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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시티수요일 5시

부화뇌동(部和雷同)

슈카님 2013.10.02 13:57 조회 2,911 추천 12

아스날 경기 한 경기만 끝나도 외질 외질 얘기 나오고, 
외질 얘기가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안감독, 보드진에 대한 비판이 나오네요. 
어떻게 보면 무리뉴 이상으로 외질이 계속해서 이름이 나오고 있고요. 

뭐.  나가서 잘하니까 당연히 이런 말도 나올 수 있고, 
현재 우리 팀은 좀 삐걱거리는 상태인데 아스날은 리그에서 순항중이니 비교가 안 나오는 게 이상하다는 것도 맞는 말이긴 합니다. 


근데, 몇 가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있네요. 


첫째,  안첼로티는 무능한 감독이 결코 아니다.

무리뉴의 레알이 끝나고, 안첼로티의 레알이 시작되면서, 모두가 아시다시피 전술의 틀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열 명의 감독이 있으면 열 개의 전술이 있는 법이죠. 

안첼로티는 자신의 전술로 밀란은 물론이요, 첼시에서도 PSG에서도 야무진 축구를 보여줬던 감독이에요.  PSG를 챔스 8강에 진출시켜서 바르셀로나와 좋은 승부를 펼쳤고, 리게 앙 우승을 이뤄냈고, 첼시에서도 타 경쟁팀을 제치고 리그 우승을 이뤄낸 바 있습니다. 


무리뉴의 축구가 보는 맛이 있다.  재미있었다 하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기호 차이, 시각 차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론 역습은 최고였죠.  레알마드리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역습을 구사하는 팀이라는 수식어를 얻었으니까요.  


그런데 선수비 후역습은 기호에 따라서는 재미없는 축구를 대표하는 전술입니다.  무리뉴의 첼시와 인테르는 강팀과의 경기(주로 점유율을 높게 가져가는 팀) 에서 한껏 움츠러들며 수비를 견고히 하다 틈을 보아 역습, 몇 안되는 찬스를 잘 살려 승리하는 축구를 했습니다.  

이런 축구가 재미있냐고 한다면 각각의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로 볼을 많이 가지면서 공격하는 축구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힘든 스타일이죠.   같은 의미에서 카펠로 역시도 감독의 역량, 맡은 팀의 수비적 안정으로는 정평이 나 있지만 재미없는 축구라는 수식어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최고의 감독 반열에 올라있는 것은 "재미는 없을지언정, 결과를 보여주기 때문" 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레알마드리드는 위기 때 카펠로를 선임해서 리그 트로피를 따 왔고,  라 데시마를 위한 프로젝트의 적임자로 무리뉴를 선택했던 것이죠. 


무리뉴의 레알은 독특했습니다.  수비를 위주로 하되,  공격 축구를 원하는 레알 팬들의 기호에도 맞추기 위해서 "역습"을 극대화시켜 다른 의미로 보는 즐거움을 주었죠.  그렇기에 레알의 무리뉴는 "재미없는 축구"가 아닌 "보는 맛이 있었던 축구" 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구요.


그러나 이것 역시 완전하진 않았습니다.  10-11, 11-12, 12-13 의 챔스 4강들을 생각해보죠. 

상대는 각각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보르시아 도르트문트였습니다.  
결과는 모두가 아시는대로.  레알마드리드는 저 세 팀에게 경기력으로도, 결과로도 이기지 못했습니다.  어떻게 본다면 무리뉴 레알의 한계였다고 할 수 있겠죠.  (또는 외질의 한계였거나요.)

리그에서는 자못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줬지만, 꼭 넘어야 할 승부처에서는 그렇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결과도 내지 못했죠.  운이 없었다고 할 수 있는 시즌은 11-12 뿐입니다. 


레알 팬들은 볼을 소유하는 축구를 원합니다.  선수비 후역습은 약팀이 리그에서 강팀을 상대할 때 주로 쓰는 전술이라는 것이 중론입니다.  레알은 이런 축구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언제나 레알은 공격해야 하고, 볼을 소유해야 하며, 상대를 움츠러들게 하면 했지 우리가 움츠러들어서는 안되니까요. 


이런 이유에서 선임된 것이 안첼로티고,  그는 레알의 축구를 지금과는 다른 색깔로 바꾸어서, 본래 팀이 추구하던 축구를 구사할 임무를 부여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3년간 이어져오던,길게는 카펠로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던 팀의 체질을 바꾸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이죠. 

카펠로, 슈스터, 라모스, 페예그리니 이 네 감독이 지휘하던 레알의 축구는 딱히 레알 팬들이 원하는 축구가 아니었습니다.  카펠로도, 슈스터도 이기기에만 급급했죠.  특히 슈스터 때에는 많은 선수들의 부상,  전술과 구상에 맞지 않는 선수들로 인해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며 경기를 치뤘기에 "변태 축구" 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죠.  단기 알바 뛰면서 팀 5연패 시키고 떠난 라모스는 말할 필요도 없고,  페예그리니 역시 뭔가 색깔을 내기에는 시간과 지원이 부족했죠. 

무리뉴는 자못 근사한 축구를 만들어냈으나 역시 그것도 레알 마드리드가 본래 지향하던 축구와는 어떻게 보면 반대편 끝에 서 있는 타입.  그리고 그 축구를 3년간 해왔습니다.  

3년동안 이어져온 팀의 체질을 3개월만에 개선시킬 수 있나요?  
그 누구에게도 어려운 일입니다.  3년동안 역습 위주로 모든 것이 맞춰져 있던 팀이 이제 중원 장악과 볼 소유를 높이며 공격을 만드는 팀으로 변모하려고 하는 데,  당연히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점유율을 높이면서 볼을 소유하고 공격을 만들어 골을 넣는 축구.  어떻게 보면 바르셀로나의 축구와 비슷합니다만,  본래 강팀은 바르셀로나 뿐 아니라 어느 팀이라도 저런 축구를 지향하는 법입니다.  본래 우리가 지향하던 축구도 저런 축구였습니다.  꾸레는 자기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티키-타카 축구를 구사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고,  이것도 우리가 하고자 하는 공격축구와는 조금 다릅니다. 

바르셀로나의 축구는 중원에서 계속 볼을 돌리며 공격하다 틈을 보아 한 번의 패스로 기회를 만드는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볼 소유와 점유율은 높지만 공격 패턴은 의외로 매우 단순하기에 어떻게 보면 이것도 재미있다 고 말하기는 어려운 축구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무리뉴와 마찬가지로 바르셀로나의 티키-타카 축구도 결국엔 "가장 잘하는 한가지"를 극대화하는 축구이니까요. 


볼을 소유하며, 최고의 선수들이 각기 어우러져 다양한 패턴으로 상대를 공략하는 공격 축구,  즉 재미있는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서 레알은 이적시장에서 천문학적인 돈을 써 온 겁니다.   무리뉴 시기가 정말 독특했던 거죠.   팀이 원하는 축구 철학을 잠시 미뤄두고 무리뉴의 색깔을 입히려 노력했고, 그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니까요. 


그러니 안첼로티 감독은 생각보다 많은 과제를 가진 셈입니다.  팬들과 보드진의 기대와 지원을 등에 업고 재미있는 축구를 구축해야 하며, 결과 역시 내야 하는 거죠. 
경기 내적으로는 이스코와 호날두의 동선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베일, 호날두, 벤제마, 이야라멘디, 모드리치를 융화시켜 팀이 유기적이면서도 개성있는 축구를 하도록 해야 하니까요. 

이게 3개월만에 해결될 것은 아니죠.   다만 모든 지원이 갖춰진 상태,  즉 00년대 중후반의 밀란과 12-13 PSG에서 보여주었던 그의 축구는 훌륭했기에, 안첼로티는 시간과 믿음만 주어진다면 결국엔 좋은 축구를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거고,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시간과 믿음이 되는 겁니다.  


아스날의 벵거.  벌써 아스날 감독만 몇년 째입니까.  짠돌이, 로리콤, 페도필리아 이런 농담섞인 별명을 가진 감독입니다만,  그의 축구 철학과 추구하는 축구는 매우 아름답습니다.  그 철학과 플레이를 몇년 째 아스날에 녹여내려고 노력해온 결과가 이번 시즌 외질이라는 촉매를 통해서 "정말로 오랜만에"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죠. (뭐 이것도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는 시즌이 끝나갈 무렵에나 결론이 나오겠지만요.)

이제 안첼로티는 레알의 지휘봉을 잡은지 3개월 남짓 되었습니다.  시간상으로 봤을 때는 스페인 음식에도 적응이 안 되었을 시간이에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나은 경기력과 좋은 축구를 보여줄 것은 분명한 감독입니다.  스피드와 기동력을 중시하는 최근 축구 동향과는 약간 동떨어진 축구를 한다고 합니다만,  어느 시대에나 궁극적으로 강팀이 지향하는 축구는 결국 같은 법이죠.   훌륭히 잘 해낼 기량은 충분한 감독이라고 봅니다.  


둘째, 외질과 베일 문제.

현재 아스날이 순항 중이고, 그 중심에는 외질이 있습니다.  
외질이 얼마나 좋은 선수인지는 3년간 그를 지켜봐온 레알 팬들이 가장 잘 알죠.  잘만 돌아가면 최고의 능력을 보일 수 있는 선수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데 외질의 경우엔,  이미 벵거가 지향하던 축구가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에서, 기존의 축구를 몇년 째 해오던 아스날에 마지막 퍼즐 조각으로 합류한 겁니다.  벵거가 원하는 축구에는 외질이 필요했고,  전술은 이미 완성되어 있는 상태였으니 합류하자 마자 최고의 모습을 보일 수 있는 것이죠.   아스날과 외질은 정말 잘 만난 것 같습니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그렇게 보이구요. 

모든 것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고 외질만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외질이 왔으니, 좋은 축구를 하지 못하면 벵거가 반성해야 될 일인 거죠.  

허나 레알과 베일은 경우가 다릅니다.
  
레알은 새 판을 짜는 단계이고, 그 와중에 베일이 영입된 겁니다.  아직 전술도 정돈되지 않은 상태에, 기존 선수들과 영입 선수들의 호흡 또한 완벽하지 못한 상태죠.   이 상태에서 뭔가 보여주기에 베일은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그 모진 과정을 거쳐서 레알에 입성하느라 제대로 몸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죠.  아직 피지컬도 안 올라온 상태에요.  게다가 아직 레알은 팀에 맞는 옷을 고르고 있는 중이니까요. 

그러니 모든 걸 준비해두고 외질만 목이 빠져라 기다렸던 아스날과는 다를 수 밖에요.  안첼로티는 베일보다 겨우 한달 남짓 앞서 레알에 합류했으니까요.   안첼로티부터가 신입인데, 베일은 말할 것도 없겠죠.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가 아틀레티코에게 진 이유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시메오네 감독 밑에서 끈끈한 팀으로 거듭나오던 아틀레티코에 코케와 디에고 코스타라는 @요소들이 더해져서 지금 제 맛을 내고 있는 거죠.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나 뮌헨도 그렇습니다.   이미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잘 정돈되어 있던 팀들이었으니까요.  

"팀"으로서 완벽히 구축된 축구 앞에서, 개인 기량을 앞세운 축구가 얼마나 알량한 것인지는 지난 챔스 4강에서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호날두, 메시라는 소위 두 "신" 이 이끄는 축구는 팀으로 잘 짜여진 도르트문트와 뮌헨에게 참패했죠.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 팬들이 해야 할 것은,  중심을 잘 잡는 일입니다.  
포털 사이트의 댓글이나 잘 모르는 사람들이 멋대로 하는 말에 지나치게 휘둘릴 것이 아니라, 중심을 잡고, 기대감을 가진 채로 팀을 응원해주는 것이죠. 

물론 비판은 언제나 필요합니다.  허나 이것 역시도 더 발전적인 방향을 보면서 할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시즌 망했다, 베일 망했다. 외질 왜 팔았냐. 무리뉴 왜 내보냈냐 이런 말을 해봐야 쌓이는 것은 스트레스요,  서로 기분만 나쁠 뿐이니까요.  

객관적으로 봐도,  호날두, 베일, 이야라멘디, 이스코, 디마리아, 케디라, 라모스, 바란, 마르셀로, 카르바할, 벤제마, 로페즈와 카시야스를 보유한 팀입니다.  
게다가 감독은 안첼로티, 코치는 지단 및 잔뼈가 굵은 고수들에, 회장은 플로렌티노 페레스에요. 

이 팀에게 필요한 건 시간과 믿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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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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