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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수요일 5시

아쉬웠던 안첼로티의 전술

붐업지주 2013.11.06 19:51 조회 2,943 추천 22

많은 분들이 좋은 리뷰 남겨주셨는데요. 저는 좀더 아쉽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전술적으로요. 일단은 너무 수비적이었고, 홈 경기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거의 그대로 다시 노출했다는 점에서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전반전에 정말 수비적으로 나섰죠. 원정인데다 승점 3점이 꼭 필요한 상황은 아니어서 안정을 택했다고 해도 이렇게 극단적으로 수비에 나선 건 정말 오랜만에 봤습니다. 바르셀로나를 상대하는 셀틱이 생각날 정도로...-_-;


더 큰 문제는 그 수비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지난 경기에서 레알의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1) 라인 사이의 간격이 넓다
 
지난 경기에 유벤투스는 레알 미드필드와 수비 사이 공간을 자주 공략하며 슈팅 찬스를 잡았습니다. 오늘 레알에게는 두 가지 옵션이 있었죠. 수비를 끌어올리면서 컴팩트한 전형을 유지하는 방법이 하나요, 미들 라인을 내리면서 밀집 수비를 구축하는 방법이 다른 하나입니다.


안첼로티는 이중 수비적인 두번째 방안을 선택했습니다. 전반 내내 최종라인이 페널티 박스까지 내려왔고, 공을 잡아도 공격에 가담하는 선수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레알의 압박은 효율적이지 못했습니다. 전반전에 맞은 두 차례의 가장 큰 위기에서 레알은 한쪽 측면에 밀집하며 수비했지만 사이드 체인지를 허용하면서 오른쪽에서 위기를 맞았습니다.




△포그바가 테베스에게, 테베스의 크로스는 마르키시오의 결정적 헤딩으로 이어졌다.(전반 27분)





△패스(1)를 받은 테베스가 포그바에게 연결(2)할 때 라모스 홀로 수비하고 있다. PK로 이어진 39분 장면.




2) 최전방 3명이 따로 논다

 
공격수 3명 - 벤제마, 호날두, 베일 - 이 나머지 선수들과 거의 완전히 분리되는 모습이 다시 한 번 나타났습니다. 세 선수는 수비시에 1차 압박은 했지만 거의 내려오지 않았죠. 공격도 셋이서만 하고요.


그 결과 유벤투스가 공격시 손쉽게 측면에서 수적 우위를 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왼쪽 측면에서 포그바가 전진하며 테베스, 아사모아와 협력할 때 레알은 라모스 혼자 이를 상대하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첫 골 역시 테베스가 찔러준 공을 포그바가 이어받으며 PK를 얻어낸 거고요.
  
 
오른쪽 측면에서도 카세레스는 호날두에게 거의 방해받지 않고 마음 놓고 전진했습니다. 유벤투스의 두 번째 골은 오른쪽에서 카세레스가 여유있는 상황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요렌테가 헤딩으로 연결했죠. 1차전 유벤투스의 골 역시 카세레스의 크로스에서 나왔습니다.


그밖에도 왼쪽에서 포그바가 테베스와 연계 후 크로스한 것이 마르키시오의 결정적인 헤딩으로 연결된 장면을 비롯해 유베는 여러차례 측면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카시야스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유벤투스는 전반에 더 일찍 리드를 잡았을 겁니다.
  
 

 
3) 수비시 후방 미드필더의 활용이 애매함
 
두 팀이 동일한 역삼각형 4-3-3 전형을 취할 경우 양 팀의 후방 미드필더(알론소와 피를로)는 1:1로 대응되는 마크맨 없이 자유로운 위치에 놓이게 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이점을 누린 것이 유벤투스였다는 점이죠. 경기 내내 주로 공격에 나선 유벤투스는 피를로가 자유롭게 공격에 참여한 반면 알론소는 직접적으로 마크할 선수 없이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양팀의 1차전 라인업. 피를로와 이야라멘디가 자유로운 위치에 서게 된다.


이는 1차전에서 이야라멘디가 겪은 문제와 정확히 같은 것이었습니다. 또한 엘 클라시코에서 라모스가 겪은 것과도 유사한 문제였습니다. 당시 라모스는 중앙에 위치했지만 바르셀로나가 메시와 네이마르가 있는 측면에서 경기를 풀어가는 바람에 수비에 기여하기가 어려웠죠. 이번 경기에서도 피를로가 후방에서부터 경기를 이끄는 동안 알론소는 자리를 지킬 뿐 수비적으로 큰 역할을 하기 어려웠습니다.
 
 
사실 狂님도 지적하셨듯이 피를로를 마크하도록 지시받은 선수는 벤제마였던 것 같습니다. 유벤투스가 자기 진영에서 공격을 시작할 때 벤제마가 피를로를 의식적으로 찾아다니더군요. 그런데 어떤 이유에선지 별로 적극적이지 않았고, 피를로는 공을 넘겨받는 데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피를로가 양 팀 선수를 통틀어 가장 많은 90개의 패스를 성공시킨 반면 알론소는 38개의 패스만을 보낼 수 있었다.





△1차전의 이야라멘디와 마찬가지로, 이날 알론소는 수비적으로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양 팀 선수들의 기여도를 시각화한 그림. 피를로의 기여도가 매우 컸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레알이 1차전의 전술 그대로 나왔기 때문에 유베로서도 저번 경기처럼 하면 됐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했고요. 하지만 이번에도 유벤투스가 자승자박을 한 꼴이 된 것 같네요. 키엘리니 퇴장에 이어 카세레스의 패스미스는 결정적이었습니다. 마르키시오에게 찾아온 찬스를 카시야스가 막아준 것도 우리로서는 매우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안첼로티의 전술이 실패냐 하면 이론의 여지가 있을 겁니다. 상황상 승점 3점이 절실하지 않았고 레알의 3명은 역습에 특화된 선수들이니까요.. 실제로 오늘도 호날두와 베일은 멋지게 해결해 줬죠. 


하지만 시스템을 구축하기보다는 개개인에 의존하는 전술은 우연에 기댄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특히 앞으로 유벤투스보다 결정력이 뛰어난 팀을 상대로 이런 식으로 나서는 것은 더 위험이 클 거라고 보네요.


결국 오늘은 냉정히 보면 상대의 실책 덕분에 내용보다 나은 결과를 받아들었다고 봅니다. 새롭게 만들어가는 팀인만큼 자신들의 축구를 시험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면 좋았을 텐데 아직 무리라고 생각한 건지... 시즌 말미에는 '우리의 축구'로 강팀을 꺾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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