이는 제가 위에서 언급했듯 4-3-3에서 센터백 한명을 끌어올린 형태라 수비 구성이 스토퍼 한명과 풀백 두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때문에 로마의 3톱은 뮌헨의 3백이 1대1로 담당하고, 이는 뮌헨이 볼을 쥔 상태에서도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감독들의 전술적 배치가 대부분 국지적인 상황에서의 수적 우위를 가져가기 위함임을 생각해 보면, 그라운드 전체 판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간다는 것은 압도적인 전술적 승리를 의미합니다. 시작하자마자 한명이 퇴장당한 채 경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실제로도 30분이 되기 전에 사실상 승부가 결정났죠.
이 수적 우위가 가장 잘 드러난 장면은 뮌헨의 빌드업 상황이었습니다. 3백에 알론소가 결합된 빌드업 유닛은 상대의 전방 압박을 완전히 무용지물로 만들었습니다. 흔히들 로마가 알론소를 견제하지 못해서 졌다고 말합니다만, 정확히 말하면 로마는 알론소를, 굳이 알론소가 아니더라도 저 유닛 중 한명은 무조건 견제할 수 없었습니다. 보통은 미드필더 중 한명이 올라와서 알론소를 견제했겠지만, 뮌헨은 알론소 위로도 미드필더가 3명이었거든요. 데 로시는 뮐러가, 퍄니치는 괴체가, 나잉골란은 람이 상대하고 있었으니 오로지 공격진 3명만이 이 빌드업 유닛 4명을 상대해야만 했습니다. 사실상 전반전 거의 모든 장면이 그런 류의 장면이지만, 최대한 추스려봤습니다. 캡쳐본으로 확인하시죠.

<베나티아가 볼을 잡고 전진하고 있다. 뒤에서 토티가 견제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오는 중.>

<3초 뒤 상황. 이미 수비진에 8명이 내려앉은 상황에서 토티까지 내려가니 알론소와 보아텡을 견제할 사람이 없다.>

<빨간 원이 알라바. 견제하는 선수가 주변에 아무도 없다. 이를 견제해야 할 이투르베는 베르나트를 쫓아 저 밑으로 내려간 상태(까만 원).>


<알라바가 드리블로 전진하는 장면들.>

<알론소가 하프라인을 넘어선지 한참인데도 아무런 견제가 없다.>

<토티가 알론소를 견제하자 완전히 프리상황에서 볼을 받는 보아텡.>

<3초 뒤 상황. 3초동안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았다. 심지어 드리블로 전진하고 있는데도 아무도 따라붙지 못한다.>

<완전히 프리한 상태의 보아텡.>

<노이어가 보아텡에게 볼을 건네고 있다. 토티가 견제하기 위해 쫓아가고 있고, 이투르베는 베나티아와 알론소 둘중 누구를 견제해야 할지 몰라 멀뚱멀뚱하는중.>

<알론소가 볼을 받자 이번엔 알론소를 견제하러 오는 토티. 이투르베는 마크를 포기하고 넘어오는 패스를 끊기 위해 자리를 잡고 있다.>

<토티가 보아텡 쪽을 막으며 견제를 들어오고 있고 베나티아는 볼을 주기 좋지 않은 위치다. 그러자 추꾸천재 람이 포켓 플레이를 위해 내려오고 람에게 볼을 전달하는 알론소.>

<람은 완전히 프리상태인 보아텡에게 볼을 전달한다. 토티는 허탈해하며 터덜터덜중.>

<드리블 치며 전진중인 보아텡. 역시 견제가 없다.>

<볼을 잡은지 5초나 지난 상황. 5초 동안 본인 진영에서 드리블을 치는데 아무런 견제도 못한다. 안전하게 베르나트에게 볼을 전달하는중.>

<이번엔 네번째 골 직전의 상황. 알라바가 프리상태의 보아텡에게 볼을 넘겨주고 있다. 토티는 알론소를 마크 중.>

<보아텡에게 볼이 넘어가자 토티가 보아텡을 견제하러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제르비뉴는 알론소를 견제 중.>

<그러자 보아텡은 다시 알라바에게 볼을 전달. 알라바의 앞쪽엔 허술하게나마 저지선이 형성되어 있다. 그러자 마크맨인 데 로시의 눈을 피해 앞쪽으로 쇄도하는 괴체. 레반돕은 괴체의 쇄도를 보고 볼을 받기 위해 내려온다.>

<이때 레반돕의 마크맨이었던 마놀라스는 괴체의 쇄도를 막기 위해 후퇴 중. 레반돕은 완전한 프리 상태에서 볼을 받는다. 뮐러가 냄새를 맡았는지 마놀라스 등 뒤 방향으로 침투.>

<뮐러가 대각선 방향으로 침투하자 텅빈 중앙 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콜이 중앙으로 이동하는 중. 이때 로벤의 움직임을 체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레반돕은 완전히 프리상태인 로벤을 향해 스루 패스.>

<콜이 뒤늦게 돌아서보지만 탄력이 붙은 로벤에게 상대가 되지 않을 듯 하다.>

<예상대로 로벤이 빨랐고, 1대1에서 강슛으로 마무리.>
전반 30분도 안되서 4:0이 된 시점에서 이미 게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후반전이 남아있었기에 뤼디 가르시아 감독은 대책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그 대책은 포스트플레이어이자 플레이메이커인 토티와 빠른 윙어자원인 플로렌찌의 교체였습니다. 더불어 4-4-2, 엄밀히 말하자면 4-4-1-1에 가까운 포메이션을 꺼내들었죠. 이는 볼 점유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포기하는 선택이었습니다. 잘하는 것과 잘하는 것끼리 붙어서는 도저히 답이 없으니, 우리가 잘하는 걸 포기해서라도 상대가 잘하는 것을 못하게 하자는 의도였지요.
이러한 형태 변화는 뮌헨에게 4백 전환을 강제하는 것이었습니다. 공격형 3톱을 상대할 때는 수비수 세명이 한명씩 맡으면 되었지만, 이젠 2톱을 상대하는 만큼 잉여자원이 한명 생기고, 이는 어딘가에서 수적 열세가 일어난다는 의미가 되죠. 뮌헨에게 그 어딘가는 베르나트와 로벤 한명씩만이 배치된 측면이었고, 때문에 뮌헨은 베르나트를 아예 수비라인까지 끌어내리고 베나티아를 우측 풀백으로 돌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더불어 로마는 수비 라인을 뒤로 약간 물리고 압박 강도도 좀 낮췄습니다. 이는 상대를 끌어들인 후 빠른 측면 자원을 통해 역습을 시도하기 위함이었죠. 여기서 특이한 건 압박 강도는 낮췄지만 미들진과 공격진의 압박 라인은 비교적 그대로 유지한 것인데, 어차피 4선에서 3선으로 전환한 김에 저지선을 단단하게 구축해서 상대의 공수 분리를 유도하기 위함이었죠. 로마 선수들은 패스가 넘어갈 길목을 지키면서 적당히 압박을 가했고, 특히 제르비뉴와 퍄니치 라인은 알론소 근처에서 어슬렁대면서 센터백의 알라바와 보아텡이 쉽게 알론소에게 패스를 하지 못하도록 방해했습니다.

<이렇게>

<알론소에게 주려고 하자 퍄니치가 바로 달려들 준비를 한다.>
이는 꽤 성공적이어서, 뮌헨 수비진이 롱패스를 자주 시도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또한 전문 풀백이 아닌 베나티아는 로벤을 돕는 데 미숙해서 로벤을 통한 1대1 매치업도 자주 시도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뮌헨엔 훌륭한 포스트플레이어인 레반도프스키가 있었지만, 로마 수비진이 레반돕을 꽤 거칠게 다루면서 플레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데 로시와 나잉골란이 부지런히 세컨볼을 받으려는 뮌헨 2선 선수들을 방해했습니다. 슬슬 공수가 분리되려는 조짐이 보이자 펩은 뮐러를 빼고 전문 풀백인 하피냐를 투입하며 알라바를 끌어올려 아예 4-3-3으로 전환을 꾀했습니다. 그러나 중원 장악력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로마에게 실점까지 허용합니다.

<알론소가 볼을 잡고 돌아설 준비를 한다. 라이트백 하피냐가 볼을 받기 위해 중앙으로 들어오는데, 이는 중원에서의 수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펩이 종종 시도하는 전술적 선택.>

<그러나 알론소가 주자마자 나잉골란이 눈치를 채고 커트를 위해 달려오고 있다. 볼 주변은 6대5로 로마가 오히려 수적으로 유리한 상황.>

<볼 경합이 발생했고, 부정확하게 흐른 볼에 가장 빨리 반응한 건 데 로시.>

<데 로시는 원터치로 왼쪽 빈 공간을 공략했고, 이를 받기 위해 뛰어가는 건 플로렌찌.>

<플로렌찌가 아무 견제 없이 쭉쭉 전진하고 있다. 나잉골란이 플로렌찌 뒤로 부지런히 돌아나가는 중.>

<바이탈 존에 진입. 플로렌찌는 왼쪽으로 돌아나간 나잉골란에게 스루 패스를 시도한다.>

<나잉골란의 크로스. 중앙엔 제르비뉴가 노마크 상태.>

<제르비뉴의 헤더로 마무리.>
그러나 로마의 저항은 여기까지였습니다. 전반전에 받은 육체-정신적 피로가 너무 컸던 까닭이죠. 펩은 아예 레반돕을 빼고 펄스 나인을 꺼내들었고, 교체되어 들어온 리베리와 샤키리는 지친 로마 수비 사이를 마구 휘저으며 두골을 더 기록했습니다. 이 경기 로마의 팀 활동량은 겨우 100.9km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전 두 경기에서 기록했던 109.3km와 105.8km에 비하면 확연히 적은 수치였습니다. 뮌헨은 109.3km를 기록했는데, 거의 10km를 더 뛰었음에도 뮌헨 쪽이 끝날 때까지 훨씬 팔팔했던 것을 생각하면 로마의 정신적 피로도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만 합니다.
3. 총평
로마도 토탈 풋볼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상당히 진보적인 팀이지만, 토탈 풋볼의 완성도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공수 간격이 뮌헨보다 넓다 보니 볼 점유가 원하는 수준만큼 되지 않았으며, 적극적인 압박을 통해 빌드업을 방해해 보려 해도 수적-기술적 열세에 공연히 힘만 빼는 상황이 반복되었죠. 적어도 전반엔 로마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로마가 딱히 못했다기보다 뮌헨이 그만큼 완벽했습니다. 감히 크루이프이즘의 완성을 논할 정도로요. 저는 크루이프의 드림팀을 라이브로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제가 이 경기 전반전을 보며 받은 충격이 크루이프의 팀을 보며 당시 사람들이 받았던 충격보다 작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축구가 선수 시절 크루이프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베켄바우어의 팀 바이언에서 나왔다는게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겠죠. 지난 시즌에 펩을 자주 깠었던 베켄바우어가 이 경기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개인적으론 궁금하네요.
각설하고, 뮌헨은 지난 시즌보다 확실히 강해졌습니다. 미드필드의 리더 역할을 할 슈바이니를 잃어서 어떻게 대처할 지 궁금했는데, 알론소가 슈바이니 이상으로 잘해주는 듯 하네요. 알론소의 약점을 커버해 줄 선수들도 많은데다 감독이 선수시절 알론소와 가장 흡사한 스타일이다보니 확실히 돋보입니다. 물론 젊은데다 스스로 압박을 헤쳐나오는 능력이 훨씬 좋은 크로스를 얻은 우리팀이 결코 손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지만, 지금까지는 팀의 운데시마 도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 같은 느낌이네요. 아직까진 난공불락인 두줄 수비에 대한 해답도 뮌헨이 내놓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아틀레티코랑 한번 만났으면 아무튼 이 길고 긴 뻘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네요. 내일 엘 클라시코에 놀랄 만한 라인업을 들고 온다는데, 꼭 멋진 경기 해서 캡쳐본 100장쯤 되는 글 쓰게 해주길 바랍니다.
댓글 17
-
온태 2014.10.25에고 사진이 너무 크네요. 혹시 사진 크기 맞추는 법 아시는 분은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CR.7 2014.10.25댓글은 당신의 인격입니다.
-
박초롱♥하에로 2014.10.25*아침부터 로그인 하게 만드시네......추천 살짝 박고 갑니당
그냥 가면 또 글의 정성에 비해 너무 성의 없으니 제가 느낀점을 간단히 말해보자면
첫째로 로벤이 윙백으로도 뛸 수 있는 선수구나 라는 것이 상당히 인상적 이였습니다. 상당히 낮은 곳까지 지속적으로 내려오면서 수비에도 가담하고 공격할 땐 기존의 자신의 역할을 그대로 수행하는 것을 보니 요 영감탱이도 언제까지 발전할 지 정말 궁금하더군요.
둘째는 바연의 전술적 완성도도 높았지만 선제골 이후 로마의 압박이 너무도 허술한 것 같았습니다. 말은 쉽겠지만 상대 삼각형이 많을수록 블럭을 단단히 형성하여 소위 요즘 해설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인 \'존 디펜스\' \'존 프레싱\' 즉 지역 방어와 블럭 전체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한 압박 형태를 취해야 더욱 효율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데 로마는 그런 모습을 단 한 번도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아 너무 아쉽더군요. 그래도 중원의 완성도가 높은 팀에다가 가장 인상적인 언더독으로 꼽혔던 팀인데 윗선에서 부터 맨마킹에 가까운 프레싱을 보여준 로마의 입장에선 너무 허술하고 무리한 대응책을 내놓았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전반만 봤을 때......아약스 대 발싸 보느라 ㅠㅠ)
차라리 제르비뉴와 이투르베 둘 중 한 명을 미드 라인에 결부시켜 수비진과 블럭을 형성하고 토티와 포워드는 중앙선 바로 앞 라인부터 유기적으로 알론소 압박과 상대의 패스길에 포지셔닝만 하는 압박으로도 충분히 삼각형 대형의 형성과 패스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방해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설명해주신 로벤의 득점 장면에서 미드진과 수비진 사이 공간에 바연 선수가 4명이나 위치하는 상황과 알라바의 이지 패스를 그대로 허용하는 터무니 없는 실수는 하지 않았을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토니와 알론소의 스왑딜처럼 형성된 이번 여름이적시장은 개인적으로도 팀의 장기적인 면을 봤을 때도 손해라기 보단 이득에 가까운 장사였지만 현시점에선 알론소의 커버 능력을 탑재하지 못한 토니 크로스는 조금 아쉽기도 하네요. 토니가 앞으로도 중원에서 이런 식의 플레이를 펼친다면 정말 확실한 파트너 (ex 나잉골란!?) 같은 선수가 필요할텐데 이번 시즌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다음 시즌 시작할 때까진 홀딩롤에 플레이스타일을 최적화 시켰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펩의 알론소 영입은 그의 축구의 완성도를 확실하게 높여주는 것 같더군요. 오히려 슈슈의 부상이 신의 한 수가 아니였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한 가지 지엽적인 예를 들어서도 그의 전술적 유틸을 설명할 수 있는데 3백 형성에서 스토퍼로서는 전진하는 빈도가 잦고 공격적 성향이 강한 알라바는 반대로 팀의 압박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데 이 알라바의 전진으로 생긴 공간들을 알론소가 너무도 적절한 타이밍에 지속적인 커버를 이뤄내는 것을 보고 확실히 알론소 요 늙은이가 얼마나 대단한 선수인지를 깨닫게 해주더군요. 람의 부담을 덜어줌과 동시에 람과의 시너지는 중원의 완성도를 두단계 정도는 높여준 느낌.
마지막으로 베나티아의 영입은 바연의 수비진의 양질을 동시에 높여준 좋은 영입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3백 형성에서 가장 불안했던 단테의 단점을 베나티아가 완벽히 보완했으며 단테는 4백에선 여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이기도 하니까요.
아무튼 좋은 글 정말 재미있게 아침부터 잘 읽고 갑니다!!!
저도 엘클 리뷰는 쓸까 말까 심각하게 고민 중인데 이기면 쓰고 지면 잠수 타야겠네요....ㅋㅋㅋ (잠 두 시간 정도 덜 자고 쓸만한 가치가 있는 경기가 되었으면..) -
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14.10.25@박초롱♥하에로 재밌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ㅎㅎ 다만 저는 로마가 선택할 방법도 선택할 시간도 없었다고 생각해요. 홈에서 10분도 안되어 한골 얻어맞았다고 본인들의 메인 플랜을 바로 수정할 수도 없었을 테고, 재정비하고 다시 게임 해보려는 시도도 채 15분을 넘기지 못했죠. 2번째 골부터 4번째 골까지 걸린 시간도 8분밖에 되지 않았고요. 세리에 경기를 매번 챙겨보는 건 아니지만 로마보다 세련된 팀은 없을테니 평소에 두줄 수비에 대한 훈련이 되어있지도 않았을 테니 바로 전술 변화를 가져가는 것도 불가능했죠. 그나마 후반전의 대응은 상당히 좋았지만 벌어진 격차를 메울 정도는 아니었고요.
-
7번라울 2014.10.25겁나 멋집니다.좋은 글 읽고나니 기분이 좋네요 ㅋㅋ
-
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14.10.25@7번라울 어휴 감사합니다ㅎㅎ
-
CR7Madridista 2014.10.25이경기를 보고 펩은 정말 천재라는걸 느꼈네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14.10.25@CR7Madridista 펩도 크루이프처럼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릴 지 몰라도 축구 내적으로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현 축구판에서 가장 진보적인 전술 운용을 가져가면서도 성적까지 넘사벽으로 내고 있으니...
-
이스코_23 2014.10.25좋은 글이네요 잘 보고 갑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14.10.25@이스코_23 감사합니다~
-
백의의레알 2014.10.25덧붙이자면 3백이지만 알론소는 저 3백들과 거의 동일 선상에서 플레이를 할 때가 많았죠. 공격 가담 횟수가 상당히 적었음... 마치 스위퍼처럼요... 물론 로마의 전방 압박이 헐거웠던 것도 있지만 알론소의 위치를 극단적으로 아래로 내림으로써 상대 압박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게 하고 그게 좋은 경기력으로도 이어지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14.10.25@백의의레알 알론소가 뮌헨에서 리베로의 냄새를 풍기는 건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기본은 홀딩이죠. 내려가서 볼을 받는건 홀딩의 기본기 중 하나고 이건 우리팀에서도 자주 시도하던 움직임이었죠. 볼터치한 위치와 활동 영역을 기준으로 선수들의 포지션을 표시해주는 후스코어드의 player positions 항목을 보더라도 알론소는 전형적인 홀딩 위치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
디마리아 2014.10.25스압이 전혀 스압이 아닐정도로 너무 재밌게 봤네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14.10.25@디마리아 감사합니다ㅎㅎ
-
호렌지캬라멜 2014.10.25좋은글은 ㅊㅊ
-
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14.10.25@호렌지캬라멜 고마워용!
-
Raul 2014.10.27진짜 늘 배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