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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체일요일 5시

한니발을 꺾는 스키피오: 거북이의 역습

Elliot Lee 2014.04.24 09:03 조회 3,665 추천 28
기록 전에서는 안첼로티가 이겼다. 그리고 1차전에서도 이겼다. 그러나 아직 4강은 끝이 아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레알 마드리드와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에서 마드리드의 전술은 고대 로마군이 사용하던 테스투도같았다. 거북이 대형이라고도 불리는 테스투도는 상대의 장거리 공격 무기인 화살이나 투창을 막고 진형을 유지하는 수비 전형으로 알려져 있지만 반대로 거북이와 같이 장갑을 가지고 천천히 전진하는 공격 전형으로도 볼 수 있다. 

이번 4강 1차전은 스키피오와 한니발이 자웅을 겨루었던 자마 전투의 전반전이라고 볼 수 있다. 

마드리드의 수비진들과 중앙 미드필더들이 테스투도 대형으로 상대의 공세를 막고 있으면서 상대의 뒷공간을 기병으로 볼 수 있는 발빠른 공격수들-호날두, 디 마리아, 벤제마, 그리고 베일이 노리는 전형을 경기 초반부터 사용하였다.

경기 기록으로만 미루어보건데 전술적인 판단으로 볼 소유와 그에 따른 공격 진행을 최소화하고 거북이와 같이 움추린 채 상대가 최대한 전진해서 뒷공간을 만들게 하여 그곳을 공략하기 위한 철저한 계산이 바탕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기록으로만 보면 카펠로나 무리뉴 저리가라하는 실리 수비축구였다. 

실제로 경기내내 공을 가지고 있고 두자릿수 코너킥의 기회를 가졌던 바이에른 선수들은 효율적이고 치명적인 공격 작업에는 실패했다. 반대로 레알 마드리드는 정말 적은 공격 기회 모두를 파괴적이고 위협적인 기회로 만들었다. 그것이 아주 큰 차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저래서 뭐 득점하겠어 이렇게 생각했겠지만-작자도 그런 마음이 컸다.- 안첼로티 마드리드는 테스투도 대형처럼 저거 대놓고 수비하는 대형 아니야 라는 편견을 완전히 깨놓고 천천히 전진해나갔다. 후반에 들어서 레알 마드리드가 아주 자유롭게 공격하는 것을 보면 알 수있다. 선수비 후공격이라는 전술의 기조가 먹혀들어갈 수 있던 것은 레알 마드리드가 수비에 대한 투지와 잠글 수 있는 수비력 그리고 빠른 역습을 가능케 하는 공격수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코파 델 레이 결승전은 뮌헨전을 대비한 연습 경기였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 덤으로 공을 훨씬 많이 소유하고 있었지만 무득점에 위협적인 공격기회를 가지지 못한 바이에른을 조급하게 만들면서 진형을 무너뜨렸고 많은 가로채기가 바이에른 빌드업 과정에서 일어났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이번 경기는 마치 자마 전투와 비슷한 양상이었다. 
카르타고의 한니발이 로마 앞마당에서 로마를 유린해왔다가 자마에서 패배하게 되어 재기는 커녕 제거 당하게 되는데 펩 과르디올라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유린해온 마드리드에게 있어 한니발 과 같은 존재였다. 스키피오처럼 어리지는 않지만 스페인 땅을 처음 밟았다는 점에서 루키라고 부를 수 있는 안첼로티가 펩을 상대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내주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의 전술을 무력화 했다는 것-제 풀에 지치게 말이다- 이 점들을 놓고 볼 때, 전술의 나라인 이탈리아 인 답게-군사전술의 단계를 한단계 올려놓은 고대 로마인들의 후예 답게 안첼로티는 과르디올라에게 감독으로서도 승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베르나베우의 모습은 마치 로마를 지속적으로 유린해온 한니발에 대해서 분개하던 그리고 그 치욕을 되갚으려는 로마인들과 같았다. 


4강 2차전의 이 둘의 전술 겨루기는 결승전행 티켓 여부를 정하는 것이 되는 것은 물론 감독으로서의 역량의 자웅을 겨루는 승부가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것이다. 이 유리한 고지의 선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안첼로티의 전술적 역량을 확인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고 과르디올라에게 있어 이 유리한 고지를 잃고도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지략가임을 증명해보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한니발의 자마가 될 지 모든 것이 2차전의 결과가 결정 지을 것이다. 

거북이는 느리다. 그러나 이긴다. 쉬지 않기 때문이다. 토끼는 빠르지만 게으르다. 그러나 토끼는 영리하다. 아직 4강의 전반만 끝이 났고 후반은 남아있다. 자기 꾀에 빠진 토끼가 영리하게 자신을 다시 추스리를 수 있을 지 그리고 느린 거북이가 계속 우직하게 전진해나갈 수 있을지 이 두가지가 4강 후반을 바꿔놓는 포인트가 될 것이다.

전쟁과 같은 토너먼트 경기는 단 두가지만 남긴다.
승자와 패자. 무승부따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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