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 인가 4-3-3 인가 하나가 된 레알 마드리드
이번 뮌헨 전을 통해서 확실히 느낀건, 정말 이제 레알 마드리드가 '하나의 팀'이 되었다는 겁니다.
물론 기반은 페예그리니 감독 하의 과감한 선수 영입과 무리뉴 감독 하에서 쌓은 경험들이겠지만,
그걸 확실히 완성시킨 것은 안첼로티 감독이죠.
안첼로티 감독이 초반에 부임했을 때 주로 쓰던 전술이 4-4-2 였는데 정말 플랫하고 고전적인
4-4-2 느낌이 나고 유기적인 느낌도 없어서 승점도 많이 쌓지 못했고 시행착오를 겪었었죠.
결정적으로 호날두와 이스코의 동선이 많이 겹쳤던 경우도 많았고, 수비진들도 정신줄 좀 놓았고,
베일도 제대로 출장도 못했었고... 그래도 챔스 조별 예선에선 역습전술로 꾸역꾸역 승점 쌓았죠...
라이벌인 아틀레티코와 꾸레는 치고 나가는 데 조금 뒤쳐지는 느낌도 들고...
하지만 베일과 알론소가 복귀하고, 케디라가 아웃된 상황에서 디마리아의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케디라의 공백을 메꾸고 4-3-3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면서 어느새 리가 1위에 진입했고,
챔스 토너먼트에서는 샬케에 각각 6-1과 3-1로 대승을 거뒀죠. 코파에서도 승승장구해서 결승까지
올라갔고...
그러나 곧 위기는 다시 찾아옵니다. 챔스 8강에서 도르트문트를 만나서 홈에서 3 대 0으로
이기긴 했지만 어웨이에서 0 대 2로 패배했고, 리가에서는 승점을 잃고,
아틀레티코에게 1위 자리를 내주게 됐죠. 사실 이 때가 올 시즌에서 가장 큰 위기였다고
봅니다.
하지만 위기는 새로운 기회죠. 바로 코파 델 레이 결승전을 기점으로 다시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게 됩니다. 호날두와 마르셀로가 없는 상황에서 안첼로티 감독은 다시 4-4-2 카드를
꺼냅니다. 그리고 호날두가 없는 상황에서도 디마리아와 베일의 분전으로 2 대 1 신승을
거두고 컵 하나를 확보합니다. 전 이번 코파델레이 결승이 사실상 이번 뮌헨과의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모의고사 치른거죠.
물론 지금의 바르샤는 예전의 바르샤는 아닙니다. 정말 많이 약해졌죠.
그래도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마침내 컵 하나를 들어올렸죠.
뭐 그 이전의 경험들도 있기도 했죠. 무리뉴 감독 부임 이전에는 바르샤를 1년에 2~3번
만났었는데 무리뉴 부임 이후로는 최소 4~5번은 만났으니까... 많은 시행착오도 겪고
많은 좌절도 맛보고, 경험도 쌓아서 마침내 바르샤를 제압했었죠.
비록 올해 리가에서는 상대전적에서 밀렸습니다만... 역시 마지막 승리는 레알이 했죠.
어쨌거나 그 이전의 경험들과 안첼로티 감독의 전술이 잘 조화를 이뤄줬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번 뮌헨전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건 팀이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인데,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물론 그 전에 챔스 4강 때 운도 따라주지 않았고, 특히 11-12시즌에는 정말 아깝게 떨어졌는데,
그 땐 그렇게 떨어질거라고 예상 못할만큼 패기 넘치고 강하던 팀이었거든요. 근데 정말 극한의
상황이라던가 큰 경기에서는 의외로 쉽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었는데 어제 새벽에는 아주
뮌헨을 노련하게 가지고 노는걸 보면서 정말 선수들이 잔뼈가 굵고 노련해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안첼로티가 이끌던, 카카를 정점으로 하던 밀란을 다시 보는 느낌이랄까...
그 때 당시 밀란도 리그에서는 1위는 잘 못하고 고전했는데 이상하게 챔스만 가면 성적이
좋았거든요. 딱 그 느낌??
특히 페페가 만주키치랑 리베리를 아주 떡주무르듯 가지고 노는 걸 보고서 그런 느낌이 아주
많이 들었습니다. 진짜 이런 심리전은 경험이 아니면 쉽게 할 수 없는 거거든요...
이전에 팀이 이런 심리전에 말려서 고생을 많이 했었죠. 근데 이제는 역으로 그런 심리전에서
승리하는걸 보니 참 감회가 새롭습니다.
1차전에는 베일이 결장한 상황에서 4-4-2 전술로 수비라인을 내리면서 단 한 번의 역습으로
골을 만들어냈고, 뮌헨보다 오히려 더 많은 찬스를 만들어냈습니다. 홈인데도 불구하고
웅크리면서 신중하게 경기에 임했던거죠. 결국 홈에서 실점도 하지 않고 승리를 가져가면서
심리적 우위를 점했죠. 또 이제는 팬들도 이런 전술에 적응되고 수긍해서 그런가 홈에서
엄청나게 몰아붙이고 공격적인 걸 바라진 않는거 같더라구요. 어쨌거나 축구에서 중요한건
바로 "골"이니까...
2차전에서는 이런 심리적인 우위를 잘 이용했고, 한 골이 급했던 뮌헨을 상대로 침착하게
웅크리면서도 언제나 골을 노릴 수 있는 그런 전술을 들고 나왔죠. 또 특히 2차전에서
안첼로티 감독이 비장의 무기로 들고 나온 것은 바로 "세트피스" 주변 동료들이 페이크를 쓰고
라모스가 마무리하는 형태의 세트피스 말이죠. 마치 배구의 시간차 공격같은 세트피스에
뮌헨은 난공불락과도 같았던 그들의 홈에서 처참하게 무너졌죠.
어쨌거나 4-3-3 와 4-4-2 가 정말 유기적으로 잘 전환됐던 경기였습니다.
마치 꿀벌이 공격시엔 4-2-3-1 쓰다가 수비시엔 4-4-1-1로 재빠르게 전환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런 포메이션 전환을 그만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것은 팀의 조직력이 정말 정점에
달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죠.
어쨌거나 12년만에 라 데시마의 기회가 왔습니다. 트레블의 기회도 아직 남아있고...
사실 저는 솔직하게 트레블은 어렵다고 봅니다. 리가에서 아틀레티코가 쉽게 무너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엄청나게 부상 선수가 쏟아져나온다던지 하지 않는 이상 말이죠.
그래도 중요한건 지금 컵 하나 이미 들었고, 컵 하나를 들은 상황에서도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설레발 치지 않고, 최종 목표인 라 데시마를 향해서 전념하고 있다는 점이죠.
누구처럼 달랑 리가 하나 우승했다고 거하게 세레모니하고 파티하고 설레발치고 뽕짝 추고
띵가띵가하다가 분위기 무너져서 스스로 무너지지 않고 말이죠.
리가 필요 없습니다. 올해는 딱 라 데시마만 달성했으면 좋겠네요. 오랜 염원, 오래 기다렸습니다.
그동안 16강 마드리드라고 무시당했던 굴욕의 역사들과, 꾸레의 티키타카에 무기력하게 무너졌던
흑역사를 넘어서 다시 한 번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마침내 왔습니다.
Hala Madri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