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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

짧은 후기

온태 2014.09.01 18:43 조회 2,374 추천 11
시작은 너무나도 완벽했습니다. 어설프게 물러난 상대에게 우리의 기술 좋은 선수들은 저승사자 수준이었고, 그렇게 두들겨 패는 과정에서 결과물도 두개나 얻어냈죠. 다만 골이 들어간게 극초반이었던 만큼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오리라는 것이 자명했음에도 그에 대한 대처가 없었다는 게 많이 아쉽네요. 아니 없었다기보단 몇가지 있었는데도 영 시원찮았다고 말하는게 맞겠죠. 골을 더 넣어서 그로기에 빠트리지도 못했고, 블록을 단단하게 지켜서 지치게 만들지도 못한거니까요.

포메이션은 기존에 쓰던 것과 거의 똑같았습니다. 이스코가 하프윙이었고, 하메스가 우측에서 종으로 넓게 움직이는 역할을 맡았죠. 수비 시에는 4-4-2로 전환했는데, 앞쪽 블록이 형편없었습니다. 하메스는 그 넓은 폭을 커버할만큼의 스피드와 체력을 갖춘 선수가 아니었고, 때문에 종종 앞쪽 블록이 수적 열세에 놓였습니다. 그런 장면들에선 알론소가 생각나긴 하더군요. 알론소 역시도 넓은 커버 범위를 갖춘 선수는 아니지만, 시야와 예측력을 바탕으로 다른 선수들을 컨트롤하는 능력은 도가 튼 선수였으니 수적 열세에서도 더 효율적인 수비 형태를 갖출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그나마 그런 역할을 기대할 수 있던 모드리치는 하메스와 가장 가까웠기 때문에 그거 커버하느냐 정신이 없었죠.

사실 제가 정말 까고픈 선수는 토니 크로스네요. 볼 흐름을 주도하는 상황에서의 빌드업 리딩이나 한방에 방향전환을 시켜주는 능력은 대단하지만, 블록을 형성했을 때의 커버 범위나 적극성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그나마 이것 뿐이면 다행인데, 가장 큰 문제는 주변 선수들에게 과부하를 유발했다는 것입니다. 공을 받아주는 움직임이 좀 부족하다는 평가를 듣는 선수였는데, 그 평가대로 포켓 플레이에 소극적이어서 센터백들이 압박에 자주 노출되었고 때때로 주변 선수들의 커버 범위를 생각하지 않고 전방압박에 참여해서 수비 앞쪽을 텅 비워놓기도 했었죠. 이 과정에서 가장 고생한 게 모드리치입니다. 모드리치는 크로스를 대신해 포켓 플레이도 해야 했으며, 주변 선수들이 멋모르고 전진할 때마다 그 공간을 거의 혼자 커버해야 했습니다. 그게 주 역할이 아닌 선수임에도 불구하구요. 센터백들도 커버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서 고생했는데 공을 쥔 상태에서도 압박에 계속 노출되니 더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습니다. 크로스가 좀더 부지런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문제들이죠.

물론 장점이 상당히 뚜렷하고 위력적인 선수이기에 빼는건 상상하기 힘들었고, 때문에 볼을 받아주는 움직임에선 역시 별 장점이 없는 이스코를 빼고 케디라나 이야라를 투입하거나 하다못해 하메스보다 커버 범위가 더 넓은 베일을 우측면으로 옮겨야 하지 않나 싶었는데 변화를 주지 않았고, 결국 역전을 허용했습니다. 뒤늦게나마 다 지친 모드리치를 빼고 케디라를 투입했지만 뭔가를 기대하기엔 너무 늦은 시점이었죠.

원래는 이케르 얘기도 좀 하려고 했는데 그러면 지금도 어색한 짧은 후기란 제목이 더 어색해질뿐더러 쭈닝요님 글을 읽으니 일리있는 말씀 같아 다음에 할 얘기가 생기면 그때 몰아서 하는 걸로 할게요. 결코 짧지 않은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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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7

arrow_upward 치차리토 등번호는 14번?! arrow_downward 사실 저는 하메스 보다 베일에 대한 실망감이 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