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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체::

마르셀루 이야기

온태 2014.03.01 06:52 조회 3,814 추천 20
얼마 전에 광님께서 쓰신 아주 좋은 글이 있지만, 저도 준비하던 게 아까워서 흔적이나마 남겨봅니다. 광님 글이 마르셀루의 개인적인 성향에 따른 분석이라고 한다면, 이 글은 조금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글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고로 광님 글을 읽고 이 글을 읽으신다면 아마 이해가 좀 더 용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글도 내용도 퀄리티 차이가 많이 날테니 그점에 있어서는 양해를 좀 구하겠습니다.




세계의 많은 공격형 풀백들 중에서도 마르셀루를 돋보이게 해주는 부분은 압도적인 테크닉과 플레이메이킹 능력입니다. 특히 플레이메이킹 능력에 있어서는, 이전 세대의 풀백들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축구를 보기 시작한 이후로 이러한 재능을 가진 풀백을 본 기억은 한 손으로 꼽아도 손가락이 남습니다. 세비야 시절의 알베스, 인테르 트레블의 주역이었던 시절의 마이콘, 그리고 10/11시즌부터의 마르셀루 정도? 마이콘은 크랙의 면모에 조금 더 가깝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만.
(테크닉에 대해선 광님 글에 아주 잘 설명되어 있으니 그 부분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위에 언급한 세명 모두 중앙 방향으로의 진출이 상당히 잦은 편이지만, 마르셀루는 저 셋 중에서도 가장 중앙 방향으로의 진출을 선호하고 또 잘하는 선수입니다. 지금에야 이러한 성향이 마르셀루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지만, 초창기만 해도 이 성향이 크게 환영받지는 못했습니다. 빈약한 수비력과 더불어 강렬한 존재감의 그분께 밀릴 뻔한 계기를 만들기도 했었죠. 저 성향 때문에 미드필더로 키우는게 어떻겠냐는 의견도 많았고, 실제로 그러한 시도도 몇몇 감독들에 의해 행해지기도 했습니다.


가장 먼저 마르셀루를 미드필더로 기용하기 시작한 감독은 제 기억이 맞다면 08/09시즌 중간에 부임한 후안데 라모스입니다. 당시 라모스는 4-4-2의 레프트 윙으로 마르셀루를 자주 기용했었죠. 당시엔 지금보다 몸이 좀더 가벼워서 혼자서 돌파도 어느정도 해내고 창의적인 패스들도 간간히 넣어주긴 했습니다만 딱히 돋보이는 수준은 아니었고, 어차피 투입 의도가 오른쪽에 몰빵된 팀 공격루트 때문에 밸런스를 맞추는데 있었던지라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다음 시즌엔 페예그리니가 부임하면서 마르셀루는 팀의 레귤러 멤버로 자리잡게 됩니다. 주로 풀백으로 출장하긴 했지만, 때때로 페예그리니는 마르셀루를 4-3-1-2의 사이드하프로도 기용했었죠. 이는 이전 시즌 라모스의 기용에 비하면 마르셀루란 선수의 성향을 훨씬 더 잘 파악한 배치였습니다. 주변에 많은 선수들을 배치하여 특유의 틱-톡(주변 동료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마르셀루 특유의 드리블 스타일을 편의상 제멋대로 요약한 표현입니다;;)을 통해 볼을 운반할 수 있게 해주었으며, 방향성에 제한을 보다 덜 받을 위치였기 때문에 자유롭게 움직이며 창의성을 발현했습니다. 비슷한 역할을 수행할 그라네로도 있었고, 아르비의 공격력 논란도 있었고 후반기에는 가고와 구티를 중용하는 등 여러 이유로 그 자리에서 완전히 자리잡진 못했지만 마르셀루 본인의 성장에도, 활용법에도 많은 도움을 준 시도였다고 봅니다. 당장 다음 감독이었던 무리뉴가 마르셀루를 활용했던 방식도 이 기용에서 어느정도 영감을 얻지 않았나 싶구요.


무리뉴 마드리드로 넘어오면서 마르셀루는 세계 최고의 풀백으로 올라섭니다. 광님 글에 마르셀루가 어떤 방식으로 활약할 수 있었는지 잘 설명이 되어 있으니, 저는 무리뉴가 전술적으로 마르셀루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했는지에 포커스를 두고 글을 전개할까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페예그리니가 활용했던 방식과 유사합니다. 미드필더 최후방에서 2선까지의 징검다리 역할입니다. 정상적인 4-2-3-1이라면 케디라가 그런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리가에서 케디라의 기술 수준으로 그런 역할을 수행하기는 좀 버거웠죠. 중앙에서 중간에 볼이 짤렸을 때 알론소의 기동력으로는 상대 공격을 온전히 막아낼 수 없기도 하구요. (독일 국대에서는 케디라가 그러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해냈고, 또 그런 모습을 보고 무리뉴가 영입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만... 여기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마드리드와 독일 국대의 2선 조합이 좀 다른 편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무리뉴는 마르셀루를 선택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이전 시즌의 경험+마르셀루의 수비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무리뉴의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측면에서 볼이 짤리는 게 중앙에서 짤리는 것보다 역습에서 훨씬 덜 위험하기 때문이겠죠.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대성공이었죠. 수비력뿐만 아니라 경기를 보는 눈도 좋아져서 단순히 틱-탁을 통한 전진만을 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흐름에 맞춰 템포를 조절하고 때때로 전환을 통해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등 플레이메이킹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활약을 통해 마르셀루는 마드리드에서도 셀레상에서도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자리잡았죠.


안첼로티 마드리드로 넘어오면서 마르셀루에게 생긴 전술적 변화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마르셀루의 빌드업 관여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마르셀루 주변에 특유의 틱-톡을 시도할 만한 동료들의 숫자가 줄어들었다는 점입니다. 안첼로티는 풀백 활용에 있어서는 상당히 클래식한 방식을 고수해왔고, 이는 마드리드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풀백들은 철저히 윙이 만들어낸 공간을 직선적으로 파고드는 방식으로 공격에 기여하는데, 이는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마르셀루가 가장 잘하는 플레이는 아니죠. 틱-톡에 있어서도 무리뉴 시절에 비해 현재에는 마르셀루가 볼을 잡는 위치가 좀더 아래쪽이고, 위에 있는 호날두는 무리뉴 시절에 비하면 좀더 위쪽에서 플레이를 시작하는 편이기에 둘의 연동이 예전만큼 활발히 이뤄지긴 힘들어졌습니다.


다만 최근의 디 마리아의 재발견은 마르셀루에겐 좋은 소식이 되리라 봅니다. 수비부담을 줄여줄 수 있고, 측면으로 돌아나가는 빈도도 많아 마르셀루가 틱-톡을 시도하며 중앙쪽 공간으로 진출할 수 있게 해주니까요. 디 마리아가 중앙에서 뛰면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빈도가 예전에 비하면 늘어났음에도 확 좋아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걸 보면 최근 폼에도 조금 문제가 있어보이긴 하지만 일단 그러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긍정적인 신호가 아닐까 합니다. 최근에 부상으로 좀 골골댔었는데 툭툭 털어내고 앞오로 다시 좋은 모습만 보여주길 기원하면서 이만 글을 마칠까 합니다. 부족한 글이나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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