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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체일요일 5시

정말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시즌이 될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풉니다!

noname 2014.07.23 23:27 조회 2,433 추천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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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오래 전부터 마드리드를 서포팅했습니다만, 사실 요 근래 몇년 들어서는 다른 팀들의 경기에 더 눈길이 간 것도 사실입니다. 마드리드의 경기는 당연히 챙겨보지만, 뭐랄까 이건 정말 내가 팬이기 때문에 챙겨보는 기분이 강했어요. 전술적인 흐름을 따져보면서 본다기 보다는 그냥 동네에서 막걸리 한 잔 하며 축구를 보는 그런 아저씨의 시각이 된다고 해야하나요. 공수전환, 수비 밸런스, 압박선의 위치 이런거 다 모르겠고, 그냥 와 호날두 쩐다... 모드리치 하악하악... 이런 느낌 있잖아요. 머리를 쓰려고 하기 보다는 진짜 그냥 감정이 앞서는, 그런 상태로 경기를 많이 보게 되더라구요.

그에 반해 BVB나 세리에 경기를 볼 때는 오히려 더 차분한 마음으로, 약간은 더 분석적인 시각으로 보게 돼요. 골을 넣었다고 소리치고 날뛸 이유도 없고 그냥 요모조모 뜯어보고, 한 경기 내내 몇몇 선수의 움직임만 훑는 사치를 부려보기도 하고.. 그래서 지난 시즌 마드리드의 전술에 대해서 얘기를 하자면 끝도 없는 구멍이 송송 뚫리는데 BVB의 특이한 스타일 얘기는 술술 나오고.. 요근래 몇년 들어서는 그렇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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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실 호날두/알론소라는 확고한 스타일의 핵심 멤버를 보유하게 된 이후로 팀 전술에 대한 시선이 어느정도 굳어진 것도 있잖아요. 어떤 점이 문제인지는 모두가 다 알고, 어떤 식으로 보완해야 할지에 대해서 정형화된 몇 개의 선택지도 있고. 게다가 당시 최대의 라이벌은 전술적으로는 1%도 흔들리지 않던 바르셀로나. 어느정도 확립된 파훼법도 등장하고. 센세이셔널한 퍼포먼스는 있었어도 센세이셔널한 전술적 변화는 많이 없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조금 했었거든요. 

그런 생각이 안감독님 부임 이후로 많이 바뀌기 시작했어요.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러셨을 겁니다. 외질이 나가고, 베일과 이스코가 들어오고. 쉽게 상상할 수 없는 그림을 그리기를 강요받은 느낌이랄까요. 초일류 선수들이 면면히 보강됐는데, 이걸 짜맞추기는 참 쉽지 않아 보이고. 정석적인 흐름 내에서는 이렇게 저렇게 그림을 그려봐도 꺼림칙한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고. 아마추어 수준에서 지식을 적용시킬 수 있는 한계는 여긴가, 싶을정도로 막막함을 느낀 적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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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아마추어의 한계에 달해서 느낀 약간의 좌절감이 라 데시마의 환희로 바뀌는데는 채 1년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변형적인 투톱에 감탄하고, 디마리아의 사이드하프스러운 활용에 놀라고, 유연한 스쿼드 관리에 만족하고, 짜여진 틀 안에서 보여지는 좋은 퍼포먼스에 고개를 끄덕이다보니 라 데시마라는 결론과 마주하게 될줄이야. 덕력이 짧아서 그렇겠습니다만, 축구란 것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게 된 이후로 이만큼이나 대단한 기분을 느껴본 적은 처음이였습니다. 감성과 이성 양면에서 탄복하기를 멈출 수 없는 시즌이였구요.

그래서인지 다가오는 시즌을 준비하는 기분이 묘합니다.

크루스와 하메스가 들어오고, 아마 또 누군가는 떠날겁니다. 밸런스 측면에서 의문이 들기도 하고 선수단 분위기 측면도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의문은 지난시즌 시작 전보다 더 강하게 자리잡았어요. 와, 호날두, 베일, 이스코, 하메스, 헤세? 모드리치, 케디라, 디마리아, 알론소, 크루스? 와 이건. 뭐 어떻게 하려고 하는거지. 불만없이 스쿼드를 끌고 갈 수 있나? 최적의 조합은 대체 뭘까? 의문들이 정말 지독하게도 따라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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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려보면, 제가 마드리드를 처음 서포팅하게 된 시기와도 상황이 참 비슷해요. 첫번째 갈락티코가 절정에서 스러져갈 무렵 마드리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참 신기한건 말입니다. 지독히도 의문들이 따라붙는건 똑같은데, 이번 의문은 불안하지가 않아요. 이러다 시즌을 망쳐버리는건 아닐까 싶은 불안한 의문이 아니라, 이 초일류 선수들을 어떻게 묶어내고 소화할지에 대한 희망적인 의문이 고개를 숙이지 않더라구요. 기대감을 아주 잔뜩 머금은 호기심에 가깝달까요? 

안감독님같은 명장들이 지휘하는 클럽 경기를 본 적은 많습니다. 퍼거슨, 오츠펠트, 하인케스, 카펠로... 그렇지만 이런 느낌은 또 처음 받아봐요. 중원 밸런스? 와, 안감독님은 이걸 어떻게 맞춰낼까. 2선 선발? 와, 안감독님은 누구를 먼저 기용할까. 볼 홀더? 압박선 위치? 공수전환? 이상스레 걱정이 안되요. 기대만 되지. 퍼거슨이 긱스와 플레쳐로 중원을 공백상태로 만들어버릴 때, 약간 초탈해서 '와 저 영감은 뭐 어떻게든 해버리겠구나' 싶었던 느낌과 비슷하달까요. 

정말 재밌게 볼 수 있는 시즌이 될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풉니다. 또 어떤 선수들이 나와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어떤 전술적인 흐름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와서 저를 기쁘게 할지. 이성도 감성도 충분히 흡족하게 만들어주는 시즌이 될 것 같은 기대감에 부풉니다. 지식이 짧은 저는 참여하기 어렵겠습니다만, 훌륭한 안목을 가진 회원님들이 올려주는 글들을 보고 조심스레 제 생각을 맞대보는 재미도 이번 시즌이 가장 좋을 것 같기도 해요. 즐거운 마음으로, 알라 마드리드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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