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후기
큰 그림을 보면, 오늘 결과는 다분히 운이 없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경기 준비도 정말 잘 했고, 한두 선수를 제외하면 맡은 역할을 대부분 잘 수행했습니다. 부분부분 따지면 아쉬운 장면들이 없다고 말하긴 힘듭니다만, 한두 선수의 큰 실수나 전술적 미스에 의한 패전이 아니라는 점, 가능성을 충분히 봤다는 점에서는 지난 경기보다는 훨씬 기분이 덜 나쁜 패배였네요.
아틀레티코의 중앙 블록을 깨는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에, 가장 좋은 해법은 측면에서 1대1 매치업을 통해 상대의 두줄 수비에 균열을 일으키는 것이었습니다. 이미 지난 시즌에 디 마리아를 통해 증명한 바 있지요. 문제는 1대1 상황을 어떻게 유도할 것인가였는데, 안첼로티의 답은 게겐 프레싱과 하메스,호날두의 자유로운 위치 이동이었습니다.
아르비를 미들 라인으로 끌어들이고, 모드리치를 중앙 왼쪽 필드로 이동시켜서 모드리치-크로스-아르비 라인을 센터백 앞쪽에 배치시켰습니다. 이들은 역습을 시도하는 상대의 2선에게 상당히 밀착해서 압박을 시도했고, 특히 측면 뒷공간으로 볼이 빠지지 못하도록 많은 신경을 썼습니다. 운이 좋은건지 예상이 적중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상대 선발에 드리블로 빠르게 볼을 전진시킬 선수도, 측면으로 돌아나가는 움직임에 능한 선수도 없었기 때문에 상대를 완전히 가둬놓고 팰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론 디에구 코스타가 빠져나간 아틀레티코의 가장 큰 약점이 전자에 언급한 부분이 아닌가 싶은데 어떻게 대처할 지는 좀더 지켜봐야겠죠.) 이 과정에서 하메스는 상대의 중앙 미드필더들이 쉽게 전진하지 못하도록 그 사이에서 위치를 잡고 있었으며, 볼 탈취 이후엔 순간적으로 만들어진 빈 공간을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상대 수비를 흔들었습니다. 볼이 왔을 땐 수비와 1대1 매치업을 펼칠 수 있는 동료에게 간결하면서도 정확히 연결해줬구요. 볼을 전달하고 나선 1대1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동료 근처에 접근해서 수적 열세에 빠지지 않게 했습니다. 호날두는 좀더 드리블하기 편한 우측면으로 자주 이동했으며, 주변 선수들의 배려에 힘입어 1대1에서 상대 수비들을 완전히 압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골밖에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은 큰 불안 요소였고, 상대는 투란 투입시점까지 거의 역습을 포기하고 블록을 지키는데에 전념하며 우리의 체력을 빼놓았습니다. 전방압박이 점차 느슨해지자 아틀레티코는 투란과 그리즈만을 투입해 우리의 우측면을 계속 노렸고, 그나마 수비는 괜찮게 해주던 베일을 뺀 우리팀은 아르비를 우측으로 뺄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앙 블록이 파괴되니 더이상 공격에서 유효한 상황을 만들 수 없었고, 게임을 내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글이 길어졌지만 수미에 대해서 좀 얘기하자면, 저는 이번 경기에서의 크로스가 알론소보다 못한 게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경기에서 제기됐던 문제를 거의 다 해결한 모습이었고, 알론소보다 훨씬 능숙한 압박 대처 능력을 발휘해 만주키치를 무장점 선수로 만들기도 했죠. 후반 간격과 밸런스에서 발생한 문제는 게겐 프레싱을 선택한 데 따르는 체력 부담과 상당한 수비 기여도를 보여주던 베일의 부재에서 원인을 찾아야지, 크로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건 너무 가혹한 처사라고 생각해요. 알론소가 과거의 다비즈나 마켈렐레처럼 어마어마한 커버 범위를 자랑하던 선수가 아니었으니 더욱 그렇고요. 알론소를 그리워할만한 유일한 상황은 미들에 플랫 라인을 형성했을 때의 역할 분담인데, 비록 이 상황에서 두경기 연속으로 문제가 일어나긴 했지만 이는 엄연히 호흡의 문제라는 점에서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할 얘긴 많았는데 사진 붙여가며 긴 후기 쓰기는 귀찮아서 짧은 후기란 제목에 맞게 최대한 줄여보긴 했는데 그래도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네요. 본의 아니게 제목 낚시가 된 것 같아 죄송스럽네요.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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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민 2014.09.14음 다른것도 문제지만 시즌초 제일 기대했던 베일이 최악인지라... 여러모로 걱정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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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14.09.14@한지민 저도 영 맘에 안들기는 한데, 우리팀 측면 자원들 중에선 체력도 가장 좋고 수비도 가장 잘 하는 친구라 밸런스 생각하면 빼기 어렵지 않을까 싶네요. 얼른 몸에 적응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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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타 2014.09.14일단 온태님 글은 ㅊㅊ / 그리고 지금 안감독이 구상하는 작년과는 다른 시즌 운영의 키는 말씀처럼 결국은 호흡문제라 쉽게 말하자면 중반이후쯤에는 꽤 괜찮은 모습을 보일거라고도 말할 수 있겠죠. 이걸 반대로 말하면 적어도 리그 초반 수경기는 지금같이 후반전에 무너질 불안감도 같이 있다고도 말 할 수 있겠구요. 어느 시점에 안정기에 접어 들것인가가 문제기도 하고, 초반 잃어 버린 승점이 작년처럼 발목을 잡을거라는 예상은 뭐 충분히 가능한 부분이죠. 저는 이런 부분은 상당히 재밌게 보고있는 회원으로써, 올 시즌 운영에 나름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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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14.09.14@파타 저도 지금의 부진이 썩 나쁘다고만 생각하진 않네요. 어느 팀이든 시즌 내내 한두차례의 고비가 없을 수는 없고, 차라리 초반에 싹 앓고 가는게 더 좋을지도 모르는거죠. 단지 너무 길어지지 않기만을 바랬는데 오늘 경기에선 충분히 가능성도 본 것 같구요. 좋은 댓글과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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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ridraul 2014.09.14*전반전 경기력만 놓고 보면 질 경기는 절대 아니었는데 말이죠 ㅠㅠ
글 잘봤습니다! ㅊㅊ -
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14.09.14@madridraul 추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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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또띠 2014.09.14판은 정말 잘짜왔는데 결국 넣어줘야할때 못넣은게 패인이라면 패인이겠네요. 벤제마는 정말 까여야 되고.. 베일은 그때 말씀하신 헐크보다 못하네요. 헐크는 열심히라도 뛰는데 진지하게 선발제외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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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14.09.14@구또띠 이러한 방식을 시즌 내내 가져갈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하메스의 기용이 이전 시즌에 벤제마에게 가해지던 부담을 일정 부분 덜어주니 좀더 파괴자적인 면모를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오늘은 좀 아쉽긴 했네요. 그렇다 하더라도 치차리토 투입 이후에 제대로된 볼 투입 한번 안되는거 보면 빼기는 힘들 것 같고, 헤세와 카르바할이 돌아오면 좀더 완전한 모습을 갖추지 않을까 싶어요. 케디라도 꽤 도움이 되리라 보구요. 같은 관점에서, 베일도 헤세 복귀 이전까지는 빼기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어찌됐든 커버 범위는 상당한 편이고, 이게 밸런스에 꽤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거든요. 90m짜리 수비형 윙어라니 참... 얼른 폼 찾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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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2014.09.14온태님 글은 일단추천ㅋㅋㅋ
AT상대할때는 하메스가 꼭 있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지난시즌처럼 433을 쓸때는 AT의 버스 2대를 제대로 깨지 못했는데, 하메스가 있으니 버스 2대 사이의 간격을 공략하기 더 쉽더군요. 오늘 경기는 결정력이 부족해 결과가 아쉬운데, 갓첼로티님을 믿고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
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14.09.14@프레디 하메스 개인의 움직임도 상당히 좋았지만, 하메스가 움직일 공간을 만들기 위한 전술적 안배가 참 돋보였네요. 하메스에게 고마우면서도 약간 걱정되는게 클래식 플레이메이커 유형의 선수가 수비 마인드가 확실하게 박혀있다는 점인데, 이 때문에 체력적인 문제를 겪는 것 같더군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면 이것에 대한 대책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슾니다. 추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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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RO 2014.09.14*공감이 되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전반 이른 시간에 실점을 한 뒤 강도 높은 프레싱을 펼치고 그리 콤팩트 하지 않은 간격을 두고도 위아래 좌우로 스위칭과 스프린트 플레이를 펼치는 것을 보고 A매치도 뛰고 온 애들이 이러다가 후반에 나가 떨어지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체력적 부담감을 이기지 못한 것 같아 아쉽네요.
안첼로티 감독님 부임 후 가장 인상깊었던 것이 압박 전술을 굉장히 유동적으로 혼용한다는 것이 였는데 오늘도 전반 흐름 탔을 때 결정 지어줬다면 안첼로티 감독님 특유의 프레싱 바소에 가까운 프레싱 미디오 전술 형태로 지키는 경기 하면서 좋은 결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결정력에 대한 아쉬움이 조금 남네요.
추천하고 갑니다!
아 그리고 짧은 후기 시리즈 쭈욱 해주시는걸로~ -
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14.09.14@JAERO 카르바할이나 케디라가 있어서 압박과 커버 범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면 최소한 지진 않았을거라 보는데 그런 부분에 능한 선수가 죄다 나가떨어진게 참 아쉽네요. 짧은 후기는 아마 제가 챙겨본 경기는 거의 다 쓰지 않을까 싶네요. 재밌게 읽어주시는 분들껜 그저 감사할 뿐이에요. 추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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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ees 2014.09.14저는 윗분들처럼의 식견은 없어서 조용히 추천만...
온태님 짧은후기 기다렸습니다 잘보고가요 -
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14.09.15@Pnees 좋게 봐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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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보 2014.09.15베일은 벌크업을 대체 왜 했나 모르겠네요.. 작년 몸이나 토트넘 당시의 몸도 충분히 근육질이고 밸런스도 잘 잡혀있어서 치달시 경합이 붙어도 잘 밀리지 않는 느낌이들어서 참 좋았는데 근육늘고나서는 민첩성이나 유연성이 엄청 떨어진것같네요. 경합상황에선 힘은 세졌는데 어딘가 밸런스가 깨진 느낌이라 치달시 마치 날두처럼 변한듯.. 경합하면 금방 넘어질거같은 상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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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directory_arrow_right 온태 2014.09.15@키에보 이미 벌어진 일이니 어쩔 수 없지 싶으면서도 지켜보는거 이외엔 마땅히 생각나는 대안이 없다는게 참 답답하네요. 공 없이 뛰어드는 상황에선 이득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베일에게 그런 역할을 요구하기엔 미들 라인에서의 커버 부하가 너무 커져서 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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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 2014.09.15베일때문에 골치아프네요 도대체 왜 이지경이 된거지.. 좀더 지켜보기야 해야겠지만 계속 이런식이면 큰일이네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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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ul 2014.09.15늘 잘보고 갑니다 ㅎㅎ 베일이 진짜 폼 좀 빨리 올라와야할텐데...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