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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수요일 5시

엘 클라시코 후기 : 긍정적 vs 부정적.

벤금님 2013.10.27 03:37 조회 1,666 추천 8

vs 놀이를 즐기는 벤금님입니다. 
오늘 엘클라시코.. 음 어떻게 보셨나여.  

몇 가지 측면에서 경기를 좀 되짚어보고 싶네요. 


먼저 양 감독의 전술. 

처음부터 맞춤 전술(?)로 안감독님이 승부수를 띄우면서, 뭔가 전략적으로 승리해보겠다는 노림수가 있었죠.  바르셀로나의 타타 역시 오늘 메시를 오른쪽 공격수 자리에 선발 출전시키면서 변화의 한 수를 뒀습니다. 

그리해서 

라모스 중앙 + 제로톱(+호날두-베일 스위칭) vs 메시 오른쪽 + 파브레가스 가짜 9번 
이런 기책과 기책의 싸움으로 시작을 했네요. 

결과적으로 봤을 때 저 두 작전은 전부 실패했습니다.  라모스는 일찌감치 카드 받았고, 제로톱(이라기보다는 표면상으로는 호날두 원톱 + 가끔 베일이 톱으로 올라가면 호날두가 사이드로 빠지는)은 거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죠.  한 편,  메시는 오늘 90분 내내 아무 것도 보여주지 못했고, 파브레가스는 백패스만 하다가 교체됐습니다. 

결국 양 감독의 노림수는 둘 다 망했죠.  그러다 보니 전반전에는 쟤네는 더럽게 못하고, 우리는 끔찍이도 못하는 양상이 펼쳐졌습니다.  
여기서 실력 + 약간의 행운이 따른 것이 네이마르의 골이었죠.  이것도 네이마르 골이 들어가서 그렇지 냉정히 타타의 전술이 성공한 것은 아니에요.   전반전까지만 해도, 이게 우리가 알던 엘클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양 팀의 경기력은 별로였습니다.  뭐 탐색이라고 봐도 되겠지만 그러기엔 양 측의 공격이 너무 지지부진했죠. 


먼저 변화를 준 건 안첼로티입니다. 

라모스를 빼고 이야라멘디를 넣으면서 자신의 노림수가 실패했다는 걸 인정했고, 베일을 빼고 벤제마를 넣으며 4-3-3 형태로 다시 전술을 바꿉니다. 

여기서부터 경기력은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보네요.  중원에서 이야라멘디는 유벤투스전과는 달리 과감하게 전진패스를 시도했으며, 벤제마는 기합 바짝 든 모습으로 패널티 에어리어 바깥으로 넓게 움직이며 패스 플레이에 도움을 줬죠.  

그 후로는 우리가 계속해서 공격을 주도해가는 모습이었습니다.  벤제마의 슛이 골대를 강타하고, 호날두가 침투에 성공하고, 중원에서의 점유율을 높여가는 장면들이 나왔죠. 

그리고 모라타가 아닌 헤세를 투입, 헤세가 만회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전반의 노림수는 뭐 대망이었지만, 교체는 성공이라고 봐야겠죠.  유스 출신이 골을 터뜨렸으니 그나마 좀 마음이 낫네요.

별 변화를 주지 않던 타타는, 전반전부터 아예 보이지 않던 파브레가스를 빼고, 오른쪽에서 지지리도 하는 것 없던 메시를 가운데로 옮기며 산체스를 투입합니다.  근데 이 전술 역시도 뭐 딱히 맞아떨어진 건 아니에요.  

엄연히 말해서 산체스의 골은, 완벽하게 개인 기량으로 만든 골입니다.  교체가 성공이면 성공이지, 바꾼 전술이 성공한 건 아니에요.  메시는 가운데로 옮겨와서도 딱히 하는 게 없었고, 꾸레들은 후반전에 이렇다할 날카로운 공격을 "만들지 못했"으니까요.   

네이마르와 산체스에게 찬스들이 주어졌지만 그 전에 그네들이 만들어오던 정교한 플레이를 생각해보면 그와는 좀 거리가 있었죠. 

오히려 원래의 전술로 회귀한 후에는 똑같이 한 골씩을 주고받았지만 우리 쪽 경기력이 더 좋았습니다.  후반전에는 진짜 뭔가 되겠구나 싶었으니까요.   산체스가 인생골을 성공시키지 못했다면 경기의 결과는 장담할 수 없었을 겁니다. 


베날두 vs 메시마르.

소문난 잔치에 그다지 먹을 게 없었네요.  베일은 안첼로티의 모험적인 전술 하에서 뭐 딱히 능력을 보여주고 말 것도 없이 뛰어다니다 교체되었습니다.  엘클에서의 진가 증명은 뭐..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되겠네요.  반면 네이마르는 선제골을 기록했고, 우리 측면을 꽤나 괴롭혔죠.   사실 골을 넣어서 그렇지 네이마르도 후반에는 별 것 없더군요.  카르바할이 매우 잘 해줬습니다.  

실점 장면에서의 네이마르의 침착함은 인정해야 하는 것과는 별개로, 카르바할은 매우 잘해줬죠.  공격에도 기여하고 열심히 뛰면서 후반전 좋은 흐름을 도왔습니다.  수비적으로도 네이마르와 훌륭히 맞섰다고 할 수 있겠네요.  시간이 갈수록 네이마르는 거의 존재감이 없었으니까요. 

그리고 호날두 vs 메시.  

둘 다 거의 경기에 기여한 것이 없네요.  호날두가 1어시를 기록하면서 그나마 좀 낫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메시는 특유의 수비진 뭉개기를 보여주지 못했고,  호날두는 피케-마스체라노의 느린 발을 공략하지 못했죠.   

뭐 사실 양 감독이 전반전에 이상한 모험을 하느라 양 선수가 본인들의 기량을 100퍼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겠네요.  어쨌든 양 선수는 평소와는 달리 그다지 팀에 큰 기여를 하진 못했습니다.  딱히 누가 더 잘하고 못했다고 하기 어렵습니다만,  개인 대결에서는 호날두가 조금 더 나았다고 보네요.  그래도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했으니까요.  메시는 거의 골이었던 거 하나 날린 것 외에는 딱히 인상적인 모습이 없었고요.  


그렇다면,  긍정적인 것은? 

비싼 수업료를 내고 얻어낸 수확이 있다면,  이야라멘디-모드리치-케디라가 잘 돌아가고, 최전방에서 "벤제마만 잘해준다면" 안첼로티 감독이 구상하는 축구는 꽤나 경쟁력이 있겠다.  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보고 있기도 답답했던 전반전과는 달리,  후반전에 보여준 우리 팀의 "경기력" 은 꽤 고무적이었습니다. 

벤제마는 패널티 에어리어 안에 짱박혀있기만 하던 지난 경기들과는 달리,  활발하게 측면, 2선으로 움직이면서 패스 플레이에 일조했네요.  그 때부터 우리의 2선-1선 사이에 활발함이 돌기 시작했으니까요.   얘는 이런 식으로 움직여야 됩니다.  이렇게 해야 공이 돌고, 공이 돌아야 공간이 나오고, 그 안으로 누군가가 파고 들어가야 찬스가 만들어집니다.   이 플레이를 반드시 기억할 필요가 있어요. 

호날두나 베일, 디마리아는 앞에 장승이라도 세워 놓는 게 없는 것 보다는 훨씬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이에요.  근데 그 장승이 적절하게 움직여주면서 패스도 곧잘 해주면 그 위력은 곱절이 되죠.   경기 보면서 확실히 느꼈네요.  벤제마만 잘해주면 2013년이 가기 전에 우리 팀의 "좋은 축구"를 볼 수 있겠다는 것을요. 

그리고 이야라멘디가 전진패스를 과감히 시도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지루하던 유벤투스전의 후반전과는 달리,  엘클의 후반전은 꽤나 속도가 있었네요.   이렇게 하면 잘할 것을 왜 그렇게 아꼈나 싶을 정도로 오늘 이야라멘디의 볼 배급은 괜찮았습니다.  패스하다 뺏기면 또 뺏으면 되잖아요.  앞으로도 좀 팍팍 전진패스를 시도했으면 합니다.  바르셀로나한테도 통하면 다른 팀들한테도 통할 테니까요. 

그리하여,  벤제마가 정신을 좀 차려서 이 모습을 계속 이어가고, 이야라-모들-케디라가 이런 식으로 잘 해준다면 우리의 경기력은 빠르게 안정될 겁니다.  오늘 후반에서 보여주었던 중원에서의 볼 배급, 공격의 연계가 궁극적으로 안첼로티가 입히려고 하는 색깔일 거에요.  그 색깔이 그나마 45분 동안, 엘클 원정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게 가장 긍정적인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헤세가 넣었죠.  휴.  다행입니다.  그래도 우리 유스 출신의 선수가, 그것도 교체되어 들어와서 엘클 골 맛을 봤으니, 헤세의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결론


결국엔 진 경기라지만, 돌아보니 이만큼이나 긍정적인 부분들이 있습니다.  산체스에게 허용한 인생 골을 제외하면 그래도 우리 선수들 잘 싸워줬어요.  오늘은 바르셀로나에게 행운이 따랐다.  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벤제마의 슛이 골대를 강타했고, 호날두가 조금은 미심쩍게 패널티킥을 인정받지 못했던 걸 제외하면 우리 선수들은 바르셀로나 홈에서 잘했습니다. 

유효 슈팅 갯수는 우리가 오히려 많았고 점유율은 45:55 정도로 거의 비슷했습니다.  전반에 어버버하는 와중에도 점유율이 꽤 밀렸던 걸 생각하면 (39:61 정도였죠) 우리 팀은 후반에 꽤 괜찮게 플레이한 거에요.  

아마 꾸레들도 이겨서 좋긴 해도 좀 찝찝하긴 할 겁니다.  걔네들 홈에서 걔네들이 더 잘했다고 할 수는 없는 경기력이었으니까요.   그리고 타타의 전술은 "산체스 In 파브레가스 Out" 하나를 제외하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게 딱히 없었고요. 


하.. 그래도 6점 차이네요.. 흠.. 뭐 어차피 오사수나가 비겨주기 전에도 5점차이였으니, 아직 충분히 여지는 있다고 보네요.  홈에서 되갚아주면 되고, 또 오늘같은 경기력의 바르셀로나가 리그에서 미끄러지지 말란 법도 없고요. 


결국 벤제마가 앞으로 얼마나 정신 차려주느냐, 이야라멘디가 얼마나 경기를 만들어주느냐에 따라서 레알에게 반격의 여지가 있느냐, 아니면 작년과 마찬가지로 겨울이 되기 전에 결판이 나 버리느냐가 결정될 것 같습니다. 

베일은... 저는 길게 봅니다.  지금은 적응기, 그리고 엘클라시코가 빨리 왔죠.  이미 모든 국대 경기를 소화하며 풀 핏으로 몸을 만들어둔 네이마르와,  프리시즌 중에 훈련 및 경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베일의 차이가 제대로 드러난 것이 이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베일, 한두 달만 쓰고 말 것 아니잖아요.  이번 시즌만 써보고 아니면 내칠 선수 아니잖아요.  당장 다음 리가 엘클에서도 써야 될 거고, 챔스 토너먼트는 아직 시작도 안했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베일은 계속 써야 되는 선수니...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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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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