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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질의 탈압박 및 뭐 기타 등등에 대해서 얘기를 좀 하자면

noname 2014.01.14 21:17 조회 5,000 추천 13



 현대 축구판에서 어떤 선수를 얘기하면서 전술이나 파트너와 같은 요소들을 배제하고 평가하기는 힘듭니다. 외질이 있을 때의 마드리드같은 팀 컬러를 띄고 있는 팀은 더더욱 그러한데, 기본적으로 역습을 중시하는 팀은 공수에 모두 관여하는 선수의 숫자가 많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4-2-3-1과 같이 미드필드를 두 라인으로 구성하고 있는 포메이션에서 필드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선수들은 특히 공수에 많이 관여를 하기 마련이구요.

무리뉴의 경우 기본적으로 안첼로티가 속해있는 범주의 역습 전술과는 약간 다른, 독특한 편의 역습 전술을 선호하는 감독입니다. 밀란의 안첼로티는 카카라는 스피드스타(당시만 해도..)의 존재를 기반으로 공을 빼앗는 시점에 볼 홀더가 위치한 지점 이상에 있는 인원을 모두 역습에 참여시키는 일이 잦았습니다. 마무리 단계를 넘어가기 위한 과정의 마지막은 카카였고, 이 카카에게 공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측면 풀백들을 적극 이용하기 보다는 센터의 선수들을 따라 종적으로 공을 보내는 것에 집중했구요. 

미드필드를 두 라인으로 구성한 밀란의 4321이나 4312는 이런 역습 구조에 특화된 포메이션입니다. 종적으로 패스를 보내기가 수월하고, 2선과 3선의 선수들이 비교적 수월히 간격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물론 피를로,가투소,시드로프같은 불세출의 선수들이 이 간격 유지와 간결한 패스 연결에 지대한 공을 끼쳤음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무리뉴의 역습은 약간 다릅니다. 수비라인을 올리는 일은 잦지 않고 잔뜩 웅크리고 상대를 끌어들이는 경우가 보통이죠. 그리고 볼을 탈취한 후 역습을 전개할 때는 빠르고 강력한 측면 플레이어들을 이용합니다. 05년도 즈음의 첼시를 보신 분들은 더프와 로벤,조콜,SWP등의 빠른 선수들이 측면을 헤집고 다니던 모습을 쉽게 기억해낼 수 있으실 겁니다. 이는 EPL에 딱 맞는 스타일의 역습 전략입니다. 세리에나 라리가, 분데스리가에 비해 비교적 넓은 공간을 허용하고 너나할 것 없이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는 경기에 적합하다는 뜻입니다. 이런 스타일의 역습 전략에 드록바라는 강력한 원톱의 존재에서 비롯된 3선의 자유도 상승은 무리뉴 전술의 백미입니다만, 이 글에서 다루기엔 너무 엇나가는 내용이라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이 스타일의 전술이 오롯히 '역습'때문만은 아니였다는 것을 인지해두시면 됩니다.



언급한 밀란, 첼시는 상당히 높은 역습 성공률을 보여주는 팀들입니다. 물론 작금의 BVB를 빼놓을 수는 없지만 거의 변태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클롭의 전술은 이런 짧은 글로 다루기엔 적절치 않고 제 역량이 부족한 바 패스하고..

저 두 팀들에 비해 체감상 높았으면 높았지 낮지는 않은 역습 성공률을 기록한 무리뉴의 레알은 과연 어떤 특징을 갖고있었을까요? 저같은 일개 팬이 모든 특징과 장단점을 파악할 수는 없기에 제가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몇 가지 얘기만을 하고자 합니다.

전방압박에 목숨을 걸지 않는, 웅크린 뒤 달려나가는 무리뉴 스타일 역습의 핵심은 3선입니다. 3선은 2선에 안정적으로 공을 전달할 임무를 띄고 있구요. 마드리드의 3선은 결코 약하지 않았습니다. 알론소와 케디라는 전술 이해도가 상당히 높은 선수들이였구요. 어쨌든, 3선 선수들은 2선 선수들에게 공을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입니다. 2선을 돕는거죠. 그럼 3선 선수들을 돕는 선수들은 누구일까요?

센터백들입니다. 센터백이 안정적으로 패스를 전개하거나 볼을 운반할 수 있다면 3선 선수들은 비교적 높은 위치에서 자리를 잡고 있을 수 있죠. 포백라인을 보호하고 그 불안한 운반을 대신하기 위해 굳이 밑으로 내려가 있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공격 전개, 드리블링으로 치자면 현역 넘버원이 분명한 훔멜스의 BVB 경기를 예로 들어봅시다. 벤더와 사힌, 귄도간은 결코 쳐진 위치에 웅크리고 있지 않습니다. 그로 인해 BVB의 공격은 비교적 높은 선에서 시작할 수 있게 되죠. 3선과 2선이 가까이 위치할 수 있게 된다는 뜻입니다. 거리가 가까우면? 패스가 수월해지구요. 물론 BVB의 경우는 많이 특수하기 때문에 이 예시가 칼같이 정확하진 않습니다만..

좀 오래된 예전의 아스날도 마찬가집니다. 무너지기 전의 캠벨은 뭐 공격수 한 명은 거뜬히 제칠 수 있는 선수였으니까요. 아니면 긁히는 날의 보누치, 라노키아도 이런 능력이 괜찮은 선수들입니다. 굳이 언급하고 싶진 않지만 피케도 마찬가지구요.

여하간에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센터백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마드리드의 센터백들은 언급한 훔멜스, 캠벨과 같은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 함정입니다. 자연히 알론소와 케디라는 보호/전개를 위해 밑으로 내려와야 할 필요성을 껴안게 됬구요. 상당히 투박하게나마 전방으로 드리블링을 시도할 수 있는 케디라가 미약하게나마 윗선에, 후방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전개를 할 수 있는 알론소가 많이 아래까지 내려오는 것이 보통의 그림이 되버린거죠. 많은 분들이 알론소를 그리워하며 포백보호 얘기를 하셨는데.... 사실 알론소의 포백 보호 능력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그림입니다ㅠㅠ 다행히. 정말 다행히도 하프라인 아래에서도 최고 수준의 공격 조립을 수행할 수 있는 두 명의 선수중 한명인 알론소가 마드리드에 있던 것이 천만 다행입니다. 

어쨌든 이렇게 3선은 비교적 아래에 위치하게 되버립니다.. 하지만 이걸 만회할 수 있는 것이 또 호날두라는 올타임 넘버원의 존재입니다. 개인 능력으로 대부분의 난관을 부숴버릴 수 있는 호날두는 뭐 공을 약간 아래에서 넘겨받던, 조금 부정확한 패스를 건네받던 그 여파를 대충 다 씹어먹어 버릴 수 있는 선수입니다. 일반적인 4-2-3-1을 사용하는 팀에선 절대 유효할 수 없는 선택지인 '3선 선수의 측면 전개 - 측면에서 그냥 다 뚫어버림; - 패스/슈팅 타이밍을 만들어냄'을 선택할 수 있게 된거죠.

하지만 이 선택지로 한 시즌을 연명할 수는 없는 것이 자명한 노릇이고.. 여기서 중요해지는게 외질의 역할입니다. 비교적 불안해진 3선 덕에 외질도 불편한 위치에서 공을 받는 일이 많아지죠. 본인이 위치한 곳 보다 더 내려가서 공을 받아야되는 일이 잦아진다는 뜻인데, 이 경우 외질은 골대를 등지고 공을 받게 됩니다. 외질 뿐만이 아니라 모든 2선의 선수들이 그렇게 됩니다.

골대를 등지고 공을 받는데... 한 발 사용만 능숙한 선수들의 비애가 외질을 덮치죠. 턴을 하기가 정말 힘듭니다. 외질이 어느 발을 잘 쓰는지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저도 알고 있는데 상대팀 선수들이 어찌 모르겠습니까.. 외질이 어느 쪽으로 턴을 했을 때 좋은 자세가 나오고 왼발로 패스를 넘길 수 있는지는 조금만 연구하면 알 수 있는 노릇이니, 외질을 마크하는 선수들은 이 정보를 염두에 두고 외질을 쪼입니다.

외질이 압박에 약하다는 말의 진원지는 아마 이 쯤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리비리한 한발잡이라면 누구나 안고 있는 비애죠. 하지만 마드리드의 2선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압박을 견뎌야하는 곳이고, 그렇기에 외질의 탈압박 능력이 취약해보였을 공산이 큽니다. 슬픈 노릇이죠. 

피지컬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수월히 탈압박을 해내는 로이스같은 선수도 있긴 합니다. 다만 로이스는 BVB 전술의 특성과 레비의 존재에 힘입어 수월히 볼 키핑 및 연계를 해낼 수 있었던 것이구요. 만약 벤제마 대신 레비가 레알의 톱이였다? 외질의 탈압박 문제가 지금처럼 거론되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페페,라모스 대신 훔멜스가 백이였다? 자연스레 골대를 향한 자세로 볼을 쥐게 된 외질은 장기를 더더욱 잘 펼칠 수 있었을 겁니다. (물론 두 경우 모두 각각의 단점들을 발생시키긴 하지만.. 그래서 축구는 어렵나 봅니다.)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이게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가해지는 압박의 강도, 알론소와 케디라가 지고 있는 부담감, 호날두가 활용할 수 있는 공간, 외질이 상대할 선수들의 수준. 모든 것이 천지차이니까요. 하긴 뭐 어느 선수든 안그렇겠습니까만은..

저도 아는 사실을 무리뉴가 모를 리가 없죠. 엄청나게 다양한 해결책들이 나왔을 겁니다. 저희가 경기에서 볼 수 있는 건 정말 일부입니다. 그 일부만 해도 뭐 풀백들을 활용하고, 디마리아의 공격 전개를 반쯤 포기하기도 하고, 벤제마/이과인의 위치를 조정해보기도 하고... 셀 수도 없습니다 정말. 

말은 길어졌지만 정말 짧게 요약하자면 이것입니다. 외질에 압박에 약한 것?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마드리드의 여건에서 그 압박을 다 이겨내고 키핑/터닝/패싱에 성공할 수 있는 선수? 전 세계에 5명 이하다. 외질이 탈압박이 안되긴 하지만 그 원인은 라모스/페페도 일부 져야한다. 쯤이 되겠습니다.

안첼로티의 마드리드 부임 후 선택들이 외질과 관련해서 어떤 의미를 띄고 있었는지에 대한 얘기도 하고싶었습니다만 재미없는 글이 너무 길어질까봐 이쯤에서 줄이려고 합니다. 다만 외질의 능력을 지나치게 폄하하고 계신 분들은 이런 여건들도 한번 생각해봐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이 바람입니다. 바램입니다? 바람입니다? 하여튼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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